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와 콘솔로 출시하는데 자동 사냥이 있네?"
"자동 사냥을 하는데 패링이랑 체력 물약은 수동이네?"
<쓰론 앤 리버티>(TL) CBT를 플레이한 유저 반응 중 일부다. 해외 콘솔 유저들이 <TL>의 자동 사냥 시스템을 좋아할 수 있을까? MMORPG에 익숙한 국내 유저들은 <TL>의 여러 시도들을 좋게 평가할까? 실제로 이번 테스트를 통해 게임을 접한 유저들의 반응은 양분되었다.
특히 테스트 대상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경로로 게임을 접한 해외 스트리머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엔씨소프트의 주가 또한 CBT 시작 이후 이틀간 15% 하락하기도 했다. 정식 출시도 아닌 베타 테스트였지만 작지 않은 영향을 줄 만큼 중요한 신작임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한편, 지난 일주일 동안의 엔드 콘텐츠는 사실상 '퀸 블렌디' 보스 레이드였기 때문에 그간 개발팀이 강조한 '공성전' 등의 대규모 경쟁 콘텐츠는 아직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다. 시즌 패스 중심의 BM, 장비 파괴 없는 강화 등을 보면 달라진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BM의 조정으로 과금에 대한 부담을 줄여 더 많은 유저들이 '쟁' 콘텐츠까지 도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TL>의 기획 의도로 분석된다. 별도의 테스트 또는 정식 출시 이후에는 <TL>에 대한 평가에 반전이 있을까? 테스트를 진행한 디스이즈게임 기자 3인의 의견을 종합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김승준 기자, 안규현 기자
5월 24일부터 30일까지 <TL> CBT가 진행됐다.
# 호불호가 나뉘는 전투 방식, 너무 올드하다 vs 이게 더 익숙하다
이번 CBT에서 <TL>의 강점이 적진 않았다. 사진까지 활용하는 세밀한 커스터마이징, 꽤나 인상적이었던 캐릭터 디자인과 배경 그래픽, 일러스트와 풀더빙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다른 게임의 펫에 해당하는 아미토이와의 교감, 심리스로 구현된 오픈월드는 엔씨소프트가 이 게임에 얼마나 공을 많이 들였는지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었다.
하지만 다른 콘텐츠와 특징들은 유저층에 따라 평가가 나뉘고 있다.
스토리와 연출은 초반 몰입감을 높여 주었다.
하늘을 나는 고래로 대표되는 <TL>의 오픈월드
캐릭터와 맵 디자인을 포함한 그래픽은 뛰어났다.
거의 모든 구간에 풀더빙을 지원해 사냥과 강화를 진행하는 중에도 설정과 서사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 또한 많았다.
걸쇠를 이용한 상하 이동, 변신과 활공을 통한 탐험 등은 수평 이동의 제약을 풀어줬고, 맵의 디테일을 보면서 수집 요소를 찾는 재미까지 확보했다. '타이달의 탑'에서는 각 층마다 보스전 또는 여러 적들이 공격해오는 것을 방어하는 미션이 있는데, 이 중에는 걸쇠로 기둥 위로 피신해야 생존할 수 있는 보스 패턴도 있었다.
특정 지역의 지도 오픈 등 필수 콘텐츠에서도 상하 이동 및 활공이 공략법으로 제시되는 등 활용 방법에 대한 고민이 보였으나, 자동 진행이 익숙한 일부 유저들에겐 "어렵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상하 이동은 강조됐으나 상하 공격은 크게 활용되지 않은 점 또한 아쉬웠다.
패링을 활용한 방어 기술이나 자동 사용이 되지 않는 체력 물약도 마찬가지다. 세부적인 설정이 가능한 '스텔라포스'라는 이름의 자동 사냥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과는 달리, 적정 레벨의 사냥터에서 자동 사냥을 돌리면 죽음을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패링 방어 기술, 물약 사용은 정교한 컨트롤을 요구하진 않았지만, 자동 사냥이 주는 편리함과는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었다.
상하 이동이 강조됐지만 탐험에서만 주로 활용됐고
패링을 활용한 방어 기술 또한 자동 사냥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물론 이런 요소들을 의도된 불편함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체력 회복 스탯의 중요도를 강조하면서, 8시간 동안 지속되는 오프라인 자동 사냥이 만능이 아니게 조절하고, 자동 사냥과 자동 이동으로 다소 밋밋해질 수 있는 콘텐츠에 긴장감과 전략성을 부여한 건 사실이다. 이벤트에 따라 같은 지역에서도 PK 활성화 여부가 바뀌면서 일명 작업장에 대한 견제도 가능했다. 다만, RPG의 근간이 되는 사냥이 큰 재미를 주지 못했다.
특정 시간대에 진행되는 '늑대 사냥대회'와 같은 경쟁 이벤트가 좋은 예시다. '헨리'라는 캐릭터의 희생 서사와 연결 지어 몰입감을 높인 점, 꼬리를 납품하는 위치에 대한 판단, PK 활성화 유무에 따른 유저간 경쟁 구도에서 오는 긴장감 등 재미 요소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높은 점수를 얻어 좋은 보상을 얻으려면 꼬리를 모아야 하는데, 플레이어의 행동만 남기면 사냥 또는 유저와의 전투로 귀결됐다. 사냥과 전투가 재밌어야 다양한 룰의 경쟁 이벤트도 빛을 발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이번 테스트에서 엔드 콘텐츠의 위상으로 제시됐던 '퀸 블렌디' 토벌 같은 보스 레이드도 다양한 보스 패턴이 제시되긴 했다. 하지만 전투의 양상을 요약하면 '말뚝딜' 이후 보스와의 거리 조절을 하고, 다른 유저와 눈치 싸움을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준수한 그래픽과 매끄러운 액션 등은 눈을 즐겁게 해줬지만, 전투의 재미나 긴장감이 강점이라고 하기엔 다소 애매했다.
최적화 문제 또한 지적됐다. 낮은 사양의 컴퓨터로 플레이한 것이 아님에도 기자들 또한 던전에 입장하다가 게임이 튕기거나, 다시 재접속을 하기 위해 로그인 인증부터 새로 해야 하는 경험을 했고, 오류 팝업이 뜬 경우도 있었다. 4분기 정식 출시 이전까지 <TL>은 이런 아쉬운 목소리들을 잠식시킬 수 있을까?
경쟁 이벤트에서는 디테일한 룰, PK 여부에 따라 전략이 바뀌기도 했지만, 핵심은 사냥과 전투였다.
PK가 허용되지 않을 때는 유저들이 몸으로 이동 및 점수 교환을 방해하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캐릭터 '충돌'은 정식 출시 이후에도 여러 전략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사냥, 레이드, PK 등 전투가 여러 형태로 반복됐지만 큰 재미를 주진 못했다.
# 달라진 BM, 개발진의 의도는 보였다
이번 CBT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역시 달라진 BM이다. 테스트 첫날 유료 재화가 일정량 지급됐고, 상품들을 직접 구매할 수 있었는데, 주요 상품은 정액제 수준의 시즌 패스였다. 변신, 아미토이, 장비 컬렉션이 존재했으나, 전작들보다 수집 난이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확률형 아이템 상품 일명 '뽑기'도 없었다. 장비 파괴가 없는 강화 또한 특징이며, 전승 시스템 또한 존재해 장비 가치를 보존할 수 있었다.
물론 앞으로 더 매운 BM이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CBT에서 공개된 것보다 상위 등급의 아이템에서도 같은 강화, 전승 시스템이 유지될지도 확실치 않다. 또한 수월해진 수집, 성장이 마냥 좋은 것인지도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TL>이 상대 경쟁 게임이라면 유저들의 평균 성장 지점만 올라가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시즌 패스 위주의 상대적으로 가벼운 BM과
장비 파괴가 없는 강화가 눈에 띈다.
하지만 개발진이 <TL>에서 보여주고 싶은 의도는 파악할 수 있다. 과금에 대한 부담을 줄여 더 많은 유저들에게 핵심 콘텐츠인 '쟁'을 경험하게 하려는 것이다. "모두를 위한 플레이, Play for All"은 <TL>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경쟁의 중요성이 강조된 시스템은 <TL>의 곳곳에서 발견됐다. '늑대 사냥대회' 등의 경쟁 이벤트에서는 PK를 하는 유저가 훨씬 더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랭커만 사용할 수 있는 날씨 스킬 등은 상위권 유저들의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성장 랭킹 외에도 활동 랭킹이 있는 점 또한 독특했다.
이번 CBT에서 지역 점령 등 길드 단위의 '쟁'이 일부 소개되긴 했으나, '공성전'을 비롯한 더 큰 규모의 전투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CBT와는 다른 반응을 이끌어낼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
한편, 시즌 패스 중심의 BM으로 인해, 일명 핵과금으로 서버 상위권을 노리는 기존 리니지라이크 유저 및 스트리머들은 <TL>의 초반 진행에서 치고 달리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모두를 위한 플레이라는 <TL>의 방향성과 과금을 원하는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 엔씨소프트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번 CBT에서도 파티나 길드 단위의 전투가 있었지만 '공성전'을 포함한 더 큰 규모의 전투는 공개되지 않았다.
# 콘솔과 글로벌 시장, 4분기 출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TL> 디렉터스 프리뷰 영상에서 엔씨소프트 김택진 CCO는 "<TL>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Play for All'을 향해 개발됐고, 이런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하고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PC와 콘솔이라 생각한다. 모바일에서 느낄 수 없는 MMORPG만의 가치와 감성이 PC와 콘솔에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정식 출시 이후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 <TL>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2021년 기준 해외에서 PC게임(372억 달러, 약 49조 원)보다 콘솔게임(551억 달러, 약 73조 원)이 시장 규모가 더 큰 것을 알 수 있다. 2021년 글로벌 시장 안에서 국내 게임 시장의 비중은 PC게임 13.2%, 콘솔게임 1.7%였다.
이는 역설적으로 아시아지역을 제외한 서구권 게임시장에서 콘솔게임 시장을 배제하고는 성공을 논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플랫폼만으로 놓고 볼 때 콘솔게임기의 보급 수준은 PC게임 시장을 넘어섰다. 정리하면 콘솔게임 시장을 노려야 글로벌에서 성공의 확률이 더 커진다는 이야기이다.
참고로 <TL>의 글로벌 퍼블리싱은 아마존게임즈가 맡고 있다. 계약금은 57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아마존게임즈는 해당 계약을 통해 <TL>의 북미, 남미, 유럽, 일본 등을 포함한 글로벌 서비스 판권을 확보했다. 국내, 대만을 포함한 아시아 권역은 엔씨소프트가 직접 서비스한다. 엔씨소프트의 작년 연간 매출을 보면 국내 1조 6,246억 원, 아시아 6,252억 원, 북미와 유럽 1,650억 원이었다.
다만 해외의 유저들이 <TL>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 시점에서는 긍정보다 부정의 의견이 좀더 많다. 해외 유튜버들이 <TL> CBT에 대해 주로 비판한 지점은 '말뚝딜'과 자동 사냥, 타겟팅 공격 등이었다. 이동과 공격이 분리된 전투가 기존 트레일러 영상에서 보고 기대한 모습에 비해 단조롭고 아쉬웠다는 의견이 많았다. <TL>에 이동이 포함된 스킬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들은 일반적인 전투 상황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최적화에 대한 지적 또한 있었다.
하지만 준수한 그래픽이나 대규모 전투에 초점을 맞춘 시스템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같은 자동 사냥에 대해서도 최근 출시되는 동아시아 MMORPG의 일반적 특징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규모 PvP나 레이드 등에서는 자동 사냥으로만 해결되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차후 엔드게임 콘텐츠까지 더 봐야 알 수 있다"거나 "한국에서 진행된 베타 테스트에서의 전투 장면은 아쉽지만, 월드의 퀄리티나 공성전 등 충분히 재밌어 보이는 요소들도 있다"는 의견들이다.
4분기 정식 출시까지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언급된 다양한 불안 요소들을 모두 개선하기엔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고블린 선동꾼'을 찾지 못해 퀘스트 진행이 막혔던 사례들, 최적화 문제로 게임 이용에 불편을 겪은 경우처럼 상대적으로 시급한 문제들부터 개선하고, 핵심 콘텐츠인 '쟁'으로 유저 유입에 성공한다면, <TL>에 대한 반응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TL>은 콘솔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이번 CBT에서 얻은 피드백을 4분기 정식 출시 때까지 반영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