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더니’는?] 디스이즈게임의 연재물 ‘해봤더니’는 다양한 게임들을 ‘가볍게’ 즐기고, 그 느낌을 형식과 분량에 구애 받지 않고 ‘가볍게’ 전달하는 게임 소개 글입니다.
게임을 철저하게 플레이하고 분석하는 정식 리뷰나 체험기와 다르게, 코너 이름 그대로 ‘해 본 다음의 느낌’을 솔직·담백하게 (주관적으로) 담아내는 글이니 독자 여러분들도 가볍게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 선수 관리부터 작전까지, 야구단을 내 마음대로~
프로야구가 포스트시즌을 향해 치열한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 <야구의신>이 9월 4일부터 15일까지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이하 CBT)를 진행했습니다. 선수카드를 뽑고 팀의 총 레벨 제한 속에서 선수단을 운영하는 매니지먼트 게임의 기본은 <야구의신>에서도 그대로인데요, 여기에 실시간 개입이 가능한 PvP가 차별화 포인트로 추가돼 있습니다.
■ 충실한 기본기, 실시간 개입을 통한 작전 지시
<야구의신>은 기본적으로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페넌트레이스를 치르고, 토요일에 리그 상위 4개 팀이 포스트시즌을 거쳐 1위를 가립니다. 유저가 선수카드를 수집하고 팀을 구성하는 구단주의 역할을 하는 점은 다른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과 비슷하고, 이런 기본기는 충실합니다. 선수 수집부터 스태프 기용, 팀 성향 설정 등 갖춰야 할 건 다 있거든요.
<야구의신>이 기존의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들과 다른 점은 직접 감독으로 경기에 참여해 선수를 교체하거나 작전을 지시할 수 있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30분마다 열리는 패넌트레이스 경기마다 작전 개입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친선 경기나 포스트시즌 경기만 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마다 게임을 켜고 자리에 앉아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평일에는 하루에 한두 번 접속해 선수단을 관리해 주고, 자신의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때만 토요일에 신경 써 주면 되는 식이죠.
실시간 개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타자나 투수를 원하는 타이밍에 교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유저 스스로 선수 교체 타이밍을 조절해 상대의 연속 안타를 끊을 수 있고, 대타를 기용해 찬스를 살릴 수도 있죠.
원하는 타이밍에 선수를 교체할 수 있습니다. 대주자, 대수비까지 가능하죠.
또, 아웃 카운트마다 작전을 지시해 자신이 추구하는 팀의 스타일을 경기에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장타력 위주의 빅볼 야구를 하고 싶은 유저는 작전을 최대한 자제하게 되고, 주루 플레이와 번트를 중심으로 한 스몰볼을 추구하는 유저라면 히트앤런, 희생번트 등의 작전을 자주 내게 되는 식이죠.
지시할 수 있는 작전의 종류가 많아서 공격만이 아니라 수비에서도 단타를 대비한 외야 전진 수비 등의 작전을 쓸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작전 개입 시스템 자체의 완성도는 꽤 괜찮은 수준입니다. 작전을 사용할 수 있는 범위도 넓고 성공과 실패가 뚜렷하니까요. 초보 유저를 위해 상황에 맞는 작전을 추천해주는 ‘퀵 사인’ 시스템도 있습니다.
단, 아무 생각 없이 작전을 남발하면 경기를 망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타격 정확도가 낮은 타자에게 희생타를 지시한다면 높은 확률로 삼진을 당하는 모습을 보게 될 테니까요. 이 때문에 작전은 유저의 판단이 중요해집니다. 차라리 작전에 자신이 없다면 인공지능(AI)이 알아서 하도록 놔두는 게 낫기도 하죠. 그래서 친선전을 통해 작전 사용에 대한 연습을 충분히 하고 나서 포스트시즌에 개입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초보자를 위해 상황에 맞는 작전을 추천해 주기도 합니다.
물론, 작전이 실패할 수도 있으니 판단은 유저 스스로 해야겠죠?
중계 화면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꽤 실감납니다.
■ 단일 팀 구성을 강요하는 세트덱과 분석 그래프
<야구의신>은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답게 선수 수집이 중요합니다. 특히 같은 팀, 같은 연도 선수들을 모으면 선수들의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세트덱 시스템’과 선수 간 상성 때문에 더더욱 그렇죠.
세트덱 시스템은 메인 효과와 부가 효과로 구분돼 있고, 최대 3개의 세트덱 효과를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팀별 세트덱 효과를 빼고는 다른 효과를 사용할 수 없어서 팀별 세트덱 효과를 기본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상위 리그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세트덱 효과가 꼭 필요하게 되고, 세트덱 효과를 위해 특정 팀 위주로 선수단을 꾸리게 됩니다.
여기에 세트덱을 강요하는 요인이 하나 더 있으니 배터리 분석과 타선 분석 그래프입니다. 서로 다른 팀의 선수들을 섞어 놓으면 정말 처참할 정도의 궁합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반대로 단일 팀으로 구성하면 분석 그래프가 아주 좋은 상태가 되는 것을 보기 쉽습니다. 분석 그래프가 떨어진다고 A급 선수가 C급 성적을 내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같은 선수를 쓰면서도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듭니다.
포수와 투수가 다른 팀 소속이라면 궁합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특정 팀 위주로 선수단을 꾸리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특정 팀의 선수카드를 모으기 위해 계속 카드팩을 개봉하고 선수카드를 조합하게 됩니다. 물론 일주일에 한 번씩 몇 장의 카드와 특정 선수카드를 교환할 수 있는 ‘트레이드’ 시스템이 있어서 천천히 카드를 모은다면 팀의 주력이 될 선수는 수급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트레이드를 위해서는 상점표 카드팩으로 뽑은 선수카드가 있어야 합니다.
이번 CBT 기간 중에는 매일 선수카드를 40장씩 지급받았기 때문에 팀 세트덱을 맞춰 볼 수 있었지만, 특정 연도까지 모으기는 정말 어렵더군요. 선수의 훈련이나 강화 때문에 돈을 빨리 모으기 힘들다 보니 더 인내심을 갖고 카드를 모아야 합니다. 하루 경기 수당을 모아서 선수카드 5장을 구매하기 힘들 정도였으니까요. 최소 몇 개월은 카드를 모아야 단일 연도 팀을 구성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나마 트레이드 덕분에 선수 수급이 조금 수월합니다.
그래도 트레이드를 위한 카드가 많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상점을 자주 이용해야 합니다.
■ 선수 구성으로 끝이 아니다. 강화와 훈련
팀 구성을 어느 정도 마치고 나면 자연스레 소유한 선수를 더 강하게 만들고 싶어지죠. 그래서 강화를 시작하게 됩니다. 선수카드에 강화권을 사용하면 일정한 범위 안에서 랜덤하게 능력이 상승하는 방식인데,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왔다면 쉽게 강화를 초기화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습니다.
강화 때문에 같은 선수카드를 여러 장 모을 필요는 없지만, 원하는 능력을 올리기 위해 계속해서 강화를 시도하게 만들어 두었더군요. 좋아하는 특정 선수가 있는 야구팬이라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최대한 강하게 만들어 보고 싶은 법입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강화를 하게 되고요.
일정한 수준으로 팀을 만든 다음에도 계속 강화를 시도할 수 있는 점은 <야구의신>을 오래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줄 것 같습니다. 다만, 초보 유저가 멋 모르고 강화를 시도하다가 쉽게 전 재산을 날릴 수도 있는 만큼 강화는 적당히 해야 할 것 같네요.
이런 결과가 나오면 초기화 후 다시 강화하게 됩니다.
그리고 <야구의신>은 자주 접속하는 유저가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보게 되어 있습니다. 선수 훈련 때문인데요, 훈련장에서 선수를 훈련시키면 이후 몇 경기 동안 특정 능력이 강화된 상태로 출전합니다. 처음에는 6경기 정도라 1시간 훈련해서 3시간 동안 그 효과를 쓸 수 있는 식이죠. 물론 훈련에는 돈이 들지만 더 오래 접속하는 노력을 보인 유저가 더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괜찮아 보입니다.
더 높은 리그로 올라갈수록 훈련 효과를 강화하거나 한 번에 훈련할 수 있는 선수의 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높은 리그로 올라갔을 때 만족감도 함께 커집니다. 작전 연습을 위한 친선 경기를 즐기며 오래 접속해도 되고, 하루에 한두 번만 접속해 결과만 확인해도 큰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얼마나 오래 접속해 게임을 할지 유저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뒀습니다.
훈련 덕분에 자주 접속하는 유저가 조금이나마 유리해 집니다.
‘이 정도는 신경 쓰지 않아’라고 생각한다면, 하루에 한 번만 접속해도 됩니다.
■ 구단주와 감독의 재미를 동시에 즐긴다
<야구의신>은 구단주가 되어 팀을 관리하는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의 기본기에 감독이 되어 작전을 구사하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실시간 개입 같은 경우는 작전구사에 자신이 없다면 AI에게 맡길 수도 있어서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고요.
경기 결과가 작전 사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 당연히 신경을 쓰게 되겠죠. 토요일마다 벌어지는 포스트시즌의 경기는 1시간 간격이지만 직접 해보니 컴퓨터 앞에 꼼짝 없이 붙어 있어야 하더군요. 실시간 개입이 스트레스로 변질되지 않도록 포기해도 되지만요.
1차 CBT를 통해 접한 <야구의신>은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의 충실한 기본기 위에 작전 사용이라는 재미를 하나 더 얹은 게임이었습니다. 게임머니 보상만 넉넉하게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라면수비’의 올바른 자세.
역동적인 다이빙 캐치.
번트를 대비한 내야 전진 수비 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