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변화를 넘은 발전의 시작 |
본론에 들어 가기에 앞서 간단하게 <그라나도 에스파다>(Granado Espada, 이하 GE)가 걸어온 길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2004년 2월 - <그라나도 에스파다> 공개
2005년 7월 - 첫 임프레션 테스트 시작
2005년 9월 - 1차 토너먼트 테스트 시작
2005년 10월 - 2차 토너먼트 테스트 시작
2006년 1월 - 파이널 테스트 개시
2006년 2월 - 마지막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발표 후 현재까지 연도 수만 따지자면 3년, 거기에 비공개로 개발했던 기간을 포함하면 4년이 넘어가는 기간 동안 만들어 진 것이 <GE>입니다.
항구도시 코임브라의 아름다운 모습.
하지만 그 오랜 시간 동안 변화는 많았지만 정작 발전은 적었다는 것이 유저들의 객관적인 평가입니다. 자신 있게 내 놓은 미션 모드, 리버티 콜로세움 등 몇 가지 주요한 시스템이 유저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사장되다시피 했고, 상용화 직전 1.8 업데이트를 제외 하면 클로즈 베타테스트 당시와 오픈 베타테스트의 차이점은 거의 없다고 해도 될 정도 입니다.
오히려 클로즈 베타테스트부터 지적이 되었던 사냥 이외의 컨텐츠의 부족은 오픈베타를 지나 상용화 직전까지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1.8의 업데이트로 인해 게임 자체의 완성도는 올라 갔다는 겁니다. 아니 올라 갔다기 보다는 ‘이제서야 제대로 된 기반을 닦았다’라고 하는 표현이 맞을 듯 합니다.
1.8 버전이 업데이트 되면서 이전의 사냥방식인 스쿼드(파티 시스템)를 통한 무한 레벨업에서 벗어나 긴장감 있는 전투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스킬 쿨 타임이 등장하여 MCC조합의 다양화를 불렀고 ‘강화 시스템’의 업데이트를 통해 유저들이 장비에 대해 욕심을 내도록 유도했습니다.
※ 쿨타임: 특정 스킬을 한 번 사용한 다음 다시 쓰기까지 걸리는 ‘재사용 대기시간’.
워록의 '엘리멘탈 스프라이트'도 쿨타임으로 인해 함부로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꽤 만족스러웠던 1.8 패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GE> 유저들은 여전히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위에도 언급 했듯이, 1.8 버전에 들어서야 제대로 된 게임의 기반이 잡혔다는 데 있습니다. 아직까지 사냥 이외의 컨텐츠는 NPC의 영입과 강화 정도이기 때문에 유저들이 느끼는 게임 플레이는 전과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유저들은 상용화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부터 지루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테스트 서버의 1.9 버전이 본 서버에 업데이트 된 지금은 상황이 변했지만, 그 전까지의 <GE>는 클로즈 베타 때와 달라진 점이라고 해 봐야 맵과 NPC의 추가가 전부였습니다. 그렇기에 ‘기존 시스템들의 변화는 많았지만 발전된 시스템과 추가적인 컨텐츠는 거의 없었다’라는 결론이 1.8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1.9 패치를 통해 유저들은 ‘컨텐츠에 대한 갈증’을 잠시나마 해결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너무나 쉽게 잡히던 중급 보스들이 보다 강력하게 패치가 되고 고 레벨뿐만 아니라 중, 저 레벨까지 유니크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자연히 채팅창은 활성화 되고 유저들은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지금까지의 <GE>가 ‘유효타’를 날리지 못하는 변화만 되풀이했다면, 1.9 이후로는 발전할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2. <GE> 2.0에 대한 기대, 그리고 아쉬움
완성된 2.0 버전은 분명 멋진 모습을 보여 줄 겁니다. 첫 클로즈 베타부터 1.8까지의 업데이트 보다 1.8 ~ 2.0까지의 업데이트의 양이 훨씬 더 많을 거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GE>의 업데이트 예정을 보자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많은 분량의 업데이트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1.9 업데이트 소식. 유저에게 게임을 계속하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GE> 만의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MCC’(멀티 캐릭터 컨트롤)와 ‘다양한 개성의 NPC 영입’, 이 두 가지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캐릭터의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MCC로 인해 유저들은 상호 보완적인 조합을 갖추고, 기존의 MMORPG와 다른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 합니다.
그리고 기본적인 캐릭터들을 제외 해도 거의 40가지가 넘어가는 NPC들의 숫자는 게이머들의 수집욕구를 부추깁니다. 물론 이 숫자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갈 겁니다. <GE>의 업데이트는 언제나 NPC가 함께 한다고 해도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규모 업데이트 마다 톡톡 튀는 NPC들이 추가됩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GE>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MCC의 전략성, NPC의 수집 이 두 가지의 주된 재미는 분명 모든 유저가 즐길 수 있는 컨텐츠입니다. 하지만 업데이트 예정 컨텐츠를 볼 때마다 제 머릿속에 드는 의문은 언제나 ‘개인 유저는 무엇을 하라는 건가?’라는 겁니다.
이번 업데이트 중 중심이 되는 레이드와 100레벨 아이템의 경우만 봐도 <GE>는 당을 위주로 만들어 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게임사의 입장에서는 당을 위한 업데이트가 좀 더 회사의 운영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그러나 현재 <GE>는 새로운 유저의 유입이 필요한 때 입니다.
물론 개발사인 IMC 게임즈도 그런 것을 고려하여 저 레벨 퀘스트의 추가, 혹은 경험치 카드의 생성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문제는 언제 업데이트될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계속 해서 줄어 드는 유저 수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유저의 유입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지금 <GE>는 기존의 유저는 점점 줄어 들고 새로운 유저가 원활하게 유입되지도 않는 ‘고립된 상황’입니다.
이대로 잊혀져 가기에는 너무 아쉬운 게임.
이런 상황인데도 IMC는 예전에 발표 했던 업데이트 내용이 아닌, 무기 이펙트 같은 걸 만들어 유저의 눈을 잠깐이라도 돌리려고 하고 있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IMC에 말하고 싶습니다. ‘강화에 따른 아이템의 이펙트 같은 것들을 만들 시간에 차라리 밀린 업데이트를 먼저 완성해 주세요!’라고 말입니다.
굳이 밀린 업데이트가 아니더라도 <GE>에는 유저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단점들이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추석 이벤트를 위한 업데이트를 받아서 적용하는데 적게는 40분, 많게는 3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려서 겨우 패치가 완료 됐습니다.
이런 패치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수동 패치’와 ‘최신 버전 클라이언트 다운로드’를 지원 해달라는 유저들의 요청이 많았지만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현재도 게임은 ‘1.9 + 추석 패치’인 상태이지만 공식홈페이지의 클라이언트는 ‘1.8’채로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유저들은 PC방 혹은 <GE>가 설치되지 않은 PC에서 플레이 하기 위해서 몇 시간씩을 패치가 다 되도록 기다려야만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유저에게 필요한 것은 정말 즐길 수 있는 컨텐츠와 불편사항의 개선입니다. 현재 업데이트 예정인 것들만 이라도 미뤄지지 않고 차근차근 본 서버에 적용 된다면 유저들은 만족할 것입니다.
무조건 업데이트만 한다고 모든 유저들을 만족 시킬 수는 없습니다. 분명 업데이트에 대해 불만을 말하는 유저도 있을 겁니다. 저는 언제나 게임을 ‘만드는 것은 개발사’ 이지만 게임을 ‘만들어 가는 것은 유저’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의견이 만나 더욱 멋진 게임이 탄생하기 위해 노력했으면 합니다.
3. 정치는 제대로 싹트고 있는가?
<GE>는 공개 당시 MCC와 NPC의 영입, 그리고 정치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왔습니다. MCC와 NPC 영입은 이미 공개 되어 게임에서 핵심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면 정치 시스템이란 무엇 일가요?
제가 알고 있었던 바로는 정치 시스템의 기본은 ‘유저 선거를 통한 집권당의 선출, 선출된 당은 운영자에 준하는 권한을 갖고 게임 내에서 욕설, 비매너 행위를 일 삼는 유저에 대한 제제를 가할 수 있다’라는 개념입니다. 만일 집권당이 횡포를 부리면 그 역시 투표를 통해 끌어 내는 것이 가능 하다는 ‘견제수단’까지 더해지면 기본적인 골격이 갖춰지죠.
2005년에
분명 김학규 PD의 말과 같은 게임 내 정치가 구현된다면 정말 매력적인 시스템이 될 것 입니다. 그렇다면 현재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1.8을 통해 업데이트 된 ‘콜로니 전’을 통해 콜로니를 소유한 개수만큼의 투표권을 당들에게 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개인 유저에게 투표권을 주게 되면 계정생성을 이용한 중복투표가 가능하고 또 거기에 대해서 제한을 가하자니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 할 수 있다고 판단해 당에게 투표권을 주는 방식으로 선회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다 제외 하더라도 콜로니를 차지한 당들에게만 투표권을 준다는 것은 일명 ‘돌려 먹기’라는 것이 가능해 진다는 함정이 있습니다. 만약, 정말 만약이지만 서버 내의 힘있는 당들이 작정을 하고 돌려 먹기를 하게 되면 그 서버는 발전하지 못하고 멈춰버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무엇인가 추가 되었습니다. 바로 ‘왕당파’와 ‘공화파’라는 겁니다. 이름에서 유추해보자면 두 파벌로 나뉜다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 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기존에 공개된 것들이 다시 한번 뒤집어 집니다.
만약 콜로니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이 두당에 들어야 된다는 조건이 생긴다면 두 파벌의 싸움만이 생기고 거기서 정체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두 파벌에 속해야 싸움이 가능하다라는 조건이 되면 신진 세력이 생기지 못한다는 겁니다.
신진 세력이 생기지 못한다면 자연히 흐르지 못하는 물은 고이게 되고 고인 물은 썩어버립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왕당파와 공화파가 서로 ‘쎄쎄쎄~’ 할지 말입니다.
맵에 존재하는 콜로니를 차지한 당들.
권력을 가진 자에게는 책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의 정점으로 올라갈수록 그 책임은 커지고 어울리는 책임감을 지니지 못한 사람은 그 위치에 대해 부담을 느껴야만 됩니다. 그리고 그 책임감을 갖고 권력을 다른 유저들을 위해 쓸 때 비로소 그것을 ‘정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핵심 시스템 정치, 모든 유저에게 이로운 시스템이 되었으면 합니다.
4. 믿었지만 미온적 태도에 실망한 운영
제목과는 좀 맞지 않지만 사실 <GE>의 운영은 합격 수준입니다. 지금까지의 공지사항의 글들은 딱딱하고 유저들에게 강압적이어서 알게 모르게 유저들은 그 글에 대해서 불만을 표했습니다. 하지만 <GE>는 그런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유저들을 최대한 존중하기 위해 공지사항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유저에게 보고 드립니다"와 같은 말을 써주는 게임사가 얼마나 될까요?
위 그림과 같은 사소하지만 최대한 유저를 존중하는 입장에서 쓰는 글을 포함해서 패치가 늦어지거나, 혹은 서버가 열리지 않을 때 왜 어찌해서 되지 않는가를 명확히 써줍니다. 비록 모든 유저들이 서버나 혹은 패치와 관련된 전문 용어를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유저들은 그 성의에 만족을 표시하고 이해하며 기다리게 됩니다.
그러나 최근 보여준 IMC의 미지근한 운영 모습은 유저들에게 원망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최근 일어나고 있는 해킹 대란입니다. 우선 왜 근원지를 살펴보자면, 얼마 전 국내의 음악사이트 하나가 해킹을 당해 이용자들의 PC에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트로이목마가 침투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게임업계의 관계자들이 모를 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IMC의 운영은 ‘미지근함’ 그 자체였습니다. 며칠이 지나도록 관련 공지가 올라오지 않았고 2주 이상 지나서야 공지가 올라왔지만 그 때는 이미 무수히 많은 해킹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였습니다. 지금은 공지도 있고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비밀번호를 변경해 달라는 팝업도 뜨지만 이미 늦었다는 겁니다.
IMC는 신생업체 입니다. 분명 운영의 미숙도 종종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할 때 그런 운영 미숙이 발생한다면 유저의 신임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유저들이 운영진에 대해 쌓은 마지막 신뢰를 모쪼록 지켰으면 합니다.
천사의 날개(일명 닭날개)를 단 운영자와 함께 찍은 스크린샷.
5. <GE>와 함꼐한 1년, 바라는 점들
요 1년 남짓 저는 <GE>와 함께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클로즈 베타를 시작으로 오픈 베타, 그리고 상용화까지 결제를 하면서 계속 게임을 플레이 했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고 또 제가 <GE>에 강한 애정을 갖게 된 계기는 클로즈 베타(이하 클베) 입니다.
어쩌다 같은 클베에 참여한 유저들과 이야기를 하면 그 날은 <GE>에 대한 대화로 밤을 지새면서 ‘어떻게 하면 이 게임을 재미 있게 만들 수 있을까?’ 혹은 ‘버그를 빨리 찾아 완성도를 높이자!’라는 알 수 없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랬던 테스터들은 오픈 베타 후 한 달 남짓한 기간이 지난 후 대부분 빠져나갔습니다. 테스터들은 오픈 베타 직전에 소리 높여 “아직 완성도 안된 게임을 내 놓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반대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 베타를 시작한 <GE>. 클베 테스터들이 지적했던 대로 MCC로 인한 재미는 오래 가지 않았고, 사냥 이외의 즐길 컨텐츠 부족, 중요 버그들이 아직 산재해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죠. 급한 불을 끄느라 오픈 베타 후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자 슬슬 사냥에 지겨움을 느낀 유저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 마다 저는 그저 아쉬운 마음을 지닌 채 게임에 남았습니다.
지금도 간혹 하는 생각이지만 상용화 버전인 1.8을 보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 1.8버전이 오픈 베타를 시작 할 때 나왔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라고 말입니다. IMC의 개발진이나 김학규 PD나, 한빛소프트나 모두 비슷한 느낌일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선택은 엄연한 선택, 그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다.
분명한 건 <GE>는 정말 대단한 게임이라는 겁니다. ‘풀 옵션’으로 <GE>를 돌려본 유저라면 누구나 인정할만큼 완벽에 가까운 그래픽과 아름다운 배경, 현실처럼 물에 비치는 사물들, 그리고 중세시대의 마을과 개성 넘치는 NPC들이 유저를 기다립니다.
물론 <GE>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음악도 유저들을 기다립니다. 음악을 추천 하자면 알 쿠엘트 모레자 던전의 메인 테마 'odyssey'와 코임브라의 메인 테마를 추천합니다. 독특하면서 중독성 하나는 끝내줍니다.
김학규 PD가 매체 인터뷰에서 “올해도, 내년에도 IMC의 신작은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기초 공사가 끝난 <GE>, 이제는 더 이상 돌아보았을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 게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