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브라운더스트>를 선보이며 한국을 비롯해 일본, 동남 아시아 등 나름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던 겜프스엔. 6월 22일부터 서비스를 개시한 <브라운더스트 2>는 바로 그 겜프스엔이 약 6년 만에 선보인 1편의 정식 후속작이다.
이번 2편은 개발사 대표가 게임을 소개하는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레트로 RPG를 기억하는 유저들에 대한 선물과도 같은 게임"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고전감성'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도 게임을 해보면 여러 의미에서 다른 경쟁작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만의 색깔이 굉장히 뚜렷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기본적으로 <브라운더스트 2>는 고전 RPG 감성의 비주얼. 그러니까 2D 비주얼이 굉장히 눈에 띄는 서브컬처 취향의 '캐릭터 수집형 게임' 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게임이다.
실제로 게임의 콘텐츠 흐름을 살펴보면 그 뼈대는 시장에 나와 있는 다른 캐릭터 수집형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1] 캐릭터 '뽑기'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코스튬)를 뽑고 → [2] 무기를 비롯한 장비를 뽑은 다음 → [3] '메인 시나리오'를 감상하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 [4] 각종 퀘스트를 클리어 하고 → [5] '파밍용 콘텐츠'를 열심히 돌면서 캐릭터의 스펙을 올리고 → [6] '도전형' 콘텐츠도 열심히 클리어하고 → [1]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면 또 뽑고 → 이하 무한 반복이라는 식.
하지만 <브라운더스트 2>는 기본적인 뼈대는 유사할지 몰라도, 이런 뼈대를 둘러싼 '포장지'와 게임을 구성하는 각종 요소들이 다른 게임들과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게임은 '80년대~90년대 유행한 콘솔 RPG의 감성을 재현한다'는 콘셉트로 게임의 여러 요소들을 꽉꽉 채워 놓고 있는데, '좀 과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레트로 RPG 콘셉트를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 게임은 유저가 무언가 콘텐츠를 플레이하고자 한다면, 해당 콘텐츠에 해당하는 '게임팩'을 가상의 게임기에 꼽아야만 즐길 수 있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가령 메인 스토리를 즐기고 싶다면 해당 콘텐츠에 해당하는 게임팩을 게임샵에서 '구매한 후', 가상의 게임기에서 구동 시켜야 즐길 수 있다는 식이다.
사실 이 행위 자체는 뭔가 있어 보여도 다른 게임에서 '콘텐츠' 버튼을 누르고 들어가 스테이지를 즐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저들에게 마치 '게임 속 게임'을 즐기는 것 같은 감성을 준다는 점. 그리고 각 게임팩 별로 콘셉트가 완전히 다르더라도 '이건 게임팩이니까' 라는 당위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영리하고 신선한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른 사소한 게임 요소 면에서도 '레트로 RPG'의 콘셉트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가령 이 게임은 캐릭터 HP가 0가 돼서 사망하면 '여관'으로 돌아가서 부활시킬 수 있다. 여관에서 '수면'을 선택하면 고전 <드래곤퀘스트>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같은 게임에서 '뭔가 많이 본 듯한' 연출과 BGM이 그대로 나오는 것은 덤.
적들과의 전투는 필드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들과 접촉하면 전투화면으로 넘어가는 방식이고, 필드와 던전은 각종 퍼즐과 돌발성 이벤트가 한가득 준비되어 있다. 단순하게 '비주얼만 레트로' 라고 생각하고 접속했다간 의외로 본격적으로 고전 RPG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당황할 수 있다. 덕분에 스토리 클리어에 도전하는 과정에서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아니라 인디 RPG 같다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
<브라운더스트 2>는 이렇게 '레트로' 그러니까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고전 명작 RPG'의 콘셉트를 잘 살리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요즘 캐릭터 수집형 게임들', 혹은 '요즘 트렌드'와 비교하면 다른 모습이 많다는 데서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가령 요즘 캐릭터 수집형 게임에서는 필드 이동을 포함한 전투까지, 일부 콘텐츠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콘텐츠를 '자동'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브라운더스트 2>는 아예 게임 플레이 중간 튜토리얼에서 "수동 조작을 권장한다"는 멘트가 대놓고 등장할 정도로 모든 콘텐츠가 수동 조작 지향인 모습을 보여준다.
'자동'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 생각 없이 자동 버튼만 누른다면 캐릭터가 '이동하던 도중에 피해야 할 오브젝트를 피하지 않아서' 의문사 당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정도다.
이러한 게임의 '다름'은 유저에 따라서는 굉장히 '신선함' 혹은 '잠깐 잊고 있었던 RPG의 재미' 로 다가오는 반면, 어떤 유저에게는 '낯섬' 혹은 '불편함, 고리타분함'으로 다가온다는 데서 그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릴 수 밖에 없다.
아무래도 고전 RPG를 해본 경험이 있거나 추억이 있는 유저라면 전자에 가까울 수 있지만, 최근의 서브컬처 게임. 정확하게는 '분재형' 서브컬처 캐릭터 수집형 게임을 주로 즐기고 있는 유저라면 후자에 조금 더 가까울 수 있다.
지난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브라운더스트> 1편은 굉장히 독특한 턴제 전략 전투를 선보여서 유저들의 눈길을 붙잡는 데 성공했지만, 동시에 '너무 어려워서' 마니악하다는 비판도 함께 받아야 했다. 이번 2편은 1편의 전투를 '핵심 재미'는 유지하면서, '보다 캐주얼하게' 바꾸었다는 데서 차별점을 보여준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전투는 턴제로 진행되며,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배치하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각자의 기믹에 따라 순서대로 캐릭터가 공격을 진행한다. 같은 라인의 적을 최우선 타겟팅하지만, 만약 타겟 대상이 중간에 죽거나 자리가 바뀌면 옆 라인의 적으로 타겟을 바꾼다.
여기까지는 1편과 동일하지만, 2편에서는 '스킬 사용' 여부와 타이밍을 플레이어가 직접 콘트롤할 수 있기에 보다 능동적으로 전투를 이끌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1편과 비교하면 필드의 넓이가 줄어들었고(전작은 3X9, 2편은 3X3), 배치되는 캐릭터의 숫자도 줄어들어서(전작은 9명, 2편은 5명) 보다 전투를 '손쉽게'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캐주얼해졌다고는 해도, 개별 캐릭터의 기믹이나 배치에 따라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한 데다. 무엇보다 '캐릭터의 위치를 한 칸 바꾸는 것 만으로도' 적 진영의 원턴킬과 아군 진영의 전멸이 갈릴 정도로 전략성이 강하다는. <브라운더스트> 특유의 소위 '전략갓겜' 스러운 면모는 2편에서도 건재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게임은 메인 스테이지를 포함해 대부분의 전투에서 '스펙으로 적을 압살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면'(소위 '딜로 찍어 누르기) 가급적 자동 전투가 아닌 수동 조작이 권장된다. 이런 면에서도 레트로 RPG를 즐기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동시에 '머리 쓰는 재미'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굉장히 만족하면서 즐길 수 있다.
전반적으로 <브라운더스트 2>는 소위 말하는 '양산형' 서브컬처 게임들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색깔, 그리고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게임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개발사가 주장하는 대로 '레트로 RPG'에 대한 로망과 추억이 남아 있는 유저라면 분명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인 것도 맞다.
다만 이 게임은 좀 더 세세하게 파고 들어가면 아무리 레트로 콘셉트라고 해도 그렇지, 2023년 기준으로 봤을 때 '과하개 불편하다' 거나, 콘셉트와는 관계없이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들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 게임은 '휴대폰으로 즐기는 것이 기본'인 모바일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UI나 여러 유저 편의 시스템 면에서 이런 '휴대폰 환경'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파티 구성'이나 '마을 내 여러 시설' 이용에 대한 접근성과 편의성이다. 이 게임은 '레트로 게임 스타일'로 콘텐츠를 클리어하다 보니, 인벤토리나 파티 구성 화면을 수시로 호출해서 들락날락해야 한다. 여관이나 주점, 게시판 같은 마을 내 주요 지점들도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퀵 메뉴' 같은 방식의 편의를 제공하는 기능이 없고, UI 또한 휴대폰에 최적화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귀찮고 또 답답하게 느껴진다.
게임 콘텐츠 뿐만 아니라 '외적'인 면에서도 이 게임은 요즘 게임들과는 여로 모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지점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현재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큰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BM. 그러니까 이 게임의 과금 모델 또한 일반적인 캐릭터 수집형 게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이 경우에는 호불호를 떠나 일방적으로 유저들의 비판을 받는다는 점에서 뼈 아프다.
<브라운더스트 2>는 전반적으로 일반적인 캐릭터 수집형 게임들이 채용하는 '캐릭터 뽑기'에 집중한 과금 상품들을 선보인다. 하지만 유저들이 '가혹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대표적으로 '유료'로 뽑을 수 있게 만든 장비 뽑기에서 '옵션' 마저 랜덤으로 붙는다는 점이나. 일반적으로 1만 원 미만의 가격을 책정하는 월정액이 무려 레트로 패키지 게임 1개 가격에 근접하는 '5만 5천 원' 이라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결국 <브라운더스트 2>는 게임 콘텐츠부터 BM에 이르기까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여러 가지 면에서 '자기만의 색깔'이 굉장히 뚜렷한 게임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호불호도 갈릴 수 있고 (BM의 경우에는 일방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지만), 게이머들이 어떤 시각으로 이 게임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정말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이 게임은 소위 '양산형 게임', 그러니까 '요즘 유행하는 요소들을 대충 결합한' 작품은 분명 아니라는 사실이다. 고전 RPG를 좋아했고, 그 시절의 감성에 공감한다면 분명 '레트로 RPG를 기억하는 유저들에 대한 선물과도 같은 게임' 이라는 게임의 소개가 납득이 될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고,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만큼 이 게임이 과연 서브컬처 게임, 나아가 대한민국 게임 시장에서 어떠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이후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