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제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밀리터리 FPS(일인칭 슈팅) 게임의 양대산맥으로 불렸던 <콜 오브 듀티>와 <메달 오브 아너> 시리즈. 시간은 흘러 <콜 오브 듀티>가 현대전으로 노선변경을 꾀한 데 이어 <메달 오브 아너> 역시 최신작을 통해 현대전인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으로 노선변경을 시도하기에 이릅니다.
지난 12일 국내에서 발매된 <메달 오브 아너>인데요, 지난 2007년 발매된 <메달 오브 아너: 에어본> 이래 3년 만에 출시되는 시리즈 최신작입니다. 그것도 시리즈 최초로 현대전을 소재로 선택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nodkane
한 편의 현대전 소재 밀리터리 영화 같은 게임
<메달오브아너>는 실제로 벌어졌던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이라크전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보통 제 2차 세계대전 소재의 FPS 게임이 ‘실제로 있었던’ 유명 전투의 재현을 목표로 한다면, 현대전 소재의 FPS 게임은 ‘가상의 현대전 체험’을 목표로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실제 작전에 참전한 대원들의 조언을 받아 개발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메달오브아너>는 실제로 있었던 작전을 소재로 활용하고, 그 작전에 투입됐던 특수부대원의 고증을 거쳐서 ‘실제로 있었던 현대전’을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최대한 주려고 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무기들도 강한 화력의 최첨단 무기보다 실전에서 사용되는 소소한(?) 무기들이 중심입니다. 연출도 오버액션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한 게 눈에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던 워페어> 시리즈가 잘 짜인 전쟁 소재 ‘액션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면, 이번 <메달오브아너>는 고증이 들어간 ‘밀리터리 영화’ 같은 느낌을 줍니다.
물론 게임이 밋밋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폭발효과 하나는 정말 일품입니다.
<메달오브아너>는 전반적으로 밀리터리 영화 같은 연출과 구성을 자주 보여줍니다. 흥미롭게 잘 짜여진 스토리를 기대할 수 있죠. 이동 중 RPG를 맞고 추락한 헬기에서 버티는 장면도 있고요.
무너져 가는 집에서 동료의 도움으로 탈출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메달오브아너>의 싱글플레이는 일반적인 ‘싱글플레이’와 ‘티어1 모드’로 나뉘어 있습니다. ‘싱글플레이’에서 유저는 ‘티어1’ 특수부대원이 되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해 각종 미션을 해결해야 합니다.
싱글플레이의 구성은 기본적으로 다른 FPS 게임들과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스토리가 있고, 주어진 임무가 있으며, 이를 달성하면 다음 무대로 넘어갑니다.
다만 다른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단연 눈에 띄는 점은 ‘특수무기’를 활용하는 장면이 많다는 것입니다. 레이저 유도기를 이용해서 아군의 폭격을 유도하거나 헬기를 타서 적들을 날려 버리는 장면이 많습니다.
물론 다른 FPS 게임에서도 이런 장면들이 나오지만, 대부분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죠. 반면에 <메달오브아너>에서는 특수무기가 자주 활용됩니다. 마치 총처럼 하나의 ‘장비’로 사용하게 되더군요.
아군에게 폭격을 요청합니다.
목표물이 제거됐습니다. 안녕~.
싱글플레이는 개조된 언리얼 엔진 3를 사용해 전반적으로 최고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전쟁의 현장감을 느끼는 데는 부족함이 없는 수준입니다. 폭발 효과 같은 이펙트도 훌륭합니다.
켜고 끌 수 있는 나이트 비전 고글의 효과도 좋았고,
이리저리 정신없이 터지는 폭발의 이펙트나 사운드도 현장감이 살아 있습니다.
또한 같이 다니는 아군에게 F 키를 눌러서 말을 걸면 자신이 가진 총과 비슷한 종류를 들고 있을 경우 총알을 나눠줍니다. 총알을 찾기 위해 맵을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보다 게임에 집중할 수 있고, 동료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닐까 합니다.
총알이 많을 때 요청하면 “넌 이미 많잖아!”라고 핀잔을 듣기도 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가 총을 맞는 것은 진짜 확실하게 피드백이 오는 데 반해 적을 맞췄을 때 느낌이 약간 심심하다는 것입니다. 현실성을 고려했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약간 아쉬운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총을 맞았을 때 조준경이 흐트러지면서 빨간 모션블러가 생기는 것은 정말 일품입니다. 참고로 <메달오브아너>는 요즘 FPS 게임처럼 HP 게이지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많이 맞았을 때 사망하고, 잠시 쉬면 체력이 회복되는 방식입니다.
싱글플레이는 대략 6~7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갖고 있습니다. 요새 FPS 게임들이 싱글플레이로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와 규칙을 익히고, 멀티플레이로 플레이 타임을 연장하는 것을 생각하면 짧다면 짧고, 적당하다면 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눈에 띄는 ‘티어1’ 모드가 있습니다. 이는 간단하게 말해 싱글플레이를 누가 가장 빨리 깨는지 전 세계 유저들과 경쟁하는 겨루기 모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티어1 모드는 난이도가 최상으로 잡혀 있습니다. 모든 HUD가 나오지 않고, 몇 대만 맞으면 바로 사망하는 극악의 난이도를 보여줍니다. 티어1 모드를 시작하면 싱글플레이와 같은 맵에서 시작하게 되며 동시에 타이머가 돌아갑니다.
제일 큰 차이점은 왼쪽 구석에 타이머가 돌아가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 번 헤드샷에 성공하거나 백병전으로 적을 죽이는 등 이른바 ‘스킬 킬’을 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유저들은 이런 효과를 최대한 이용해 최대한 빠르게 임무를 완수해야 합니다. 플레이 결과는 서버에 남아 연동되고 다른 유저들과 비교-경쟁할 수 있기 때문에 도전 구를 자극하죠.
연속 헤드샷으로 타이머를 멈추고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세상에는 괴물들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_-.b
신작의 느낌이 나지 않는 멀티플레이
<메달오브아너>는 EA LA 스튜디오의 Danger Close가 싱글플레이를, 디지털일루젼(DICE)이 멀티플레이를 담당해서 만들었습니다.
하나의 게임을 두 개발사가 같이 만드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인데, 재미있는 것은 엔진마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싱글은 많이 변형된(heavily-modified) 언리얼 엔진 3를, 멀티는 프로스트 바이트 엔진을 사용해 만들었습니다. 그런 만큼 <메달오브아너>는 아예 2개의 다른 게임이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돼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싱글플레이는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인 반면, 멀티플레이가 실망스럽다는 점입니다.
랭크를 올려서 샷건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추가로 무기에 장착하는 소음기나 탄창 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게임 진행에 따라서 메달 또는 리본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멀티가 형편없이 재미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배틀필드> 시리즈의 DICE가 만든 만큼 기본은 하는 편입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소총수’, ‘특전사’, ‘저격수’의 3개의 병과로 나눠지며, 각 병과는 특징이 잘 잡혀 있습니다. 소총수는 기관총과 연막수류탄을 사용하고, 특전사는 기관단총과 샷건-RPG를, 저격수는 C4와 저격총을 사용합니다. 그런 만큼 맵과 상황에 따라 전략적인 플레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각 클래스를 사용하면 점수가 오르면서 레벨업을 하게 되고, 더 많은 장비를 쓸 수 있게 됩니다. 또 플레이어를 죽이거나 위치를 점령하는 등 목표를 달성하면 점수가 쌓이는데, 일정한 수치가 쌓이면 일종의 특수능력인 ‘전술 활동’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술활동은 크게 공격과 방어로 나뉘는데, 공격은 폭격, 미사일 등 범위 공격이 있으며, 방어는 레이더에 적 위치 보이기, 추가 장갑 등으로 아군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징을 가진 <메달오브아너>의 멀티플레이는 전반적으로 ‘적당한’ 수준의 동기를 부여해 주고, ‘적당한’ 수준의 협력과 전략을 요구하고, ‘적당한’ 수준의 재미를 제공합니다.
같은 엔진이어서 그럴까요? <배드 컴퍼니>와 분위기도 상당히 비슷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새로운 느낌은 전혀 나지 않습니다. DICE의 바로 전작 <배틀필드: 배드 컴퍼니 2>와 너무나도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엔진도 DICE가 직접 만드는 프로스트 바이트로 같다 보니 <배드 컴퍼니 2>의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심지어 <배드 컴퍼니 2>에 있던 비슷한 버그가 발견돼 패치가 진행됐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서버도 한국 유저들이라면 소외될 수밖에 없는 바로 ‘그’ 데디케이티드 방식입니다. 이 때문에 국내 유저들은 제대로 멀티플레이를 즐기기 어렵습니다. (EA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서버 외에는 따로 유저들이 서버를 만들 수 없는 방식. 즉 우리나라 유저들은 무조건 높은 핑을 자랑하는 해외 서버에 가야 합니다.)
EA도 <메달오브아너> 멀티플레이의 신선함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다양한 맵과 모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2일(미국시간)에는 전멸전 모드 ‘클린 스윕(Clean Sweep)’을 무료로 배포합니다. 이에 맞춰 2개의 새로운 맵과 기존 맵 2개의 리디자인 버전이 나옵니다.
아울러 11월 2일 유료 다운로드 콘텐츠(DLC)로 새로운 멀티플레이 모드와 맵이 담겨 있는 ‘핫 존(Hot Zone)’을 판매합니다.
설원 맵은 느낌이 참 비슷합니다.
해외 서버라 핑이 높아도 어느 정도 플레이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쾌적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결론적으로 <메달오브아너>는 ‘재미있는 싱글’에 비해 평범한 멀티가 아쉬운 게임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DICE가 멀티플레이를 만들었다고 해서 많이 기대했지만, 바로 전작인 <배드 컴퍼니 2>와 너무나도 비슷한 모습이어서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재미있게 잘 만든 게임이지만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컸을까요. 아쉬움도 많이 남는 게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