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역사를 가진 <거울전쟁> 시리즈의 최신작 <거울전쟁-신성부활>(이하 거울전쟁)이 지난 8월 중순 오픈베타(OBT)를 시작했다. 항상 새로움을 추구했던 전작들처럼 이번 신작 역시 슈팅 RPG라는 독특한 장르를 내세워 비행슈팅의 볼모지인 한국 온라인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직접 체험해 본 <거울전쟁>은 중견 개발사 엘엔케이로직코리아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게임이었다. 게이머는 물론 개발자에게도 생소했을 비행슈팅이라는 장르를 ‘점프’와 같은 이색적인 시스템과 함께 적절히 소화했고, 시리즈 특유의 섬세한 스토리도 여전했다. 하지만 온라인이라는 플랫폼을 잊게 할 정도로 낮은 파티플레이의 필요성과 미흡한 결투장 등은 옥의 티로 남았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비행슈팅과 MORPG의 결합
<거울전쟁>은 슈팅RPG라는 독특한 장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임이다. 게임 방식은 기본적으로 다른 MORPG와 유사하다. 캐릭터로 마을을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받고, 자신(혹은 자신의 파티)만을 위해 만들어진 인스턴스 던전에 입장해 전투를 한다.
게임이 다른 MORPG와 다른 것은 던전 플레이부터다. 캐릭터가 던전에 입장하면 전투는 전형적인 비행슈팅 게임으로 변한다. 강제로 스크롤되는 화면 속에서 몬스터와 캐릭터는 서로 탄환을 뿌리며 한판 승부를 벌인다. 비행슈팅답게(?) 스크롤 방향이 바뀌지 않는 한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정면만 공격할 수 있다.
물론 슈팅 RPG를 표방한 만큼 캐릭터는 경험치가 쌓일수록 능력치가 상승하고 새로운 스킬을 얻는다. 유저가 원한다면 강력한 아이템과 스킬로 무장한 캐릭터로 저레벨 던전에 들어가 무쌍난무를 펼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거울전쟁>의 전투는 비행슈팅의 문법에 충실하다. 어지간한 레벨 차이가 아니라면 저레벨 던전의 탄막은 여전히 캐릭터의 목숨을 위협하고, 충실히 레벨을 올린 주·부공격 스킬도 파워업 아이템이 아니면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
다른 비행슈팅 게임과 <거울전쟁>의 전투가 다른 점이 있다면 던전이 스크롤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비행슈팅 게임이 한 방향으로 스크롤이 진행되는 것과 달리 <거울전쟁>의 스크롤 방식은 다양하다. 던전에 따라 스크롤 방식이 종·횡으로 달리 진행되는가 하면, 어떤 던전은 게임 도중 스크롤 방향을 바꿔 유저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이런 식의 다양한 스크롤 연출은 밋밋하기 쉬운 비행슈팅의 전투를 더 새롭고 더 박진감 넘치게 만드는 요소다.
■ 초심자에게도 어렵지 않은 비행슈팅
대다수의 게이머에게 비행슈팅 게임은 접근하기 어려운 게임으로 인식되어 있다. 단순히 쏘고 피하는 것이 전부인 장르지만, 이젠 비행슈팅의 정체성(?)이 돼 버린 화면 가득한 탄막은 초심자에겐 범접할 수 없는 두려움을 준다. 하지만 <거울전쟁>의 전투에서 이런 하드코어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멸폭탄과 컨트롤만으로 적의 탄환을 피해야 하는 다른 비행슈팅과 달리 <거울전쟁>은 ‘점프’와 탄 제거 스킬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직업은 점프 기능을 이용해 적의 탄환을 뛰어넘을 수 있고, 직업마다 최소 1개 이상의 개성 있는 탄 제거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추가로 게임은 적탄이 가까워지면 캐릭터의 피격 포인트를 표시해줘 유저가 회피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설사 적탄에 맞았다고 하더라도 HP시스템 덕분에 피격이 죽음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실제로 비행슈팅 게임의 경험이 없었다는 친구들도 최고레벨에 가까운 20레벨 후반까지 어려운 던전은 있어도 스트레스를 받은 던전은 없었다고 할 정도로 게임의 디자인 자체가 초심자를 많이 배려한 느낌이었다.
물론 하드코어 유저를 위한 난이도 높은 던전도 존재한다. 모든 던전은 ‘보통-숙련-어려움’ 식으로 어려운 상위 난이도가 존재한다.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등장하는 적이 많아져 점점 ‘탄막슈팅’의 형태를 띄게 된다.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추가되는 보스 몬스터의 흉악한 추가 패턴은 기본이다.
<거울전쟁>은 던전을 클리어할 때마다 타임어택과 스코어어택 랭킹을 보여줘 유저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특히 스코어 어택은 적탄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거나 스킬이나 전멸폭탄을 사용하지 않고 던전을 클리어하면 추가로 점수를 주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위해 유저는 자연스럽게 더 어려운 플레이에 도전하게 된다.
순위가 낮아 랭킹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만큼 유저의 도전욕을 자극하는 것은 없다.
■ 섬세한 스토리, 아쉬운 퀘스트
동명의 소설로부터 비롯된 <거울전쟁> 시리즈는 이전부터 탄탄한 스토리로 유명한 IP(지적재산권)였다. 이번 신작도 한 편의 성장소설을 연상시키는 섬세한 스토리가 인상적이었다.
현재 공개된 진영인 해방부대 메인 스토리는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해방부대에 입대한 주인공의 성장기다. 청소년이 주인공인 이야기지만, 30대를 앞두고 있는 사람도 유치함보다는 공감을 더 많이 느낄 정도로 <거울전쟁>의 이야기는 호소력이 짙다. 매력적인 등장인물과 현실을 연상시키는 세력관계, 시기적절하게 공개되는 복선과 주인공의 성장 등은 메인 스토리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였다.
또한 메인 스토리 중 감상할 수 있는 캐릭터들의 목소리와 인 게임 영상들은 이야기에 대한 몰입을 배가 시켰다. 게임 내 요소만을 활용한 이런 연출들은 최근 대작게임들의 시네마틱 영상 못지않게 효과적으로 이야기의 분위기를 전달해 주었다.
시네마틱 영상 없이 인 게임 영상만으로도 스토리 전달은 확실했다.
다만 이런 탄탄한 스토리와는 별개로 쾌적하다곤 할 수 없는 퀘스트 동선은 옥의 티였다. 예를 들어 유저는 캐릭터가 위치한 도시의 퀘스트만 파악할 수 있어 다른 도시의 퀘스트를 놓치기 쉽다. 물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몇몇 퀘스트는 유저를 퀘스트가 있는 도시로 안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장치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었고, 있다고 하더라도 캐릭터의 레벨이나 퀘스트 진행 상황에 따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거울전쟁>은 피로도 시스템 때문에 하루에 즐길 수 있는 던전이 제한되기 때문에, 만약 퀘스트를 놓쳐 이전 던전을 다시 가야 한다면 유저가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했다.
■ 슈팅게임의 정석은 일기당천? 파티 없는 던전
슈팅 RPG를 표방하는 <거울전쟁>이지만, 캐릭터의 성장이라는 요소를 제외하면 RPG적인 요소를 찾기 힘들었다. 특히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힘을 합쳐 적에 맞서는 파티플레이는 최고레벨 전까지는 경험하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거울전쟁>의 파티플레이는 파티원이 많아질수록 몬스터 또한 강해지는 증가하는 방식이다. 파티원들의 탄 제거 기술 덕분에 보다 안전한 플레이는 가능하지만, 파티를 구하는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시간 효율은 솔로플레이가 더 높은 편이었다.
더군다나 <거울전쟁>의 던전은 상위 난이도를 클리어하더라도 아이템을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이외의 이득은 없다. 때문에 <거울전쟁>의 파티플레이는 난이도 높은 몇몇 최고레벨 던전을 제외하면 접하기 힘든 콘텐츠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임하는 내내 온라인게임이라기보다는 싱글 게임을 즐긴다는 인상이 강했다.
파티플레이의 부재는 직업 간의 밸런스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소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유저가 솔로플레이를 즐기다 보니 캐릭터의 성능은 모두 적을 얼마나 빨리 처치할 수 있느냐로 결정됐다. 파티원을 보조하는 스킬트리나 직업은 자연스럽게 소외됐고, 이는 특정 스킬트리, 특정 직업으로의 편중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몇몇 던전을 제외하면 적에게 보다 쉽게, 더 많은 대미지를 줄 수 있는 직업들이 순위를 독차지했다.
■ 숨막히는 근접전투, 상대방 없는 결투장
지난 9월 6일 업데이트된 결투장은 <거울전쟁> 유일의 PvP 콘텐츠다. 비행슈팅 게임의 PvP는 쉽게 그려지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HP를 가지고 있는 가지고 있는 <거울전쟁>의 PvP는 의외로 다른 RPG들과 유사한 편이다.
결투장은 기본적으로 공격 방향이 두 곳으로 한정돼 있다.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모니터를 기준 좌우 방향만 바라볼 수 있고, 자신이 보는 방향에만 탄을 쏠 수 있다. 바라보는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공격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원하는 방향키를 눌러야 한다. 만약 오른쪽을 공격하고 있는 캐릭터가 반대 방향을 공격하려면 먼저 공격을 멈추고 바라보는 방향을 틀어야 한다.
이런 까다로운 조작법 덕분에 <거울전쟁>의 결투는 탄을 마음껏 쏟아 부을 수 있는 원거리전보다는 근거리전에서 승부가 결정나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의 사각을 파고들어 탄을 쏘는 '건카타'와 같은 결투는 던전에선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재미였다.
<거울전쟁>의 결투장에는 2종류의 구조물이 존재한다. 하나는 일정 피해를 입으면 파워업 아이템이나 CP(≒MP)회복 아이템을 주는 구조물, 다른 하나는 캐릭터가 근처에 있으면 피해를 주는 함정이다. 이 2종류의 구조물은 자연스럽게 유저 간 머리싸움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였다.
기본공격을 강화시키는 파워업 아이템, 스킬 사용을 원활히 하는 CP회복 아이템, 그리고 나와 상대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함정까지 결투장의 구조물은 어느 하나 무시할 만한 것이 없다. 이런 구조믈의 중요성 덕분에 유저는 자연스럽게 아이템을 선점하고 상대를 함정에 유인하는 식의 플레이를 하게 된다. 맵의 구조물이 쏘고 피하는것이 전부인 슈팅게임의 전투를 보다 다채롭게 만든 셈이다.
하지만 이런 재미 외에 결투장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없다는 것은 결투장을 소외시키는 요인 중 하나였다. <거울전쟁>의 결투장에는 결투등급이나 결투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 등 보상체계가 전무하다. 그렇다보니 업데이트 후 2주일이 다 되가는 현재에는 결투장을 즐기는 유저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새로 추가된 최고레벨 던전에서 아이템을 찾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상대할 수 있는 유저군이 한정되는 매칭방식도 결투장이 소외받는 요소 중 하나였다. <거울전쟁>의 결투장은 레벨별로 6개 구간으로 나눠져 자신이 속한 레벨대의 유저와 싸우는 방식이다. 레벨제한이 없는 연습·자유대전도 있지만 서로의 능력치를 보정하는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아 대전 자체가 성립되는 경우가 드물다. 때문에 간혹 결투를 즐기고 싶어하는 유저가 등장해도 자신과 적합한 레벨의 상대를 찾지 못해 뜻을 접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슈팅은 완벽, 살을 붙이는 일만 남았다
6년의 개발기간 끝에 대중에게 공개된 <거울전쟁>은 다년 간의 고민이 묻어나는 작품이었다. 시리즈의 전통과도 같은 탄탄한 스토리는 물론, 국내에서 게이머는 물론 개발자에게조차 생소한 비행슈팅을 이처럼 완성도 높게 구현했다는 것은 게이머로서 박수를 보낸다.
반면 탄탄한 기본기와 달리 온라인이라는 것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묻혀진 파티플레이, 아직 많은 유저들을 유혹하기엔 부족한 결투장 등은 게임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현재로선 장단이 확연히 구분되는 <거울전쟁>이지만 국내에선 존재만으로도 희귀한 비행슈팅이라는 장르, 그리고 전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슈팅파트의 탄탄함은 앞으로의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거울전쟁> 시리즈의 팬이 아니더라도, 천편일률적인 MORPG에 질린 게이머라면 <거울전쟁-신성부활>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