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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스팀 출시로 부활?…‘록케이 시티’ 멀티플레이 리뷰

‘하이스트’보다는 ‘액션’으로 노선 잡은 협동 범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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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톤톤) 2024-06-24 18:59:19
<크라임 보스: 록케이 시티>(이하 ‘록케이 시티’)는 복잡한 정체성을 지닌 게임이다. 일차적 특징은 화려한 캐스팅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욘두’로 잘 알려진 마이클 루커를 포함, 척 노리스, 킴 베이싱어, 대니 트레호, 마이클 매드슨 등 노장 액션 스타들이 전성기 때의 모습으로 출연한다.

그런데 출연진을 잘 살펴보면 각자 활동 시기가 분산된 편이다. 여러 세대에 걸친 ‘B급 액션 영화’ 팬에 어필하려는 의도로 짐작된다. 이런 복합적(?) 캐스팅에 어울리게도 게임은 로그라이크·경영·액션이 버무려진 싱글플레이 모드, 범죄 미션을 함께 수행하는 멀티플레이 모드를 동시에 지원한다.

또한 <록케이 시티>는 신작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독점 출시했으나, 안타깝게도 콘텐츠 및 완성도 부족으로 외면받았다. 그런데 최근 스팀에 새로이 입점하면서 수일 만에 1,000개 이상 리뷰가 쌓이는 등 전보다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동안 유저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반영하고 콘텐츠를 불려 ‘할 만한 게임’에 등극했다는 평가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지난해 혹평받았던 협동 하이스트(범죄 작전) 게임 <페이데이 3> 유저들 반응이다. 상당수 <페이데이> 시리즈 팬이 <록케이 시티>를 ‘의외의 대항마’로 일컫고 있다. 게임은 실제로 이런 평가에 부합할까? 멀티플레이를 중심으로 체험하며 장단점을 알아봤다.



# 두 가지 플레이스타일

<록케이 시티>의 멀티플레이는 능력, 외모, 무기를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는 ‘두목’ 캐릭터, 혹은 고정 세팅을 갖춘 ‘부하’ 캐릭터 중 하나가 되어 즐길 수 있다. 단일 미션을 수행해 한 번에 보상을 챙기거나, 여러 미션을 연속으로 수행해 더 많은 보수를 얻는 등의 게임모드가 마련되어 있다.

게임플레이 룰은 선배 격인 <페이데이> 시리즈를 많이 참고했다. 상당수 미션은 일차적으로 ‘잠행’이 권장된다. 보안 시스템과 경비병력을 우회하거나 무력화해 조용히 일 처리에 성공하면 그만큼의 추가 보수를 얻을 수 있다.

잠행 플레이에 깊이를 더하는 여러 기믹도 <페이데이>에서 빌려 왔다. 적 혹은 민간인을 제압해 결박하거나, 보안 책임자를 찾아 키카드를 강탈하거나, 보안 설비에 먼저 침투해 무력화하는 등의 다양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잠행에 실패하면 180도 반전된 전투 위주 게임플레이가 펼쳐지는 전개도 <페이데이> 시리즈와 유사하다. 화력을 총동원해 적 갱단, 혹은 경찰병력을 무참히 쓰러뜨리며 목표를 완수하면 된다. 금고에 전동톱을 설치, 문이 열릴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하는 등의 ‘디펜스’형 콘텐츠도 똑같이 만나볼 수 있다.

민간인 제압 등의 콘셉트가 존재하지만 복잡도는 낮은 편이다.


# ‘케이퍼 무비’ 같은 <페이데이>

<록케이 시티> 멀티플레이와 <페이데이>의 이원화 구조는 이렇듯 서로 닮았다. 그러나 그 상세한 지향점은 서로 다르다. 먼저 <페이데이> 시리즈는 ‘하이스트’, 혹은 ‘케이퍼 무비’의 판타지 재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

페이데이에서 잠행 플레이는 ‘플랜 A’(plan A), 전투 플레이는 ‘플랜 B’(plan B)로 불리는데, 전자가 최선이고 후자는 차선이라는 함의가 있다(실제 영단어의 쓰임이 그렇다). 미션별로 둘 중 하나의 게임플레이가 강요되거나 취향껏 선택할 수 있게 나뉘는데, 고난도로 갈수록 어느 쪽이든 클리어가 쉽지 않다.

특히 잠행을 망칠 수 있는 요소가 <록케이 시티>보다 다양하다. <록케이 시티>와 달리 인물을 결박하는 ‘케이블 타이’부터 수량 제한이 있어 사용처를 미리 계획한 뒤 작전에 돌입할 필요가 있다. 그 외에도 유저간 합이 잘 맞아야 극복 가능한 상황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으며, 민간인 제압, 적 감시, 보안 무력화 등 역할도 적절히 분담되어야 한다.

한편 ‘플랜 B’ 상황도 만만치 않은 어려움을 선사한다. 고난도로 갈수록 압도적 숫자의 일반 병력에 더해 기기묘묘한(?) 능력을 자랑하는 특수 병력이 추가되기 때문. 이에 반해 플레이어의 탄약 등 자원은 한정돼 격렬한 항전도 쉽게 무용지물이 된다. 설령 성공하더라도 민간인 희생 등으로 보수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플랜 A,B 모두 녹록지 않도록 설계한 이유는,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어떻게든’ 해내는 케이퍼 무비 장르의 판타지를 게임에서 재현하기 위함이다. 미션별 공략법을 모르는 상태로 진입하면 아예 클리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사전 준비가 필요하며, 적절한 장비도 갖춰야 하는데, 이 또한 특유의 매력으로 통하는 지점이다.

<페이데이>는 어려운 맛을 노리고 골치아프게 디자인됐다.


# 액션에 더 치중한 <록케이 시티>

한편 <록케이 시티>의 게임 디자인은 정교한 하이스트보다는 흥미롭고 화려한 액션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왕년의 할리우드 액션 스타들이 여럿 등장한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우선 잠행 플레이는 좋은 도전 거리지만 정교한 맛은 다소 떨어진다. 많은 경우 직관적 임기응변으로 잠행을 이어갈 수 있다. 조금 요구사항이 많은 임무라 해도 몇 차례 경험하면 클리어에 필요한 지식이 충분히 모인다. <페이데이>에 비해 역할 분담의 필요성이나 부담도 적다. 대신 잠행에 성공했을 때의 이점이나 만족감 역시 크지 않은 수준이다.


<록케이 시티>가 잠행보다는 전투형 플레이스타일에 무게를 조금 더 두었다는 사실을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그 외의 예시를 보면, 해금 가능한 캐릭터 특성만 해도 ‘총기 대미지 강화’, ‘체력 강화’ 등 잠행보다 전투에 어울리는 것들의 가짓수가 더 많다. 정장 차림의 <페이데이> 주인공들과 달리 화려하게 치장한 ‘스트릿 갱스터’ 스타일의 캐릭터 외모 또한 액션 게임플레이에 훨씬 어울린다.

그러나 액션의 추구가 콘텐츠적 깊이 부족을 뜻하지는 않는다. 화려한 연출이 곳곳에서 유저를 맞아 주기 때문이다. 레이저 보안장치를 회피해 목표를 탈취하거나, 집라인으로 건물을 넘나들거나, 거대한 유물을 헬리콥터로 탈취하는 등의 ‘할리우드 스타일’ 장면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단순명쾌한 화려함이 매력 중 하나다.


# 진짜 아쉬운 점은?

여기까지 봤을 때 <록케이 시티>는 장르 내 후발주자들이 흔히 취하는 차별화 전략에 나름 성공한 타이틀이다. 협동 범죄 게임에 관심이 있지만, <페이데이> 수준의 지나친 고민과 노력은 피하고 싶은 유저들에게 권할 만하다.

<페이데이 3>의 실패, 그리고 2만 원 대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도 상대적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반복성이 심하지만, 최소 십수 시간의 재미를 선사하는 싱글플레이 분량도 호평이다. 긍정 리뷰 상당수는 이러한 장점들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적 4인 협동 슈터의 팬이라면 구매 이전에 유념할 지점이 하나 있다. 장르 내 다른 게임들 상당수와 달리 <록케이 시티>의 진척도 시스템은 ‘특성화’ 개념을 상당 부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록케이 시티>의 진척도 시스템은 레벨업을 할 때마다 무기, 부하, 스킨, 장비 등 콘텐츠의 ‘구매 권한’을 제공받는 방식이다. 무작위로 주어지는 3개 콘텐츠 중 하나를 골라 상점에서 해금한 뒤, 미션에서 확보한 자금으로 구매하면 된다. 당연히 높은 티어의 콘텐츠일수록 더 많은 돈이 요구된다.

레벨업을 하면 세 개 콘텐츠 중 하나를 해금할 수 있다.

이중에서는 특히 ‘부하’의 만족감이 크다. 착용하는 장비, 무기, 특성, 그리고 외양이 모두 달라 수집하는 재미를 느끼기에 좋다. 더 나아가 부하를 ‘봇’ 슬롯에 넣을 수도 있고, 유저가 직접 부하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도 있어 콘텐츠를 유의미하게 확장해 준다.

그러나 이런 수집 시스템으로는 고유한 플레이스타일을 추구하는 ‘빌드 완성’의 재미가 비교적 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모든 게임에서 빌드 육성 콘텐츠가 확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4인 협동 슈터 장르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엔드 콘텐츠에 도달하면 필연적으로 ‘반복 플레이’가 이뤄지는 이 장르에서, 빌드 육성은 지루함을 방지하고 장기간 플레이를 가능케 하는 주력 메카닉으로 인식되고 있다.

<록케이 시티> 역시 특성 해금 등 시스템으로 이를 지원하고는 있으나, 애초에 '직업군'을 나눠 별도의 스킬트리를 제공하는 동일 장르 다른 게임과 비교한다면 차별화된 빌드 콘셉트를 추구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대신 <록케이 시티>는 신규 장비, 캐릭터, 임무 등 콘텐츠를 더해 나가는 <GTA> 스타일의 장기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진척의 만족감은 선사할 수 있겠으나, 콘텐츠 반복성의 체감이 더 빨리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빌드 시스템이 있지만 분명한 '컨셉 놀이'의 재미는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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