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웰이 개발한 MMORPG <코어온라인>이 지난 2월 21일 오픈 베타테스트(OBT)를 시작한 지도 한 달 반이 넘었습니다. ‘차원전쟁’이라는 선전문구를 내건 <코어온라인>은 서버 간 삼파전이 메인 콘텐츠입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다른 게임에서는 최고 레벨 근처나 되어서야 참여할 수 있는 ‘쟁’을 낮은 레벨부터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등 시원시원한 진행이 돋보였습니다. MMORPG 장르에서 3년이라는 짧은 개발기간 치고는 탄탄한 기본기와 준수한 그래픽도 인상적이었죠.
다만 후반부에 접어들어 바닥을 드러내는 퀘스트와 쉽사리 즐기기 힘든 인스턴스 던전 등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흡사 ‘서버전쟁’이라는 메인 콘텐츠에 모든 힘을 쏟아 다른 콘텐츠에 대한 뒷받침이 부족한 느낌이랄까요? <코어온라인>의 OBT 이후 행보를 살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익숙한 ‘타겟팅 MMO’에 양념을 더했다
게임에 접속하면 깎아지는 듯한 절벽과 짙은 녹음이 유저를 반깁니다. 대형 개발사에서 몇 년 동안 수 백 억을 쏟아부은 게임과 비교하긴 힘들겠지만, <코어온라인>의 첫인상은 준수한 편입니다. 적어도 그래픽이 나쁘다고 대번 그만둘 품질은 아니죠.
물론 투박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코어온라인>은 이러한 투박함을 섬세한 세계관 묘사로 대체합니다. 호숫가에 누워 낮잠을 즐기는 젊은 부부, 무기가 부족해 곡괭이를 들고 순찰하는 자경단 등의 묘사는 게임의 세계를 한층 생생하게 만듭니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화려함으로 유저를 사로잡기보다 꼼꼼한 묘사로 은근히 시선을 잡아끄는 느낌이죠.
이제는 흔한 타겟팅 방식의 전투도 이 게임의 주력 콘텐츠를 생각하면 크게 흠이 되진 않습니다. 다수 대 다수의 난전이 핵심인 <코어온라인>에서 역동적이지만 신경 쓸 것도 많은 논타겟팅 액션보다는,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타겟팅 방식의 전투가 피로도 적고 조작도 쉽더군요.
여기에 캐릭터마다 ‘손맛’과 ‘조작감’을 살려 식상할 수도 있는 타겟팅 전투에 변화를 주려 했습니다. 화면이 흔들릴 정도로 묵직한 한 방을 가진 워리어나 자신의 키만한 양손검으로 적을 난도질하는 블레이더 등 근접 캐릭터들은 나름대로 손맛이 살아 있고, 이동하면서 주문을 읊거나 활을 쏘는 원거리 캐릭터는 조작의 맛을 살렸죠. 타겟팅 MMORPG라는 틀 안에서 <코어온라인> 나름대로의 길을 추구하는 느낌입니다.
게임 중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탑승체(탈것)도 차별화 노력 중 하나입니다. <코어온라인>은 성장 과정에서 말이나 늑대, 거미 같은 다양한 탈것을 얻게 되는데, 탈것은 제각기 독특한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새를 닮은 탑승체 ‘루파나토파’는 다른 탑승체가 가지 못하는 물 위를 다닐 수 있고, ‘날렵한 흑마’는 돌진으로 적을 기절시키죠. 탑승체는 전투 중에도 소환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전술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탑승체 시스템이 전투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은 개인적으로 아쉬웠습니다. 게임 중 얻을 수 있는 탑승체는 단순히 적에게 피해를 입히는 스킬만 갖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더군다나 탑승체의 공격력 또한 캐릭터보다 강한 편도 아니어서 그 효용이 크진 않았죠.
물론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일부 탑승체는 다수의 적을 ‘속박’하거나, 후방으로 빠르게 피할 수 있는 등 전술적으로 가치 있는 스킬을 쓰기도 합니다.
■ 초보부터 고수까지 모두 쟁(爭)! 서버전쟁 카일룸
서버 간 삼파전이 벌어지는 전장 ‘카일룸’은 <코어온라인>이 내세우는 주력 콘텐츠입니다. 카일룸에서 유저는 타락한 다른 서버에 맞서 전장에 잠들어 있는 ‘빛의 힘’(코어)을 얻어야 합니다. 이 ‘코어’는 게임 내 최상급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화폐입니다. 서버 간 자존심을 떠나서라도 전장에 뛰어들 이유는 충분하죠.
전장이라고 뭉뚱그려 말하긴 했지만 카일룸은 저마다 독특한 룰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PvP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데스매치(전면전)와 점령전은 기본입니다. 어떤 카일룸은 ‘차원수’라는 몬스터를 사냥한 실적을 겨루기도 하고, 어떤 카일룸은 똑같은 데스매치라도 전장에 강력한 차원수를 배치해 상황에 변화를 주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카일룸에서는 이러한 승리 조건이 ‘단체 퀘스트’ 형태로 주어지기 때문에 룰을 몰라 허둥대는 일은 없습니다. 단체 퀘스트 중에는 자신의 서버 외에 상대 서버의 진행상황도 대략적으로나마 보여주기 때문에 은근히 경쟁심을 자극하죠.
3개 서버가 맞붙기 때문인지 재미있는 상황도 많이 나옵니다. 전력이 약해진 상대를 우르르 쫓아갔다가 제 3의 세력에게 포위당해 괴멸한 경우도 있었고, 점수 1, 2위를 다투는 두 서버가 힘을 겨루는 와중에 목표물만 잽싸게 점령해 극적으로 이긴 경우도 있었죠. 전장마다 존재하는 다양한 룰과 3개 세력이 만드는 변화무쌍한 상황이 카일룸만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콘텐츠에 대한 높은 접근성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다른 게임과 달리 <코어온라인>은 저레벨부터 주력 콘텐츠인 카일룸을 즐길 수 있죠. 레벨마다 입장할 수 있는 카일룸이 다르기 때문에 고레벨 유저가 저레벨 유저를 학살하는 일도 찾아보기 힘들고요.
물론 같은 구간의 캐릭터라도 레벨에 따라 능력치 차이가 난다든지, 상대의 압도적인 전력에 밀려 허수아비처럼 당하기만 하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사할수록 능력치가 증가하는 능력치 보정 시스템 덕분에 체감 난이도(?)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설사 카일룸에서 졌다고 해도 전쟁 중간중간 성과가 정산되기 때문에 빈손으로 돌아올 일은 없죠.
재미만 따진다면 만점도 아깝지 않을 카일룸이지만, 간혹 발생하는 서버 문제와 기본적인 시스템에 대한 설명 부족은 옥의 티로 남네요. 특히 시스템 설명 부족은 이미 필요한 것을 다 갖춰 놓고도 안내가 부족해 콘텐츠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안타깝더군요.
예를 들어 카일룸에서 같은 서버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탐사대 채팅’이나 자동으로 배정되는 파티를 변경할 수 있는 기능 등은 카일룸에서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안내를 게임 속에서는 찾을 수 없는 탓에 카일룸을 처음 즐기는 유저라면 전략적으로 행동하기 어렵죠.
■ 레벨업은 역시 몰이사냥? 아쉬운 스토리, 부족한 퀘스트
<코어온라인>의 퀘스트는 스토리 자체로 감동을 주기보다는 유저에게 쾌적한 레벨업 동선을 제공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튜토리얼 구간에서는 세계를 위한 여신의 희생이라는 제법 비장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본 게임에선 그런 기합을 찾아보기 힘들죠.
물론 <코어온라인>의 퀘스트가 단순히 의미 없는 이야기의 나열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던전에서는 마녀에게 홀려 멀쩡한 아내도 버리고 마녀의 꼭두각시가 돼버린 비운의 사내도 등장하고, 초반 지역부터 내내 유저를 괴롭히던 정체불명의 벌레는 꼭꼭 정체를 숨기다 후반부에 이르러 의문이 해소되죠. 하지만 퀘스트 간 연결성이 부족하기 때문일까요? 이렇게 공들인 이야기가 생각보다 와 닿지는 않습니다.
흑마법사가 의식을 행한 장소에서 단서를 찾아도 NPC는 알 만한 사람이 없어 큰일이라고만 하고 뒷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습니다. 마녀에게 홀렸던 사내의 유서를 아내에게 전달해도 아내는 그 흔한 소셜 모션 하나 없이 무덤덤합니다. 분명 공들인 이야기 같은데 어색하게 마무리되거나 NPC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스토리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놓고 다음 이야기를 예고해도 퀘스트 간 연결성이 떨어지다 보니 와 닿지 않습니다.
후반부에 들어서는 퀘스트의 레벨업 유도 기능도 약해지는 느낌입니다. 캐릭터가 성장할수록 부족해지는 퀘스트 양은 플레이 내내 아쉬웠던 요소였죠. 30레벨쯤에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퀘스트는 자신의 레벨보다 2~3레벨 높은 퀘스트가 전부입니다. 30레벨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경험치가 50%를 겨우 넘은 상황에서 수행할 수 있는 퀘스트가 일일퀘스트밖에 없는 상황도 발생하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후반부 레벨업은 더 빠르게, 더 많이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는 ‘몰이사냥’에 집중됩니다. 물론 몰이사냥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모든 유저가 이러한 방법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고, 다수의 유저가 함께 몰이사냥과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필드가 넉넉하지도 않다는 것이죠.
사실 몰이사냥도 아무 곳에서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몬스터가 많이 생성되는 곳이 명당(?)이죠. 이런 곳에서는 몰이사냥 파티와 퀘스트를 수행하는 유저 사이의 충돌이 반쯤 필연이라고 할 수 있죠. 필드 전반적으로 유저가 많은 것도 아니기에 채널을 나누기도 애매합니다.
더 큰 문제는 몰이사냥을 꺼려하는 유저에겐 이야기의 흐름은 물론, 꾸준히 유저에게 주어지던 퀘스트라는 ‘목표’ 자체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입니다. 레벨업이라는 큰 목표가 존재하긴 하지만, 조금씩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는 목표 여럿(퀘스트)과, 한동안 계속 노력해야만 성취할 수 있는 목표(레벨업)의 난이도는 다를 수밖에 없죠.
그나마 지난 3월 13일 첫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사냥형 던전(일일퀘스트만 존재하는 사냥 전용 필드)이 추가되긴 했지만, 후반부 퀘스트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했다고는 보기 힘듭니다.
■ 가기도, 깨기도 힘든 던전. 늦은 패치가 안타깝다
MMORPG에서 인스턴스 던전이란 그동안 진행됐던 이야기(퀘스트)의 완결과 필드에서는 보기 힘든 ‘도전할 만한’ 상대를 제공하는 PvE 콘텐츠의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버전쟁을 메인으로 하고 있는 <코어온라인>에서도 인스턴스 던전의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유저를 대적하는 강력한 몬스터 조합, 장판형 범위공격, 부하소환 같은 독특한 패턴들. 어떤 의미로든 인스턴스 던전의 정석을 밟고 있죠.
하지만 막상 <코어온라인>에서는 이러한 던전을 즐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던전 입장을 위한 파티 구성조차 힘들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부분의 MMORPG가 그렇듯, <코어온라인> 또한 인스턴스 전용 파티모집창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시스템 안내가 부족하기 때문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전체 채팅을 이용해 파티를 구합니다.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남기고 확인해야 하기에 인스턴스 던전을 가려는 이는 많아도, 정작 파티를 모집하는 이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파티모집창이 있는데 왜 사용하지 않니….
물론 이러한 탓을 100% 파티모집 시스템에 돌릴 순 없죠. 가장 큰 문제는 인스턴스 던전에서만 얻을 수 있는 보상이 크지 않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코어온라인>에서 제공되는 던전 관련 퀘스트는 보상이 경험치와 골드(게임머니)로 국한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딱히 던전을 가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죠.
던전에서 구할 수 있는 장비도 카일룸이나 제작으로 얻는 것보다 좋다고 하기 힘듭니다. 아이템 습득 기회가 다양하다는 점에서는 나쁘진 않지만, 인스턴스 던전만의 메리트가 없다 보니 점점 관심이 사라지더군요.
OBT 초기에 너무 높았던 던전의 난이도도 이러한 현상을 부추겼습니다. 가뜩이나 필드보다 어려운 던전, OBT 초기에는 적정 레벨보다 3~4레벨 높은 몬스터가 무더기로 배치돼 있었기에 이를 돌파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죠.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유저들이 인스턴스 던전을 무시하거나, 적정 레벨을 초과한 다음에서야 던전을 공략했죠. 지금은 지속적인 패치 덕분에 적정 레벨과 비슷한 수준이 되었지만, 초기에 형성된 선입견은 아직도 남아 있는 편입니다.
다행인 점은 꾸준한 패치를 통해 이러한 단점이 하나 둘 수정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적정 레벨로 갔다가는 불지옥을 면치 못했던 난이도도 지속적인 패치로 충분히 쉬워졌고, 첫 대규모 업데이트에서는 후반부 던전에 최고 등급 아이템 재료를 배치해 소외되는 던전을 살리려고 했죠.
다만 이러한 패치가 조금 더 빨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여전합니다. OBT 시작 후 3주, 프리 OBT를 포함하면 거의 한 달 만에 나온 업데이트다 보니 실제로 패치의 혜택을 본 이는 많지 않죠.
■ 24시간 분쟁지역, 최고 레벨 확대 예고
<코어온라인>은 서버전쟁이라는 메인 콘텐츠에 모든 힘을 집중한 게임입니다. 탄탄한 기본기와 낮은 레벨부터 뛰어들 수 있는 서버전쟁, 그리고 삼파전이라는 변화무쌍한 전황이 매력 포인트죠.
하지만 메인 콘텐츠를 받쳐줄 다른 콘텐츠에는 손색이 있었습니다. OBT 초반 너무 난이도가 높았던 인스턴스 던전, 각종 시스템에 대한 안내 부족, 후반부의 퀘스트 부족 현상이 아쉽더군요. 그래도 매주 패치를 통해 밸런스를 다듬으며 불편한 점을 수정하고 있는 점에서는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오는 4월 24일로 예정된 2차 대규모 업데이트에서는 캐릭터 최고 레벨이 40에서 48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능력, 던전, 필드, 퀘스트가 나옵니다. 24시간 열려 있는 카일룸 ‘글로라스’도 추가되는데요, 과연 후반부 콘텐츠 구성과 플레이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