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분들께 자신 있게 추천해 드릴 수 있는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 <장미와 동백: 호화찬란 버전>(이하 장미와 동백)입니다. <장미와 동백>은 ('싸대기'라는 표현이 보다 입에 감기지만) 뺨 때리기로 공격과 방어 심리전을 펼치는 게임입니다.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 특별한 이유는 조이콘을 이용한 모션 인식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마우스 클릭 또는 화면 스와이프로 조작했던 PC, 모바일 버전과 달리 진짜 '싸대기'를 날릴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무려 1:1 로컬 대전까지 지원하는데요.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스트레스 풀리는 게임, 옆에서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지는 게임, <장미와 동백>을 소개합니다. 참고로 가격은 14,000원입니다.
게임을 실행하면 옛날 애니메이션 느낌이 물씬 나는 오프닝 뮤비가 유저를 맞습니다.
<장미와 동백>은 2007년 플래시게임으로 만들어진 동명 시리즈의 완전판입니다. 기존 <장미와 동백> 시리즈는 1편과 2편, 개발사 니고로의 <라 루마나>라는 다른 타이틀과의 콜라보 버전이 있었는데요. 스위치 판에는 기존에 발매된 모든 버전에 더해 새로 추가된 에피소드 3, 4편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리즈의 시작, <장미와 동백> 첫 번째 시나리오 '전설의 장미 며느리'는 일본 귀족 가문의 며느리 츠바키코지 레이코가 시댁과의 갈등을 딛고 가문의 수장으로 거듭나는 이야기입니다. 레이코는 (<장미와 동백> 내 표현에 따르면) 천민 출신으로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천대받아 왔는데요.
조이콘 조작으로 때리는 '싸대기'는
묘한 손맛이 있습니다.
명문가 츠바키코지 가는 '싸대기'라는 유서 깊은 격투기술을통해 서열을 정하는 명예로운(?) 가문인데요. 레이코는 싸대기를 익혀 자신을 무시하는 츠바키코지 가문에 반기를 들고 자신이 전설로만 전해져 오는 '장미의 며느리'임을 보이게 됩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가문 내의 대결이라는 설정은 희미해져 갑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레이코에게 진 츠바키고지 가문의 차녀 사오리가 복수를 시작하는 내용이지만, 세 번째 시나리오에선 가문의 메이드가 정식 메이드가 되기 위해 전 세계를 돌며 뺨 때리기 수행을 하고, 네 번째 시나리오에선 가문의 장녀가 침입자들에 뺨 때리기로 맞서는 등 뒤로 갈수록 "설정은 아무래도 좋다"는 느낌입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개그 코드는 일본식 만담을 좋아하신다면 분명 취향에 맞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모바일 버전의 번역을 거의 그대로 가져와 "무지개 반사" 등 고풍스런 분위기와 맞지 않는 부분이 간혹 눈에 띄었습니다.
'흙수저', '안 쫄아요' 등 번역이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장미와 동백>의 규칙은 간단합니다. 공격 차례인 '장미' 페이즈에는 주어진 시간 내 1번 상대방의 뺨을 때릴 수 있습니다. 방어 차례인 '동백' 페이즈에는 상대의 뺨 때리기를 피하고 반격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여 먼저 체력이 떨어지는 쪽이 패배합니다.
<장미와 동백>은 공격과 회피 모두 조이콘을 통한 모션 인식 조작을 지원합니다. 모션 인식 조작감은 좋은 편입니다. 등장하는 적의 체력 유불리에 따라서 판정에 약간의 보정이 들어간다는 감각이 있었지만, 불합리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닙니다.
모션 인식을 통한 조작, 게임 사운드, 피격 일러스트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훌륭한 '타격감'을 자아냈습니다. 비록 타격감이라는 단어는 명확히 정의하기 힘들지만, <장미와 동백>의 경험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말이 떠오르지 않네요. 스트레스가 풀릴 정도입니다.
쌍싸대기를 지속 시간 동안에는
조이콘을 휘두른 만큼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가끔 많은 공격을 적중하면 전용 UI와 함께 등장하는 '쌍싸대기'를 때릴 때는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는 너무 몰입해서 열심히 좌우로 후려친 나머지, 다음 날 어깨 통증으로 병원에 다녀와야 했습니다(...).
참고로 조이콘을 살짝살짝 움직여도 플레이는 가능하지만, 되도록 캐릭터에 이입하여 조작하는 것이 보다 <장미와 동백>을 재밌게 즐기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이런 <장미와 동백>의 조이콘 조작은 1대 1 로컬 대전에서 빛을 발하는데요. 두 명이 TV를 앞에 두고 옆에 나란히 서서 뺨 때리기 공격을 주고받는 경험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에피소드 1의 보스인 대모는 주먹을 사용하는데, 뒤로 갈 수록 이는 약과입니다.
가끔 2번 공격하는 패턴이 있는데, 열받는 표정을 짓습니다.
각 에피소드에는 4명에서 5명의 적이 등장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등장하는 적의 체력이 늘어서 플레이타임이 꽤 오래 걸리기도 하죠. 하지만 <장미와 동백>은 반복적인 플레이 패턴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질린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우선 등장하는 적의 기술이 모두 다릅니다. 기본적인 회피 타이밍부터, 페이크를 주고 때리는 적이나 체력이 감소하면 2페이즈에 들어서 다른 공격 방식을 사용하는 적 등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습니다.
가문의 메이드인 미기코와 히다리코. 싸우다 보면 한쪽만 점점 볼이 부어오릅니다.
또한 코믹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의 역할도 컸는데요. 기본적으로 간단한 만담(?) 후에 대전을 진행하는데, 대화를 통해 대략적으로 소개된 캐릭터의 성격이 대전에선 어떻게 표현되고 또 어떻게 망가지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일례로 에피소드 3에는 유달리 그림체가 다른 한 캐릭터가 있습니다. 계속 뺨을 때리다 보면 가면이 부숴지고 공격 패턴이 바뀌는데, 2페이즈에선 중국 무술을 사용하고 종래에는 발차기까지 사용합니다. 이쯤 되면 뺨 때리기가 아니라 이종 격투기가 아닌가 싶지만... 재밌으니 아무렴 괜찮지 않을까요?
중국 대표 메이드 메이☆모에스는 발차기까지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