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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대중을 향한 에이스 컴뱃, 절반의 성공

Xbox360용 에이스 컴뱃: 어썰트 호라이즌 리뷰

정우철(음마교주) 2011-11-01 19:50:44

플라이트 슈팅(?)이라는 묘한 장르를 선보이며 인기를 얻은 <에이스 컴뱃> 시리즈가 등장한 지 벌써 16년이 넘었습니다.

 

리얼리티를 중요하게 여기던 당시, 그리고 현재까지의 게임 개발 기조와 다르게 <에이스 컴뱃> 시리즈는 쉽고 간편하게, 하지만 스타일리시한 공중전을 콘셉트로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정식 넘버링 타이틀은 6개가 등장했지만, 외전을 포함하면 11개의 타이틀이 존재합니다. 정식 넘버링 타이틀은 나올 때마다 100만 장을 넘게 팔아치울 정도로 탄탄한 팬층을 갖고 있을 정도입니다.

 

최근 발매된 <에이스 컴뱃: 어썰트 호라이즌>(이하 어썰트 호라이즌)은 시리즈 최신작이면서 기존과 확연히 다른 시스템을 통해 변화를 선보였습니다. ‘초음속 대파괴 슈팅이라는 장르 변경이 변화의 폭을 짐작하게 만듭니다.

 

과연 어떤 느낌으로 시리즈를 재편했을까요? 올드 유저의 느낌으로 직접 플레이해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에이스 컴뱃>의 매력을 캐주얼하게 풀어내다

 

<에이스 컴뱃> 시리즈의 전통이라면 화려한 공중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예를 들어서 미사일을 100~200 발씩 장착하고 마음껏 쏟아 부으며 수많은 적기들과 공중전을 펼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특히 1989KBS에서 방영했던 <에리어 88>(지옥의 외인부대)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본 유저들은 만화에서 보던 멋진 공중전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빠져들었죠.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F-16 파이팅 팰콘>처럼 리얼리티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게임과는 재미를 느끼는 방식이 다릅니다.

 

그런데 <어썰트 호라이즌> <에이스 컴뱃> 시리즈의 재미를 한 가지로 압축해버렸습니다. 바로 초 근접 공중전인 도그파이트를 게임의 메인 시스템으로 잡아버린 것입니다. 도그파이트의 묘미인 꼬리잡기와 근접전투를 극대화한 시스템입니다.

 

공중전을 아케이드 형식으로 해석해 인기를 얻은 <에이스 컴뱃> 시리즈.

 

하지만, 유저의 입장에선 캐주얼한 전투로 바꾸는 시스템이 DFM(Dog Fighting Mode) 모드와 ASM(Assault Mode)입니다. 전작에서는 직접 조작해야 하는 부분을 일종의 스크립트로 처리해서 연출을 강화해 보는 맛을 충족시키는 반면, 조작하는 맛은 반감시켜 버립니다.

 

정식 시리즈와 외전이 많이 등장한 만큼 <에이스 컴뱃>은 마니아 게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어썰트 호라이즌>은 마니아가 아닌 대중을 위한, 어떻게 본다면 최근 게임의 경향을 따라가는 길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에 어느 정도 시뮬레이터의 느낌도 부각시켜주었던 전술 비행이 거의 사라지게 만든 것이 DFM 모드입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모자람이 과한 것보다는 낫다는 말이 딱 떠오르더군요.

 

최신작은 도그파이트 모드로 시작해서 도그파이트 모드로 끝을 맺습니다.

 

 

■ 시리즈의 정체성을 바꾼 DFM, ASM 모드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적기와 공중전을 벌인다는 콘셉트는 기존 시리즈와 동일합니다. 다만 그 방법에 있어서 전작과 달라진 것이 DFM ASM 모드입니다.

 

어떻게 본다면 이 시스템들은 <에이스 컴뱃> 시리즈의 정체성을 완전히 뒤집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마니아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한 이유 중 하나는 슈팅게임이면서 실제 공중전에서 사용하는 배럴롤, 시저스 등의 전투 기동을 사용해서 적기를 격추하는 재미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런 기동을 조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고 게임의 난이도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처음 <에이스 컴뱃> 시리즈를 접한 플레이어들은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DFM 모드는 이런 전투기동을 자동화해 버렸습니다.

 

상대의 꼬리를 잡으면 그 꼬리를 또다시 잡는 것의 반복 플레이가 이뤄집니다.

 

적절한 거리에 도달하면 도그파이트 모드로 전환시킬 수 있고, 이때부터 적기의 꼬리를 잡는 게 아니라 적을 맞추기 위해 1인칭 슈팅(FPS) 게임 같은 움직임만 하게 됩니다. 물론 시각적 연출에서는 놀라울 정도인 것이 분명합니다. 처음에는 전작과 다른 재미도 분명히 느껴집니다.

 

다만 캠페인 전체에서 전투의 대부분이 DFM 모드를 이용하게 만들어 버리면서 타성에 젖은 전투로 변질됩니다. 지상 공격 모드인 ASM 역시 주어진 루트를 따라가기 때문에 타켓을 공략하는 방법을 찾기보다 연출된 전투를 따라가게 됩니다.

 

ASM 모드에서는 쿨타임이 빠르게 회복됩니다. 다만 자유도는 없습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화려한 전투를 즐길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미션이 진행될수록 심심해집니다. 심지어 꼬리를 잡혔을 때 방어기동인 매뉴버(흔히 말하는 코브라 기동 등)를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조작의 재미는 단순한 거리 맞추기로 변질되더군요.

 

가장 큰 문제는 처음 채택된 DFM 시스템을 너무 사용한 나머지 그 외의 공중전 재미가 사라졌다는 데 있습니다. DFM 방식이 아니면 미사일로 적기를 떨어뜨리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습니다. 미사일의 성능도 낮아졌고 적의 방어기동 역시 현실적이지 못할 정도로 높아졌더군요.

 

락온을 시키기보다는 DFM 모드로 넘어가기 위해 거리를 좁히는 패턴을 강요하더군요.

 

 

■ 파고들기 요소가 사라진 <어썰트 호라이즌>

 

<어썰트 호라이즌>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이른바 파고들기 요소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한 번 엔딩을 보고 나면 다시 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연출을 위해 자유도를 버렸다는 느낌이랄까요?

 

대표적 사례를 들면, 미션마다 등장했던 에이스 기체가 없습니다. <어썰트 호라이즌>에서 상대 에이스 기체는 아큘라라고 불리는 한 명뿐입니다. 전작에서는 미션마다 에이스 기체가 등장해 이들을 상대하는 재미와 더불어 격추시켰을 때의 쾌감과 수집의 재미를 주었죠.

 

또 에이스 기체가 등장하는 숨겨진 요소도 있어서 이를 찾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반면 <어썰트 호라이즌>은 스크립트로 된 시나리오에 연출을 신경 쓰다 보니 거의 완벽한 일방통행의 스토리 전개를 보여줍니다. 몇 번을 플레이하든 같은 장면을 봐야 하는 것이죠.

 

유일한 에이스 파일롯인 아큘라. 그런데 강하다는 느낌보다 짜증난다는 느낌이….

 

스토리에 유저가 끼어들 여유가 없습니다. 시리즈 전통처럼 내려왔던 계곡 미션과 터널 통과 미션도 사라졌고요. 또한 미션에서 얻은 점수로 기체와 무기를 구입하는 요소도 사라지고 DLC(유료다운로드콘텐츠)로 대체됐고, 거대한 적을 상대하는 미션도 없어졌습니다.

 

전통적인 시스템을 없애고 새로운 시스템만을 부각시키고 있더군요. 그렇다고 너무 새로운 시스템만 들어간 것도 아닙니다. 처음으로 헬기와 폭격기, AC130을 직접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미 <모던 워페어> 등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시스템입니다.

 

나름 <에이스 컴뱃>에서 헬기와 폭격기를 조작한다는 점에서 재미를 주고, 신선한 면도 있지만 그 분량도 매우 짧아서 큰 부분이 되지는 못하더군요. 심지어 ‘<에이스 컴뱃>에서 내가 왜 헬기를 조작해야 하나?’라는 의구심도 생깁니다.

 

헬기를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참신했습니다만, 굳이 헬기 조작까지 할 필요성은….

 

 

■ 멀티플레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다

 

싱글플레이 캠페인에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던 새로운 시스템들이 멀티플레이에서는 장점으로 탈바꿈합니다. 처음부터 캠페인보다 멀티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만든 시스템들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입니다. 물론 <어썰트 호라이즌>의 멀티플레이 콘텐츠가 많거나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캠페인에서는 스크립트 연출에 빛이 바랬던 DFM 모드는 멀티플레이에 들어와서는 유저와 유저 사이의 치열한 눈치싸움과 다양한 회피 기동으로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선사합니다. 단순한 전투기와 전투기의 공중전뿐만이 아닙니다.

 

멀티에서 ASM과 DFM의 활용은 싱글과 차이를 보일 정도로 재미를 주는 요소입니다.

 

헬기와 폭격기 또한 중요한 기체로 활용됩니다. 수도공방전 맵에서는 그 가치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전투기는 공중 제압 임무를, 헬기는 지상병력과 대공무기 제압을, 폭격기는 상대의 본부(HQ)를 확실하게 제합하는 기체로 활용성이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기체마다 각자의 임무가 자연스럽게 부여되면서 전략과 전술이 만들어지죠. 개개인은 편대를 만들어 상대의 기체를 제압하는 다양한 조작을 하게 되고, 팀 전체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상대의 HQ를 공략할까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공격기 여러 대보다 폭격기 한 대의 공격이 확실한 만큼 전술이 필요한 멀티플레이.

 

멀티플레이는 유저와 유저의 싸움이기 때문에 싱글 캠페인처럼 뻔한 움직임을 보이면 그냥 격추당합니다. 연출을 빼고 유저의 개입이 들어가면서 전혀 다른 양상의 재미가 생겨나죠. 싱글 미션과 다르게 파고드는 맛도 생깁니다.

 

멀티플레이에서는 싱글 캠페인과 프리미션을 통해 모은 포인트로 다양한 스킬을 구입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은 미사일이나 기총의 대미지를 올려주거나, 쿨타임을 줄여 주는 것부터 다양한 공중기동을 보다 빠르게 해 주는 능력 업그레이드 등이 있습니다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더 다양한 전투의 재미를 보장해 주죠.

 

 

실력만 있다면 헬기로 전투기를 격추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어썰트 호라이즌>은 차기 넘버링을 위한 연결고리

 

<어썰트 호라이즌>은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의 재미가 상반됩니다. 싱글에서는 화려한 연출과 스토리를, 멀티플레이에서는 공중전과 팀웍크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마니아들도 싱글 캠페인에는 불만을 쏟아내면서 멀티플레이에서는 호평을 하고 있습니다. 그 반대로 처음 <어썰트 호라이즌>으로 시리즈를 접한 유저들은 싱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멀티에서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죠.

 

다시 말해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해 기존 시리즈의 느낌을 지우고 있지만, 멀티플레이에서는 적어도 전작의 느낌을 잃어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어썰트 호라이즌>‘7’이라는 정식 넘버링을 붙이지 않은 이유는 하나의 과정을 위한 고리역할을 부여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ICBM(대륙간탄도탄)을 격추하는 것이 유일한 거대한 적 병기의 등장입니다.

 

고리 역할인 타이틀임에도 불구하고 연출이나 그래픽, 사운드(미사일 경고와 엔진음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는 상당히 뛰어난 편입니다. 시리즈를 즐겨 온 입장에서 스토리와 그 전개에 있어서는 시리즈 전통을 버리고 최신 흐름에 맞추려는 모습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지만요. DFM ASM 시스템도 완성도만 따지고 보면 훌륭합니다. 다만 너무 과용해서 문제가 된 거죠.

 

<어썰트 호라이즌>을 평가하자면 절반의 성공을 거둔 타이틀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중에게는 어필했을지 모르지만 마니아들에게는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랄까요.

 

그나마 이번에 선보인 다양한 시스템이 정식 넘버링 타이틀에 접목됐을 경우 어떤 <에이스 컴뱃>으로 나타날지 기대감을 갖게 만듭니다. 적어도 한 번은 플레이해 볼 가치가 있는 타이틀입니다.

 

함대전의 강화처럼 새로운 요소가 추가된 정식 넘버링 타이틀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