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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리뷰] 진정한 어드벤처! 어니스와 프리키

안정빈(한낮) 2006-08-09 10:56:41

<마지막 왕국>부터 <미르의 전설> 시리즈, 그리고 <A3> 등 주로 ‘무난한 온라인게임’만을 만들던 액토즈소프트가 최근 독특한 게임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라제스카>와 <서기 2030년 어니스와 프리키>(이하 어니스와 프리키)가 그 주인공.

 

올해 상반기부터 테스트가 시작된 두 게임은 각각 ‘마음껏 하늘을 누비는 비공정’과 ‘큐브를 통한 액션’이라는 참신한 주제를 다루면서 액토즈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지난 7 20, <어니스와 프리키>의 오픈 베타테스트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도전의 결과를 평가 받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보다 참신한 개발사로 거듭나기 위한 액토즈의 도전은 과연 성공으로 끝날 수 있을까? 함께 살펴보자. /디스이즈게임 필진 한낮

 


 

■ 달리고, 때리고, 넘고~ 부숴라!

 

발을 댄지 몇 초 만에 사라지는 바닥, 가시가 튀어나오는 함정, 사람을 하늘 높이 튕겨주는 거대한 북. 영화 '인디아나 존스'나 '툼 레이더'의 이야기를 하자는 거냐고? 아니다. 바로 오늘의 리뷰 대상인 <어니스와 프리키>의 ‘일반적인 맵’에 관한 이야기다.

 

그냥 ‘평범한 맵’이다. 마을에 있는 약간의 시간을 빼면 여기서 먹고 자고 다 한다.

 

 

최근 온라인게임의 전반적인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그동안 소외됐던 ‘온라인게임의 액션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시스템이 허용하는 내에서 최대한 다양한 캐릭터의 움직임을 보여줌으로써 유저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온라인게임의 뿌리 깊은(?) 약점인 ‘지루함’을 잡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려는 의도인 셈이다.

 

<어니스와 프리키> 역시 ‘액션과 MMORPG의 접합’을 시도한 온라인게임 중 하나다. 지금까지는 ‘MMORPG의 틀에 액션이라는 양념을 가미하는 정도’였다면, <어니스와 프리키>는 아예 주객을 바꿔 ‘액션게임의 틀에 온라인이라는 요소를 섞었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이 차이점에서부터 <어니스와 프리키>만의 독특함이 시작된다.

 

<던전앤파이터>처럼 ‘액션’을 주로한 게임도 있지만 <어니스와 프리키>의 액션은 보다 ‘어드벤처’에 가깝다. 

 

 

게임의 전반적인 지식을 배우는 튜토리얼에서는 전투보다 먼저 ‘뛰기’ ‘기어가기’ ‘사다리 오르기’ ‘장애물 넘기’ 등을 가르쳐 준다. 마을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는 이런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진행조차 할 수 없는 다양한 함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실제 플레이 역시 사냥은 뒷전이고 갖가지 함정을 피해 여기저기를 신나게 탐험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니, 바야흐로 ‘진정 액션을 위한 온라인게임’이 등장한 셈이다.

 

심지어는 사냥을 ‘아예’하지 않고도 경험치를 모을 수 있다.

 

 

■ 큐브가 만들어내는 독특함

 

이 같은 액션을 더욱 살려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큐브’라 불리는 <어니스와 프리키>의 독특한 맵 구성방식이다.

 

게임의 무대가 되는 곳은 ‘큐브스페이스’라는 가상공간. 이곳은 로비큐브와 어드벤처, 필드큐브 쉼터큐브 등 총 다섯 종류의 작은 큐브들로 이뤄져 있으며 각 큐브 사이는 지정된 게이트를 통해 이동할 수 있다.

 

먼저 게임을 들어갔을 때 먼저 보게 되는 로비큐브는 거대한 정육면체의 행성 모양을 하고 있으며, 각종 거래나 퀘스트 수령 등 기존게임의 마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물론 몬스터나 특별한 함정 등이 없는 곳인만큼 전투와 점프 등의 액션도 모두 금지되어 있다.

 

정육면체 행성이라고 생각하면 속이 편할 것이다.

 

 

그리고 이 로비큐브를 제외한 나머지 네 종류의 큐브가 뒤섞여서 생겨난 것이 바로 <어니스와 프리키>의 ‘던전’이다. 던전은 최소 3층에서 최대 16층까지로 구성돼있는데, 각층은 다시 10~20여개의 큐브로 나눠진다. 하나의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수십~수백 개의 큐브를 지나야 하는 셈이다.

 

던전에는 반드시 플레이어의 다양한 액션을 요구하는 어드벤처 큐브가 요소요소마다 배치돼 있다. 때문에 캐릭터의 레벨이 아무리 높더라도 컨트롤이 따라주지 않으면 다음 큐브로 진행할 수 없는 난감한 경우가 자주 벌어진다.

 

제일 쉬운 코쿠마신전 1층이 이 정도다!

 

 

반면 레벨은 좀 낮지만 뛰어난 컨트롤을 지닌 유저라면 던전에 몇 개씩 준비된 지름길을 통해 몬스터들을 거의 마주치지 않은 채 빠르게 던전을 지나칠 수도 있다.

 

자신의 컨트롤에 따라 게임의 진행 속도가 엄청나게 바뀌는 것. 이것이야 말로 진짜 ‘액션게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그런 특징이 아니겠는가?

 

 

■ 컨트롤만 갖고 버텨보자!

 

얘기가 여기까지 나오면 ‘그래봤자 결국에는 사냥을 통해 꾸준히 레벨을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유저들도 있을 텐데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던전의 각 큐브에는 '통튀'라는 레이스 도우미(?)가 기다리고 있는데 이곳에서 신청을 한 뒤 일정 시간 내로 결승점을 통과하면 성적에 따라 경험치와 소모품 등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이 레이스는 무제한으로 도전할 수 있으며, 어지간한 사냥보다도 높은 경험치를 제공하기 때문에 원한다면 퀘스트를 위한 최소한의 사냥만한 채 나머지는 모두 레이스로 성장할 수도 있다.

 

이렇게 순위를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최근 각 던전에 추가된 ‘엄청난 난이도’의 죽음의 길 코스를 클리어하면 보너스 스탯도 얻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정작 레벨보다 컨트롤이 더 대접받는 게임인 셈이다.

 

 

■ 액션에 집중하느라 놓친 RPG

 

하지만 액션에만 너무 큰 비중을 두다보니 정작 RPG로서 가져야 할 요소에는 상당히 소홀해져버렸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냥을 통한 레벨 업이다. 대부분의 큐브가 액션과 어드벤처를 위한 복잡한 구조로만 되어 있다 보니 끊임 없이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곳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여기까지 와서 몬스터 두 마리 잡고 다시 내려가라고? -_-;

 

 

물론 개발진도 몬스터의 리스폰 주기를 높임으로써 상대적으로 좁은 지역에서 지속적인 사냥이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이는 속칭 말하는 ‘자리’의 개념만을 부추겼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초, 중반까지는 특정 지역의 통튀와 몇몇 인스턴트 퀘스트의 효율이 워낙에 높은 탓에 고레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 두 가지 퀘스트와 통튀만을 계속해서 반복하며 레벨을 올리는 실정이다.

 

사냥은 안하고 '퀘뺑'(퀘스트 뺑뺑이)과 통튀만 해서 랭크를 올린다.

 

 

그리고 너무나도 많은 컨텐츠가 ‘어느 정도의 컨트롤이 된다’는 전제 아래에 만들어진 까닭에 컨트롤이 미숙한 유저는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 역시 지금 <어니스와 프리키>가 갖고 있는 문제다.

 

액션이 중시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기껏 만든 수많은 몬스터들이 ‘퀘스트 재료용’ 혹은 ‘길 가는데 방해꾼’ 정도로만 취급받아서야 곤란하지 않은가?

 

거기에 차후 구현될 던전도 지금 이상의 난이도만을 요구한다고 생각해 볼 때 지금부터라도 사냥의 효율을 올려 또 하나의 즐길 거리를 만들어 놓지 않는다면 점점 복잡해지는 컨트롤에 적응 못하는 유저들이 떠나가 버리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최소한 컨트롤이 부족한 유저를 위한 마지막 '보루'로 일반 사냥의 효율을 조금은 더 끌어올려 줄 필요가 있다. 일반 사냥과 큐브 액션의 적절한 밸런스를 잡아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가 될 것이다. 또 특정 컨텐츠의 효율이 지나치게 높아 유저들이 결국 '노가다'를 하게 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이걸 못 지나가면 당신의 플레이는 여기까지다.

 

 

■ 두 마리의 토끼는 쉽게 잡을 수 없다!

 

RPG와 어드벤처, 그리고 아케이드 액션의 만남. <어니스와 프리키>가 노리는 것은 액션과 MMORPG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다.

 

하지만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일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액션부분은 크게 손 볼 곳이 없지만 컨트롤에 약한 유저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RPG, 특히 사냥 부분은 딱히 이렇다 할 해답이 없을 정도로 손을 대기가 어렵다.

 

게다가 컨트롤이란 것이 단시간에 느는 것도 아닌 만큼 지금처럼 고난이도 액션 이외에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두지 않는다면, <어니스와 프리키>는 ‘적응 못한 유저는 떠날 수밖에 없는’ 폐쇄적인 게임으로 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맵 하나 깨자고 며칠씩 시간을 투자할 유저가 몇이나 될까?

 

 

물론 게임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어니스와 프리키>에는 정말 온라인게임에서는 상상도 못할 다양한 아이디어가 담겨 있고, 본문에는 다루지 않았지만 유저들이 낸 의견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업데이트 시키는 개발팀의 열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자랑거리가 된다.

 

그러나 지금의 <어니스와 프리키>는 너무나 외골수와도 같은 모습을 보임으로써 다양한 유저들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 복잡하고 심도 깊은 컨트롤의 액션에만 치우치지 말고 RPG 본연의 재미 요소를 추가하고, 보다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의 개발에 힘 써야 할 때이다.

 

즐길 거리가 좀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