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게임들이 PvP(Player vs Player)를 다루고 있습니다. 예컨대 단순히 가만히 서서 물약 빨며 칼질하기 식의 게임에서부터 좀더 복잡한 공성전, 국가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게임에서 PvP는 궁극의 재미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러한 PvP를 즐기기 위한 대가, ‘노력’을 요구합니다. 축복받은 서버와 저주받은 서버의 기준이 될 정도로 거대 길드 사이의 대립이 공성전의 필수 요소였던 <리니지>부터 ‘포탈 킵’ 앞에서 수십 분 이상 “파티 구해요”를 외쳐야 했던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을 까지, 유저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전쟁만 따로 뚝 떼어내서 게임으로 만들어내면 좋겠다’.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그런데 마침 <배틀붐>이란 게임이 클로즈 베타 테스터를 모집하더군요. 일단 첫 인상을 말하자면 ‘와우~ 꽤 재미 있겠는걸!’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게임이냐고요? 이름도 못 들어 봤다고요? 궁금해하는 분들을 해 최근 1주일 동안 진행된 테스트 기간 동안 제가 플레이 하면서 느낀 점들을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shiraz
█ 깔끔하고 개성있는 그래픽
<배틀붐>은 최근 선보인 캐주얼 게임들 중에서 꽤 괜찮은 그래픽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카툰 렌더링 방식을 사용하며 파스텔 톤의 엷은 색감은 ‘집단전투’라는 무거운 개념이 무색하리만큼 가벼워 보입니다. 원색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함으로써 좀더 가볍고 쉬운 게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배틀붐>의 그래픽이 단지 외모에만 공을 들인 것은 아닙니다. 이 게임은 캐주얼 게임답지 않게 정말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합니다. 일반적인 MMOG들과 비교해보더라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입니다.
캐릭터 생성단계에서부터 <배틀붐>은 폭넓은 선택을 지원합니다.
비단 캐릭터 생성뿐만 아니라 게임 중 상인으로부터 구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의상과 액세서리를 통해 캐릭터를 더욱 다양하게 꾸밀 수 있습니다.
전기톱이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군요.
하지만 아쉽게도 전투에서는 이러한 세밀한 설정이 무용지물이 됩니다. ‘배틀슈트’를 타고 진행을 하기 때문에 캐릭터는 얼굴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자세한 옵션을 만들었을까요? 그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겠습니다.
█ 쉬운 조작방식, 짧은 적응기간
<배틀붐>의 조작은 쉬운 접근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간단한 마우스 클릭으로 이동이 가능하며 키보드 좌측에 주로 배치된 키들을 통해서 공격을 할 수 있죠. 일반적인 MMOG의 조작방식을 그대로 도입함에 따라 첫 대면 이후 적응하는 데까지 시간이 얼마 안 걸립니다. 게다가 친절한 ‘안내양’처럼 게임에 들어가자마자 음성으로 간단한 팁을 알려주던데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그렇지만 이러한 제작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PvP에서는 손가락이 꼬이는 ‘초보 특유의 실수’가 자주 벌어졌습니다. 인터페이스도 눈에는 익숙하지만 총알을 맞으면서 정신 없을 때는 뭐가 뭔지 모르겠더군요. 그래도 쉬운 조작방식 때문인지 몇 번 하다 보니 이내 손에 익어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게임을 많이 즐겨왔다고 자부하는 게이머라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배틀슈트가 가져온 행복한 고민
<배틀붐>은 기계들이 벌이는 전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배틀슈트라는 ‘옷’(?)을 입고 전투를 하게 되는데 이 옷이 상당히 특별합니다. <네이비필드>나 <이브온라인>에서 이것 저것 함포와 레이더, 어뢰발사구들을 장착하느라 고민했던 분들은 <배틀붐>에서도 똑 같은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상점에서 이런 무기 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배틀슈트는 각 부분별로 여러 가지 아이템이 존재하므로 자신의 입맛에 따라 다양한 조합을 착용하고 전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특수한 기능이 존재하는 아이템도 있으므로 이것을 통해서 승리에 보다 가까이 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텔스 제트 머신’의 경우 적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이점을 활용하여 따로 떨어져 있는 적에게 다가가 ‘스윽~ 눕혀드리는 센스’가 가능합니다.
특수 아이템인 ‘스텔스 제트 머신’을 활성화한 모습.
이외에도 다양한 전술적 아이템이 존재하며 앞으로도 꾸준히 추가될 것이므로 게이머는 이 조합을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 집단전투에 대한 진지한 접근
<배틀붐>을 처음 접했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이 로 ‘재미있고 쉬운 집단전투’라는 문구였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수많은 MMORPG가 길드전이나 국가전을 통해 집단전투를 추구해 왔지만,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그것을 즐기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배틀붐>은 정말 그것을 가능케 했을까요? 결론을 말하자면 상당부분 그것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캐주얼 게임이라는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배틀붐>은 집단전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보여줍니다. 먼저 밸런스 조율에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지고 있는 3개 국가 체계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굳이 각 국가별로 구별될만한 점을 뚜렷하게 만들지 않았으므로 게이머들은 베르, 신, 에바의 3개 국가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게 됩니다.
밸런스 조율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3개 국가 체제입니다.
또한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용병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어느 캐릭터는 어느 한 국가에 영구히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합니다.(추후 지원될 기능) 이를 통해 특정 국가에 인원이 집중됨에 따라 발생하는 밸런스 붕괴를 상당부분 막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배틀존에서 간단한 전투를 벌일 수 있습니다.
<배틀붐>의 특징은 일반 게임들에서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전쟁을 그대로 ‘뚝’ 떼어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이머들은 인스턴스 전장인 ‘배틀존’에서 소규모의 전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배틀존은 간단히 참여 버튼을 누르는 것과 약간의 기다림만 지나면 바로 시작되며 여러 가지 맵에서 간단한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적을 쓰러뜨려서 얻는 용병 포인트는 캐릭터의 레벨뿐만 아니라 향후 여러 가지 아이템을 사용하는 조건이 됩니다.
참여 인원이 양 진영 통틀어 10명이므로 조금 썰렁한 느낌은 있습니다.
전투에서 승리할 때의 보상입니다.
좀더 대규모의 싸움을 원한다면 ‘배틀필드’에서 3개 국가 사이의 난투극에 참여해야 합니다. 오픈베타가 시작되고 자 수가 좀 더 많아져 전투가 활발해진다면 보다 체계적인 국가전이 가능하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배틀필드는 말 그대로 썰렁하더군요. 심심해서 드럼통 부수기를….
그러나 아직 배틀필드가 배틀존보다 더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이 없으므로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배틀존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개발팀에서는 배틀필드에서 상점에서 구할 수 없는 아이템을 구할 수 있게 한다거나 경험치를 더 준다거나 하는 등의 방식을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 그런데 캐주얼 게임 맞아?
<배틀붐>은 일반적인 캐주얼 게임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무거운 게임입니다. 겉보기에는 가벼워 보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웬만한 MORPG가 갖추고 있는 것을 거의 대부분 갖고 기 때문입니다.
SOE의 온라인 RPS게임 <플래닛 사이드>처럼 적을 쓰러뜨려서 얻는 포인트로 레벨업을 하며, 인스턴스 지역(배틀존)과 일반 필드(배틀필드)가 구분되어 존재합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대다수 캐주얼 게임들이 “이건 패스~”라고 넘겨버리는 커뮤니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중립지역에서 만난 다른 게이머들의 모습, 상당히 다양한 캐릭터 설정이 가능합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배틀붐>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클로즈 베타 수준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뛰어납니다. 게다가 이것은 결코 전투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게임 속에서는 게이머들이 국적에 관계 없이 모일 수 있는 중립지역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캐릭터는 갑갑한 배틀슈트를 벗고 맨 몸(물론 노출은 속옷까지만 허용)으로 활보하게 됩니다.
모두 개성이 뚜렷하므로 똑 같은 캐릭터를 찾기 힘듭니다.
그곳에서 다른 국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상인 NPC들로부터 의상과 얼굴 아이템을 사서 캐릭터를 보다 더 개성 있게 치장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배틀붐>이 일반 캐주얼 게임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입니다. 차후에 길드나 아이템 거래 등등이 지원된다면 중립지역은 일반적인 MMORPG의 ‘마을’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띄게 될 것입니다.
█ 체험소감 : 박수 받아 마땅한 게임
이것저것 대충대충 살펴보았지만 위에서 소개한 내용만으로도 <배틀붐>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게임입니다. PvP에 중점을 두는 다른 게임들, <그랜드체이스>나 <인피니티>가 제시하지 못했던 대규모 전투를 국가전을 통해 자연스럽게 등장시켰으며 이것을 캐주얼 게임의 틀에 잘 집어넣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플래닛 사이드>나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처럼 국가전을 모토로 하는 MMORPG 들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점, 인원 밸런싱 문제를 용병이라는 개념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비켜나갔습니다. 국가전에서 밸런스의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데 3국가, 용병이라는 핵심 시스템을 통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상당 부분 줄였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캐주얼 게임들이 갖추지 못했던 세밀한 커스터마이징은 향후 커뮤니티의 강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들을 통틀어서도 비교 우위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듯 여러 가지 눈에 띄는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그러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는 쉽게 답하기 힘듭니다. 분명 <배틀붐>은 쉽고 재미있어 보이지만 ‘수많은 게이머들의 취향에 맞을까?’라는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아직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만 진행된 상태라서 폭 넓은 유저들의 반응을 접하기 힘든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MMORPG와 캐주얼게임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배틀붐>은 얼마 전에서야 겨우 첫 걸음을 내디뎠을 뿐입니다. 다음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