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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스텔라 블레이드 리뷰 - AAA급 게임 개발에 대한 시프트업의 잠재력

스텔라 블레이드의 유니크함이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사랑해요4) 2024-04-24 23:00:24
<스텔라 블레이드>는 어떤 게임으로 다가올까?

<스텔라 블레이드>는 여러모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은 게임이다. 국내에서는 <P의 거짓>의 뒤를 이어 출시되는 순수하게 국내에서 개발된 대형 콘솔 타이틀이란 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 개발사에서 만들어졌기에 기존의 콘솔 독점 게임과는 다른 테이스트가 보여 관심을 끌었다. 덕분에 시프트업의 첫 콘솔 도전임에도 불구, 크나큰 이목을 끌었다.

시프트업에 있어서도 <스텔라 블레이드>는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모바일로 출시했던 <승리의 여신: 니케>의 성공을 기반으로 단순히 콘솔로 시프트업의 영역을 넓히겠다는 목표를 가진 게임이 아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2019년 <프로젝트 이브>라는 이름으로 <승리의 여신: 니케>와 함께 공개됐던 타이틀이다. 

즉 'AAA급 콘솔 게임 개발'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약 5년 이상의 담금질을 거친 게임이다. 약 30시간 동안 <스텔라 블레이드>를 플레이하며 얻은 감상을 정리했다.


주의: <스텔라 블레이드>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 첫 발표 당시 언급했던 '폭발적인 극한의 액션'이란

혹시 소식을 접하지 못했던 사람을 위해 <스텔라 블레이드>의 배경 설정을 설명하면 대략 이렇다. '네이티브'라는 정체불명의 괴물로 인해 지구는 멸망했다. 남은 인류는 우주로 대피했고, 지구를 탈환하기 위해 강하 부대원을 투입하고 있다. 주인공은 7차 강하 부대원으로 선발된 '이브'다. 전반적으로 쓸쓸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분위기 속에서, 이브와 네이티브가 지구에서 벌이는 처절한 싸움이 핵심인 게임이다.

그리고 <스텔라 블레이드>가 2019년 <프로젝트 이브>라는 이름으로 공개될 당시 시프트업은 '폭발적인 극한의 19금 액션'을 강조했다. 선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표현의 제약을 두지 않음에 있어 그렇다는 말이다. 본 모습을 보인 <스텔라 블레이드> 역시 게임 시스템, 적들의 생김새, 공격의 묘사, 각종 의상까지 많은 면에서 '하드코어'스러운 모습이 엿보였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플레이 화면

일단 게임플레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투 시스템부터 이야기해 보자. 이전에 <스텔라 블레이드>의 데모 버전을 리뷰하며 공격을 타이밍 맞게 회피하거나 막아내는 것을 통해 ‘적과 주고받는 공방의 합이 핵심’인 게임이라고 이야기했다. 

‘스토리 모드’ 난이도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면 <스텔라 블레이드>는 친절하게 콘텐츠를 떠먹여주는 게임은 아니다. 플레이어가 적과의 공방을 주고받는 데 있어 어떻게 공략해 나가야 할지 스스로 고민해야 하는 게임이다.

전투의 템포도 거기에 맞춰져 있다. <니어 오토마타>처럼 빠르게 이동하며 탄막을 피하거나, <데빌 메이 크라이>처럼 다양한 파생 공격을 숨 쉴 틈 없이 이어가는 게임까지는 아니다. 주인공의 회피도 상당히 짧은 거리만을 이동하기에, 타이밍 회피가 아닌 단순한 회피 위주로 게임을 풀어나가려 하면 피를 보기 쉽다. 아니, 피를 보게 된다.

호쾌한 사운드와 연출을 동반한 패링

<스텔라 블레이드>의 액션 핵심은 적의 공격을 타이밍에 맞게 막는 패링과 회피에 있다. 이 두 가지에 성공하는 경우에는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포인트를 얻는 등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어, 이것을 통해 쌓아 나가는 액션이 핵심이다.

그렇기에 강력한 보스를 마주하면, 첫 도전은 그렇듯이 으레 몇 번 반격하지 못하고 금방 사망하게 된다. 패링이란 것은 결국 패턴을 익혀야 가능하다. 게임에서 한 번 공격을 허용하면 이어지는 연타 공격을 피하기 어렵고, 별도로 방어 장비를 구비하지 않으면 이브의 몸은 상당히 연약하기 때문이다. 

패링할 수 없는 노란색의 '가드 무시' 공격이나, 블링크나 리펄스 같은 스킬로 대응해야 하는 특수한 패턴도 있다. 후반부에는 회복할 틈을 주지 않고 끝없이 공격해 오는 적도 있다. 이런 상황이 겹치면서 싸움에서 흐름을 놓치면 1초도 지나지 않아 게임 오버 화면을 볼 수도 있다.

반대로, 패턴에 대응하며 싸워 나갈지 방식을 정립하고 이를 쌓아 나가는 순간에는 상당히 빠르게 승리할 수 있는 게임이다. 메인 퀘스트 위주로 진행하지 않고, 충분히 서브 퀘스트와 탐험을 통해 캐릭터를 육성하고,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기술 위주로 강화를 마치면 대미지가 상당히 강해지기도 한다. 

주인공이 압도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시스템상으로 일정 부분 제약되어 있지만, 어떻게든 빈틈을 파고들면 어느 정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그림을 만들 수 있기도 하다.

결국 플레이어의 주도적인 플레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령 적에게 스킬을 동반한 콤보를 넣어 쓰러트린 후, 재차 돌진해 공격을 세 번만 한 후, 곧바로 가드를 올리면 적의 반격이 패링되는 상황이 잘 나온다. 근처의 적을 넘어지게 하는 충격 수류탄을 사용해 적을 강제로 다운시키고 공격 패턴을 스킵할 수도 있다. 일정 시간 무적 기믹이 있는 스킬을 사용해 대응하기 어려운 패턴을 쉽게 넘길 수도 있다. 원거리 공격에 취약한 적도 있어 반드시 근거리 공격만으로 싸울 필요는 없기도 하다.

패링을 해야 전투가 많이 편해지긴 하지만(몇몇 몬스터는 패링 타이밍을 이해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런 방식으로 전략을 잘 세우면 패링을 최소화한 상태에서도 진행에 무리는 없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적의 공격을 패링하거나, 베타 스킬을 적중 시킬 때마다 적의 자세 게이지가 감소한다. 이 자세 게이지를 모두 소모 시키면 강력한 잡기 공격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잡기 공격의 대미지가 보스를 한번에 해치울 정도로 크지는 않다. 즉, ‘반드시 자세 게이지를 전부 소모시킬 필요는 없다. 패링이 중요하지만, 보스의 패턴이 익숙해지면 반격 위주로만 풀어갈 필요는 없다.

실제로 플레이를 하면서 이 자세 게이지를 신경 쓰지 않았음에도 특별히 힘든 구간은 없었다. 계획에 맞게 전투를 진행하면 자세 게이지보다 체력을 더 빠르게 감소시킬 수 있었다. 정신없이 적의 패턴에 대응해 몰아치다 보면 어느새 보스는 쓰러져 있었다. 난이도를 극한으로 어렵게 해 진입 장벽을 높인 게임은 아니다.


기자는 패링에 쥐약이지만, 도저히 클리어가 어려운 구간까지는 없었다.

이처럼 <스텔라 블레이드>는 이렇게 게임 시스템을 이해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투를 풀어나가는 것이 성공했을 때의 보상감이 확실하다. 그리고 이 보상감으로 재미를 확립한 게임이다. 공격적으로 풀어나가던, 수비적으로 풀어나가건 거기에 대한 확실한 리턴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투의 갈래는 게임을 진행하며 스킬을 해금하고, 이브의 전투 스타일을 바꿔 주는 장비 '엑소스파인'이나 '기어'를 확장할수록 늘어난다.

성능 모드 기준, UHD 환경에서 게임을 플레이했음에도 플레이에 무리를 주지 않는 프레임 드롭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야기하고 싶다. 갑작스럽게 끊김 현상이 발생하거나, 해상도가 지나치게 나빠지거나 하는 상황으로 인해 액션에 지장이 생겼던 경험은 없다. 액션 게임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스킬 구성 화면

엑소스파인과 기어 장착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전투의 방향성을 강화할 수 있다.

슬로우 모션과 강렬한 이펙트를 동반한 스킬이 많다.

다시 정리하면 숨 가쁘게 진행되는 전투 속에서 자신의 성향대로 플레이하면 된다. 쉽게 대응할 수 있는 공격은 화려하게 패링하거나 회피를, 스킬 자원으로 강력한 스킬을 사용해 적의 공격 타이밍을 끊으면 된다. 자신의 방식으로 적을 멋지게 쓰러트렸을 때 <스텔라 블레이드>의 재미는 진정으로 살아난다. 

마냥 예쁜 캐릭터가 적을 쉴 새 없이 베어 넘기며 지구를 구하는 그런 게임은 아니다.​ 적응하지 못하면 전투가 고달파지고 이브를 자비 없는 죽음으로 몰아간다. 다시 말해서 <스텔라 블레이드>는 ‘하드코어’ 하다. 액션에 익숙하지 않다면 많은 도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도전에 성공하면 확실한 성취감을 주는 방식을 가진 하드코어 액션 게임이다. 

다만, 초반 전투는 좀 한정적이다. 게임을 일정 이상 진행해야 ‘버스트’ 스킬이 해금되고, 이후에 전투의 재미가 크게 확장되는 편이다. 게임 초반에 다수의 적이 한꺼번에 나올 경우, 광역 스킬이나 파생시킬 수 있는 공격의 종류가 적어 고달프다.

나름의 하드코어한 유혈 묘사도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이브가 큰 위기에 빠지는 순간이 나오는데, 액션이나 미니 게임에 실패하면 약간 강렬한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데드씬을 볼 때마다 주인공에게 연민까지 느끼게 되는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나 <툼 레이더>(2013) 수준으로 연출이 강한 것은 아니기에 안심해도 된다. 인체의 신비함까지 탐구하는 게임은 아니다.

가령 이브가 경사길에서 미끄러지는데, 경로에 톱니바퀴가 있고, 그것을 피하지 못한다면...
이런 수준의 묘사가 있다. 그래도 톱니바퀴에 게임 오버를 당하는 판정이 넉넉해서 조금만 집중하면 부딪칠 일은 적다.


# 게임플레이에 동기부여를 주는 캐릭터

<스텔라 블레이드>는 길게 설정되어 있는 스테이지를 돌파하며 메인 퀘스트를 완수하는 익숙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중간 저장은 게임을 진행하며 도달할 수 있는 '레퓨즈 캠프'에서 이루어진다. 상시 세이브가 없어서 불편한 듯 싶지만, 세이브 포인트가 은근히 자주 등장해 재도전에 무리는 없다.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보이는 샛길 곳곳에 다양한 상자를 숨겨 놓기도 했다.

미니 게임이나 간단한 퍼즐도 자주 등장한다. 게임에 등장하는 퍼즐은 PS2가 주류였던 시절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생각나게 한다. 상자를 열기 위해 제한된 시간 안에 십자 버튼을 입력하거나, 레이저를 반사해 필요한 위치에 들어가도록 하는 퍼즐형 미니 게임이 많이 보인다. 

종종 기믹형 전투를 통해 단순한 플레이를 환기할 때도 있다. 근접 무기 사용이 제한돼 원거리 무기만으로 공격을 풀어나가야 하는 스테이지가 존재하는 식이다. 몇몇 맵은 세미 오픈월드 구조로 되어 있어 자유로운 이동을 통한 탐험의 재미를 제공한다.

각 지역은 추후에 플레이어가 재방문할 수도 있으며 이에 따라 맵이 확장된다. 맵의 재방문은 게임의 허브인 ‘자이온’에서 받을 수 있는 서브 퀘스트로 유도하고 있다. 자이온은 몰락한 인류가 생활하는 지구 최후의 도시다.

어드벤처 게임을 많이 해봤다면 익숙한 퍼즐이 많이 등장한다.

SIE 유통 게임 아니랄까봐 이런 퍼즐 요소가 등장하기도
설명하자면 저 문양은 PS 컨트롤러의 버튼 이미지와 같다.

종종 원거리 무기만 사용할 수 있는 구간이 있어 전투의 분위기를 환기시켜 준다.

독특하게도 <스텔라 블레이드>에서 이런 서브 콘텐츠나 맵 탐험에 대한 동기부여 요소로 강하게 작동하는 것은 ‘의상’이다. 캐릭터의 육성을 위한 스킬 포인트나 장비 강화를 위한 재료도 있겠지만, 결국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 요소는 이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일부 서브 퀘스트를 완료하거나 숨겨진 비밀 공간을 찾으면 이브의 의상을 얻을 수 있다. 의상은 보통 빨간색의 조그만 상자에서 나온다. 덕분에 다양한 의상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의상’ 대부분이 게임의 스토리와 세계관과는 연관성이 적은 스킨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이런 게임이라면 주인공의 모습에 걸맞은 기본 복장과 비슷한 의상을 제공하고, 주인공의 평상복이나 코스프레 옷을 곁다리로 제공하지만 <스텔라 블레이드>는 그 반대로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농담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뚝심이 있다.

세미 오픈 월드로 돌아다닐 수 있는 맵 중 하나. 밀도가 적지 않다.
맵의 구석구석마다 다양한 퍼즐과 보상이 존재한다. 입구를 찾기 위에 눈에 불을 켜고 경로를 찾아야 하는 구역도 있다.

이브의 악세사리(안경 유무, 귀걸이), 머리, 복장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머리와 복장 커스터마이징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브의 분위기가 크게 변하기도 한다.


서브 퀘스트, 맵 탐험 등을 통해 정말 다양한 의상을 얻을 수 있다.
이중에는 여러분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도 있으니... 열심히 찾아보시길

보상으로 주어지는 의상은 대부분 수영복, 짧은 니트, NPC의 코스프레 의상 등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콘셉트와는 약간 이질적이다. 푹신한 곰 인형 옷이 서브 퀘스트 보상으로 제공되기도 한다. 트레일러에서 보였던 것보다 파격적인 복장이 게임 안에 많다. 

심지어 게임의 수집 콘텐츠인 ‘캔 수집’의 최종 보상도 다소 얼굴이 화끈해질 만한 의상이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맵 곳곳에 숨겨진 캔을 찾아 각종 특전을 얻을 수 있다. 

이브의 외관을 꾸며 분위기를 크게 바꿀 수도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머리의 스타일이나 색깔, 액세서리 유무를 설정할 수 있는데, 설정에 따라 의상과 더불어 이브 첫 모습과는 다른 독특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모습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컷신에서도 그대로 나오기에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족감할 요소다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작정하고 만든 퀄리티로 제대로 보여 준다. 주인공은 고정되어 있지만 머리 스타일과 전체적인 복장을 바꿀 수 있다 보니 나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타 게임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스텔라 블레이드>의 유니크한 점이다.



외관 커스터마이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플레이어가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컷신에서 이브의 느낌은 크게 변화한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족감이 높을 부분


# 보컬곡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

유니크함을 이야기했으니, 몇가지 더 살펴보면 목소리가 들어간 ‘보컬곡’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는 점도 주된 포인트다. 애초에 체력을 회복하고 아이템을 보급받을 수 있는 캠프에서부터 필드의 OST와는 별개의 노래가 재생되며, 캠프에 비치되어 있는 축음기를 통해 노래를 바꿀 수 있다.

이 부분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장소는 게임에 등장하는 첫 세미 오픈 월드 구역인 ‘황무지’다. 황무지 탐사를 통해 더욱 깊은 지역으로 이동하면 기존의 곡에서 더욱 기타 리프를 강화한 곡이 재생된다. 이런 요소가 무언가 쓸쓸하면서도 강렬한 <스텔라 블레이드>의 독특한 분위기를 잘 표현해 준다. 

그래픽에서도 PS5 독점 게임다운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맵의 분위기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색감과 미래적인 디자인을 통해 아트워크로 시각적 만족도를 제공하고 있다. 맵의 특징에 따른 색감 표현도 수려한 편이다. <스텔라 블레이드>가 압도적인 그래픽을 가진 게임은 아니지만, 적어도 PS5의 독점작이라는 위치에 걸맞은 기기 성능 활용은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연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OST 듣는 맛으로 돌아다녔던 황무지

종종 시각적 만족도가 높은 장소들이 등장한다.


# 아트워크가 가장 빛나는 적 '네이티브'

<스텔라 블레이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유니크한 요소는 영화 <괴물>의 장희철 디자이너가 많은 부분을 맡은 네이티브다. 알다시피, 지금까지 나온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의 액션 게임은 수많기에, 등장하는 적의 디자인은 소위 말해 별 감흥이 없는 모습으로 만들어지기 쉽다.

게다가 '괴물'답게 징그러우면서도, 많은 사람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거북할 정도로 징그러우면 안 된다. 그러면서도 타 게임과 구분되는 특색 있는 모습으로 수많은 몬스터를 디자인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위압감이라는 부분에서는 아쉽지만 <스텔라 블레이드>는 첫 도전임에도 이 점을 잘 성취해 냈다. 

주인공의 주적인 네이티브

적들은 징그럽지만 게임을 플레이하기가 힘들 정도로 기분 나쁘게 생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외형을 보고 어떤 방식으로 공격해 올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방패를 들고 있으니 방어형이고, 모양새가 딱 돌진 공격이 강력하거나 연속 공격 패턴의 몬스터임을 생김새만으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런 게임은 ‘적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빠르게 학습하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한데, 단순히 외형적으로 징그러운 것이 아니라 ‘게임’에 필요한 디자인적인 부분까지 잘 성취해 낸 셈이다.

참고로 네이티브의 디자인은 스토리와도 연관이 있다. 김형태 디렉터는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스토리와 연계해 생각하면 심오하게 다가온다. 



# 총평 - AAA급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시프트업의 잠재력을 증명하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많은 콘텐츠는 ‘게임 덕후’라면 어디서인가 본 듯한 것들이 많다.

PS2 시절 어드벤처 게임을 생각나게 하는 각종 퍼즐 사각에 숨은 적의 기습. 전투 시스템. 컷신과 QTE 연출 등. 게임플레이 자체에서 ‘엄청난 신선함’이 느껴지는 게임은 아니다. 애초에 신선함을 목표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다. 오히려 익숙함을 한 그릇에 적절하게 섞어낸 비빔밥에 가깝다.

투덜거리고 싶은 지점도 있다. 의도한 순서에 어긋나는 루트로 탐험하면 필연적으로 헤매게 되는 몇몇 장소. 무겁다고 느껴지는 조작감과 2단 점프. 악의적인 함정과 퍼즐, 후반부에는 의미가 적어지는 상자. 지나치게 많다고 느껴지는 시체의 기억. 종종 당황스러운 스토리 전개. 많지만 개별적인 완성도는 아쉬운 서브 콘텐츠 등이다.

출시 후 ‘가까운 시일’ 내에 업데이트될 예정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상황이긴 하지만, 뉴 게임 플러스 모드가 시급하기도 하다. 게임의 ‘어려움’ 난이도는 2회차부터 선택할 수 있지만 아직은 뉴 게임 플러스가 없어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더불어 <스텔라 블레이드>의 전투는 보스전에서 가장 빛나는 편인데, 클리어 이후 보스에 재도전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어 아쉬운 편이기도 하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보스전이 재미있다는 의미가 된다.)

시체에서 기억을 읽을 수 있는데,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시체가 많다.
그럼에도 스캔을 할 때마다 계속 나와서, 최대한 '모든 것'을 조사하며 진행하는 플레이어라면 굉장히 신경쓰인다.

하지만 그 외에서는 시프트업의 테이스트가 진하게 느껴진다. 비유하자면 비빔밥이지만, 고추장이 다르다. 이 부분에서는 마치 “우리는 ‘이 부분’에서는 타협 안 한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강한 맛이 몰아치기까지 한다. 개발 발표와 동시에 ‘표현의 제약 없는 하드코어 액션’을 강조한 이유가 절로 이해된다.

이미 해외에선 PC 여부가 이슈일 만큼 일관적으로 보이는 서브컬처 느낌의 캐릭터 디자인과 게임의 동기부여가 될 다양한 의상들이 대표적이다. 네이티브의 디자인과 종종 뛰어난 구도를 보여 주는 컷신, 수많은 보컬곡, 성인 게임이라는 등급을 최대한 살린 강렬한 액션과 애니메이션 그리고 이펙트도 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다소 흔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에 액션 RPG를 결합한 평범한 게임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시프트업의 강점과 개발진이 가진 노하우를 영리하게 활용해 유니크함을 확보했다. 이런 부분에서 취향을 타는 게임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방향성을 좋아하는 사람에 있어서는 최선의 결과물에 가깝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시프트업만의 색깔과 잠재력을 확실히 담아낸 '싱글플레이 콘솔 게임'이다.

<스텔라 블레이드> 리뷰 요약

장점
- 보상이 확실한 전투의 맛
- 적절한 난이도 설정과 재도전의 욕구를 주는 보스전
- 뛰어난 아트워크
- 예쁜 여성 주인공을 원하는 사람에겐 최고가 될 수 있음
- OST 앨범을 당장 구매하고 싶게 만드는 몇몇 곡

단점
- 전투는 중반 이후부터 재밌어진다
- 종종 당황스러운 스토리 전개
- 약간 답답한 조작감

- 패링과 같은 타이밍 액션을 어려워한다면 힘들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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