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중순, '독일 게임컨벤션 2005'에서 유비소프트는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의 최신작 <다크 메시아 오브 마이트&매직>(이하 다크메시아)의 개발 소식과 함께 한편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거기에는 이전의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한 FPS게임의 전투장면이 담겨있었다.
RPG와 전략시뮬레이션으로 유명한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가 최신식 FPS게임으로 나온다는 것도 놀랄만한 일이었지만 정작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주변의 갖가지 사물을 이용한, 상상 속에서나 이뤄질 법한 전략적인 전투가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1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 <다크메시아>가 발매를 눈앞에 둔 채 싱글플레이를 위주로 한 데모버전을 공개했다. 그것도 동영상에서 보여준 것 이상의 뛰어난 퀄리티를 선보이며 말이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한낮
◆ 눈에 보이는 건 모두 무기다!
이미 서문을 통해서도 말한 내용이지만 <다크메시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주변에 있는 거의 모든 사물’을 유동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전의 다른 게임에서도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 적을 물리치거나 막힌 길을 뚫는 일이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게임들이 대부분 한정된 지역에서만 특정 아이템을 활용해 진행했던 데 반해, <다크메시아>에서는 이 같은 제약 없이 언제든지 주변의 모든 사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렇게 다가가서 발로 뻥! (빨강색 원안에 있는 것이 떨어지는 적의 모습)
예를 들어 지나가는(?) 고블린 한 마리를 잡더라도,
1. 칼, 혹은 마법으로 때려잡거나
2. 발로 차서 절벽 밑으로 떨어뜨리거나
3. 불붙은 상자를 던져 태워버리거나
4. 벽에 달린 가시에 집어 던지거나
5. 선반을 무너뜨려 깔리게 하는 등
정말 다양한 방법들이 준비돼있다.
게다가 이 같은 액션은 단순히 적을 쓰러뜨리는 데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계단을 올라오는 적을 향해 나무통을 굴려 접근을 막을 수도 있으며, 물건들을 쌓아서 평상시에는 갈 수 없는 곳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심지어는 쓰러진 적의 시체를 다른 누군가가 발견하기 전에 태우거나(...) 트랩 위에 올려놓고 미끼로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다. 물에 띄운 상자를 밟고 넘거나 쇠사슬을 타고 올라가는 것 정도는 말할 필요도 없이 기본이다.
옆에서 날아오는 통나무가 보이는가? 이게 이 녀석의 마지막 모습이다!
채 20분도 안 되는 플레이시간의 데모버전만으로도 이정도 액션이 가능하니 차후에 좀 더 다양한 스킬과 오브젝트들이 구현된 정식버전이 나온다면 얼마나 더 전략적인 전투가 펼쳐질지는 상상조차 되질 않는다.
◆ 액션은 기본! RPG는 보너스
그렇다고 <다크메시아>가 무조건 전투와 액션만을 즐기는 게임이냐면 그것도 아니다. 다양한 액션 못지않게 캐릭터의 성장과 스킬의 습득, 아이템의 입수와 장착 등 RPG적인 요소도 충실히 배어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종류의 스킬과 무기기술을 배우느냐에 따라 앞서 말한 액션의 활용도가 천차만별로 바뀌는 만큼 RPG 부분 역시 <다크메시아>의 플레이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단검으로는 선반이나 난간을 부수기 힘들고 프로스트를 익혀야만 바닥을 얼릴 수 있다.
물론 스킬만이 전부는 아니다. <다크메시아>에서는 적이 사용하던 장비의 대부분을 입수할 수 있는데, 이렇게 얻은 장비 중에는 독특한 능력을 지닌 것들도 있다. 그리고 이런 장비들의 대부분은 앞서 말한 스킬과 연동되면서 보다 강력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액션의 활용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과 맵의 특성까지 고려해서 스킬을 찍어줘야 한다는 말이다.
데모버전에 나오는 방패는 컴뱃스킬을 2단계 이상 찍어줘야만 사용할 수 있다. 적의 대부분을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데모버전에서 방패는 큰 도움이 된다.
참고로 현재 <다크메시아>의 스킬 트리는 전투, 마법, 기타로 나뉘어 있으며 포인트의 요구치가 예상외로 높은 것을 볼 때,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 한 두 가지 분야만을 전문적으로 육성하게 될 확률이 높다.
◆ 생각보다 낮은 요구사양, 하지만 기나긴 로딩
<하프라이프 2>의 '소스엔진'을 사용한 다양한 물리효과에, 어지간한 RPG 뺨치는 다양한 장비와 스킬, 그리고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화려한 그래픽까지. 조금이라도 <다크메시아>의 소식을 접해본 유저라면 가장 먼저 걱정되는 것이 바로 ‘사양’일 것이다.
특히 다양한 광원과 맵 곳곳으로 번지는 핏자국 등을 보고 있자면 <엘더스크롤 4>등을 위시로 한 몇몇 ‘괴물’의 악몽이 떠오를 정도다.
피가 튀면 그대로 남아있고 상자는 때리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부서진다.
사양 걱정 안하게 생겼는가?
하지만 <다크메시아>의 사양은 예상만큼(?) 높지 않았다. 물론 아직 데모버전인 만큼 성급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필자의 경우 펜티엄 2.4GHz, 램 1G, GeForce 6600GT의 사양에서 '중~상' 정도의 옵션으로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하는데 전혀 부담이 없었다.
같은 엔진을 사용한 <하프라이프 2>가 필자의 컴퓨터에서 종종 프레임 저하를 일으키는 것과 비교한다면 <다크메시아>의 최적화는 상당히 잘 돼있는 셈이다.
<엘더 스크롤 4: 오블리비언>보다도 원활하게 돌아간다!
단, 로딩만큼은 만만치 않아서 타이틀메뉴 로딩에 2분, 게임 로딩에 5분 정도의 시간이 소모됐다. 하지만 일단 한 번의 로딩을 거치고 나면 미션을 클리어하기 전까지 별도의 로딩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 체감로딩시간이 그렇게 긴 편만은 아니었다.
◆ 기대 만점!
달려드는 몬스터를 천 길 낭떠러지 밑으로 밀어버리고, 선반을 무너뜨려 뒤따라오는 적의 추격을 막는다. 혹시나 빈틈이 보인다면 화살을 쏴 넣어도 좋고, 만약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무너진 선반에 통째로 불을 질러 버리면 된다.
이와 같은 ‘꿈의 플레이’가 <다크메시아>를 통해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수 있게 됐다. 그것도 '마이트 앤 매직'이라는 친숙한 이름을 빌린 채 말이다.
소스엔진의 위력인 암순응과 명순응.(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에 갔을 때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차 보이기 시작하는 현상과 그 반대)
20분간의 데모버전만으로도 그 대단함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오죽하면 시도해보지 못한 다양한 액션을 구경하기 위해 일부러 몇 번씩 같은 부분을 반복해서 즐겼을 정도다. 그만큼 <다크메시아>의 액션은 놀라운 것이었다.
이제 데모버전의 시간은 지났다. 데모버전에는 차마 실리지 못한 기나긴 시나리오는 물론 새로운 방식 멀티플레이까지 포함한 좀 더 완벽한 모습으로 돌아올 <다크메시아>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해외 출시는 9월로 예정돼 있다.
단점을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실패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