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론 앤 리버티>(TL)는 모두가 함께 할 때 더 재밌는 게임"
안종옥 PD가 <TL>의 이번 베타 테스트를 설명하며 했던 말이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다른 유저들과 함께 협동하고 경쟁하는 MMORPG의 기본적인 재미는 분명 존재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TL> CBT의 실제 플레이는 어땠을까? PvE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번 들여다본다.
<TL>에서는 특정 시간대에 사냥터에서 열리는 '늑대 사냥대회', '별빛 비석 제전', '초롱씨앗 대축제'와 같은 이벤트가 있다. 언급한 세 이벤트의 공통점은 이벤트가 활성화된 시간에만 사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모아 가장 많은 점수를 획득한 유저가 승리한다는 것이다. "제한 시간 안에 많은 몬스터를 잡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말처럼 쉽진 않다.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검은 울음 평원에서 진행되는 '늑대 사냥대회'는 늑대를 잡아 늑대 꼬리를 가장 많이 납품하는 쪽이 우승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꼬리를 가져다 주는 장소는 3곳으로, 한 장소에 꼬리가 가득 차면 부득이하게 다른 장소로 가서 납품을 해야 한다. 얼마나 빠르게 사냥을 하느냐 외에도 사냥, 납품 위치 선정도 중요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벤트 앞에 '평화'라는 단어가 있을 때는 PK(플레이어 킬링)가 허용되지 않지만, 같은 이벤트도 '평화' 이벤트가 아닌 경우엔 PK가 허용되기도 한다. 이 때는 늑대를 잡아서 꼬리를 얻는 게 아니라 유저를 잡아서 꼬리를 약탈하는 무리들이 생겨난다. 잔혹하지만 이 방법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납품을 해야 하는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교전이 자주 발생하게 되고, 많은 꼬리를 가진 사람이 타깃이 되기 쉬워진다.
이벤트에서도 결국은 사냥이 메인이라는 점은 아쉬웠으나, 서사적 연결은 만족스러웠다. '늑대 사냥대회'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늑대 '이스케일'을 포함한 여러 늑대들과 맞서 싸운 '헨리'를 기리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TL> 특유의 서사 전달 방식인 과거의 장면들을 플레이로 체험하는 경험에서 '헨리'와 정이 들 무렵, '헨리'가 늑대들과 함께 불길 속에서 죽는 장면을 보고 나면, '늑대 사냥대회'가 단순한 사냥 경쟁 콘텐츠로만 느껴지진 않는다.
'별빛 비석 제전'은 '늑대 사냥대회'와 약간의 차이가 있다. 고블린을 처치해서 얻는 '별의 가루'를 비석에 바친다는 구조는 같지만, 이번에는 비석이 7개라서 변수가 더 많다. 이번에는 '별의 가루'를 바친 전체 양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닌, 각 비석마다 경쟁이 진행되며, 비석은 무작위로 하나씩 선택돼 먼저 선택된 비석이 빠르게 순위를 가리게 된다. 어떤 비석에 '별의 가루'를 바치느냐가 더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7개의 비석 중 5개 비석이 모두 순차적으로 선택되고 나면 자동적으로 마지막 2개의 비석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장소가 압축됐으니, 이 2개의 비석 앞에서 PK를 하거나, 평화 이벤트일 때는 유저들끼리 몸으로 다른 유저를 막는 현상도 벌어진다. 유저끼리의 충돌이 허용되는 시스템이 이렇게 몸으로 서로를 막아서는 진풍경을 만들기도 했다.
'초롱씨앗 대축제'는 여기서 또 다른 룰을 보여준다. 사냥으로 모은 씨앗을 가져다주면 전표로 바꿔주는 대상인 왓슨 삼형제가 사냥터 안에서 자리를 옮겨다니기 때문에, 삼형제의 위치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삼형제가 번갈아가며 일시적으로 씨앗을 2배의 전표로 바꿔주는 순간들이 있는데, 이 때부터 눈치 싸움이 시작된다. 예를 들어, 첫째와 둘째가 전표 2배 교환을 진행했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2배 교환은 막내에게서 진행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막내 주변에서 또 경쟁이 치열해지는 식이다.
'초롱씨앗 대축제'가 벌어지는 둥지 초원은 20레벨 초반 사냥터로, 지난 주말을 기준으로 비슷한 레벨의 유저가 많은 시기였기 때문인지 이벤트 진행 때 PK가 가장 많이 벌어졌다.
주인공 캐릭터는 '별의 힘'을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처음에는 '별의 힘'의 폭주를 막기 위해, 이후에는 '별의 힘'과 관련된 비밀들을 파헤치기 위해 움직이게 되는데, 별빛 천문대에서 만나는 '애시핸' 또한 '별의 힘'을 언급한다. 그녀의 아버지가 별의 힘의 소유자였던 것. '애시핸'은 앞을 보지 못 하는 소녀지만 그림을 그려내 사람들은 그녀의 그림을 두려워 한다.
더 높은 층에서 만나는 적들은 점점 패링에 요구되는 반응 속도가 빨라져 난이도가 높아졌고, 패링에 실패하면 잠시 상태 이상에 빠져서 다음 패턴을 연달아 맞는 경우가 많았다. 복잡한 컨트롤 없이도 나름의 전략성을 요구한 점은 좋았으나, 3층에서 기둥 위로 피해야 했던 패턴처럼 독특한 파훼법을 요구하는 보스가 적은 점은 아쉬웠다.
앞서 탑에서 만난 보스는 적정 레벨까지의 성장과 장비 세팅만 맞추면 피지컬로 잡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부터 기술하는 보스들은 함께 싸워야 하는 강력한 존재다. 검붉은 숲에서 등장하는 보스 '모르쿠스'는 특정 시간대에 등장하며, 보스가 등장할 장소도 미리 표시가 되기 때문에 그 곳에서 유저들이 집결한다. 보스가 등장하면 해당 지역에선 일시적으로 PK가 허용되고, 보스 전투가 시작된다.
반면, MMO 특유의 함께 싸우는 느낌은 잘 살아있었다. 다양한 무기와 스킬을 가진 유저들이 한 공간에서 싸우는 모습은 그 자체로 화려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캐릭터 성장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도 테스트 기간인 일주일 뿐이었고, 최대 레벨도 30레벨에 그쳤지만 차후 더 높은 레벨까지 오픈된다면 직업별 특징에 따른 전략도 조금씩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모르쿠스'와 '킹 마인붐'이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보스였다면, 이번 테스트 기간 단 두 차례만 모습을 드러낸 아크 보스 '퀸 블렌디'도 있었다. <TL> 테스트 기간 동안 재화나 아이템을 지급해준 타이밍은 '퀸 블렌디' 토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자연스레 유저들의 관심도 '퀸 블렌디'에 집중됐다. '퀸 블렌디' 보스전은 어땠을까?
확실히 '퀸 블렌디'는 다른 보스들과 달리 사망에 사망을 거듭하며 잡아야 하는 보스였다. 사막 밑에서 '퀸 블렌디'가 거대한 몸집을 드러내면 유저들은 일제히 공격을 퍼붓는데, '퀸 블렌디'가 한 번씩 강력한 공격을 할 때마다 순식간에 여러 플레이어들이 죽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단순한 괴성이 아닌 인간의 언어와 다른 언어를 쓴다는 것을 보스전 내내 강조한 점도 독특했다. 채팅창에 '퀸 블렌디'의 대사가 표시될 때도 알 수 없는 문자로 표시되기도 했다.
'퀸 블렌디'가 몸을 휘두르면 강력한 공격에 큰 대미지를 입고, 아래에서 위로 몸을 올리면 가까이 있던 유저들은 공중으로 높이 내던져지기도 했다. 바닥으로 몸을 숨겨 모래 지옥을 만들면 가운데로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유저들이 일제히 동물 변신을 해 더 빨리 밖으로 달리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종합해보면 <TL>의 이번 CBT에서는 MMO 특유의 함께 즐기고 경쟁하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그래픽이나 스토리 연출의 완성도에 비해 보스전의 전략성은 다소 아쉬웠다. 정식 출시 이후에는 '퀸 블렌디'와 같은 아크 보스의 압도적인 위압감은 그대로 유지하되, 더 다양한 패턴과 공략법이 추가되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