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이게임즈'(Cygames)를 대표하는 IP 중 하나인 <그랑블루 판타지>는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비주얼이 호평을 받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게이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원작에 해당하는 소셜 게임은 국내에 서비스된 적이 없으며, 관련작들이 공식적으로 한국어를 지원한 적도 없다. 그래서 여러모로 한국 유저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 같은 IP가 바로 <그랑블루 판타지>였다.
지난 12월 14일, 플레이스테이션(PS5, PS4) 및, PC로 발매된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 라이징>(이하 GBVSR)은 그런 면에서 이 IP를 접해보고 싶었던 유저에게 단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랑블루 판타지' IP를 이용한 대전 격투 게임이자, 대전 격투 게임의 명가인 아크시스템웍스가 개발을 담당한 이번 작품은 '한국어 자막'을 기본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전 격투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초보자 친화적인 다양한 시스템과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GBVSR>은 어떤 게임일까? 지금부터 살펴보겠다.
굉장히 예쁜 2D 애니메이션 비주얼 연출을 자랑하는 대전 격투 게임
<GBVSR>은 지난 2020년 발매된 '그랑블루 판타지' 첫 번째 대전 격투 게임인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GBVS)의 3년 만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이번 <GBVSR>은 전작에 비해 굉장히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고, 시스템이나 콘텐츠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전반적인 게임의 변화의 방향성을 살펴보면 특히나 '초보자 친화적', '보다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으로 게임을 개선하려고 노력한 것이 눈에 띈다.
R1 버튼과 방향키의 조합만으로 다양한 어빌리티를 손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우선 게임의 핵심인 '대전 격투' 쪽을 살펴보면 가장 큰 변화는 역시나 '원버튼'으로 필살기 개념의 '어빌리티'를 발동할 수 있는 조작이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아크시스템웍스의 전작들 중 하나인 <DNF 듀얼>과 유사한 방식이며, 실제로 유저들은 패드 기준 R1 버튼과 방향키를 조합하는 것으로 여러 어빌리티를 다양한 상황에서 손 쉽게 발동할 수 있다.
대전 격투 게임에 유저들이 유입하는 데 있어 최대 장벽은 역시나 시스템 자체를 '배우는 것' 이다. <GBVSR>은 튜토리얼 시스템이 전작보다 한창 강화되어서 유저들의 이런 '배움'에 많은 도움을 준다. 단순하게 연습장 형태로 유저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다양한 미션을 주고 하나하나 따라 해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식. 캐릭터들 별 기초적인 응용법 또한 하나하나 알려주는 데다, 상황 별 전술 및 대처에 대한 설명까지 굉장히 꼼꼼하게 제공된다.
튜토리얼은 여러 '미션'을 제공하며, 플레이어가 따라해볼 수 있다. 심지어 캐릭터 별 운용법과 상황에 따른 대처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물론 이런 튜토리얼은 '대전 격투 게임' 그 자체의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까지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그래도 유저들이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배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수준으로는 무난하다.
스토리와 별개로 일종의 연습 모드인 '싱글 플레이' 또한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매 대전마다 다음 상대와 난이도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멀티 플레이에 앞서 자신의 실력에 맞춰 충분히 부담 없이 게임을 즐겨볼 수 있다.
멀티 플레이에 앞서 일종의 '연습 모드'라고 할 수 있는 싱글 플레이 또한 제공한다. 직접 플레이하면서 자신의 적정 난이도를 찾을 수 있다.
<GBVSR>은 기본적으로 대전격투 게임이지만, 또한 동시에 '그랑블루 판타지' IP에 대해 관심이 있는 유저들, 혹은 이미 원작 소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을 위한 '팬 게임'의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팬 게임' 으로서의 본분에도 굉장히 충실한 작품이 바로 <GBVSR>이다.
일례로 <그랑블루 판타지>원작 소셜 게임은 '매력적인' 다수의 캐릭터들이 게이머들에게 특히 큰 호평을 받았는데, <GBVSR>은 그러한 게임의 성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게임은 론칭 기준 총 28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각각의 캐릭터들은 원작을 아는 유저들이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특유의 화풍을 유지하면서도 한 편의 애니메이션처럼, 매력적인 비주얼로 탄생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각종 어빌리티나 스토리 등에서 보여지는 애니메이션 연출은 원작 소셜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보는 맛'을 한층 살리고 있었다.
론칭 기준 총 28명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
'아크시스템웍스' 답게 정말 매력적으로 캐릭터들의 연출 비주얼이 잘 뽑혔다.
게임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다수의 캐릭터들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다양한 장치를 통해 유저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가령 이 게임은 전작과 다르게 '파트너' 시스템을 제공하며, 플레이어가 선택한 자신의 파트너는 대전이나 스토리 등 다양한 모드에서 플레이어를 보조하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또 다양한 캐릭터들을 이용해서 원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디지털 피규어' 모드를 제공한다. 악랄(?)한 것은 처음부터 모든 요소들을 사용해서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양한 표정이나 장면을 연출하고 싶다면 지속적으로 게임을 플레이 해서 뽑기 등의 여러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야만 한다. 그렇기에 이는 자연스럽게 보유율 100%를 달성하기 위한 게임의 '목표'가 되기도 한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플레이어를 보조하는 '파트너' 시스템, 잘 보면 사이게임즈의 다른 인기 IP 캐릭터들도 보인다.
게임은 이 게임만의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스토리 모드' 또한 별도로 제공한다. 스토리 모드 또한 원작의 이야기를 그냥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 스토리를 보여준다는 데서 원작을 즐겨본 유저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다소 이야기가 평이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팬 게임' 으로서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준.
게다가 이 게임은 <그랑블루 판타지> 세계관 내의 고유명사나 용어에 대해 설명하는 사전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원작을 즐겨보지 못했거나 잘 모르는 유저라고 해도 이 게임을 통해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다.
스토리 모드는 이 게임만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제공한다.
'사전'을 통해 게임의 어려운 고유명사에 대해서도 손 쉽게 알아볼 수 있다.
<GBVSR>은 공식적으로 '대전 격투 & 파티' 게임이라는 장르를 표방한다. 여기에서 '파티'는 다름이 아니라, 멀티 플레이에서 실제 '파티 게임'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과 스팀간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며, 굉장히 쾌적한 온라인 대전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대전 게임과 마찬가지로 '랭크매치', 랭크에 결과가 반영되지 않는 '캐주얼 매치', 직접 방을 만들고 유저들을 초대하는 '프라이빗 매치' 같은 다양한 대전 모드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아바타를 통해 돌아다니며 여러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파티 게임 '그라바톳!' 을 즐겨볼 수도 있다.
'오락실' 콘셉트의 온라인 로비. 아바타를 조작해서 실제 오락실에서 자리 잡듯 돌아다니며 유저들과 대전을 할 수도 있다.
<GBVSR> 안의 파티 게임인 '그라바톳!'. 다양한 미니 게임을 제공한다.
<그랑블루 레전드 배틀!>의 약어이기도 한 <그라바톳!>에서는 최대 30명의 인원이 참여해서 부담 없이 여러 규칙을 통해 승부를 겨룰 수 있다.
가령 제한 시간 안에 정해진 스테이지를 완주해서 상대를 모두 제치고 1등을 하는 것이 목적인 장애물 경주 '라이징 대시'부터, 최후의 1인이 될 때까지 적들을 물리치는 미니 게임, 파괴되는 지형 위에서 살아 남는 미니 게임 등. 다양한 미니 게임을 제공한다. 총 3가지 파티 게임의 점수를 합산해서 순위를 매기는데, 순위에 따라 디지털 피규어나 무기 스킨, 캐릭터 일러스트, 아바타 등 다양한 수집 요소를 얻어볼 수 있다.
폭탄에 의해 지형이 파괴되고, 그 위에서 다른 유저들을 제치고 최후의 1인이 되면 승리하는 미니 게임
이렇게 <GBVSR>은 '대전 격투 게임' 이지만, 동시에 <그랑블루 판타지> 라는 IP 자체에 대해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어떻게든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배려한 것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확실한 것은 언어의 장벽에 막혀서 <그랑블루 판타지>에 입문하는 것이 어려웠던 유저라면, 일단 <GBVSR>을 통해 이 IP에 입문하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입문'을 넘어서 <GBVSR>, 나아가 대전 격투 게임 그 자체에 익숙해지고 다른 유저들과 진심으로 멀티 플레이에 승부를 겨루고 싶은 생각이라면 한 가지 기억해야 한다. 이 게임은 결코 '마스터가 쉬운 게임'은 아니다. 여러 부분에서 초보자들을 배려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 게임은 굉장히 '배울 것이 많고', 제대로 손에 익히기도 쉽지 않은 대전 격투 게임이다.
무엇보다 '대전 격투 게임'의 측면에서 봤을 때 <GBVSR>은 조작 난이도는 쉬워졌지만,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운영 난이도'가 대폭 올라갔다. '가드', '캔슬' 같은 고전적인 요소는 기본이고, 브레이블리 포인트를 사용하는 '레이징 스트라이크', 특수 조건을 달성하면 파생되는 '레이징 체인', 기타 '트리플 어택', '얼티메이트 어빌리티', 오의 게이지를 풀로 사용하는 '오의', HP 30% 이하에서 발동하는 '해방 오의' 등등.
아크시스템웍스에서 개발한 대전 격투 게임 답게 굉장히 다양한 시스템과 특수 기술, 조건에 따라 발동하는 스킬들이 준비되어 있다. 이들은 모든 시스템을 이해하고 플레이하면 굉장히 아기자기한 대전 격투의 맛을 잘 살리고 있지만, 솔직하게 초보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너무나도 힘들다'
대전 격투 게임 마니아라면 사실 이런 부분은 무언가 특별한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거 아닌가?" 싶을 수 있지만, <GBVSR>은 어떻게든 초보자 유입을 위해 노력한 작품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부분은 분명 유입 유저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다. 결국 입문이 쉬운 거지, 그 이상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시스템 자체는 깊이가 있고, 여러 요소들이 복잡하게 연계 되어있어도 '튜토리얼'이 잘 갖춰져서 처음부터 하나 하나, 가르쳐주는 데다, 충분히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결국 "이 게임으로 <그랑블루 판타지>에 입문해도 되나요?"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그에 대한 대답은 확실하다. "여러분이 배울 의지가 있다면", "스스로 노력한다면" 충분히 이 게임은 입문할 수 있는 작품. 즐겨볼 수 있는 작품이다.
솔직히 원작의 고전장 보다는 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