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서는 ‘듀얼코어 CPU’가 관심을 끌고 있다. 말 그대로 코어를 2개 장착해 단일 코어 CPU에 비해 2배 이상의 높은 성능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최근에는 아이패드 2 등 듀얼코어 CPU를 장착한 제품들이 하나, 둘 등장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그래픽 카드에도 ‘듀얼코어 GPU’ 제품이 있다. 그래픽 카드 하나에 중앙처리 장치인 GPU를 2개 달아서 성능을 끌어올린다는 콘셉트다. AMD에서 최근 출시한 라데온 HD 6990 역시 듀얼코어 GPU 제품으로, 지금까지 등장한 그 어떤 단일 그래픽 카드와의 비교도 거부하는, 그야말로 ‘최종보스’급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 1+1 = 2
지난해 말부터 AMD는 경쟁사인 엔비디아와 함께 40nm(나노미터) 공정으로 제작된 차세대 제품을 선보이며 치열하게 경쟁을 펼쳤다.
AMD는 먼저 20~30만 원 대 주력 제품인 HD 6800 시리즈를 선보인 이후, 하이엔드 제품인 HD 6900 시리즈 등을 선보였고, 엔비디아는 반대로 하이엔드 제품인 지포스 GTX 580 시리즈를 선보인 이후 GTX 570, 주력 제품인 GTX 560 Ti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GPU 코어가 1개인 제품들이다. 하이엔드 제품인 라데온 HD 6970과 지포스 GTX 580은 모두 막강한 성능을 뽐내지만, 사실 ‘단일 그래픽 카드’ 중에서는 AMD가 이전 세대 때 선보인 듀얼 GPU 기반 그래픽 카드 ‘라데온 HD 5970’을 뛰어넘지 못했다.
라데온 HD 6990은 바로 이런 HD 5970을 대체하는 최종보스급 괴물로 기획된 제품이다.
엔비디아 역시 이번 세대에서는 듀얼 GPU 기반 그래픽 카드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출시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HD 6990이 그래픽 카드계의 ‘본좌’로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6990은 2개의 GPU를 가지고 있으며, HD 5970에서 한층 더 개선된 성능을 보여준다.
▲ HD 6000 시리즈의 장점 그대로 계승 - 라데온 HD 6990은 AMD가 라데온 HD 6000 시리즈로 넘어오면서 개선된 장점들을 모두 물려받는다. 이전 세대 대비 개선된 전력소모, 발열, 소음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특히 테셀레이션(Tessellation) 처리성능이 향상돼 다이렉트X 11이 개선됐다. 개발사에 따르면 전 세대 대비 최대 3배 이상 개선됐다고 할 정도다.
또한, 최대 4대의 모니터를 연결할 수 있는 ‘아이피니티’(ATI Eyefinity) 기술을 지원하고, 또 이번 세대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Power Tune’(극심한 고사양 게임이 아니라면 최대 전력소모를 제한하는 기술) 역시 지원하기에, 뛰어난 전력소비 효율을 자랑한다. 듀얼 바이오스를 채택했기 때문에 오버클록 등에 의한 바이오스 손실도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
▲ 뛰어난 성능만큼 제약도 많아 - 물론 아무리 뛰어난 전력소비 효율을 자랑한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전 세대와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니 주의해야 한다.
HD 6990은 일반 그래픽 카드에 비하면 전력소모가 굉장히 높다. 최소한 보조 전원으로 8핀 커넥터를 2개 지원하는 600W 급 출력의 파워 서플라이가 필수일 정도. (어디까지나 ‘최소’다)
게다가 2개의 GPU를 이용하기 때문에 그래픽 카드도 크다. 레퍼런스 제품을 기준으로 가로 사이즈가 305mm 이상이기 때문에 PC 내부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카드를 꼽지도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가격 역시 현재 인터넷 쇼핑몰 최저가 기준으로 98만 원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이 정도면 웬만한 모니터 포함 PC 1대 가격보다도 비싸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 HD 6990 스펙 및 테스트 사양
보조전원으로 8핀 커넥터 2개를 요구하기 때문에 자신의 파워 서플라이가 이를 지원하는지 체크해 봐야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HD 6990은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여줄까?
HD 6990D을 싱글코어 제품 중 하이엔드 급인 엔비디아의 GTX 580, AMD 라데온 HD 6970. 그리고 전 세대 듀얼코어 제품인 AMD 라데온 HD 5970과 비교해 봤다.
* 테스트 환경 [CPU] 인텔 코어 i7 860 (린필드) [RAM] DDR3(PC3-10600) 4GB [HDD] WD 1TB Caviar Blue (SATA6Gbps/7200) [OS] Windows 7 얼티밋 에디션 64Bit [파워 서플라이] 1000W (HD 5970과 GTX 580은 600W)
게임 퍼포먼스 테스트 - DX 9, DX 10 |
※ 10분 경기 리플레이를 ‘아주 빠름’ 4배속으로 돌린 후 평균 FPS 측정
3D MARK Vantage, Unigine Heaven 등 유명 벤치마크 프로그램과 <HAWX> <크라이시스 워헤드> 같은 게임으로 DX 9과 DX 10의 구동능력을 살펴봤다. 결과적으로 HD 6990은 싱글코어라고는 해도 하이엔드 제품인 GTX 580을 가볍게 압도하는 높은 성능을 보여줬다.
특히 <크라이시스 워헤드>의 경우에는 최고옵션으로 구동해도 별다른 끊김이 느껴지지 않는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위의 표에는 없지만 온라인게임 <테라> 역시 인스턴스 던전을 최대 60 프레임 이상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게임 퍼포먼스 테스트 - DX 11 |
전 세대 듀얼코어 제품인 HD 5970은 듀얼코어이기는 하지만, DX 11 처리 성능에서는 오히려 엔비디아의 GTX 580보다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HD 6990은 DX 11 처리 성능이 확실하게 개선돼 DX 10이나 DX 9 때와 마찬가지로 다른 그래픽카드를 확실하게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소비 전력과 온도 테스트 |
최근 게이머들은 순수한 퍼포먼스 외에도 그래픽 카드의 소비전력과 온도에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그래서 이번에는 각 그래픽 카드의 소비전력과 온도를 테스트해 봤다.
위의 테스트는 ‘IDLE 상태’(바탕화면만 띄워 놓고 아무것도 안 하는) 및 <크라이시스 워헤드>를 풀옵션으로 가동할 때의 시스템 평균전력을 측정한 것이다.
[결론] 성능은 단일 그래픽 카드중 최강
전체적으로 HD 6990은 크로스파이어나 SLI 등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현존하는 단일 그래픽 카드 중 최강의 성능을 보여줬다. 말 그대로 그래픽 카드계의 최종보스급이라고나 할까. 발열, 소음, 온도 등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지만 DX 9, DX 10, DX 11 등 거의 모든 게임 테스트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역시나 문제는 가격. 100만 원 가까이 하는 가격은 웬만한 PC 1대 사는 것 만큼 비싸기 때문에, 일반 유저들한테는 아무래도 하늘의 별 따기 같은 느낌이다. 30만 원대 HD 6950 등을 크로스파이어로 구성하면, 어떤 의미로는 훨씬 더 효율 좋은 게임머신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HD 6990의 구입을 망설이게 한다.
물론 선택은 유저의 몫이다. 확실한 것은 HD 6990을 장만한다면, 앞으로 최소 2~3년 이상은 PC 패키지게임이나 온라인게임 가리지 않고 그래픽을 ‘풀옵션’에서 낮출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