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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온라인으로 돌아온 두근두근 메모리얼!

안정빈(한낮) 2006-08-03 08:41:22

1995<동급생> 시리즈를 위시로 한 18금 미소녀연애시뮬레이션(이하 미연시) 게임들이 활개 치던 시절, ‘건전한 연애시뮬레이션’을 외치며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등장, 일대의 파란을 일으킨 게임이 있었으니 그 이름도 거룩한(?) <두근두근 메모리얼>이다.

 

그 후로 10여년이 흐른 지금 <두근두근 메모리얼>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포맷으로 등장했다. 과거의 영광은 과연 온라인에서도 이어질 것인가? 현재 일본에서 정식서비스 중인 <두근두근 메모리얼>의 모습을 들춰봤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한낮


 

NPC가 배제된 커뮤니티게임!

 

미연시 게임이 온라인으로 나온다니 ‘도통 감이 안 잡히는’ 분들이 여럿 있을 것이다. 자고로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이라면 플레이어 한명 당 최소 하나 이상의 NPC(공략대상)가 있어야 하는 법인데, 불특정다수의 유저가 접속하는 온라인게임에서 전 유저에게 각각 한명씩의 NPC를 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리뷰를 위해 패키지를 받아든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감이 잡혀야 말이지.

 

그렇다고 모든 유저에게 ‘똑같이 복제된’ NPC세트를 안겨 줘버리면 온라인게임으로서의 특성이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게다가 ‘연애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두는 연애시뮬레이션게임은 ‘결코 끝나지 않아야한다’는 온라인게임의 대전제와도 어긋나는 셈이다.

 

결국 연애시뮬레이션이야말로 온라인화 하기에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공략대상이 있어야 연애를 하든 말든 할 거 아닌가.

 

그래서 <두근두근 메모리얼>이 택한 결론이 바로 강제적인 이벤트와 시나리오의 비중을 압도적으로 낮추고 대신 플레이어의 공략대상을 NPC에서 다른 유저(사람)로 바꿔주는, 쉽게 말해 NPC는 쏙 빼놓고 유저끼리만 노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공략대상이 다른 ‘사람’인만큼) 엔딩의 기준이 모호해지며 동시에 수많은 NPC를 만드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어진다. 그리고 여기에 몇 가지 미니게임과  ‘유저간의 이벤트’를 넣어주면 만사 OK. 나머지는 사람을 찾아 모인 유저끼리 알아서 놀게 놔두면 된다.

 

온라인에는 맞지 않는 연애시뮬레이션의 한계를 유저간의 커뮤니티게임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간단히 해결한 것이다.

 

 

학교와 반, 그리고 부활동으로 맺어진 끈끈한 커뮤니티

 

물론 커뮤니티게임이라고해서 아무런 대책조차 없이 ‘너희들끼리 놀아라’하고 내버려두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두근두근 메모리얼>에서는 캐릭터마다 각각 하나의 ‘반’을 지정해줌으로써 유저간의 친목도모는 물론 새로운 유저도 큰 부담 없이 기존의 커뮤니티에 소속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반은 A부터 Z까지 랜덤이다.

 

게다가 이렇게 편성된 반에서는 단순한 ‘잡담’ 이외에도 15분 단위로 치러지는 ‘수업’과 다양한 ‘드라마이벤트’ 등 대부분의 컨텐츠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각 교실로 모여 커뮤니티를 이루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반의 선택권한이 없고, 차후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도 다른 반에 속해있으면 15분마다 수업을 들으러 교실을 옮겨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끼리끼리만 노는’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매력포인트가 된다.

 

  ‘벌써 수업 시간이 다 됐네. 난 우리 교실로 가볼께’라는 추억의 대사도 종종 들을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강제적인 커뮤니티’ 이외에도 부활동과 친구, 파티 등 여타의 게임에서 볼 수 있는 기본적인 커뮤니티들도 모두 지원되니 걱정하지 말자.

 

 

연애의 꽃은 이벤트

 

그리고 이 같은 커뮤니티를 받쳐주는 것이 학교 내 곳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드라마 이벤트’다. 이는 패키지게임시절 등장하던 ‘이벤트 씬’들을 간략화 시킨 것으로, 정해진 선택지 내에서 플레이어의 행동과 대사를 고르면 그에 따라 상대방의 태도 등이 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냥 패키지시절의 게임진행을 생각하면 된다. 방을 만들고 NPC를 고르는 것 정도가 차이점 이랄까?

 

, 그때와 차이가 있다면 모든 이벤트가 인스턴트방식으로 바뀌면서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이벤트를 골라서 체험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유저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같은 이벤트도 몇 번씩 반복해서 즐길 수 있고 일회성인 만큼 캐릭터의 호감도를 걱정할 필요도 없으니 특별한 이벤트라기보다는 일종의 ‘미니게임’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나을 듯하다.

 

끝나면 점수도 매기고 그에 따른 보상도 지급한다. 시나리오 상으로도 ‘학교에서 즐기는 역할놀이’란다. 학생이면 수업이나 할 것이지!

 

하지만 들이는 시간에 비해서 보상이 형편없고 유저끼리 진행할 경우 ‘엄청나게 민망한 수준의 대사’를 감당하기 어려운 까닭에 함께 플레이하고나면 오히려 관계가 서먹해지는(...) 역효과를 보기 십상이라는 단점 아닌 단점도 존재한다.

 

때문에 다른 주요 컨텐츠인 부활동과 수업에 밀려서 거의 활용되지 않는 실정이다. 민망함이야 장르 고유의 특성이니 뭐라 말할 수가 없지만 다른 컨텐츠에 비해 보상이 낮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이 느끼함을 견뎌봐라!

 

 

완벽한 학창생활의 구현

 

교실에서 나누는 아기자기한 대화? 좋다. 아리따운 그/그녀와의 애틋한 이벤트? 역시 좋다.

 

하지만 명색이 ‘학창생활의 모든 것을 다뤘다는’ <두근두근 메모리얼>에서 졸업하는 그날까지 커뮤니티와 이벤트 씬만을 즐길 수는 없는 법. 이곳에도 학창시절 내내 당신을 괴롭혔을 수업과 시험, 그리고 당신의 청춘을 불태워줄 부활동이 존재한다.

 

시간표를 봐라. 악몽이다!

 

먼저 학생의 본분인 수업은 앞에서도 소개했듯이 15분 단위로 각 교실에서 치러진다. 수업을 받기위해 특별히 요구되는 조건은 없으며 자신의 능력치와 수업이행 횟수에 따라 총 10문항이 출제된다.

 

이렇게 수업을 통해 실력을 쌓았다면 이번에는 본격적인 시험에 도전할 차례다. 하루에 3번 기회가 있는 시험은 수업에서 배운 내용 중 20문제가 랜덤으로 출제되며 OMR카드 이름과 반을 적고 모든 문제를 다 푼 후에 제출하면 된다.

 

참고로 수업 중에는 다른 유저의 정답을 엿보거나 정답을 물어보는 등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지만 시험 중에는 아예 스킬 메뉴조차 뜨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자.

 

시간이 매우 촉박한 관계로 일일이 검색하다보면 답안은커녕 이름도 제대로 못 써내는 경우가 많다.

 

부활동의 경우에는 수업과는 달리 약간의 제약이 있는데 먼저 직접 원하는 부에 가입신청서를 내야 하며 한 부에 가입하고 나면 다른 부의 활동을 전혀 할 수 없다는 점이다. , 모든 부활동은 똑같은 ‘대전방식’의 미니게임으로 진행되니 어느 부에 들어가든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부활동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킬을 하나씩 내보이는 ‘가위바위보’ 방식으로 치러지며 승리시에는 특정 능력치의 향상과 함께 캐릭터를 꾸미거나 새로운 오의를 합성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종류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수영을 하던 연극을 하던 결국은 가위바위보 식의 배틀일 뿐이다!

 

, 한번도 겹치는 문제를 본적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문제가 준비된 수업과는 달리 부활동의 경우 매번 똑같은 상대와만 배틀을 하는 까닭에 쉽게 질리기 쉽다는 것이 단점.

 

반면 이런 와중에도 틈틈이 커뮤니티를 즐길 수 있도록 ‘정답 물어보기 스킬’이나 ‘유저간의 부활동 훈련’ 등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정말 작정만 하면 언제든 떠들 수 있는 게임.

 

 

단순한 반복 컨텐츠

 

허나 <두근두근 메모리얼>의 최대 단점은 바로 지나치게 반복되는 컨텐츠에 있다. 무대가 학교와 학창생활에만 집중되다보니 나올 수 있는 컨텐츠의 양에 한계가 있고, 이것을 이용해 무리하게 플레이시간을 늘리려다보니 같은 컨텐츠를 계속해서 반복해야하는 속칭 ‘노가다게임’으로서의 모습들이 보이는 것이다.

 

노가다랑은 ‘전혀’ 안 어울리지만 실제로 해보면 은근히 노가다게임이다.-_-;

 

예를 들어 부활동만 하더라도 하나의 오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슷한 방식의 전투를 수백 번씩 해서 아이템을 모아야한다. 물론 타 게임에 비해 굳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커뮤니티를 취할 수 있는 만큼 다소 부담감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같이 할 사람도 찾기 힘든 드라마 이벤트를 제외하면 유저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부활동’과 ‘수업’ 둘 중 하나로 제한돼버린다. 때문에 자칫하면 부활동과 교실만을 오가는 재미없는 단순 반복게임이 될 확률이 높다.

 

이왕이면 이전 패키지시절에 등장했던 ‘운동회’나 ‘축제’ 같은 미니게임들도 지속적으로 추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놀거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배경이 확실한 커뮤니티게임!

 

커뮤니티게임이란 단순히 유저끼리 놀 수 있는 공간만을 만들어주는 채팅게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는 유저라도 즐겁게 놀다갈 수 있는 ‘놀거리’가 있어야하며 새로운 유저도 어색함이 없이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통된 화젯거리’가 필요하다.

 

<두근두근 메모리얼>은 ‘가상으로 즐기는 학창생활’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 같은 두 가지 필요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데 성공했다.

 

수업은 미니게임이 돼버렸고, 떠들고 싶으면 학교에서처럼 인사를 하면 된다.

 

실제로 게임플레이 중 교실에 들어섰을 때 다른 유저들로부터 ‘빨리 앉으세요. 곧 수업 시작합니다’라는 대화를 들을 수 있었으며 다양한 미니게임을 치른 후에는 ‘이번 시험 너무 어려웠어’라며 삼삼오오 모여서 정겹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단순히 놀 공간만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학창시절이라는 공통된 추억을 던져줌으로써 유저들의 관심사를 이끌어 낸 것이다. 그것도 데이트를 가장한 이벤트와 약간의 게임성을 지닌 미니게임이라는 양념까지 가미한 채 말이다.

 

캐릭터는 성별에 상관없이 만들 수 있으니 100% 믿을 건 못되지만, 일단 뭔가 꿍꿍이를 이루기에 가장 좋은 환경의 게임임은 부인할 수 없다.-_-;

 

물론 <두근두근 메모리얼>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방치돼 버린 드라마 이벤트나 아직까지는 다소 부족한 컨텐츠 등 손봐야 할 부분도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만큼 차후의 나아진 모습도 충분히 기대해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사의 간판게임을 이만큼이나 손봐가며 무사히 온라인으로 안착시킨 코나미의 노력에 조금 더 점수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