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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전투와 생존으로 만든 ‘단짠단짠’의 재미, 워테일즈

많은 유저가 중독 증상을 호소하는 이유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3-05-03 19:10:22

3주 전 정식 출시한 <워테일즈>는 중세 가상 국가의 용병단이 되어 분쟁지역을 누비는 콘셉트의 SRPG 타이틀이다.

 

정식 우리말 버전은 아쉽게도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유저 한국어 패치나 영문 버전으로 게임을 먼저 맛본 국내 플레이어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다. 스팀 플랫폼에서는 이런 국내 유저들이 남긴 리뷰를 다수 확인할 수 있고, 그중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정식 한국어 패치’ 요청이다.

 

또 하나의 리뷰 트렌드는 바로 ‘중독 증상’ 호소다. 몇 시간만 하려다가 날밤을 새우고 말았다는 부류의 증언이 꼬리를 잇는데, SRPG의 일반적 장르 포맷을 생각하면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현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워테일즈>에 SRPG뿐만 아니라 생존, 오픈월드, 탐험 등 여타 장르도 뒤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제야 고개를 조금 끄덕이게 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궁금증은 남는다. 잘못 배합했다가는 싱거운(혹은 불유쾌한) 맛을 낼 법도 한 조합, 제작진은 어떤 레시피로 유저들을 중독에 빠뜨린 걸까?

 

 

 

# 알아서들 해 봐

 

<워테일즈>의 첫인상에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불친절이 가장 돋보인다. 모험을 함께할 용병 4인을 구성하는 시작 전 단계부터 이미 그렇다. 직업별로 시작 무기와 시작 스킬을 정해보지만, 실제로 이들 요소가 인게임에 발휘하게 될 효과나 시너지에 대해서는 어림짐작해 보는 수밖에 없다.

 

게임에 실제로 진입해서도 마찬가지다. 들판, 숲, 산, 작은 마을 등등이 배치된 월드맵에 ‘용병단’은 덩그러니 놓인다. 전투 튜토리얼에 해당하는 작은 전투-산적 두 명이 용병단 네 명에게 덤비는-를 끝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온전히 유저의 마음대로다.

 

일반적 SRPG에서라면 책임 방기로 해석될 수 있는 이런 초반 설계가 <워테일즈>에서는 꽤나 ‘말이 되는’ 이유는, 게임이 생존 장르를 함께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테일즈>에서는 모든 행동에 비용이 따른다. 월드맵을 탐방하는 동안 용병단의 기력은 점차 떨어지며, 기력이 전부 소진되면 야영에 돌입해 용병단에 식량과 임금을 제공해야만 한다. 충분한 식량과 임금이 없으면 용병단은 디버프와 불행에 시달리다가 결국 와해하고 만다.

 

생존의 주체가 주인공 한 사람이 아닌 용병단이라는 사소한(?) 차이가 있지만, <워테일즈>는 큰 틀에서 보아 생존 장르의 기본 전개 방식을 따른다. 용병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요소를 하나씩 찾는 과정에서 유저가 자연스럽게 게임에 마련된 여러 콘텐츠를 학습하고 깊이 파고드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뜻이다.

 

오픈월드를 방향성 없이 누비는 것으로 시작한다.

 

 

# 생존 수단으로서의 전투

 

<워테일즈>는 용병단에게 장대한 임무나 필사의 사명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전투와 모험에 나서게 되는데, 그것만이 생존의 유일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오픈월드를 탐험하며 유저는 때로 철광석이나 약초, 물고기와 같은 기초 자원을 수집하고 동물을 사냥할 수 있다. 이 역시 장기적으로는 생존에 필요하고 도움 되는 행동들이지만, 용병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자원, 임금, 식량을 모두 해결하기 위한 궁극적 수단으로 역시 돈이 요구된다. <워테일즈>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크게 퀘스트와 범죄 두 가지로 나뉘는데, 어느 쪽을 선택하든 거의 항상 전투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낚시 등 미니게임을 통해 자원을 얻는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전투는 생략할 수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투 자체도 비용과 물자를 요구하는 생존 활동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각 유닛은 전투에서 ‘갑옷’과 ‘체력’의 두 가지 생존 수치를 지닌 채 싸우는데, 이것이 특정 수치 미만으로 떨어지게 되면, 전투 종료 후 원자재(raw material)와 약(medicine)을 들여 수리/치료해야만 한다. 만약 전투에서 캐릭터가 완전히 사망하면 소중한 ‘인력’도 잃고 만다.

 

결론적으로 전투력을 키우지 않은 채 전투를 반복했다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지경에 이르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유저는 자연스럽게 용병단의 강화, 확장에 힘쓰게 된다.

 

여기에는 용병들의 레벨업, 더 나은 장비 파밍, 새로운 용병 영입, 캠프 강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다만 대부분 비용/자원 투자 혹은 고정 지출(임금/식대)이 발생하는 만큼, 그 시기와 필요성을 적절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거의 모든 활동에 자원이 든다.

 

# 전투 중엔 생존 생각, 생존 중엔 전투 생각

 

<워테일즈>의 전투 시스템은 주어진 지형에 아군 캐릭터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 라운드 동안 아군과 적군이 한 캐릭터씩 턴을 가져가며, 양쪽 진영의 모든 캐릭터가 행동을 마치면 새 라운드가 시작된다.

 

SRPG에서 애용되는 ‘그리드’시스템은 차용하지 않았으며, 대신 거리를 ‘미터’로 계산해 이동하는 방식이다. 용병은 한두 종류의 무기 중 하나를 지닌 채 전투에 임하며, 무기 유형별로 대상 지정 방식과 범위 공격 방식이 나뉜다. 이때 같은 진영 유닛끼리 공격을 주고받거나 길을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에, 유닛 배치에 신경 써야만 한다.

 

한 전투에서 용병단 전체에 최대 7개(업그레이드 가능) 주어지는 ‘용기’ 포인트를 소진하면, 액티브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액티브 스킬은 적에게 큰 피해를 주거나, 출혈 등 디버프를 걸거나, 반대로 아군에게 방어력 향상 등 버프를 줄 수 있다. 더 나아가 한 턴에 한 번만 가능한 기본행동(공격/방어 등)과 달리 사용 횟수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전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워테일즈>의 적 레벨 조율 방식은 지역별로 적 레벨 범주가 바뀌는 ‘지역 락’ 방식과 아군 레벨에 따라 일정 비율로 적이 강해지는 ‘레벨 스케일링’ 방식으로 나뉜다.

 

 

그중 지역락 방식을 기준으로 보면, 가장 어려운 ‘전문가’(expert)난이도에서도 많이 어렵지 않은 전투를 경험할 수 있다. 탱킹과 딜링, 디버프를 담당하는 유닛들을 적절히 육성하고 활용하면 자신의 현재 레벨에서 크게 벗어나는 적을 만나지 않는 이상 여러 번의 ‘리트라이’ 없이도 전투를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러나 <워테일즈>의 전투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전투 자체의 난이도뿐만 아니라 전투 전후의 상황까지도 긴장감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스킬 자원인 용기 포인트는 휴식을 통해 미리 충전하거나, 전투 중 캐릭터별 패시브를 통해 임시로 획득할 수 있는데, 충전 없이 전투를 벌인다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에 큰 제약이 걸려 더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된다. 다친 아군을 치료하지 못했거나, 파괴된 방어구를 수리하지 못한 상태로 전투를 시작해도 난도가 올라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반대로, 전투 이후의 장기적 계획 때문에 전투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자원과 치료 약을 절약하기 위해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동물을 아군으로 부리기 위해 생포를 시도하는 등의 ‘추가 목표’를 스스로 상정하고,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난도가 올라간다.

 

동물을 영입할 수 있지만, 식량 소모가 심해진다.

 

 

# 깊이를 지닌 '단짠' 구조

 

이처럼 <워테일즈>의 생존과 전투는 서로가 서로의 플레이 동기가 되는 일종의 순환구조를 만들어 유저를 ‘단짠단짠’의 즐거움에 몰아넣는다. 이것을 <워테일즈> 유저들이 호소하는 중독 증상의 일차적 원인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깊이가 부족하다면, 순환 구조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워테일즈>는 잘 마련된 세계관, 호기심을 자극하는 어드벤처/루팅 시스템, 그리고 균형 잡힌 페이스와 밸런스로 양쪽 시스템 모두에 풍미를 더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비록 게임에 등장하는 몇몇 고유명사는 낯선 것이지만, 유저는 ‘인접국 난민의 유입으로 갈등을 겪는 중세의 어느 국가’라는 보편적 설정을 쉽게 이해하고 상황에 몰입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끊임없이 충돌하는 지역 주민들과 난민의 갈등을 보며 아직 베일에 가려진 이 세계의 구체적 정황과 사건에 궁금증을 느끼게 된다.

 

지역을 배회하는 강력한 엘리트 적 캐릭터. 가까운 이를 잃은 슬픔으로 정신이상자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유저를 내던져 놓았던 게임의 초반 전개는 이 지점에서 설득력을 지닌다. 유저들은 모험을 통해 인게임 지도를 밝히며 새로운 전투, 퀘스트, 지형지물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세계관까지 함께 알아나갈 기회를 가지게 된다.

 

다소 클리셰하지만 이해하기 쉬운 퀘스트 시나리오들은 이런 몰입을 돕는 장치다. 이를테면 지역민들이 신성히 여기는 숲에서 생존을 위해 무단 벌목을 하다가 근처 농부들과 갈등을 겪는 난민 집단의 이야기는, 복잡한 설명 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설정으로 게임의 분위기와 테마를 효과적으로 전한다.

 

더 나아가 각자 사연을 가지고 생동하는 캐릭터를 만나 그들과 상호작용하는 전통적 서양 RPG의 내러티브적 재미 요소도 찾을 수 있다. 배신자의 돌발 행동으로 동료를 모두 잃은 캐릭터를 아군으로 영입하거나, 가족을 잃은 슬픔에 정신이상을 일으킨 강력한 적을 영면시키는 등의 상황이 다종다양하게 펼쳐진다.

 

세계관 내에서 충분한 설득력과 개연성을 지닌 인물, 이야기가 제시된다.

 

더 나아가 여러 가지 특수능력과 스탯을 지닌 아이템들을 발견하는 재미,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랜덤하게 만나는 재미 역시 호기심을 유발해 유저들을 게임에 강력하게 붙들어 맨다.

 

용병단 육성의 방향이 다양하다는 점 또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같은 직업이더라도 사용 무기와 스킬 선택에 따라 그 역할이 달라질 수 있으며, 유닛의 숫자와 구성 역시 게임 진행에 따라 확장/심화하기 때문이다. 새 요소 발견, 도전과제 달성 등으로 용병단 전체에 적용되는 보너스를 획득하거나 새로운 요리/장비/구조물 제작법을 알아내는 시스템 또한 계속하여 성장의 만족감을 부여한다.

 

다만 ‘전투 일변도’의 퀘스트 전개 방식은 더욱 자유도 높은 RPG를 기대했던 유저에게는 다소의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유저라면, <워테일즈>가 제목처럼 끊임없는 투쟁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을 알아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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