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하게 차를 몰고, 총을 쏘고, 폭탄을 터트릴 수 있는 게임이 나왔다. 6일 스팀 얼리 액세스를 시작한 레이싱 슈터 <워해머 40,000: 스피드 프릭>(이하 스피드 프릭)이다.
<스피드 프릭>은 테이블탑 전략게임 <워해머 40,000>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타이틀이다. <워해머 40,000>은 다양한 종족이 등장하는 판타지 스페이스 오페라 세계관으로, 1987년부터 발매되어 깊은 팬층을 구축했다.
하지만 <워해머 40,000> 세계관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더라도 <스피드 프릭>을 즐기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세 가지만 알면 된다. <워해머>에는 오크가 나온다. 오크들은 '전재애애앵!'(WAAAGH!)을 사랑한다. <스피드 프릭>은 차량으로 벌이는 '전재애애앵!'이다.
플레이어는 버기, 탱크, 지원 웨건 등 다양한 종류의 차량을 선택해 상대방을 제압하고 폭발과 위험이 난무하는 맵을 가로질러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 각 차량은 고유의 능력을 갖고 있다. 가령 탱크는 360도 회전하는 포신으로 강력한 포격을 가할 수 있지만, 느리다. 버기는 빠르고 변칙적으로 움직일 수 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하다.
<스피드 프릭>은 다양한 층위의 재미를 제공한다. 느린 속도의 탱크로 엄폐물을 낀 채 전후로 오가며 적의 진입을 막을 때는 마치 <월드 오브 탱크>를 플레이하는 것 같지만, 빠른 속도의 버기를 택해 적진을 휘집고 도망칠 때는 <니드 포 스피드>의 급박한 추격전이 펼쳐지는 것 같기도 하다.
또한 레이싱과 슈팅의 융합이 오묘한 '손맛'을 자아낸다. 가령 버기는 차량에 장착된 기관총을 전방 180도 방향으로만 발사할 수 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마치 영화 <탑건>의 전투기와 같이 상대의 뒤를 잡는 컨트롤을 하게 되는데, 여기에 짧은 쿨타임의 즉시 이동 기술의 존재가 실력의 차이를 확연히 드러낸다.
조작이 상당히 어렵다. 마우스로 적을 조준하고 공격하는 동시에, 차량은 시점과 상관없이 (키보드 기준) WASD로 제어해야 한다.
사격 각도의 제한으로 인해 붙어서 서로 공격하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사진은 점령지에서 경쟁하는 모습.
대신 출중한 개인이 다수를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개별 차량의 공격력이 강하지는 않다. 개인의 기량이 유효한 차이를 만들긴 하지만, 결국에는 팀플레이의 합이 가장 중요한 구조다. <스피드 프릭>은 기본적으로 많은 인원이 한 구역에서 전투를 펼치도록 설계되어 있다.
얼리 액세스에서는 점령전과 화물 운송 두 가지의 게임 모드를 체험할 수 있다. 점령전은 두 개 세력이 레이스를 펼치며 중간에 위치한 다수의 점령지를 두고 경쟁한다.
화물 운송은 맵에 생성되는 폭탄을 얻고 적의 화물 운송 장비에 뛰어들어 진행을 지연시키는 방식이다. 폭탄 이송 중에 사망하면 그 자리에 폭탄이 떨어지기 때문에 각자의 화물을 지키기보다는 폭탄을 둘러싸고 난전이 펼쳐지기 일쑤다. 화물 운송 장비 '콘보이'에 자체적인 공격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구도를 의도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맵은 넓지만 교전을 위해 모이게 되는 구조다. 사진은 리스폰 후 바로 폭탄 쪽으로 달려가는 중.
현재 <스피드 프릭>은 모든 콘텐츠를 완전히 무료로 즐길 수 있다. 8개 차량 중 5개는 기본으로 제공하며, 나머지 3개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조건을 만족하면 해금된다. 시즌 패스를 비롯한 일부 유료 상품은 모두 외형 변경 아이템이다.
다만 얼리 액세스 버전 기준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특히 <스피드 프릭>에 나오는 많은 문장이 워해머 세계관의 오크가 사용하는 엉터리 영어(브로큰 잉글리시)로 적혀 있는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입장에서는 빠르게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스토리가 중심인 게임이 아니기에 언어의 장벽이 있더라도 게임 플레이에 큰 지장은 없으며, 정식 출시 시점엔 한국어를 지원할 예정이다.
"WAAAAA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