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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셋이 만든 게임이 '배틀필드'를 뛰어넘었다?

‘배틀비트’는 ‘배틀필드 2042’보다 나은 게임일까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3-07-06 18:50:21

“<배틀필드>는 <배틀비트>를 보고 배워라.”


신작 멀티플레이 FPS <배틀비트 리마스터드>(이하 배틀비트)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6월 15일 출시한 이래 스팀 플랫폼에서 매출 순위 2~4위에 오르는 등 크게 인기몰이 중이다.

이 게임의 흥행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배틀비트>는 단 3명으로 구성된 작은 개발팀이 만든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최대 127명 대 127명의 대규모 전투를 구현해 내면서 같은 장르인 <배틀필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배틀필드 2042>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전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스팀에서 <배틀비트>의 최대 동시접속자 수는 평균 5만여 명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배틀필드 2042>의 스팀 동시접속자 수는 하루 6,000명에서 13,000명 사이다. 물론 EA 데스크탑 앱, Xbox 게임패스, 콘솔 기기 등을 통해 접속하는 유저들을 누락한 수치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차이가 난다.

심지어 <배틀필드> 시리즈를 다루던 해외 유명 스트리머들마저 <배틀비트>를 집중적으로 플레이하는 현상이 발생하자, 팬들 사이에서는 ‘<배틀필드>가 배워야 한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정말 <배틀비트>는 <배틀필드>를 뛰어넘은 작품일까? 직접 플레이를 통해 살펴봤다.



# 효율적 그래픽

<배틀비트>의 대대적 인기가 놀라운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이 게임은 밀리터리 FPS 장르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매우 허술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배틀비트>의 로우폴리곤 아트스타일은 본격 밀리터리 게임보다는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캐주얼 게임에 훨씬 가깝다.

이는 현실적인 전장 묘사가 중요한 장르 특성상 불리한 지점이다. 특히 <배틀필드> 시리즈의 경우 여러 멀티플레이 FPS 중에서도 현실적인 그래픽으로 정평이 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유저들은 정작 ‘게임플레이가 재미있어서 그래픽은 금방 신경 쓰지 않게 된다’는 반응이다.

캐릭터 외양에서는 아무래도 웃음이 나지만

또한 게임을 실제로 플레이해 보면, 캐릭터 외관이나 차량, 주변 환경 등을 낮은 품질로 구현했을 뿐, 게임에 꼭 필요한 여러 그래픽 요소는 고퀄리티로 묘사된다는 사실을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예를 들어 총구 화염, 총탄의 궤적 및 스파크 표현, 연막 효과, 날씨/밤낮에 따른 광원의 변화 등에서는 리소스를 덜 아낀 모습이다.

블록 장난감 같은 외형의 플레이어 캐릭터 역시 자세나 동작 측면에서는 타 게임의 인간 캐릭터들만큼 자연스럽다. 덕분에 적 행동 파악이나 예측에서 큰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배틀비트>의 단순한 그래픽은 3명의 적은 인력으로 거대한 맵을 제작, 유지, 보수하고 대규모 플레이어를 한 라운드에 수용하기 위한 결정으로 바라볼 만하다. 게임플레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만한 필수 요소를 제외한 나머지의 그래픽 자원을 아낌으로써 이들은 ‘254명 동시 전투’를 실현할 수 있었다.

그 외 시각적 표현에서는 진지하다.


# 눈코 뜰 새 없는 전장

<배틀비트>의 그래픽이 플레이어 입장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또 한 가지 이유는 하드코어한 게임플레이다.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전투를 치르다 보면, 다소 우스꽝스러운 병사들의 외모는 어느새 신경 쓸 일이 되지 못한다.

<배틀비트>의 기본 시스템은 이론의 여지 없이 <배틀필드>를 직접적으로 참고하고 있다. 드넓은 전장, 분대 중심의 협동 구조, 돌격·의무·보급·정찰 등으로 나뉘는 병과 시스템, 다양한 장비, 오브젝트 파괴 메카닉, 점령 게임모드 등 <배틀필드> 시리즈가 확립해놓은 게임플레이를 상당 부분 그대로 빌려 왔다.

그러나 그 위에 다른 밀리터리 FPS 게임들에서 참고한 요소, 그리고 독자적인 시스템도 몇 가지 추가해 두었는데 이는 대부분 ‘리얼리티’ 혹은 ‘하드코어’에 방점이 찍혀 있다.

장전시 탄창의 잔탄이 유지된 상태로 수중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배틀비트>는 상당히 복잡한 장전 메카닉을 가지고 있다. 30발들이 탄창을 절반만 쓰고 재장전했을 경우, 15발이 들어있는 해당 탄창을 그 상태 그대로 회수한다. 따라서 만약 탄창 8개를 소지한 채 게임을 시작, 모두 절반만 쓰고 장전한다면, 나중에는 15발만 들어있는 탄창 8개를 가지게 되는 식이다.

이 상태로 적을 만나면 장전하더라도 최대 15발만 쏠 수 있기 때문에 전투에서 크게 불리해진다. 이를 방지하려면 틈날 때마다 ‘P’ 버튼을 길게 눌러 탄을 한쪽 탄창으로 몰아 정리해 줘야 한다.

‘전술 장전’ 개념도 존재한다. ‘R’ 키를 빠르게 두 번 누르면, 현재 탄창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새 탄창을 결합할 수 있다. 더 신속한 장전이 가능한 대신, 버린 탄창은 추후 직접 회수해야만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일견 불필요한 리얼리티 추구처럼 보이지만, 은연중 게임의 전반적 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다른 게임에서처럼 습관적 장전을 통해 항상 ‘꽉 찬 탄창’ 상태를 유지할 수 없으며, 장전 속도 자체도 느린 편이기에 플레이어들은 안전한 곳에 몸을 숨기는 시간이 주기적으로 필요해진다.

'기울여 쏘기'는 자주 취하게 되는 전술 행동


# 서로 어우러지는 메카닉들

몸을 자주 숨겨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상당히 짧은 TTK(캐릭터 사망까지의 평균 시간) 때문이다. 서로 근거리에서 마주친다면 약 1초의 짧은 순간에 생사가 결정되기도 할 정도로 TTK가 짧으며, 적의 수가 많다면 이 시간은 더 짧아진다.

이처럼 죽음이 쉽게 찾아오는 대신, 부활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쓰러진 아군을 안전한 곳에 옮기는 ‘끌고 가기’ 기능 덕분이다. 아군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라면 쓰러지더라도 높은 확률로 부활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공격에서도 나름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 좌우로 상체를 기울여 사격하는 메카닉, 분대 점수로 엄폐물을 설치하는 건설 메카닉 등을 통해서다.

이처럼 <배틀비트>를 구성하는 시스템 상당수는 상호 간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점이 인상적이다.

엄폐물을 건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본 TTK가 짧은 데다 캐릭터 외형상 머리가 큰 편이어서 헤드샷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데, 이 경우 유저들이 금방 사망해 허탈함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방지하는 시스템으로서 <배틀그라운드>와 유사한 ‘헬멧’ 개념이 존재한다.

병사들의 방탄 헬멧이 실제로 대미지를 막아주기 때문에, 헤드샷 사살을 위해서는 머리가 아닌 안면을 명중시켜야 한다. 대신 헬멧을 맞추면 파란색 히트마커로 사격한 쪽에 명확히 피드백 해줄 뿐만 아니라 헬멧을 파괴할 수도 있어, 쏘는 사람 역시 무력함을 덜 느끼도록 안배했다.

또한 전장이 넓고, 병사의 수가 많은 만큼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를 원거리 총탄과 폭발물에 사망할 확률이 높은 편인데, 이런 허무함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저격 무기와 RPG 사용에 여러 제약을 적용해 뒀다. 저격총의 경우 발사 후 클릭을 한 번 더 해서 탄피 배출을 직접 완수해야 한다. RPG의 경우 누워 있는 상태에서는 아예 발사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적의 방탄 헬멧을 맞추면 파란색 히트마커로 알려준다.


# 기획이 눈에 보이는 게임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배틀비트>가 완벽한 게임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불명확한 상호작용 범위, 가끔 키 입력이 무시되는 버그, 어색한 차량 조작감 등 게임플레이를 방해하는 분명한 기술적 문제들이 존재한다.

오로지 맨눈으로 적을 식별해야 하는 데 반해 맵은 방대하고 복잡하며 복층 건물이 많아 ‘급습’이나 ‘의문사’의 피로도가 높은 것 또한 단점으로 꼽을 만하다.

또한 짧은 TTK와 많은 인원수로 인해 몇몇 유저가 마음먹고 전선의 ‘밀당’이나 우회 기동 전술을 성공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전선 교착 상태에서 서로 공격만 주고받는 일이 잦다는 사실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전선이 쉽게 이동하지 않는 편이다.

전략적 선택들이 조금 더 전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배틀필드> 시리즈의 재미를 100% 대체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말하는 데는 어폐가 있다. 또한 <배틀필드>에 비해 특수 가젯과 전투 장비의 수가 적어 다양하고 창의적인 게임플레이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점, 비주얼과 물리 효과의 완성도 차이에서 오는 기본적 플레이 감각의 격차 등은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다.

그러나 <배틀필드> 최신작인 <배틀필드 2042>에 한정해 비교했을 때 <배틀비트>의 게임 설계가 돋보이는 지점 또한 분명하다. 게임의 각 요소가 전반적 기획 의도를 뚜렷이 반영해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상기 언급한 <배틀비트>의 시스템은 한데 어우러져 <배틀필드> 만큼 자유도 높고 복잡하면서도 더 하드코어한 대규모 전투 경험을 지향하고 있다. <배틀필드> 보다 월등히 높은 총기 반동, 폭발물 인디케이터나 미니맵 등 편의성 UI의 부재에서도 그러한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패닉에 빠질 법한 하드코어한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결과적으로 <배틀비트>에서 유저들은 “내가 살려줄게!” 따위의 보이스 챗을 줄곧 외쳐대는 주변의 과몰입 동료들과 함께 죽음이 난무하는 하드코어한 전장 상황을 만끽할 수 있다. 이는 슈퍼솔져들의 샌드박스식 싸움터(전쟁터가 아니다)가 된 <배틀필드>의 최근 방향성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더 나아가 게임을 수놓은 온갖 게이머 친화적 디테일들 역시 비교되는 지점이다.

죽은 상대방의 목소리를 잠시 들을 수 있게 해주는 VoIP(근접 보이스 채팅) 기능, 라운드 종료 시 출력되는 상세한 피드백 설문, <배틀필드 2042>에서 누락되어 원성을 샀던 서버 브라우저와 맵 투표 기능 등, 오로지 재미의 개선과 강화를 위해 마련된 여러 장치가 유저를 웃음 짓게 한다.

유서 깊은 독자적 시리즈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장르 팬 유치에 성공한 결과론적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이들의 진심과 노력을 짐작할 만하다. ‘사상 최대의 전장’, ‘개성 넘치는 캐릭터’ 등 시리즈 전통을 오독한 듯한 게임성을 내세웠다가 비판받은 <배틀필드 2042> 제작진은 분명 <배틀비트> 제작진의 접근법에서 참고할 지점이 많아 보인다.

상세한 맵 설문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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