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라이더>의 성공 이후 일어난 국내 캐주얼게임의 붐 현상은 아직까지 계속되는 듯합니다. 비슷한 레이싱 장르의 게임들은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장르에서 새로운 게임이 속속 선보이고 있을 정도니까요.
농구게임 <프리스타일>을 서비스해서 캐주얼게임 열풍에 큰 공을 세운 파란게임에서 이번에는 <엑스플레이>라는 게임을 새로 선보였습니다. 현재 오픈베타 테스트 중인데요. 이름에서부터 무언가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엑스플레이>(//x.paran.com), 과연 어떤 게임인지 살펴볼까요? / 디즈이즈게임 필진 shiraz
익스트림 스포츠라는 말이 있습니다. '엑스게임'(X-Game)이라고도 하는데 생명의 위험을 무릅쓸 정도로 극한의 묘기를 펼치는 스포츠들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BMX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 스케이트 보드 등을 이용한 묘기들을 떠올려보세요. 유명한 액션배우 빈 디젤이 출연한 영화 <트리플 엑스>에는 이러한 익스트림 스포츠들의 특징들이 잘 드러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엑스플레이>는 간단히 몇 개의 키를 사용합니다.
<엑스플레이>는 '도심 속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긴다'는 컨셉의 게임입니다. 게임 속에서 여러 가지 묘기를 펼치는 동안 게이머는 상당히 경쾌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에서처럼 아찔한 묘기를 보여주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간단한 키 조작 만으로도 충분히 '익스트림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 인라인을 신은 '다오'와 '디지니'
<엑스플레이>의 기본적인 게임 진행방식은 <카트라이더>와 비슷합니다. 아니 완전히 같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는 스피드전과 아이템전으로 구분되는데 이들 중 스피드전만 공개되어 있습니다. 스피드 전에서 게이머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캐릭터를 조종하여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결승지점에 도달해야 합니다.
이렇게 균형을 맞추어 레일을 탈 수도 있습니다.
게이머는 각 맵마다 존재하는 여러 지형들을 이용한 점프, 공중곡예, 레일 타는 등의 묘기를 통해 부스터 게이지를 채울 수 있습니다. <카트라이더>의 드리프트와 같은 방식입니다. 이렇게 부스터 게이지를 채워 맵의 특정 지점에서 다른 게이머를 제치고 나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슬라이드를 한 후에 순간 부스터도 쓸 수 있더군요.
이 같은 부스터에 조금 색다른 것이 추가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익사이팅 포인트’라는 것입니다. 빨간색 부스터 게이지 옆의 녹색 게이지가 바로 그것인데 게임 중 계속해서 이어지는 콤보 동작을 통해 이것을 채울 수 있습니다. 만약 이것을 가득 채우게 되면 부스터를 사용했을 때 더 빨리 질주할 수 있게 됩니다.
시상식 광경, 어디서 많이 본 듯합니다.
하지만 뭐, 다른 설명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쯤만 이야기해도 다들 아셨겠지만 이 게임은 다오와 디지니가 다이어트 좀 하고 나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스피드전, 아이템전, 개인전, 팀전으로 나뉘는 것도 그러하거니와 약간 어려운 손놀림을 통해서 부스터 게이지를 채운다는 설정, 게임이 끝난 뒤 점수를 산정하는 방식조차 비슷합니다.
█ 인원부족의 악순환
물론, 게임은 충분한 재미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고층 건물들 사이를 질주하는 맵이 가장 인기가 있는데, 그 맵에서는 <엑스플레이>만의 매력인 화끈한 묘기들과 빠른 스피드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트라이더>와 너무나 비슷한 나머지 단점도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은 무척 아쉬웠습니다.
점수는 상관 없으니 완주만이라도 좀 하면 좋겠습니다.
초보 채널에 좀 잘하는 게이머가 들어올 경우 대다수의 다른 참가자들은 탈락의 쓴 맛을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카트라이더>와 같이 특정 맵마다 공략법을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실력 차가 상당히 클 수 밖에 없더군요. 수십 번을 플레이 해봤지만 결승점을 통과한 것은 아쉽게도 겨우 두 서너 번뿐이었습니다.
완주의 쾌감이 없는 이런 좌절감이 계속되기 때문일까요? 게임을 하는 내내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오픈 베타를 진행하는 게임치고는 사람이 너무 적지 않은가 하는 염려가 들 정도였습니다. 이렇다 보니 팀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여러 방을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저와 똑같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지 그 얼굴이 그 얼굴이더군요. 왠지 반갑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왼쪽 하단의 미니맵에서 선두그룹과 다른 사람들의 거리차이를 보세요.
고수를 피해서 비슷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방에 들어갔을 때는 매우 재미있는 게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누군가는 실수를 해서 떨어지고, 또 다른 누군가는 부스터를 잔뜩 모아서 앞서나가고 그런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재미도 잠시, 꼭 그런 방에는 레벨이 높은 고수가 들어와서 모두를 탈락시키는 ‘만행’을 저지르더군요.
라이센스가 세분화되어 있지만 사람이 없기 때문에 모두들 초보채널로 모입니다.
보다 높은 라이센스를 요구하는 채널에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초보 채널로 다시 회귀하는 게이머들과 그들의 등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게이머. 사람이 많아져서 각 채널이 붐비기 전에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점인 듯했습니다.
█ '카트'와 다른 확실한 차별성이 필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엑스플레이>는 <카트라이더>의 확장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의 모든 부분이 동일합니다. 그렇다면 이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는 과연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엑스플레이>는 앞에서 ‘엑스’를 빼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카트라이더>를 플레이 할 때마다 분출하던 아드레날린, 두근대던 심장이 이 게임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더군요.
높게 점프를 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묘기를 펼치지만 화끈하지는 않더군요.
무엇인가 익스트림한 것을 기대했지만 이 게임은 그런 것을 보여주기는 역부족이었던 것일까요? 다오와 디지니가 다이어트를 하고(혹은 나이를 먹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었지만, 배 나오고 뚱뚱했던 그 시절의 박력은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앞으로 추가될 아이템전의 모습도 뚜렷한 차별성을 띄지 못한다면 그때는 이런 제목의기사가 뜨지 않을까요? ‘넥슨, 파란닷컴 통해 카트라이더의 확장팩 : 엑스플레이 선보여’. 물론 농담입니다.
돈 벌 준비는 철저합니다만…
어쨌든 지금의 모습을 살펴볼 때 <엑스플레이>에게 결코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릴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픈 베타테스트 중인데도 저조한 접속률은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파란이 서비스했던 <프리스타일>의 성공사례에 비춰볼 때 <엑스플레이>의 문제점은 확연히 드러납니다. 독특함이 없다는 것, 그것이 바로 문제가 아닐까요?
앞으로 나올 아이템전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만약 또다시 <카트라이더>의 그림자를 밟게 된다면 그때는 이렇게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왜 이 게임을 만드셨나요?’ 이미 아이템샵까지 다 구현해 놓고서 돈 벌 궁리를 하는 <엑스플레이>. 과연 이 게임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그때가 되어봐야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