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안팎의 게임은 현재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라이엇은 2009년부터 인기를 누려온 챔피언의 이야기를 게임을 통해 깊이 있게 소개하는 한편,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계급장'을 떼고도 충분히 잘 만든 어드벤처 게임으로 평가한다. <저니>가 떠오르는 배경 디자인과 연출은 물론, 한국어 더빙을 삽입하며 재미의 깊이를 더했다.
<누누의 노래>는 지극히 '검증된' 스토리라인을 취하고 있다. 그러니까, 재미가 없을 수 없는 이야기 말이다. 꼬마 소년이 엄마를 잃고 찾아 나서는 여정. 든든한 조력자가 소년을 도우면서 날로 우정을 더하고, 온갖 시련이 튀어나와 모험을 꼬이게 만든다. 급기야 그간 소년을 돕던 조력자까지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날로 성숙해지는 소년은 그 모든 난관을 딛고 진실의 문 앞에 다가선다.
얼핏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지만, <누누의 노래>는 이제는 하나의 문화가 된 <리그 오브 레전드>와 조응하며 흥미로워진다. '프렐요드의 심장'인 브라움은 대단히 정의롭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누누와 윌럼프를 위해 목숨을 내건 싸움에 동참한다. 오직 자연만을 생각하는 볼리베어는 침입자인 누누와 윌럼프를 해하려고 하지만, 끝내 귀여워하며 자신의 표효에 집중하라고 권한다. 플레이어는 누누와 윌럼프를 조종해 용암 동굴로 내려가 대장장이 오른이 주는 퀘스트를 수행할 수도 있다.
메인 빌런 리산드라와의 갈등은 이 게임의 핵심 줄거리다. <누누의 노래>에서 리산드라는 검은 얼음을 조종하며 프렐요드를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마녀로 드러나면서도, 건너선 안 될 강을 건넌 존재로서 소년과 설인의 조력을 필요로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갈등 구조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오랜 팬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며,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용어집을 통해서 설정을 이해하며 이야기를 진행할 만하다.
<누누의 노래>의 컷씬과 연출 또한 몰입도가 높다. 누누는 몽유병을 앓기 때문에 밤마다 엄마를 찾다가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고, 그 설정이 게임에서 누누의 꿈과 현실을 조금씩 진행시킨다. 프렐요드의 이야기 때문에 설원만 떠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누누와 윌럼프는 평야, 명계(冥界), 날개 달린 산, 설인의 고향 '람샤라'를 바삐 오간다. 공간들 또한 시각적으로 대단히 만족스럽다.
누누와 윌럼프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길잃은 바이킹(한 명이 여러 캐릭터를 조종함)이나 초갈(두 명이 함께 조작함)처럼 극단적인 사례를 제외하고는 보통은 MOBA에서는 하나의 캐릭터로 플레이를 진행하게 된다. 누누와 윌럼프는 사실상 하나의 챔피언이지만, 절대 떼놓을 수 없는 두개의 캐릭터가 한 몸이 되어 플레이한다.
<누누의 노래>는 그런 성격을 제대로 보여준다.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누누만을 조작하다가, 필요할 때 윌럼프의 등 위에 올라타서 '누누와 윌럼프'로 게임을 하게 된다. 개발사 데킬라 웍스는 이 구조를 불편하지 않게 구성했는데, 플레이어는 진행 단계에 따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퍼즐풀이에서 필용한 요소들을 차근차근 학습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이동과 점프에 대해 배우다가, 둘이 한 몸이 되어 더 이동 범주가 커지는 것을 배우고, 누누가 눈덩이를 던지고, 윌럼프가 근접기를 날리는 것을 학습한 뒤, 누누가 피리 '스벨손구르'를 불어서 장애물을 파훼한다. 이윽고 플레이어는 AI 윌럼프를 특정 지점으로 보내기 위해서 누누를 직접 조종해 장애물을 치워주는 지경에 이른다. 이 경지에서 <누누의 노래>는 '<잇 테이크 투>를 혼자서 플레이한다'는 감각을 준다. 혼자서 머리를 싸매는 플레이어를 놀리기도 하고 응원하기도 하는 윌럼프는 대책 없이 귀엽다.
리산드라에 의해 납치된 윌럼프를 구하러 가는 후반부의 페이즈는 친구 없이 게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는지 일러주는 듯하기도 하다. 이때 플레이어는 그간 시도한 적 없던 잠입 액션의 방식으로 윌럼프를 만나야 한다. 게임은 플랫포머, 실시간 액션, 잠입, 스키(윌럼프를 타고 장애물을 피하는 미니게임이 있다) 등 지치지 않고 여러 방식을 보여준다.
이렇게 플레이어로 하여금 지루할 틈을 주지 않을 뿐더러 하나 하나가 대단히 어렵다는 인상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플레이하기에 좋겠다'라는 인상이다. 한국어 더빙을 지원,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 목소리를 <누누의 노래>에서도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싱글 플레이 게임에 한국어 더빙이라니, 칭찬할 만하지 않은가?
오랜 게임 재미 불감증을 겪은 기자는 <누누의 노래>를 플레이하면서 줄곧 감동을 받았다. 세파에 찌들어버린 기자는 누누와 윌럼프의 우정이 아동 영화의 그것처럼 맹목적이어서 왠지 가슴이 아팠다.
또 장르적으로도 기자가 가장 열정적인 게이머였던 2000년대 초반, 3D 플랫포머 게임의 전성기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에 감동이 더 컸다. <슈퍼 마리오 64>나 <라쳇 & 클랭크> 같은 게임들이 보여주던, 아이들 시켜도 전혀 문제가 없는 무해하면서 톡톡 튀는 만화적 연출이 들어간 게임들 말이다. <셀레스트> 같은 픽셀 단위의 정교함은 없지만, 나름 그런대로 좋은 조작 감각을 주는 그런 게임들.
그런 점에서 <누누의 노래>가 (대중적으로) 시대 착오적인 기획은 아니었나 생각을 해보지만, 온갖 남탓이 난무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로 이런 따뜻한 이야기도 만들어 선보일 수 있다니. 대단히 좋은 일 아닌가?
32,000원이 비싸다는 의견이 있다. 기자의 기억이 맞다면, 2000년대 초반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가격이다. 이제 공기밥도 2,000원이라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