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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X 한 번 쌀 때마다 나라에 100원씩 내세요...게임 '래토피아' 리뷰

꼬우면 당신이 공주 하시든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신동하(그리던) 2023-11-09 10:22:08

레트로폴리스 개발사인 카셀게임즈의 신작 <래토피아>가 출시되었다. 

<래토피아>는 모종의 이유로 왕국을 떠나온 공주쥐가 새로운 마을을 꾸린다는 내용의 도시 건설 게임이다. 공주는 직접 건물을 건설하거나 언데드 쥐들에 맞서 싸우기도 하고 여러 법을 만들어 국정을 돌봐야만 한다. 

게임은 출시 전 데모버전부터 여러 게임쇼와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참가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특히 중독성 있는 게임 플레이와 전작을 계승한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한 아트 스타일이 매력적이라는 평이 많았다. 게임 시간으로 12일까지만 체험할 수 있었던 데모 버전과는 달리, 이번 얼리액세스는 무기한으로 왕국의 규모를 키울 수 있게 되었다. 어떤 해괴한 법을 만들어 우리의 쥐들을 쥐어짤 수 있게 되었을까? 

실제로 플레이해 본 <래토피아>는 아직 개선할 사항이 많지만 이틀 동안 총 23.5시간을 플레이할 정도로 멈출 수 없는 사랑스러움의 연속이었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세금을 내는 이상한 사회 실험부터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알아낸 필승 초반 빌드까지 지면에 담아보았다.




# 이게 공주야 작업반장이야 ... 드레스 차려 입고 끝없이 '철근' 나르기


우리의 공주님은 데모 때 봤던 것보다 더욱 사랑스러워졌다. 얼리액세스 버전에는 기존 데모 버전에는 없던 '꾸미기' 기능이 생겨서 '머리카락', '피부색', '복장', '성격' 등의 특성을 직접 정할 수 있다. 아직 각 품목별로 세 개에서 다섯 개 정도의 아이템밖에 없지만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이후로는 캐주얼한 도시건설 게임이다. 여러 스탯들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도시의 규모를 키워나가면 된다. 처음에는 스탯이 낮아서 물건도 한 번에 세 개씩밖에 못 들고, 보폭도 짧아서 멀리까지 이동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이 귀엽고 앙증맞은 공주님에게 철근을 들리다 보면은 공주가 아닌 작업반장의 냄새를 풀풀 풍기며 어지간한 장정보다 힘도 세고 빨라진다. 다만, 처음에 저지른 조그마한 판단미스들은 나중에 스노우볼처럼 크게 굴러오니 신중하게 도시를 설계하자.

주민들과의 소통은 <컬트 오브 더 램>에서 마을을 경영할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주민들은 <폴아웃 쉘터>에서 쉘터의 출입구를 닮은 '도시 입구'를 건설해야 해금된다. 여러 이유로 본래의 터전을 떠나온 이주민들은 살기 위해 이곳의 문을 두드린다는 설정이다. 이주민들의 특성에 마우스를 대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다면 가족으로 맞이할 수 있다. 이때, 한 번에 한 무리의 쥐들을 받을 수 있으며 종종 뇌물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집나 올 때 싸들고 온 가보같은 느낌이라 어딘가 짠하다.
데모 버전때는 없던 '꾸미기' 기능도 생겼다. 이제는 공주님의 외관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차콜색도 다크 엘프처럼 귀엽지만, 역시 '근본' 조합이 최고다.


드레스 입고 도끼질도 조금 하고
호미질과 삽질, 괭이질도 자주 한다.


이 문과 상호작용하면 집을 잃은 이주민들이 간택을 부탁한다.
각자 집을 잃고 떠도는 이유가 귀엽지만 슬프다.


얘는 우리 마을에서 가장 게으른 쥐다. 디버프도 꽤 심한 편이다.
왜 뽑았냐고 물어보겠지만, 콧수염이 너무 귀여웠다.


광질을 할 때는 <마인크래프트>처럼 계단식으로 파야한다. 
어떻게 올라갈지 생각을 안한 상태라면 이렇게 고립될 수 있다.


주민들은 종종 이런 제안을 하기도 한다.
UI 상으로 좌측 최상단에 표시되는데, 공주가 직접 제안을 하는 쥐들을 잡으러 다녀야 한다.
그런데 쥐들이 많고 빨라서 잡기 힘들다.


# 앞으로 X 한 번 쌀 때마다 나라에 100원씩 내세요


번영도 2를 달성하면 <래토피아>의 진짜 면모가 모습을 드러낸다.

<래토피아>의 주민들은 나름의 경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벌목꾼이라는 직업을 부여받은 쥐가 있다고 해보자. 이 쥐는 낮 시간 동안 특정 범위의 타일에 있는 나무들을 벌목한 후 나라에 납품하여 돈을 번다. 나라는 이 가공된 목재로 여러 건물을 짓고 건설 노동을 하는 생쥐들은 건축을 도와주고 나라로부터 돈을 받는다. 그후 각각의 생쥐들은 공연장에 가거나, 맥주를 마시는 등의 행동을 하며 각자의 돈을 사용하는 식이다.

이때, 번영도 2를 달성하면 '법전'을 짓고 '법'을 만들어 공표할 수 있게 된다.

'법'은 다른 도시 건축 게임들보다 꽤나 구체적이다. 플레이어는 총 네 가지 법을 만들 수 있다. '세법', '상법', '노동법', '복지법'이 그것이다. 그 세부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일례로 '세법'에는 시민들에게 일정 비율을 걷는 '시민법' 외에도 특정 자원을 이용할 때마다 돈을 내는 '자원법', 특정 건물을 이용할 때마다 돈을 내는 '건조물 이용법'이 있다. 매번 일정 금액을 내게 할 수도, 재산을 일정 비율을 내게 할 수도 있다. 그에 따라서 창고에서 곡물을 꺼내갈 때마다 돈을 내도록 할 수도 있고,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돈을 뜯을 수도 있다.

<래토피아> 속 세법 제정 페이지

<래토피아> 속 상법 제정 페이지

'노동법'과 '복지법'은 더욱 매력적이다. '노동법'은 사람들에게 일과 시간을 정해줄 수 있다. 노동 시간은 물론 휴식시간과 자유시간도 설정할 수 있다. 이때, 직업별로 주로 활동하는 시간이 다르다 보니 일괄로 처리하기 힘들다. 이럴 경우 '시민 명부'를 만들어서 주민들을 구분하고, 그 분류에 따라서 처리할 수 있다.

<래토피아>의 세상에도 계층이 존재한다. 종종 정책에 따라서 '파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더이상 뒤가 없다고 판단한 쥐들은 범죄를 저지르거나 역성혁명의 꿈을 안고 반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개체들이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보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래토피아> 속 노동법 제정 페이지


<래토피아> 속 복지법 제정 페이지


# 제 말 믿고 딱 세 시간만 버텨보세요. 족보도 드릴게요


번영도가 레벨 2로 오르는 건 비교적 쉬운 편이지만, 대비 없이는 레벨2에서 버티지 못하고 죽게 된다. 취향에 맞는다면 이 단계만 무한으로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아니라면 이후에도 계속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몇 번 죽고 알게된 비법을 공개한다.


이때, 게임에서 제공되는 튜토리얼은 게임의 흐름 상 필요한 부분만 단편적으로 알려준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번영도 레벨 2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빌드를 알아낼 수 있었다. 가장 기본 원칙은 최소 인원으로 오랫동안 버티는 것이다.


주민들을 영입하기 전까지는 가용 인력이라곤 공주님 하나 뿐이다. 이 시기를 잘 이용하면 '식량'과 '재미', '청결' 스탯을 절약할 수 있다. 첫 번째 할 일은 사다리와 흙벽을 활용하여 벙커의 기본 골격을 만드는 일이다. 적어도 지하 2층까지는 미리 골조를 잡아두면 건물의 종류가 늘어나도 구획을 나누기 편하다.


구획은 이런 구조가 관리하기 편하다. 캐릭터는 점프했을 때를 기준으로 세 블록을 잡아야한다.


또한, 주민 없이 만들 수 있는 필수 건축물들을 미리 세워두면 좋다. 혼자서도 만들 수 있는 건축물로는 '동굴입구', '화장실', '제재소'가 있다. 튜토리얼은 흐름 상 바로 동료를 영입하라고 하지만 아직 스탯을 유지할 건물이 없는 상태로 동료를 영입하면 나중에 피를 볼 수 있다.


<래토피아>에는 연구 콘텐츠도 있다. 이 연구콘텐츠는 주민이 최소 한 명이 생긴 다음 '연구 탁자'가 만들어져야 해금된다. 그러나 해금 전에도 연구 포인트는 계속 쌓인다. 그러니 맵을 최대한 밝히면서 많은 아이템을 모아야만 한다. 후반에는 챙겨야 할 일이 점점 늘어나 본진을 떠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래토피아> 속 동굴 입구


이 정도가 마무리 됐다면, 동료를 하나 둘 영입한다. 첫 번째 주민은 '제재소'에 배치하여 '나무 판자'를 생산하게 해야 한다. '공연장'이 있어야만 '재미' 스탯을 조절할 수 있는데, 이 '공연장'은 연구 포인트를 1 소모하여 연구해야만 해금할 수 있다. 이때 연구 탁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 판자'가 필요하다.


'연구 탁자'와 '공연장'이 완공된 후에는 '훈련소'와 '물 저장소'를 연구한 다음 바로 건물을 짓는다. 이때 각 건물을 짓기 전에는 해당 건물을 관리할 인력을 우선 뽑는 게 좋다. 직업을 가지기 전 상태의 쥐들은 여유 시간 동안 건물 올리는 것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재소', '연구 탁자', '공연장', '훈련소', '물 저장소'가 완공되었다면 '곡물농장'을 짓는다. '곡물농장'은 지어지면 한 번에 식량 30개를 채울 수 있지만, 재배하는 데에 시간이 조금 걸린다. 그렇기에 미리미리 야생의 곡물을 채집해 두어야 한다.


 여기까지 왔다면 번영도의 레벨업을 목전에 둔 단계이다. 이때는 취향껏 보완하면 된다. 번영도가 올라가면 적들이 강해진다. 만약 2단계 초반에서 외침이 있을 경우 기본 무기로 상대해야 할 확률이 크다. 이때가 걱정된다면 '훈련소'를 하나 더 지어 무장 군인인을 늘린다. 또한 '재미' 스탯의 관리가 어려워진다. 그렇기에 '공연장'을 하나 더 짓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어? 나 이거 뉴스에서 봤어! … 기시감이 드는 ’현실 반영‘


이렇게 족보까지 직접 작성해가며 이틀동안 약 24시간을 플레이했다. 이쯤되면 진행 상황이 궁금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졌다.


게임의 초반에는 모두 도시 빈민들밖에 없어 세금을 회수하기 힘들다. 이에 파산 직전까지 내몰려 불안해진 기자는 여러 이상한 법을 시도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가장 흔한 재료인 곡물과 흙의 가격을 조금씩 올렸으나, 안정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는 화장실을 한 번 이용할 때마다 재산의 10%를 세금으로 걷는 해괴한 법까지 만들었다.


이렇게 되니 민생이 파탄나고 소비가 위축되며 나라가 더 빨리 망해가더라. 특히 수입이 불안정한 건설 노동자들부터 자영업자들까지 도미노처럼 파산하기 시작했다. 가장 심했을 때는 15000원으로 시작했던 국고가 3000원까지 줄어들기도 했는데, 이때 어떤 저수지 관리 쥐는 미납한 세금만 1,300원이 넘어가더라.


본진을 떠나 맵을 밝히는 사이 친위대가 1차 반란군을 제압했다. 시체는 왕국의 지하에 잘 매장하고 벽으로 막아두었다.

이후 민생이 다시 안정되었고, 더 많은 이윤을 취하기 위해 세무서도 세웠다. 이때까지만 해도 영원히 잘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호화스러운 침대에서 잠을 청하는 사이 국고는 점점 바닥났다.

종국에는 저수지를 만들겠다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다가 정부 산하 R&D 기술 연구소까지 폐쇄시키는 데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일하던 엘리트 연구원은 건설 노동자로 전락하게 되었다. 어? 그런데 이 장면 어딘가 기시감이 든다.


결국 한 순간에 도시 빈민으로 전락한 쥐는 외부의 적이 침략한 틈을 타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반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기자가 애지중지 키운 공주는 시위대와 언데드 생쥐들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강력한 친위대도 시민들의 분노는 막을 수 없었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은 기자와 같은 실수는 하지 않고 수백마리의 쥐떼들과 함께 영원한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길 바란다.


Rest in peace, 공주


여유 인력을 네 명씩 데리고 다니며 저수지를 만들고자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실직자가 된 연구소 직원 '깁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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