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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GPT로 만든 국산 추리게임? 신선한 충격을 준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선택지를 고르는 게 아닌 대화를 실제로 주고 받는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3-11-08 10:13:36

텍스트 오픈 월드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추리게임을 플레이할 때, 용의자를 한 명씩 붙잡고 당신이 범인이 아니냐고 직접 물어보면 안 되나-라는 상상을 종종 하곤 했었다. 물론 그렇게 직설적으로 물어보면 범인은 있는 증거의 흔적마저 숨기며 꼬리를 감추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상상이 불완전하게나마 현실이 되었다.


렐루게임즈에서 개발 중인 GPT 기반의 추리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의 알파 데모를 플레이해봤다. 선택지가 주어지는 대화가 아닌, 일상 언어로 자유롭게 문장을 타이핑해서 용의자들에게 정보를 얻어 범인과 트릭을 밝혀내는 게임이다. 주관식으로 정답들을 맞춰야 챕터가 마무리되니 면밀한 추리력을 요구한다. 참고로 크래프톤 산하 12개 스튜디오 중 렐루게임즈는 "딥러닝과 게임의 융합"을 비전으로 하고 있다.


과연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의 프롤로그 챕터를 플레이할 수 있는 알파 버전은 어떤 신선한 경험을 제공했을까? 트레일러 영상의 유튜브 설명란에 잇치 아이오 링크도 있으니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 어떤 게임인지 궁금한 독자분들은 직접 플레이를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 최 박사의 죽음 그리고 용의자가 된 4대의 로봇

AI 안드로이드 연구를 진행하던 연구소에서 '최 박사'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용의자는 4명의 안드로이드 로봇. 모든 단서는 연구소 현장 안에 있다.


4대의 로봇은 각각 A01은 청소 로봇, A02는 비서 로봇, A03은 연구 로봇, A04는 처음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연구 보조 로봇이다. 플레이어는 일반적인 3D 1인칭 게임처럼 하이라이트 표시가 되는 상호작용 가능한 물체를 조사하면서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4명의 안드로이드에게 자유로운 주관식 질문을 할 수 있다. 심심이나 챗-GPT와 대화하는 방식과 흡사하다. 


최 박사가 죽은 연구소. 사건의 전말과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야 한다.


자연스럽게 기본적인 질문부터 하나씩 타이핑해서 물어보게 된다.


살인 사건은 2030년 6월 12일 밤 10시~11시에 벌어졌다. 눈에 보이는 아이템을 모두 상호작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최 박사의 캐비닛 뒤로 숨겨진 지하 통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나중에 만나게 된다는 A04가 있는 장소 또한 지하 연구실이다.


이쯤 읽다 보면 벌써부터 스포일러를 하면 어떡하냐-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아직 사건의 실체는 머리카락도 내밀지 않은 상태다. 업데이트, 충전, 부품 파손 등으로 인해 특정 시간대의 기억이 없는 경우도 있고, 일부 진술에는 거짓말도 섞여 있기 때문이다. 상황 전체를 파악해야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캐비닛 뒤로 이어지는 비밀통로에는 부서진 로봇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지하 실험실. 추리는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 인간의 정신을 로봇에게 이식하는 실험?

해당 연구소에서는 로봇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인간의 정신을 디스크에 업로드해서 안드로이드 로봇에게 이식하는 방식을 사용했던 것이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로봇들의 진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 최 박사는 지하 연구실에서 10년을 보냈다. 그렇다면 왜 최 박사의 시신은 1층 방에서 발견되었는가?

▶ 최 박사는 라이벌이자 동료인 안 박사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 안 박사 또한 사망했지만, 추리는 최 박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 정신 이식 실험에는 10대 소녀와 30대 남성이 사용됐다.

▶ 최 박사와 안 박사 모두 딸이 있었다.

▶ 연구소에서 벌어진 비윤리적인 실험과 자금 사용에 대해 사건 발생 다음 날 감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이제 여기에서 게임 초반에 언급된 로봇들이 겪는 할루시네이션(환영) 현상인지, 챗-GPT의 오류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여러 진술들이 플레이어의 머리를 아프게 만든다. 4대의 로봇들은 최 박사에게 서른이 넘은 아들이 있냐는 질문에 다른 답변을 하고, 최 박사의 시신이 연구소에서 발견됐다는 경찰 정보와 달리 K병원에서 최 박사가 사망했다는 진술 또한 섞여 나온다. 


최 박사의 딸일까 안 박사의 딸일까. 사물의 뒷면에도 중요한 정보가 기록된 경우도 있으니 꼼꼼히 들여다보길 추천한다.


QR 코드를 사용하는 상호작용도 있다.

그런데 독특한 점은, GPT를 사용해 나온 오류의 산물인지 개발자의 의도인지 모를 이런 거짓 진술들이 게임의 재미를 키워줬다는 것이다. 주어진 상황에 어긋나는 진술은 추궁하면 올바른 진술로 번복하기도 하고, 거짓 진술로 인해 갈피를 못 잡아도 추리의 결과를 기입하는 주관식 답변으로 정답 여부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설정이 가득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4명의 안드로이드 로봇에게도 각기 다른 말투와 성격을 부여하니, 플레이어는 저절로 이 대화 안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그것이 맞든 틀리든 그 과정까지도 추리의 일부다. 과연 여러분은 이 사건의 전말을 명쾌하게 알아낼 수 있을까? 미리 경고하자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챕터를 시작할 때부터 질문을 볼 수 있고, 주관식 답변은 공란으로 비워져 있다. 일종의 가이드가 되어주는 셈이다.


5개의 주관식 중 몇 개를 맞췄는지 채워진 별의 수로 알 수 있다.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주변은 블러 처리했다.

# 텍스트 오픈 월드? 잘 만들어진 하나의 놀이터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알파 데모 단계로 렐루게임즈가 아직 개발 중인 게임이다. 게임의 첫인상은 좋은 편이었다. 생성형 AI인 GPT를 기반으로 만든 본 작품과 AI 연구를 하고 있는 게임 속 설정이 오버랩된 점도 신선했고, 최 박사와 안 박사에 대한 여러 진술들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많아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 흥미로운 사건의 테두리를 제시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대화와 추리를 이어갈 수 있게 했다면, 다른 형태로 추리게임을 비튼 경우도 있었다. 지난 9월 10일 일본의 플레이즘 게임쇼에서 소개된 <탐정 그림 리퍼의 초대>는 살인 사건 자체를 무작위로 생성시키는 로직을 가진 게임이다. 추리와 사건의 단계를 블록처럼 나누고 조합해 경우의 수를 늘리면서도, 논리적인 오류는 없게 만든 것이다. 


이렇듯 생성형 AI가 발전하고, 추리게임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임들이 국내외에서 개발되고 있다. 이런 시도 안에서 텍스트 기반 게임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 시프트가 이루어질까? 프롤로그 챕터부터 신선한 재미를 준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의 정식 출시를 기다려본다.


주관식 답변을 기입해야 하고, 추리 자체의 난이도도 높아 엔딩까지 가는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그만큼 상상하는 재미와 성취감 또한 컸던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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