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브러시가 개발하고 있는 3인칭 슈팅(TPS) 액션 <아키블레이드>가 지난 25일부터 30일까지 스팀(STEAM)을 통해 2차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실시했습니다. 이 게임은 판타지 소설가 홍정훈 씨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는데요, 과연 소설 속의 캐릭터들은 어떻게 게임 속에 구현됐을까요? 2차 CBT를 직접 체험해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원작 느낌 그대로, 개성 강한 캐릭터
언더시즈(팀 데스매치) 플레이 영상
<아키블레이드>는 PvP 중심의 액션게임입니다. 유저는 11명의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해 상대 팀(혹은 상대방)에 대적해 승리 목표를 달성해야 하죠. 이번 2차 CBT에서 준비된 맵은 모두 승리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맵마다 다른 전략으로 상대와 맞서야 합니다. 조작은 마우스로 카메라(시야) 시점 조절, WASD로 이동, 다른 키으로 기술을 사용하는 전형적인 TPS게임의 방식입니다.
동명의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개성 강한 원작의 캐릭터들은 <아키블레이드>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유저는 미려한 일러스트와 3D 모델링으로 재탄생한 ‘바리에스트라다’(일명 바리공주)나 ‘레노아’, ‘레니’ 등 원작의 주·조연들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아키블레이드>의 등장 캐릭터. 참고로 원작의 주인공 ‘우진’은 아직 미구현.
각 캐릭터들의 액션을 보면 원작의 캐릭터성이 잘 살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작에서 관세음보살의 법력과 거대망치를 무기로 썼던 바리공주는 묵직한 공격과 방어·치유 위주의 특수기를 가졌고, ‘공간지각안’을 가져 뛰어난 공간지각능력을 자랑했던 레노아는 특수기술로 미니맵에 적을 표시하거나 모든 적에게 초장거리 저격을 날리는 식으로 구현됐죠.
물론 바리공주와 타이악, 딕과 가스팔처럼 일부 콘셉트를 공유하는 캐릭터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캐릭터들은 각기 공격조합이나 특수기를 달리하는 식으로 차별점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가스팔과 딕은 똑같은 파워드 슈츠와 유탄을 무기로 하는 드워프지만, 가스팔은 지뢰와 자폭 기술로 공격적인 느낌을 살렸고, 딕은 적의 아머 포인트(일종의 실드)를 소진시키고 아군의 아머 포인트는 회복시키는 식으로 지원병의 느낌을 살렸죠.
때문에 비슷해 보이는 캐릭터라도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운용방법이나 조작감이 상당히 다른 편입니다. 콘셉트가 유사해 적응은 쉬우면서도, 막상 심화단계에 들어가면 플레이가 색다른 영리한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원작이 있음에도 캐릭터들의 이야기나 설정을 엿볼 수 있는 콘텐츠가 없는 것은 아쉬웠습니다. 별도의 싱글플레이까지는 무리더라도, 어떤 상대와 만나고 누구를 죽이느냐에 따라 그에 걸맞은 대사 정도를 넣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 때리고 막고 파괴하라! 잘 구성된 공방전
<아키블레이드>는 (적어도 2차 CBT까지는) 오로지 대전모드만 제공하는 PvP 게임입니다. NPC와 상대할 수 있는 모드라고는 샌드백용 캐릭터가 나오는 트레이닝이 전부죠. 때문에 게임의 진가를 맛보려면 맞든 때리든 간에 유저를 상대해야 합니다.
‘싸움’에만 집중해서 그럴까요? <아키블레이드>의 액션성은 상당히 뛰어납니다. 개인적으로는 공방의 합이 딱딱 맞아떨어져 마음에 들더군요. 기본적으로 게임의 모든 액션은 공격, 방어, 그리고 방어파괴기로 구분됩니다. 일반적인 공격에는 마우스 좌우 버튼과 알트(Alt) 키의 조합이 쓰입니다. 공격마다 일정한 패턴이 있기 때문에 은근히 수 읽기의 요소도 있습니다.
특히 강한 공격일수록 실패하면 이어지는 딜레이가 크기 때문에 방어의 중요성이 부각됩니다. 방어에 성공하면 대미지를 적게 받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의 딜레이를 노려 반격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방어가 만능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방어는 방어파괴기에 무력화되고, 막을 수 있는 범위도 정면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양한 방어파괴 공격이 가능합니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캐릭터가 갖고 있는 방어파괴기는 방어파괴 외에도 강력한 대미지나 적을 띄우는 등의 유용한 효과를 자랑하죠. 물론 리치가 짧거나 선딜레이가 있는 등 페널티도 있습니다.
일부 캐릭터는 일반공격이 방어를 뚫는 데 특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언데드 마법소녀 ‘레니’는 사정거리는 짧지만 공격이 측면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방어돌파에 용이하고, 타락한 엘프군주 ‘엘레이스’는 공격속도는 느리지만 공격범위가 넓어 역가드를 노리기 수월합니다.
이처럼 <아키블레이드>의 모든 액션은 각각 장단점과 상성을 갖고 있어 파고들수록 수 싸움의 재미가 상당합니다. 액션의 상성과 캐릭터의 특수능력을 조합하면 다수의 적을 이기는 것도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죠. 실제로 뒤에서 설명할 네더데일 같은 맵에서는 방어 측면에서 개인이 활약할 요소가 많기 때문에 이런 재미를 잘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적을 잘못 띄우면 자신의 캐릭터 위에 올라간다든지, 경직을 이용한 한 방 콤보가 가능해지는 등 단점이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아직 CBT 단계인 것을 감안하면, 그리고 게임의 모든 모드가 다수:다수, 혹은 1:다수의 싸움을 그린 것을 감안하면 큰 단점은 아닙니다.
■ 액션과 전략이 결합된 전장, 아쉬운 밸런스
네더데일(점령전) 플레이 영상
이번 CBT에서 즐길 수 있었던 맵 3개는 각각 그에 걸맞은 승리목표가 있습니다. 팀데스매치 방식의 언더시즈(Under Siege), 모두가 적인 나가 핏(Naga's pit), 점령전 형식의 네더 데일(Nether Dale). FPS게임을 많이 즐겼던 유저라면 익숙한 승리목표입니다.
모든 맵에는 회복 아이템이나 순간이동 장치, 낙사 가능 지역 등의 오브젝트가 배치돼 있어 영리한 플레이를 권합니다. 특히 점령전 형식의 네더데일은 이런 특성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죠.
네더데일은 맵에 위치한 5개의 파일런(일종의 거점)을 점령해, 여기서 얻은 점령 포인트가 상대보다 먼저 목표에 도달하면 승리하는 맵입니다. 곳곳에 위치한 회복 아이템은 전투력의 열세를 보완해주고, 적진 깊숙이 연결된 순간이동 장치는 한순간의 방심을 기습으로 이어지게 만듭니다. 개인의 전투력 못지않게 상황을 읽는 센스가 중요한 셈이죠.
점령전이라는 모드 자체는 팀원의 협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승리의 조건인 점령 포인트는 점령된 파일런에서만 생산되는데, 이렇게 파일런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아무 방해 없이 몇 초 동안 집중해야 합니다. 때문에 점령을 시도 중인 적을 방해하거나, 거꾸로 파일런을 점령하고 있는 아군을 보호하는 등의 역할분담이 중요하죠.
실제로 게임 중 파티원 하나가 아군의 파일런을 점령하려 드는 적 다수를 방해하는 사이 다른 파티원들이 상대의 파일런을 ‘순회공연’해 역전한 경우도 종종 벌어졌습니다. 전투력보다 센스가 중요한 전장이기에 손이 느린 게이머도 상대적으로 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죠.
짜임새 있는 맵과 달리 모드 자체에 대한 마무리가 미흡한 것은 아쉽더군요. PvP의 재미요소 중 하나인 팀밸런스도 아쉬움을 더하는 요소였습니다. <아키블레이드>의 매치메이킹은 단순히 입장 순서에 따라 상대를 배정하는 방식입니다. 떄문에 팀 간 전력 불균형이 자주 일어나는 편이었죠. 최소 2명 이상이면 게임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2:1로 게임이 시작되기도 했고요.
맵의 디자인 또한 한번 전세가 밀리면 회복하기 힘든 구조였습니다. 언더시즈는 부활지점에 상대가 자유롭게 난입할 수 있는데다 별도의 보호수단도 없어 상대팀의 캠핑이 시작되면 극복하기 힘들죠. 부활지점이 전장과 격리된 네더데일도 상대가 입구에서 진을 치고 있으면 돌파하기 힘든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앞서 말한 팀밸런스 문제와 더불어 게임의 균형을 쉽게 무너뜨리는 요소였습니다.
■ 탄탄한 기본기, 마무리가 필요하다
직접 체험해 본 <아키블레이드>는 개성 강한 캐릭터와 탄탄한 액션이 인상적인 게임이었습니다. 원작의 느낌이 나는 캐릭터의 특성과 공방의 합이 맞아 떨어지는 액션은 대표적인 강점이었죠.
이외에도 스코어보드에 유저가 죽은 횟수를 보여주지 않는다거나, 맵 곳곳에 전투력의 열세를 보조할 수 있는 오브젝트를 배치하는 등 실력이 낮은 유저도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더군요.
아직 테스트 단계라 그런지 몇몇 미흡한 부분도 보여 아쉬웠는데요, 마무리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팀 밸런스가 무너지기 쉬운 매치매이킹과 맵 구조는 플레이하는 내내 마음에 걸리더군요. 이 밖에도 액션 부분의 소소한 단점도 다듬어야 할 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아키블레이드>의 다음 테스트가 기다려지는 것은 액션게임의 시작과 끝인 액션 그 자체가 잘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