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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함께 하면 두 배 재미있는 FPS, 워페이스

벤더 시스템과 크라운 장비에는 아쉬움 남아

전승목(아퀼리페르) 2013-05-16 17:42:00

 

지난 4월 23일, 온라인 1인칭 슈팅(FPS) 게임 <워페이스>의 오픈 베타테스트가 시작됐습니다. 크라이텍이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이 게임은 한국 시장을 겨냥한 현지화를 목표로 지난해 9월부터 총 세 번의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거쳤죠.

 

긴 테스트 기간 덕분인지 <워페이스>는 처음보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PvE 모드는 양질의 추가 미션으로 보강됐고, 게임에 적응한 플레이어들이 늘어나면서 협동 플레이를 강조하는 게임의 특성이 훨씬 잘 살아났습니다.
 
다만 챙길 수 있을 만한 깨알같은 재미를 아직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점, 개선되긴 했지만 2% 부족한 타격감과 PvP 모드가 아쉬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 함께하면 재미가 두 배가 되는 FPS게임
 
FPS게임은 총을 쏴서 상대를 맞추는 원초적인 재미를 강조하는 장르입니다. 개인 플레이를 할 때는 도무지 해낼 수 없던 일을 팀플레이로 극복하는 맛도 상당하죠.
 
실제로 클랜원들과 함께 보이스 채팅을 하며 게임을 하거나 아예 PC방에서 친구와 함께 할 때를 떠올려 봅시다. 일단 혼자서 플레이할 때는 미처 못 본 적에게 당할 위험이 있지만, 다른 플레이어와 할 때는 “거기 스나이퍼 있으니까 딴 데로 돌아가라”는 식의 충고를 듣고 위기를 피할 수 있죠.
 
정해진 신호에 따라 두 명이 함께 돌입하는 전술로 쏠쏠한 재미를 볼 수도 있고요. 제 아무리 유리한 지형에 숨어 있는 적이라 해도 2인 협동 공격을 감당할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기존 FPS 중에서 둘 이상이 협동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는 액션이나 전술을 시스템으로 구현한 게임은 드물었습니다. 사실상 서로 엄호해주고 적의 위치를 알려주는 수준의 협동 플레이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죠.
 

아군을 살리려는 메딕의 모습. <워페이스>는 협동 플레이의 범위가 넓습니다.

 

<워페이스>는 협동 플레이를 시스템으로 구현해낸 게임입니다. 병과마다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으면서, 한 병과가 다른 병과의 아쉬운 점을 보완해줄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스나이퍼는 강력한 화력과 엄청난 사거리를 자랑하지만 탄약을 적게 갖고 다닙니다. 이 때 탄을 보급해주는 라이플맨의 지원을 받으면 강력한 원거리 사격을 거의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죠.
 
반면 라이플맨은 중거리전과 근접전을 동시에 수행하는 병과라서 다른 병과보다 위험한 상황을 많이 겪습니다. 제대로 활약하려면 방탄복을 수리해주는 엔지니어,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메딕의 지원을 받아야 하죠.
 

탄약을 보급하는 라이플맨. 이렇게 병과끼리 협력해서 약점을 극복합니다.

 

이처럼 <워페이스>의 각 병과는 팀원의 도움을 받아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습니다. 긴밀하게 협동하면 할수록 플레이어는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고 더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셈이죠.
 
상황에 따라서는 생각도 못한 성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제한 시간이 끝나기 전까지 더 많은 인원을 사살한 팀이 승리하는 ‘데스매치’ 맵에서 직접 경험한 일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지인들과 보이스 채팅을 하며 게임을 하고 있는데 오른쪽 길에 상대편이 집중돼 있더군요. 그래서 동시에 수류탄을 던져 융단폭격을 해준 뒤, 라이플과 샷건을 앞세워 오른쪽 길을 뚫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FPS게임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FPS게임이라면 멀쩡한 상태로 되살아난 적과 싸우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잠시 후퇴하거나, 되살아난 적이 급히 달려나올 것을 예상하고 구석에 숨어서 뒤를 노리는 개인 플레이를 했겠죠. 모든 사람이 그렇게 자리를 잡고 있으면 도리어 눈에 띌 테니까요.
 

적진으로 달려가는 엔지니어. “크레모아 배달 갑니다~!”
 
그런데 그 다음은 완전히 다른 광경이 펼쳐지더군요. 돌파력이 강한 라이플맨과 메딕으로 길을 터 놓은 뒤, 엔지니어들을 전진시켜 적진 근처에서 중앙까지 오는 길에 크레모아를 설치했습니다.
 
그 후, 당장 되갚겠다고 급히 달려오던 상대팀이 줄줄이 크레모아에 걸려 날아가는 장관을 볼 수 있었습니다. 초반 돌격으로 킬을 먹고 후퇴하면서 크레모아로 싹 정리하는 팀플레이로 일석이조의 결과를 거둔 셈이죠.
 
그 밖에도 어떻게 협력하는가에 따라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높은 벽을 2인 협동 오르기로 넘어간 뒤 옥상에서 적을 저격하거나 뛰어내리며 덮치는 것처럼요. 팀원들의 실력, 팀플레이의 수준에 따라 얼마든지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 <워페이스>입니다.
 

2인 협동 오르기로 지름길을 활용하면 상상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 적절한 분량과 도전할 가치를 담은 협동 미션
 
PvE 모드는 하루에 한 번씩 꾸준히 플레이할 만한 분량을 갖췄습니다. 미션의 수도 많아졌고 종류도 다양해졌죠.
 
가장 기본적인 미션은 <콜 오브 듀티> 시리즈처럼 일방통행형 맵을 전진하며 병사들을 쓰러뜨리는 방식입니다. 난이도가 쉬운 편이라서 부담 없이 쏘고 맞추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를 응용한 미션으로 사방팔방에서 쏟아지는 적을 막아내는 미션도 있는데, 하드 난이도로 진행하지 않는 한 비교적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일방통행형 미션은 쏴서 맞추는 기본적인 재미를 충분히 누릴 수 있습니다.
 
보다 본격적인 협동 플레이를 하고 싶다면 강력한 보스들을 상대하는 미션을 플레이하면 됩니다. 쏟아지는 적군을 막으며 적 헬리콥터를 대공 미사일로 격추하는 미션, 강력한 중화기로 무장한 2족보행로봇 ‘메크2300’과 싸우는 미션이 대표적인 예죠.
 
특히 메크2300은 공략하는 맛이 있습니다. 사방에 미사일과 발칸을 쏘는 적이라서 상대하기가 많이 까다롭긴 한데 팀원끼리 손발을 잘 맞추면 단숨에 쓰러뜨릴 수 있거든요.
 
가령 메딕 한 명이 메크2300 주변을 빙빙 돌아주고 나머지 파티원이 메크2300의 약점이 노출되는 족족 대전차탄을 박아주면 어설프게 상대할 때보다 10배는 빨리 잡을 수 있습니다. MMORPG에서 팀원끼리 손발을 맞춰 레이드 보스를 손쉽게 잡을 때와 같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죠.
 

레이드 보스 공략하는 듯한 재미를 주는 메크2300.

 

덤으로 몇몇 미션에는 패키지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연출이 가미돼 있습니다. 헬리콥터를 격추해야 하는 미션의 경우, 헬리콥터가 그냥 나타나지 않고 건물 벽을 미사일로 부수며 박력 있게 나오죠.
 
얼핏 보면 단조로워지기 쉬운 일방통행형 미션에도 적절한 볼거리가 가미돼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연출은 보트를 탄 채 급류를 타며 적을 처치하는 미션에서 볼 수 있었는데, 미션을 진행하다 보면 폭포수에 이르러 아래로 추락하는 상황이 나옵니다.
 
다행히 보트는 바위 틈에 걸려서 멈추지만, 그 다음에는 매복한 적들이 던진 수류탄이 사방팔방에서 펑펑 터지고 있는 상황으로 이어지죠. 살았다고 안도하는 순간 더 큰 위기를 맞이해 더 팽팽한 긴장감을 맛보게 되는 셈입니다.
 
다시 말해 <워페이스>의 PvE 모드는 쉽게 맞추는 재미, 어려운 적을 쓰러뜨리는 성취감, 긴장감을 높이는 연출을 보는 즐거움을 두루 갖췄습니다. 덕분에 단순히 미션 수가 많고 보상이 좋아서가 아니라, 미션 자체가 재미있어서 PvE 모드에 도전하게 되더군요.
 

폭포수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

 

살았다고 안도하려는 순간, 수류탄이 날아오네요?

 

 

■ 점수 경쟁이라는 깨알같은 재미도 챙겼다면…
 
아쉬운 점이 있다면 PvE 모드를 더 맛깔나게 즐기도록 해주는 장치가 빈약하다는 것입니다. 협동 미션 클리어 결과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고 우열을 가리는 점수를 경쟁하는 재미는 빠져 있거든요.
 
물론 최고 기록을 달성한 팀원들의 닉네임과 점수를 다른 플레이어에게 공개해 경쟁을 유도하는 기능이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유명무실하죠. 최고 기록으로 표시되는 점수는 어지간한 플레이어가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높거든요.

도전 욕구를 자극하기보다 기를 죽여버리는 최고 기록.

 

그래서 무지막지한 점수을 보고 PvE 모드를 열심히 하겠다고 나서는 플레이어는 보기 드뭅니다. ‘저기에 이름 올린 사람은 정말 실력이 좋겠지’라고 생각하거나, ‘내 실력으로는 이룰 수 없는 기록이니 신경 끄자’고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죠.
 
사실상 클리어했을 때의 성취감은 충분한데, 높은 점수를 기록해서 성취감을 얻기는 힘든 셈입니다. 어지간히 높은 점수가 아닌 이상, 네임드 플레이어의 최고 기록과 비교하면 기죽기 십상이니까요.
 
차라리 카카오톡 모바일게임처럼 비슷한 수준의 친구들끼리 PvE 모드 클리어 점수를 비교하고 경쟁하도록 하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했다면 PvE 모드를 깼을 때의 큰 성취감은 물론, 아는 사람들의 기록을 뛰어넘는 깨알같은 성취감도 느꼈을 텐데 말이죠.
 
참고로 점수를 높게 기록하면 ‘크라운 포인트’라는 특별한 보상을 주는데, 이걸로 성취감을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따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친구들과 점수를 비교하고 경쟁할 기회를 줬으면 합니다.
 
 
■ 2% 부족한 타격감과 PvP 모드
 
FPS게임의 기본이라 할 만한 타격감, PvP 모드는 무난한 편입니다. 다만 둘 다 2% 부족한 면이 있는데, 이 부족한 면을 어느 정도로 의식하냐에 따라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타격감은 1차 CBT에 비해서 좋아졌습니다. 당시에는 총을 맞은 대상에서 피가 튀긴 하는데 피격 모션이 눈에 안 띄어서 밋밋해 보였죠. 하지만 지금은 맞았을 때 몸이 기우뚱거리는 것이 보이고, 총의 위력에 따라 쓰러지는 모션이 달라 보일 정도로 변했습니다. 많이 발전했죠.
 
단, 온라인 FPS게임 중에서 타격감이 최고로 좋다고 말할 정도는 안됩니다. 머리에 맞을 때나 몸통에 탄이 박힐 때 피격음을 다르게 설정하는 게임과 달리, <워페이스>는 머리를 맞추든 몸통을 맞추든 피격음을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청각만으로도 타격감을 느낄 수 있는 게임에 비하면 아무래도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죠.
 

샷건 한 방에 멀리 날아가는 상대 플레이어. 속이 후련합니다.

 

분명히 헬멧을 관통했는데 금속성 소리가 아닌 ‘푹’ 소리만 나고 끝납니다.

 

PvP 모드는 재미있는 폭파 미션, 무난한 데스매치 모드, 개성이 부족한 공습요청, 짜증나는 돌격 미션으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평균을 내면 ‘무난한’ 수준입니다.
 
일단 폭탄을 두고 양 팀이 대결하는 ‘폭파 미션’은 확실히 재미있습니다. <워페이스>는 메딕이 쓰러진 팀원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어지간히 실력 차이가 크지 않고서는 어느 한 편이 맥없이 지는 일이 잘 안 일어납니다. 대개 팽팽하게 대결하다 승부가 정해지죠.
 

폭파 미션은 팀플레이를 얼마나 잘하냐에 따라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데스매치’는 문자 그대로 무난합니다. 제한 없이 부활해서 싸우고, 상대팀보다 더 많은 킬 수를 기록하면 이기는 방식은 다른 게임과 다를 수가 없거든요.
 
‘공습 요청’은 독특한 재미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맵 중앙의 거점을 오래 점령해야 승리하는 모드인데, 제한없이 부활해서 싸우는지라 데스매치와 비슷해 보인다는 문제가 있으니까요. 한마디로 개성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거점을 점령해 일정 이상의 포인트를 쌓으면 상대 건물에 폭격을 날린다고 하는데, 폭격하는 연출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일부 경로가 불에 타서 못 지나가는 등 약간의 변화가 생기기는 하지만, 플레이어의 긴장감을 자극할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상대 팀보다 더 많은 거점을 점령하면 이기는 돌격 미션.

돌격 미션은 네 가지 모드 중에서 가장 별로였습니다. 돌격 미션은 공격팀과 방어팀으로 나뉘어 싸우는 PvP 모드입니다. 공격팀은 거점으로 돌격해 오래 버텨야 하고, 방어팀은 거점에 진입하려는 적을 차단해야 하죠.
 
문제는 공격팀이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너무 많다는 것이죠. 일단 방어팀과의 총격전에서 이겨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거점 곳곳에 깔려 있는 방어팀의 크레모아와 씨름해야 하고요.
 
그게 한두 개만 있으면 참을 만한데 그 정도로 끝나는 법이 없더군요. 특히 방어팀에 엔지니어가 3명 이상 있으면 거점 주변 전체가 지뢰밭으로 변합니다. 가끔은 별 모양으로 크레모아가 깔려 있는 충격과 공포의 광경도 볼 수 있을 정도로요. 이쯤 되면 상대 거점에 수류탄을 던져 크레모아를 제거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까스로 거점에 도착한 뒤에도 공격팀은 안심할 수 없습니다. 부활한 방어팀이 거점을 향해 일제히 수류탄을 던지거든요. 까딱 잘못하면 거점 안의 모든 공격팀이 팝콘처럼 튀어 날아가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거점에 크레모아 3개가 박혀 있습니다. 그나마 수류탄 때문에 몇 개 제거된 모습.

 

거점 안에 들어가면 이보다 더 격렬하게 날아갈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공격팀 플레이어는 죽을 걸 뻔히 알면서도 달려드는 상황을 겪을 수 있는 셈이죠. 개인 성적 관리에 민감한 플레이어가 꺼림칙하게 여길 수밖에 없고, 개인 성적 관리에 덜 민감한 플레이어도 스트레스를 감수하고 할 수밖에 없는 PvP 모드입니다.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재미가 다를 수 있는 게임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폭파 미션을 주로 즐기고 타격감에 덜 민감한 사람은 만족하겠지만, 극도의 타격감을 추구하고 폭파 미션 이외 다른 매력적인 PvP 모드를 원하는 사람은 불만족스럽다고 말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 상황에 맞는 액션, 장비를 활용하는 재미는 탁월
 
대신 <워페이스>는 타격감과 PvP 모드의 다소 아쉬운 점을 만회할 만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황에 맞는 액션을 사용하고 장비를 조합하는 재미입니다.
 
<워페이스>는 다양한 액션을 사용할 수 있는 FPS게임입니다. 일단 슬라이딩하며 총을 쏘거나 엎드려서 총을 쏘는 것처럼, 앉는 것보다 훨씬 더 낮은 자세의 동작을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덕분에 다른 게임보다 다양한 공략법을 쓸 수가 있습니다 기존의 FPS게임은 주로 점프하며 사격하기, 앉아서 사격하기로만 적의 정조준을 피해야 했기 때문에 머리 높이나 상체 높이에 맞춰 총을 겨누고 있는 상대를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반면 <워페이스>는 상대 밑을 파고들 듯 슬라이딩하거나 수풀에 엎드린 채 기습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상대를 제압할 수 있죠.
 

슬라이딩을 잘 이용하면 헤드샷을 피하며 적을 공략할 수 있습니다.


장비를 조합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워페이스>는 총기 장착물을 붙였다 뗐다 하는 것만으로 무기의 특성을 크게 바꿀 수 있으니까요.

가령 라이플을 원거리용으로 쓰려면 2배율 광학조준경과 반동을 줄이는 수직 손잡이, 관통력과 사거리를 늘리는 소염기를 장착하면 됩니다. 반대로 근접전용으로 쓰고 싶다면 조준점만 선명히 표시하는 레드 닷 사이트와 대검을 달면 됩니다. 신속한 조준과 총검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되니까요.
 

어떤 총기 장착물을 붙이는가에 따라 총기 특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방어구도 제각각 옵션이 다릅니다. 어떤 헬멧은 헤드샷 1회를 막아내는 효과가 있고, 다른 헬멧은 크레모아를 탐지하는 효과가 있으며, 어떤 장갑은 재장전 속도를 줄이는데 다른 장갑은 근접공격한 적을 쓰러뜨려서 무력화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죠.
 
사실상 플레이어는 자기 총에 어떤 장착물을 달고 방어구를 세팅하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어떤 총을 쓰는가에 따라서만 전술이 달라지는 다른 FPS게임보다 훨씬 더 다양한 공략법을 연구하고 활용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죠.
 

조준경 하나 설치한 것만으로도 훌륭한 원거리용 무기로 돌변한 기관총.

 
 
■ ‘특화’의 재미를 챙기지 못한 벤더 시스템
 
다양한 장비를 쓰려면 반복 플레이부터 인내해야 한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처음부터 다양한 총기장착물과 장비를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경험치를 얻어 장비 사용권을 획득한 다음에야 쓸 수 있거든요. 이러한 제한 장치를 ‘벤더 시스템’이라고 부르더군요.
 
‘벤더 시스템’은 MMORPG의 스킬 획득 방식과 비슷해 보입니다. 일정 이상의 경험치를 획득하면 새로운 스킬을 획득하는 것처럼 벤더 포인트를 일정 이상 획득하면 새로운 장비를 쓸 수 있으니까요.
 

경험치를 모아 장비 사용권을 획득해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MMORPG의 스킬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MMORPG는 자기가 얻고 싶은 스킬을 선택할 수 있지만, <워페이스>는 자기가 원하는 장비를 선택할 수 없거든요.
 
본인이 라이플맨을 주로 사용한다고 가정합시다. 이 플레이어에게 필요한 건 돌격소총, 라이플맨 전용 방어구, 라이플용 총기 장착물 뿐입니다. 다른 병과의 장비를 얻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워페이스>의 벤더 시스템은 주력 병과에게 맞는 장비만 획득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라이플맨 전용 장비를 얻기 위해 엉뚱한 스나이퍼, 메딕 전용 장비 사용권부터 먼저 획득해야 할 수 있다는 뜻이죠. 결국 플레이어는 본인에게 필요 없는 장비를 획득하기 위해 벤더 포인트를 모으는 ‘노가다’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정 병과에 특화된 장비만 빨리 모으고 싶은 플레이어는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합니다. ‘스킬 업을 한다’는 들뜬 느낌보다 ‘필요한 물건을 얻으려고 잡동사니까지 싹 모아야 한다’는 답답한 기분으로 벤더 포인트를 모아야 하니까요. 여러 병과를 두루 사용하고 성격이 느긋한 플레이어가 아니면 벤더 시스템을 장벽으로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엔지니어를 위한 장비가 필요한데 정작 라이플맨 장비부터 뚫어야 하는 현실.

그나마 
PC방에 가면 무기 사용권 때문에 생기는 걱정은 덜 수 있습니다.


■ 아찔했던 크라운 장비 문제는 조정 중
 
오픈 초기에는 ‘크라운 장비’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필요 이상의 밸런스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 때문이었죠. 크라운 장비는 PvE 미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을 때 지급되는 ‘크라운 포인트’로 살 수 있는 무기와 방어구입니다. 일반적인 장비들보다는 성능이 좋고, 여러 가지의 특수 옵션이 붙습니다.
 
가령 전력질주 군화는 전력질주 시간 증가, 빠른 군화는 이송속도 증가, 크레모아 회피 군화는 크레모아를 밟았을 때 폭발 시간 지연, 이런 식으로 옵션을 하나 내지 둘만 줍니다. 그러나 크라운 신발은 이 세 가지 군화들의 옵션을 모두 갖추고 있는 식이죠.
 

가장 논란이 컸던 크라운 신발. 16일 패치로 성능이 하향되고 

1일 대여비가 600 크라운에서 1300 크라운으로 조정됐습니다.

 

이 때문에 16일 패치 전까지는 크라운 장비들이 밸런스를 해친다는 지적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크라운 장비로 전신무장한 플레이어는 일반 장비로 무장한 플레이어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싸울 수 있으니까요.
 
특히 크라운 신발과 크라운 스나이퍼 라이플이 집중적으로 지적을 받았습니다. 크라운 신발을 신은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보다 훨씬 더 빨리 이동해 유리한 거점을 선점할 수 있으니까요. 크라운 스나이퍼 라이플은 단 한 발로 적을 처치할 수 있는데다 연발로 사격할 수 있어서 지적을 받고 있는 형편이고요.
 
더군다나 쓰고 싶다고 해서 항상 쓸 수 있는 장비도 아닙니다. 크라운 장비 1일 사용권을 사려면 적어도 600 크라운, 많게는 1,000 크라운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런데 크라운 포인트는 PvE 미션 성적 순위에 따라 차등 지급되거든요. PvE 성적 1등에 오른 사람은 수백 크라운씩 버는데 몇 백 등 안에만 든 사람은 수십 크라운밖에 못 버는 식이죠.
 

크라운 포인트는 PvE 순위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됩니다.

 

사실상 크라운 장비는 PvE 모드 랭커가 아니면 사기도 어렵고, 설령 고생 끝에 산다 해도 하루밖에 못 쓰는 귀한 물건입니다. 이 때문에 소수의 사람들만 크라운 장비의 혜택을 받고 밸런스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 때문에 크라운 장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 플레이어는 ‘크라운 금지’라고 방제를 내걸기도 했고요.
 
한편 크라운 장비를 갖고 있는 플레이어들도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이들은 “PvE 모드를 열심히 해서 크라운 포인트를 모아 얻은 장비다. 노력해서 얻은 보상인데 왜 크라운 장비를 쓴다고 비난을 받고 강퇴당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죠.
 

16일 패치 이전 크라운 장비 논쟁과 관련된 설문조사. 


일부 플레이어는 “크라운 신발, 크라운 스나이퍼 라이플은 사기가 맞다. 하지만 다른 크라운 장비는 벤더 포인트를 모아 얻을 수 있는 희귀 장비들보다 성능이 떨어진다. 금기시해야 하는 게 아닌 PvE 모드의 정당한 보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합니다.
 
이렇듯 오픈 초에는 크라운 장비를 비판하는 사람과 옹호하는 사람들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과열된 논쟁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고요. 결국 넥슨은 5월 16일 패치를 통해 크라운 신발의 성능을 낮추고 가격을 올리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16일 현재, 크라운 장비 금지 유저와 크라운 장비 사용 유저의 대립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크라운 장비를 둘러싼 논란이 과연 끝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패치 후에도 크라운 장비를 금지하는 방은 꾸준히 생겨나고 있고, PvE 보상으로 얻은 크라운 장비를 쓸 수 없는 현실에 불만을 나타내는 플레이어는 여전히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크라운 장비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서 이 논란이 끝나야 사람들이 게임에만 즐겁게 몰입할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좀 아쉽네요.
 
 
■ 협동의 재미는 충분히 알렸다, 적절한 운영과 업데이트가 필요
 
오픈베타로 돌아온 <워페이스>는 함께 즐기면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콘셉트를 충분히 보여줬습니다. 병과별 협력과 협동 액션을 강조한 덕분이죠. 여기에 양질의 PvE 콘텐츠를 추가해 PvP 모드에서는 누릴 수 없는 성취감을 보장했고, 다양한 장비를 조합하는 새로운 재미까지 더해줬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약간씩 있습니다. 보완은 했지만 여전히 최고 수준이라 하기 어려운 타격감, 폭파미션과 데스매치는 괜찮은데 공습요청과 돌격 미션이 아쉽다는 점, 그리고 자기 병과에 특화된 장비만 먼저 사용권을 얻을 수 없는 벤더 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예죠.
 
이러한 아쉬운 점은 앞으로 서비스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현재 나타난 문제들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게임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또한 플레이어와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부정 행위를 근절하는 단호한 대처를 통해 원활한 서비스 운영을 하길 응원하고요. 현재 시점의 제 평점은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
 

10일 게임 접속제한 처분을 받은 핵 프로그램 사용자.(사진제공: 워페이스 유저 비누값)

 

이제는 각종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수준 높은 운영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