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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낙원’ 프리 알파 체험기…밝은 미래 기대한 이유

‘뼈대’ 만으로도 짜릿했던 테스트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3-12-05 19:18:01
<데이브 더 다이버>로 전 세계적 호응을 얻은 넥슨 산하 민트로켓이 두 번째 패를 내보였다. 이번에는 장르도, 테마도 다르다. <낙원>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익스트랙션’ 장르 게임이다.

익스트랙션이란 필드에서 아이템을 획득한 뒤 무사히 탈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 형식을 말한다. 슈터(슈팅)의 하위 개념으로 시작되어서 ‘익스트랙션 슈터’라는 명칭으로도 자주 불린다. 배틀로얄 장르의 붐 이후에 본격화했으며, 대표작으로는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 <헌트 쇼다운> 등의 작품들이 있다.

익스트랙션 슈터는 배틀로얄의 구조적 한계를 몇 가지 보완한 것으로 여겨진다. 배틀로얄의 단점은 우수한 소수 플레이어를 제외한 나머지 유저들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빈약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배틀로얄에서는 재미있는 교전, 생존의 스릴, 우승의 쾌감 중 어느 것도 체험하지 못한 채 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유저가 대량으로 발생한다.

익스트랙션 슈터들은 한정된 공간에서 유저들과 경쟁하는 기본 골자에서는 배틀로얄과 같다. 하지만 PvE와 아이템 파밍의 재미를 더하고 게임의 규모를 줄이면서 라운드 당 유저 경험의 밀도가 비교적 높아졌다. ‘승자독식’인 배틀로얄과 비교하면 개개인이 보상감을 챙기기에도 더 좋다.



# 설정만으로 끌리는 익스트랙션, <낙원>

이렇듯 익스트랙션 장르는 유행했던 배틀로얄에 비교해서도 더 ‘진보된’ 게임 양식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 대중적 붐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여기에는 게임 디자인상의 어쩔 수 없는 복잡성이 영향을 미친다.

‘최후(최고)의 1인이 되면 승리한다’는 룰은 유사 이래 무수한 스포츠와 놀이에서 차용된 규칙으로서 누구에게나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가 초기에 상당히 빈약하고 모호한 세계관 설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두루 몰입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러한  핵심 룰 위에 비교적 익숙한 요소(현대적 총기와 차량)를 활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편 다른 유저와 부딪히며 동시에 아이템 획득, 사냥 등 별도 목표까지 달성해야 하는 익스트랙션 장르에서는 핵심 룰 외에도 다양한 설정과 세칙들, 지식들이 끼어들어야 한다. 이런 추가 요소들은 ‘학습’의 부담을 준다. 상기 언급한 두 작품 역시 유저 베이스가 작지 않지만 아직도 메이저로 도약하지 못한 이유를 여기에서 얼마간 찾을 수 있다.

<헌트 쇼다운>은 사랑받는 게임이지만 아무래도 '메이저'로 보긴 힘들다.

이런 맥락을 볼 때, 12월 1일부터 4일간 프리 알파 테스트를 진행한 민트로켓 차기작 <낙원>은, 익스트랙션 장르에 어울리는 최적의 대중적 콘셉트를 찾았다는 지점에서 벌써 흥미롭다. 이 게임은 좀비 창궐로 세계가 멸망한 뒤 서울 땅 위에서 살아가는 소수의 생존자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생존자들은 여의도에 공동체를 형성해 살아가고 있다. 기존의 질서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들은 새로운 계급제를 도입하고, 공동체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함으로써 새로운 계급의 층계를 오를 것을 주문한다.

그 방법은 바로 ‘탐사’다. 서울의 곳곳으로 탐사를 떠나서 공동체에 도움이 될 만한 물자들을 모아 돌아오면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는 없다. 다른 생존자를 희생시켜서라도 자신의 몫을 챙겨올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 모아온 물자는 유저가 직접 사용할 수도, 새로운 화폐단위인 ‘환’으로 교환해 물품 구매에 쓸 수도 있다.

'환'을 내고 시민 등급을 올릴 수 있다.

이러한 기본 설정은 여러 차원에서 영리하다. 우선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익숙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어 핵심이 되는 세계관과 규칙 설명이 매우 쉽다. ‘생존자 커뮤니티’ 개념 역시 좀비를 다룬 게임, 만화,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차용되는 요소이기 때문에 그다지 낯설지가 않다.

또한, 좀비물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두 번쯤은 상상해보기 마련인, ‘내 주변에 퍼진 좀비 사태’를 통해 몰입감을 대폭 끌어올렸다. 일상적인 공간을 뒤트는 이런 접근이 흔한 데는 이유가 있다. 국내에선 <부산행>,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작품이 다양하게 선보여 왔다. <낙원>도 실제 지명과 그 지형까지 게임 내에 구현하면서 장르 판타지를 활용한다.

이런 효과는 외국 유저에게는 반감될 수 있으나, 월드의 디테일이 충실히 구현되기만 한다면 여전히 몰입감 전달에는 충분해 보인다. 생활 쓰레기와 건물 잔해, 부서진 차량, 급조 바리케이드로 가득한 <디비전> 시리즈의 워싱턴 D.C.가 토박이 한국인들에게조차 ‘현실감’을 줄 수 있는 것과 유사한 이치다.

게임 제목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보이는 낙원 악기상가, 실제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 폐허 속에서의 삶

지난 12월 1일부터 12월 4일까지 진행된 ‘프리 알파’ 테스트를 통해 <낙원>의 핵심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었다. ‘프리 알파’라는 수식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테스트는 개발 진척도가 매우 낮은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다. 개발진은 ‘유저들의 피드백을 초기부터 듣기 위함’이라고 이야기했다.

프리알파 테스트에서 선보인 <낙원>의 게임플레이 루프는 크게 탐사 현장과 생존자 캠프의 두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먼저 캠프에서 유저들은 개인 인벤토리와 창고를 관리하고, 물품을 사거나 팔 수 있다.

아직은 미구현 상태지만 명확하게 예고된 요소 중 하나는 캠프에서의 여러 생활 콘텐츠다. 예를 들어 현재 잠겨있는 기능 중 ‘하우징’(집 꾸미기)이 있는데, 향후에는 수집한 물자들을 이용해 집기와 가구 등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요소는 PvP, PvE를 선호하는 일부 유저들에게는 불필요한 요소처럼 비칠지모르나, 전체 게임 콘셉트를 생각할 때 강력한 플레이 동기 부여 수단이 될 수 있다.

유저들에게 주기적으로 성취감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값어치가 낮은 재료 아이템이라 하더라도 유용한(혹은 아름다운) 가구나 장비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획득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한편 쓰레기에 가까운 물자들을 얼기설기 엮어 생활 기반을 만들어 나가는 설정은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의 클리셰이기도 하다. 따라서 장르 애호가들의 환심을 사기에도 적합해 보인다.



# 좀비 대처법

<낙원> 세계관의 좀비들은 독특하게도 선 채 허리를 꺾고 ‘비활성화’되어 있는 개체가 많다. 이들은 조명으로 직접 눈을 비추거나 바로 옆을 조용히 지나가도 ‘활성화’되지 않는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소리를 내 자신들의 위치를 드러내기 때문에 실수로 이들을 깨울 걱정도 적은 편이다.

그러나 좀비들이 정신을 차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허리를 펴고 자발적으로 돌아다니는 상태일 경우 좀비들은 적외선 시야라도 가진 듯 먼 거리에서 어둠 속에 숨은 유저를 아주 쉽게 발견하고 달려온다.

따라서 좀비 상대법은 잠행을 기본으로 한다. 비활성화된 좀비는 물론, 활성화된 좀비도 후방에서 접근할 수만 있다면 ‘암살’ 버튼을 눌러 간단히 무력화할 수 있다. 다만 <낙원>의 좀비들은 영구적으로 죽일 수 없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일어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암살’이 아닌 전투가 벌어지면 양상이 크게 다르다. 좀비들은 기본 내구성이 높고 속도가 빠르다. 가장 낮은 티어 무기인 각목으로 좀비들을 공격하면 6대 이상을 가격해야 쓰러뜨릴 수 있다. 한 번 맞출 때마다 좀비가 경직되기 때문에 잘 컨트롤하면 한 번도 맞지 않고 이길 수 있지만 ‘변수’가 지나치게 많다.

'암살' 이라고는 하지만 완전히 죽지는 않는다

우선 명중이 쉽지 않다. 무기 판정이 비교적 엄격한 데 반해 좀비의 동작이 매우 크고 플레이어 캐릭터 역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며 공격을 가하기 때문에 자주 공격이 어긋난다. 둘째로는 스태미너 관리가 어렵다. 각목 기준으로 좀비 한 마리를 처치하기 전 스태미너가 바닥나기 때문에, 거리를 조절해 가며 스태미너를 다시 채우고 공격하는 패턴을 계속 반복하게 된다.

문제는 전투가 길어지는 만큼 ‘사고’ 발생의 확률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소리를 끊임없이 발생시키기 때문에 주변의 다른 좀비, 더 나쁘게는 다른 유저에게 위치가 발각되기 좋다. 휘두르는 와중에 주변 차량을 실수로 쳤다간 경보음이 울려 상황이 악화한다.

3마리 이상의 좀비가 다가온다면 상위 티어의 장비들을 확보했거나 동료가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승리하기는 지극히 어렵고, 결국 도망을 선택해야 한다. 다행히 익숙해지면 도망이 어렵지 않은데, 좀비들은 포기가 빠르기 때문이다. 시야가 차단된 채 거리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벌리면 이들은 추적을 그만두기 일쑤다.

좀비들은 눈이 밝고 빠르다


# 루팅에서 탈출까지

유저들은 이런 좀비들 사이를 은밀히 오가면서 각자에게 필요한 플레이를 펼쳐 나가면 된다.

프리알파 버전에서 탐험 가능했던 종로 맵에는 ‘편의점’, ‘주점’, ‘병원’과 같은 단순한 장소에서부터, ‘경찰서’, ‘공사장’ 등 보상이 좋지만 루팅 난도가 높은 지역, 그리고 ‘탑골공원’과 같은 랜드마크 등이 구현되어 있었다.

지점에 따라 루팅 가능한 아이템의 종류가 간단히 표시되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에 맞춰 루팅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약품이 부족하다면 병원, 식량이 부족하다면 편의점 등을 찾아가는 식이다.

티어가 낮은 장소는 건물 규모가 작고 구조도 단순해 탐사가 어렵지 않으며, 그만큼 다른 유저를 맞닥뜨릴 확률도 낮다. 상위 티어 장소에는 좀비의 수효가 많고, 공간이 넓으며, 좋은 아이템을 찾아 몰려든 다른 플레이어를 조우할 확률이 높다.


그 외 흥미로운 기믹으로는 ‘금고’ 시스템이 있다. 경찰서, 공사장 등에는 귀중한 아이템이 들어 있는 보관함(혹은 문)이 존재하며, 열기 위해서는 각각에 맞는 열쇠를 먼저 획득해야 한다. 열쇠는 탐험 중에 우연히 획득되기도 하며, 금고 근처의 메모지에 열쇠의 위치가 적혀 있기도 하다.

충분한 아이템을 모았다면 탈출할 차례다. 개인 탈출구, 공용 탈출구, 특수 탈출구 중 하나를 골라 나가면 된다. 개인 탈출구는 언제나 사용 가능하며, 공용 탈출구는 라운드 진입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개방된다. 특수 탈출구는 맵에 위치한 두 개의 스위치를 모두 작동시킨 뒤에야 열린다.

구급차 역시 열쇠를 이용해야만 열린다.


# 쉬운 것 하나 없다

연상호 감독의 2016년 좀비물 <부산행>에는, 주인공 일행이 고작 지하철 1량을 전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현장감 있게 그려진다. 이렇듯 원래라면 지극히 단순했을 목표가 좀비들로 인해 어마어마한 난관이 되어버리는 상황은 장르 내에서 자주 활용되는 연출이다.

이런 전통적 연출에 영감을 얻었는지, <낙원> 또한 매우 간단해 보이는 임무들을 불시에 ‘그르치게’ 만드는 방식으로 게임의 난이도를 올렸다.

예를 들어 라운드를 시작하면 유저에게는 의뢰가 무작위로 주어진다. 주로 특정 위치의 오브젝트와 상호작용하는 등의 쉬워 보이는 임무지만 실제로 다가가 보면 녹록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미션은 보통 주차장, 공사장, 경찰서 등 고티어 건물/장소에서 수행되는데, 이런 장소에는 ‘깨어 있는’ 좀비들이 다수 배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소리를 지르며 유저를 쫓는 이들의 특성 때문에 일반적으론 한 마리만 있어도 행동이 크게 제약된다. 여러 마리가 있다면 잠행은 몹시 어려운 일이 된다.

탈출 시도 중 좀비에게 들켰을 때의 좌절감은 상당하다.

여기에 활용할 수 있는 대처 수단으로 벽돌, 빈 병 등 소음을 내는 투척 수단이 있는데, 이는 잠깐 주의를 끌 뿐이어서 문제의 장소를 이탈할 때는 유용하지만 머무르면서 목표를 수행해야 할 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두 마리 활성화된 좀비를 외진 곳으로 꾀어내 조용히 처리하는 방법도 당연히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 또한 자주 장애물에 부딪힌다. 좀비가 제자리에서 더 크게 포효해 주변 좀비를 끌어들이는 메카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발동 조건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가능하다면 나를 발견한 좀비는 최대한 그 자리에서  빠르게 처치하는 편이 낫다.

더 큰 문제는 모든 임무를 마친 뒤 탈출할 때 발생한다. 탈출구 근처에도 기본적으로 활성화된 좀비가 여럿 배치되어 있어서다. 유저 쪽에서 먼저 좀비를 발견하고 시야를 피하면 그나마 탈출이 쉬워지지만, 잘 보이지 않는 원거리에서 날 발견한 좀비가 이미 달려오고 있는 경우 대처하기가 곤란하다. 맞서 싸우든, 도망을 치든 소음과 함께 여러 좀비를 끌어모으기 쉽다.

이렇게 되면 서글피 우는 수밖에 없다


# 가장 무서운 건 인간

지금까지 설명한 모든 난관은, 이 게임의 최대 공포인 ‘다른 플레이어’에 비하면 큰 문제가 아니다.

탈출구 근처, 혹은 좋은 파밍 장소 근처에서 몸을 숨기고 있다가 급습하는 패턴은 익스트랙션 장르에서는 ‘국룰’에 가까운 플레이스타일이다. 몬스터와 어쩔 수 없는 교전을 벌이는 와중에 타 유저가 어부지리를 노리고 개입하는 상황 또한 낯설지만은 않다. <낙원>에서도 이러한 유저들을 숱하게 만나게 된다.

그러나 <낙원>에서는 적들의 이러한 전략이 더 큰 난관이자 종종 과도한 스트레스로 다가오는데, 이는 잠행에 의존하는 생존 메커니즘, 그리고 제한적 전투 시스템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낙원>은 다른 익스트랙션 게임들에 비해 잠행의 중요성이 전반적으로 강조된다. 반면 탈출구 등 중요도가 높은 장소에서는 높은 확률로 좀비와의 추격전이나 전투가 벌어지게끔 디자인되어 있다.

물론 좀비 AI는 그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익숙해진 뒤에는 떼로 몰리더라도 따돌리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에 따라 자신의 위치가 주변 모든 유저들에게 드러난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이야기다.

탈출구 근처에 숨은 유저에게 당하는 것은 특별한 일도 못 된다(가시성을 위해 밝기 및 채도 조정)

좌절감을 더하는 것은 제한적인 전투 시스템이다. 여타 익스트랙션 장르 게임에서는 총기, 장비, 투척물, 스킬 등이 주어지기 때문에, 갑자기 벌어진 전투라 하더라도 얼마간 시도해 볼 만한 팻감이 남아 있는 편이다. 즉, 패배하더라도(그리고 많은 경우 패배하지만) 박탈감은 덜할 수 있다.

한편 <낙원>의 경우 현실성을 위해 리볼버 권총을 제외한 총기가 등장하지 않으며, 기타 전투에 활용할 도구나 아이템도 적다. 근접 무기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구사 가능한 기술은 두 가지(일반공격과 강공격)로 통일되어 있다.

이런 단편적 시스템 때문에, 유저가 ‘피지컬’로 한 번 기울어진 상황을 역전시키는 상황은 좀처럼 펼쳐지지 않는다. 피격당할 때마다 ‘경직’으로 행동 불능이 되는 시스템은 무력감을 가중한다.

다만 이 모든 ‘불합리’는 함께할 동료를 구해 듀오로 플레이하는 순간 일거에 해결된다. 급습당하더라도 무조건 지는 일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대부분 적이 상호 출혈을 피하고자 습격을 포기한다.

아군이 듀오일 때는 적들이 갑자기 신사적으로 변하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 미래가 보이는 게임

<낙원> 프리 알파에서 눈에 띈 또 다른 맹점은 아직 부족한 만족감이다. 루팅해온 아이템들의 사용처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반복되는 ‘탐사’에서 느껴지는 발전이 더디다. 또한 생존 상황이 다양하게 펼쳐지지 않는 점도 아쉽다. 적의 종류가 크게 둘 뿐이며, 상호작용 가능한 맵 요소와 장비 유형이 적어 벌어지는 현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부족한 지점들을 고려하더라도 <낙원>의 장래는 여전히 밝다. 현재 갖춰진 것과 그러지 않은 것들만을 기준으로 <낙원>을 평가하는 것은 가혹할 뿐더러 비합리적인 일이다. 게임의 방향성을 정하기 위해 뼈대만 갖춘 상태로 실시한 테스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작진은 진척도를 리셋하지 않고 유저가 지속적으로 생활 기반을 쌓아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점을 생각할 때 현재의 ‘파밍 만족도’가 낮은 것은 차라리 당연한 현상이다.

반대로 <낙원>의 미래를 밝게 점치게 하는 요소는 많다. 그중 핵심은 몰입적 코어 메카닉이다. 익숙한 간판 사이로 칠흑 같은 어둠을 오가며 주변을 상시 경계하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게임플레이는 현 상태에서도 이미 긴장감 넘치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게임 곳곳에서 보이는 여러 시스템적 디테일도 긍정적 단서가 된다. 대표적으로 ▲둔기에 의한 피해와 날붙이에 의한 피해가 구분되어 있다는 점 ▲장비 착용 시에만 발동할 수 있는 추가 액션이 존재한다는 점 ▲스킬 시스템이 구현되어 있다는 점 등에서 제작진이 더욱 다양한 전략, 육성, 전투 다양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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