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널리 보급되면서 요즘 모바일게임은 과거의 수준이 아닙니다. 한때 고사양의 대명사였던 언리얼 엔진이 모바일용으로 나오고, 모바일 하드웨어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깜짝 놀랄 만한 퀄리티의 게임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iOS 버전으로 개발된 <인피니티 블레이드>입니다. 모바일게임이라고 보기 힘든 화려한 그래픽으로 눈을 사로잡았죠.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속편 <인피니티 블레이드 2>가 나왔습니다.
전작이 화려한 그래픽을 내세웠지만 다소 단조로운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면, 후속작은 그 단조로움을 어느 정도 벗어나 게임의 틀을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인피니티 블레이드 2>를 처음 실행하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그래픽이 또 한 단계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프롤로그부터 “나 언리얼 엔진이야!!” 하고 자랑스럽게 외치듯 멋진 광원효과와 세밀한 캐릭터 묘사를 뽐내죠.
카메라 연출도 보다 감각적으로 진행되면서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데 한 편의 드라마 같은 효과를 줍니다. 적어도 전작처럼 단조로운 느낌은 시각적인 측면에서부터 보완됐습니다. 그리고 2편의 변신은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동양풍의 그래픽과 광원효과로 처음부터 플레이어의 눈을 사로 잡습니다.
■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 분기의 등장
전작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한반복되는 스토리였습니다. 물론 1편도 엔딩은 있었지만 무의미한 환생 속에서 점차 강해지는 적들을 상대하며 스스로 레벨을 올리는 정도였죠. 결국 신들의 왕을 처치하기는 하지만 뜻을 알 수 없는 엔딩을 보고 난 후 ‘내가 뭘 한 거지?’ 의문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인피니티 블레이드 2>에서는 그 후의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프롤로그에서 주인공이 들고 있는 칼이 전편에서 그렇게 사용하고 싶었고, 사용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들였던 ‘무한의 검’입니다. 물론 프롤로그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가면 초라한 무기로 시작하게 되죠.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게임의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전작의 뒷이야기입니다.
프롤로그를 통해 ‘신비의 장인’의 존재가 드러나고, 주인공은 갇혀 있는 그를 구출하기 위해 움직입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의 정체가 밝혀지고, 그 정체 자체가 복선이 되는 등 다양한 스토리 구조를 만들어 갑니다. 게임의 디자인도 단순반복에서 한 단계 진화해 분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처음에는 갈 수 없는 길이 있고, 특정한 조건, 예를 들어 어떤 보스를 해치워야 열리는 문이 나오기도 합니다. 진정한 보스를 만나기 위해서는 중간 보스가 나오는 미션을 깨야 하고, 보스들은 각각의 스토리와 연계됩니다.
처음에는 잠겨 있는 문이지만,
하나의 분기를 클리어하면 다음 환생에서는 문을 열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무한환생’을 해서 플레이를 반복해야 하는 당위성을 갖게 해줍니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하나의 봉인을 풀고, 새로운 봉인을 풀러 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새로운 봉인이 풀릴 때마다 앞선 스토리의 복선이 하나씩 드러나고, 또 전작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뭐랄까요…, 자잘한 가지가 결국 하나의 줄기로 모이듯 <인피니티 블레이드 2>도 다양한 분기의 루트와 몇 번의 환생이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집니다. 스토리를 즐길 수 있게 된 셈이죠.
레벨 10에서 레벨 100의 보스를 만나면 이건 아직 올 때가 아니니 환생하라는 의미입니다.
■ 전투 방식의 변화와 추가도 즐겁다
전투 방식의 변화가 <인피니티 블레이드 2>에서 가장 달라진 점입니다. 전작은 검과 방패뿐이었지만, 이번에는 쌍수무기와 양손무기가 등장합니다.
무기의 종류에 따라서 공격속도와 방어기술이 달라지기 때문에 전략적인 선택이 중요합니다. 검과 방패는 전작과 같은 패턴이지만, 쌍수무기는 3번의 연속기를 사용할 수 있고 좌우와 아래로 피할 수 있는 액션이 가능해집니다.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양손무기는 좌우와 정면을, 그리고 더 강한 공격을 막아낼 수 있죠. 어차피 때리고, 막고, 피한다는 개념은 동일하지만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느낌은 확실히 다릅니다. 특히 전투 직전에 주어지는 미션들은 무기 선택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전투와 동시에 막기를 10회 성공하면 추가 경험치를 주는 미션을 받았습니다. 검과 방패 혹은 양손무기를 들고 있다면 막기가 가능하지만, 쌍수무기를 들고 있다면 피하는 것만이 가능합니다. 미션을 수행하고 싶다면 무기를 바꿔야 하겠죠.
액션에도 타이밍이 들어갑니다. 단순히 제치기가 아니라 강력한 제치기, 완벽한 제치기 등으로 구분되면서 이에 따른 보너스 효과도 받습니다. 안전하게 플레이하고 싶다면 큰 문제는 아니지만 완벽한 플레이를 한다면 위험을 감수하게 만드는 조건이죠.
이처럼 단순한 손가락 운동에서 타이밍과 경우의 수를 넣어서 다양한 재미를 제공해줍니다. 물론 그 재미를 따라갈지, 아니면 단순한 손가락 운동을 계속할지는 플레이어가 판단해야 합니다.
쌍수무기를 들고 있는 시점에서 보너스 경험치는 이미 물건너간 상태….
■ “시간은 금이라고, 친구~~”
<인피니티 블레이드 2>는 6.99 달러라는, 앱스토어에서는 비교적 비싼 편이고, 그 가격에 맞는 퀄리티를 보여주는 게임이기는 합니다.
다만, 전작에 비해 요구하는 것이 많습니다. 특히 게임 내 재화에 대해서는 ‘돈으로 시간을 구입하라’고 강요하는 편입니다. 물론 시간만 ‘충분히’ 들인다면 게임 속 모든 콘텐츠를 즐기는 것은 가능합니다.
돈을 질러서 처음부터 이 무기를 구매하면 편합니다. 확실히 편합니다.
<인피니티 블레이드 2>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템입니다. 각종 무기와 방어구를 얻고 이를 숙련시키면서 성장해야 합니다. 문제는 환생을 거듭할수록 상대의 레벨이 점점 올라가고 자신의 레벨은 그다지 높아지지 않아서 결국 보다 좋은 아이템으로 레벨 차이를 극복하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좋은 아이템은 일반적으로 플레이해서 모을 수도 있지만, 엄청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자신의 수준에 맞춰 이전 환생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가능하지만, 결국 반복작업을 하라는 이야기죠.
자, 지르세요! 시간은 금이라는 좋은 말도 있습니다.
이 반복이라는 시간을 피하고 싶다면 돈을 쓰면 됩니다. 게임머니를 구입하고, 그 돈으로 아이템을 구매하면 되죠. 간단합니다. 수익모델을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금이라는 말도 있듯, 게임머니 구입은 게임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들어 주는 수준이니까요.
가장 문제가 된 것은 패치되기 이전의 버그였습니다. iOS5의 클라우드 기능을 통해 세이브를 저장하는 기능의 문제로 초기화가 일어나는 버그가 있었죠. 사실 이번 리뷰가 늦은 이유도 그동안 투자했던 플레이가 한순간에 초기화로 날아갔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패치된 초기화 버그… 안 질러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 재미와 흥미, 그리고 또 다른 떡밥
<인피니티 블레이드 2>는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휴대용 기기에서 이만한 그래픽과 단순한 조작으로, 이만한 재미를 주는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죠.
단, 아이패드2에 최적화되면서 다른 애플 기기에서는 다소 느리다는 점, 배터리를 엄청나게 빨리 닳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 시간이 지나서 익숙해진다면 반복되는 패턴에 짜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한 번 플레이하면 또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인피니티 블레이드 2>는 휴대용, 그리고 스마트폰, 터치라는 조작에 가장 최적화된 게임입니다. 단순하지만 최대한 재미를 줄 수 있도록 만들어졌죠. 그 단순함 속에 다양한 분기를 넣고, 뛰어난 그래픽을 선보인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광원효과, 세밀한 그래픽, 화려한 액션 등 스마트폰게임은 더이상 모바일게임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엔딩을 보고 난 후에 당당히 다음 ‘떡밥’을 던집니다. 갑자기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의 모습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겠죠. <인피니티 블레이드 3>가 나올 것이라는 암시입니다. 참고로 협동플레이가 가능한 클래시몹 업데이트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만약 앞으로 추가로 등장하는 콘텐츠(클래시몹을 제외한 캐릭터와 시나리오)들이 후속작이 아닌 무료 업데이트로 제공된다면, 저는 이 리뷰의 점수를 바꿀 의향이 있습니다. 단순히 보스 몬스터를 추가하는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마 지금 예고된 업데이트가 이루어진다면 우리들은 게임머니를 더 구매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추가되는 아이템을 지급해 주는 것이 아니라 등장시키는 것이니까요. 지금은 겉모습, 즉 외향적인 그래픽과 아이템 추가에 따른 일부 조작변화에 치중한 후속작의 느낌이 강합니다.
아직 내면의 변화는 모자랍니다. 업데이트를 기대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겠죠. 지금의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8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