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퍼즐 게임을? 그것도 <쓰론 앤 리버티>(이하 TL)의 아미토이로?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퍼즈업 아미토이>는 잘 만든 3매치 퍼즐 게임이었다. 퍼즐은 <애니팡>, <캔디 크러시 사가>처럼 잘 만든 3매치 게임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게임성을 보여줬고, 매운 과금도 없었다. 심지어 게임플레이를 위한 하트도 넉넉했고, 퍼즐의 난이도도 지독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순한맛을 추구한 것이 특징적이었다.
그런데 뭔가 매력이 부족했다. '아미토이'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게임 곳곳에 잔잔하게 녹아들어 있지만 이 캐릭터를 꼭 가지고 싶다거나 육성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들지 않았다. <TL>의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였던 아미토이 캐릭터들이 왜 이번 신작에서는 그 매력을 다 뽐내지 못했을까? 오늘(26일) 아침 출시된 <퍼즈업 아미토이>의 100레벨까지 진행하며 그 이유를 분석해봤다.
3매치 퍼즐 게임을 좋아하시는가? <퍼즈업 아미토이>의 게임성도 기저에 깔린 문법은 다른 게임과 유사하다. 같은 색의 오브젝트를 3개를 모으면 터트릴 수 있고, 4개, 5개부터 줄 폭탄, 유도 폭탄, 범위 폭탄, 같은 오브젝트를 전부 파괴하는 무지개 폭탄을 갖추고 있는 등 우리에게 익숙한 시원한 콤보로 이어진다.
그런데 <퍼즈업 아미토이>에서 눈에 띄는 차별점은 우측 하단의 방향키다. 게임에서는 '바람'의 방향을 바꾼다고 설명했지만, 중력의 방향을 바꾼다고 이해하면 더 쉬울 것이다. 화면 위의 오브젝트들이 떨어지는 방향을 바꿀 수 있다. 특정 블록으로 인해 위에서 아래로 채우는 길이 막혔다면, 방향을 바꿔서 시도하면 된다.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꾸다 보면 오브젝트를 직접 옮기는 것 이상으로 퍼즐이 더 수월하게 풀릴 때도 있었다.
떨어지는 방향을 바꾸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의도된 스테이지들도 다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방향을 바꾸는 것에는 이동 횟수가 소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브젝트를 직접적으로 터치해 움직이는 것만 카운트된다. 부담은 줄이고, 재미는 키운 선택이었다. 방향을 원할 때마다 바꾸면서 특수 블록을 만들기도 훨씬 쉬워졌고, 이를 통해 대부분의 스테이지는 큰 어려움 없이 깰 수 있었을 정도로 강력한 능력이었다.
<퍼즈업 아미토이>의 이런 독특한 게임성은 엔씨소프트가 2017년 출시했던 <아라미 퍼즈벤처>의 아이디어를 계승한 것이다.
<애니팡>이나 <캔디 크러시 사가> 등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3매치 퍼즐 게임의 관건 중 하나는 '적당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난이도' 안에서 '질리지 않는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퍼즈업 아미토이>는 이 지점에서 기대 이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보여줬다.
특수한 타일 위에서 부수기, 얼어붙은 오브젝트 주변에서 퍼즐을 맞춰 얼음을 녹이기, 특수 블록의 공격으로 상자나 사슬을 부수는 것과 같은 익숙한 기믹들도 있었다. 하지만, 독특한 아이이어들이 몇몇 눈을 사로잡았다.
예를 들어, N극과 S극 오브젝트를 같은 줄에 오게 만들면 자석이 서로 강하게 붙으면서 그 사이에 있던 오브젝트는 모두 파괴된다거나, 편지 봉투 주변에서 퍼즐을 맞춰 우편물을 꺼내고, 오브젝트가 떨어지는 방향을 일치시켜야 안에 든 병아리를 꺼낼 수 있는 부화기 등이 있었다.
엔씨소프트가 <퍼즈업 아미토이>에서 만큼은 이미지 쇄신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BM도 평범한 수준이었고, 100레벨(스테이지)까지 진행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은 구간도 없었다.
35레벨(스테이지) 이후부터 클랜에 가입할 수 있는데, 클랜원들끼리 하트를 주고 받을 수 있고, 하트를 준 플레이어에게는 100골드의 보상도 지급된다. 그런데 이 하트 조차도 그리 부족하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다른 3매치 퍼즐 게임들이 시도 횟수마다 신발 등의 재화를 소모하는 반면, <퍼즈업 아미토이>의 하트는 스테이지 클리어를 실패할 때만 차감된다. 즉, 클리어에 성공만 한다면 하트가 소모될 일이 없다.
<퍼즈업 아미토이>의 스테이지와 하트는 2가지 종류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인 형태의 스테이지는 3성 클리어와 골드 보상이 주어지며, 나이트 하트를 소모하는 나이트 모드는 블록의 종류와 기믹 등이 변형된 하드 모드에 가까운 스테이지로, 스킨 코인 등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다.
클랜 전용 스테이지인 점령전과 운명의 탑도 준비되어 있다. 점령전은 엔씨에서 개발 중인 <프로젝트 G>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한 거점 확보 경쟁전이다. 자신이 속한 클랜 거점에서 시작해 인접한 육각형 거점들을 확보하며, 최종적으로 깃발 거점을 가장 많이 점령한 클랜이 승리하는 구조다. 빈 거점을 노리면 바로 점령할 수 있지만, 다른 클랜이 더 높은 점수로 클리어하면 해당 거점을 빼앗길 수 있다.
점령전은 10월 6일 오전에 오픈 예정이며, 클랜끼리의 경쟁은 일주일 단위로 지속되고, 매주 리셋되는 형태다.
운명의 탑은 클랜 내부 경쟁전으로, 클랜원들끼리 탑의 더 높은 곳까지 클리어하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된다. 점령전에서 상대 거점을 뺏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아이템이 순위 보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운명의 탑과 점령전이 연계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운명의 탑은 10월 3일 아침에 오픈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출시 게임이기에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콘텐츠를 오픈한다"고 전했다.
<TL> 베타테스트 당시 플레이어의 옆에서 귀여운 목소리와 몸짓으로 경쾌한 분위기를 조성해줬던 '아미토이' 헤르피는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퍼즈업 아미토이>가 출시되면 꼭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도 3매치 퍼즐 게임에 대한 기대보다는 헤르피의 다른 모습을 보기 위함이 더 컸다. 그런데, <퍼즈업 아미토이>는 기대와 정반대였다. 생각보다 퍼즐이 재밌었고, 아미토이는 매력이 약했던 것이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퍼즐을 푸는 화면에서 아미토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뿌요뿌요 테트리스>같은 게임을 생각해보면 게임 진행 중에 캐릭터가 옆에서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퍼즈업 아미토이>에서는 그런 연출은 없었다.
아미토이는 일종의 파견이라고 볼 수 있는 '소원 빌기'에서도 활약하고, 스테이지 진행 중 10턴 마다 특정 확률로 기본 블록을 5개씩 제거하는 등의 능력 등으로 게임을 보조하지만, 그 존재감은 약했다. 같은 특수 능력을 가진 다른 어떤 캐릭터로 대체해도 이상할 게 없었던 것이다.
물론, 게임 곳곳에 아미토이의 흔적이 녹아있긴 하다. 바람처럼 날아다니던 헤르피의 특성을 따서 오브젝트가 떨어지는 방향 조절을 '중력'이 아닌 '바람'을 바꾼다고 표현했다. 아미토이가 봉제 인형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오브젝트는 단추로 만들고, 바구니에서 솜을 꺼내는 퍼즐 기믹을 추가하는 등 여러 특징을 담아낸 것이 보였다.
다만, 100레벨(스테이지)까지 진행하는 동안 아미토이와 함께 나아간다는 느낌을 크게 받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니 차후 업데이트를 통해 아미토이의 매력을 더 보여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