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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리뷰] 던전앤드래곤 온라인 한글판

권영웅(술트라제) 2006-12-21 11:31:05

 

영어의 압박으로 멀게만 느껴졌던 <던전 앤 드래곤 온라인>(이하 D&D온라인)이 한글화되어 우리들 곁으로 찾아왔다. 현재 렛츠게임을 통해 2차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진행중에 있기도 한 이 게임. 그런데 "벌써 리뷰가 나와도 되요?"라는 생각도 들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이미 완성된 패키지가 발매된 북미 서버와 컨텐츠 내용이 다르지 않다는 점, 기본적인 한글화가 완료되었다는 가정 아래 곧장 리뷰로 달려 들어가 보겠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술트라제


 

◆ MMORPG로 돌아온 <던전 앤 드래곤>

 

일단 이 게임, 원조도 보통 원조가 아니다. 무려 몇십년 전에 RPG의 토대가 되었던 TRPG 중에서도, 대표적인 룰 <던전 앤 드래곤(Dungeon & Dragon, 이하 D&D)>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TRPG(Table-talk Role-Playing Game)는 이름 그대로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 하면서 즐기는 역할 놀이를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콘솔이나 PC를 통해 즐겨왔던 RPG장르는 이렇게 시작했다.

 

그 중 <D&D>는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룰’이다. STR, DEX, CON, WIZ, INT, CHA 의 6개의 능력치 설정과 몬스터의 설정(대표적으로 각종 드래곤), 마법의 설정은 다른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D&D온라인>은 개발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많은 RPG 매니아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그리고 <D&D온라인>은 지난 2월 북미에서 출시되었으며, 8월에는 중국에서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이제 한국에서도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실시하며 워밍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D&D룰’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해골류의 언데드 몬스터의 경우 단검이나 찌르기 전용 펜싱검, 화살로는 잡기 무척 힘들다고 미리 정해져 있다고나 할까. 또한 언데드의 몬스터에게는 은과 같은 성스러운 금속으로 만들어진 무기로 공격하면 효과가 추가된다. 

 

 

◆ 어떤 게임보다도 강렬한 아케이드성과 어드벤처성

 

“한가롭게 주사위를 굴리는 TRPG를 MMORPG로 만들었다고? 그럼 좀 지루하지 않을까?” 라는 것이 <D&D온라인>에 대한 첫 인상이었다. 하지만 실제 게임은 절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이거 액션 게임 아냐?”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역동적인 움직임을 자랑한다. 이펙트가 다소 부족한 느낌이라 ‘타격감’에서는 다소 ‘에러’지만, 타격감을 제와한 나머지 부분에서는 액션 게임과 같은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전투’를 예를 들어보자. 한국 MMORPG의 대부분이 ‘그대로 서서 칼질’만 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D&D온라인>은 절대 그럴 수 없다. 초반에야 몬스터들이 대부분 허약하여 칼질 한 두방에 죽어버리지만 나중에는 ‘현란하게 치고 빠지고 막는’ 정신 없는 컨트롤을 필요로 한다.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몬스터와의 전투가 한 층더 어려워 진다. 기본적으로 <D&D온라인>은 후반으로 갈수록 컨트롤 실력에 의해 퀘스트 클리어 여부가 결정된다. 

 

 

보통 MMORPG와는 다르게 <D&D온라인>은 ‘필드’가 존재하지 않는다. 퀘스트 마다 할당되어 있는 인스턴스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이 목표다. 초반에는 매우 간단한 수준이지만, 나중에는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인스턴스 던전이 수두룩 하게 등장한다.

 

<D&D온라인>의 가장 큰 특징은 ‘전투’가 주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던전 탐험이 목표다. 마치 <툼레이더>나 <페르시아의 왕자>를 여러 명이서 함께 플레이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 자체로는 큰 이익이 없고, 던전 자체를 클리어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퀘스트 목표에 몬스터 몇 마리를 잡아라! 라는 것이 있지만, 대부분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때문에 전투보다는 ‘어드벤처’적인 부분이 강하다. <WOW>의 인스턴스 던전이 ‘우버몬스터’와의 대결을 위한 장소였다면, <D&D온라인>의 던전은 그 자체가 컨텐츠가 되는 셈이다. 때문에 ‘로그’ 클래스의 숨겨진 문을 찾고 함정을 해체하는 기술의 필요성이 매우 높다.

 

던전 그 자체가 컨텐츠다. 각종 트랩들의 성격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가 관건이다.

 

 

◆ 전투가 메인은 아니지만, 재미는 있다!

 

어드벤처적인 요소가 강한 <D&D온라인>이지만, 전투의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대표적으로, <WOW>의 전투는 ‘어그로 관리’ 싸움이다. ‘탱커는 최대한 많은 어그로를 확보하고, 데미지딜러는 탱커가 확보한 어그로 내에서 최대한의 데미지딜링을 하고, 힐러는 탱커를 치료한다’가 기본이다. 물론 고급 레이드 인던에서는 패턴이 변화 무쌍하여 상황판단이 쉴 새 없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기본적인 시스템은 ‘어그로’다.

 

하지만 <D&D온라인>은 어그로의 개념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다시 말하면 몬스터의 인공지능이 ‘사실적’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당신이 두 명의 깡패와 싸운다면 누구를 먼저 때리겠는가?

 

일단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먼저 때리겠지만, 약해보이는 녀석을 먼저 칠 것이다. 약해보이는 녀석을 치다가, 다른 녀석이 아무리 ‘도발’을 하거나 더 쎄게 치더라도, 일단 “한 놈만 패!”의 정신을 투철히 발휘하여 어지간해서는 치던 녀석을 끝까지 칠 것이다.

 

몬스터의 습성을 정확히 파악한 후, 던전에 도전해야 한다.

 

 

<D&D온라인>의 전투는 이러한 스타일이다. 일단 파이터 계열의 클래스가 탱킹을 담당하는 것은 사실이고, ‘협박’ 등의 타운트 스킬이 있기는 하지만 몬스터들의 ‘어그로’ 개념이 정교하지 않아 타운트 스킬이 만능이 아니다. 몬스터들의 우선 공격 대상인 ‘캐스터’와 ‘힐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타운트 스킬’만 써서는 안된다.

 

결국 몸으로 막는 플레이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캐릭터 충돌 연산’이 충실하게 구현되어 있기 때문에 ‘진형’을 갖추고 이를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게임이다. 때문에 다수의 몬스터들과 교전 시, 문 앞이나 좁은 통로 등의 지형 이용과 탱커들의 몸빵이 무엇보다 강조된다.

 

던전에서 플레이하는 동안, HP와 MP는 자연 회복되지 않는다. 아이템, 마법, 장소(오브젝트)를 통해서만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마법을 사용하는 클래스가 들어 있는 파티가 유리해 진다.

 

 

◆ 한글화는 적당한 수준, 그러나…

 

레전드급 로컬라이제이션으로 이름 높은 <WOW> 이후, 한국 온라인게임 유저들의 해외 온라인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히 넓어졌다. 어지간해서는 한국 유저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란 쉽지 않다.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았을 때, <D&D온라인>의 로컬라이징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실망스럽지도 않은 수준’이다.

 

<에버퀘스트2>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에 행복하다고나 할까. 그리고 <WOW>의 레전드급 로컬라이징에서 느낀 바가 있었던 듯, <D&D온라인>의 로컬라이징은 이제 1차 클로즈베타를 마치고 2차 클로즈베타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일관성이 떨어지거나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오픈 베타테스트 때까지는 만족스러운 수준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어색한 문장이 눈에 종종 보인다. 한글화 부분은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물론 성공적인 한글화를 이뤄냈다고 하더라도 <D&D온라인> 자체가 가진 단점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일단 낮은 접근성이다.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키워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기는 그리 쉬운 편이 아니다.

 

이는 매니아가 아닌 대다수 한국 유저들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은 D&D룰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TRPG에 대한 기본 상식이 없는 유저는 각종 가이드와 유저팁, 팬사이트의 공략 기사를 몇 번이고 읽어보며 ‘공부’하고 ‘실습’까지 해야만 플레이할 수 있는 정도라는 점이 아킬레스 건이다.

 

거기다가 <D&D온라인>이 한국 유저들에게 익숙한 ‘<디아블로>식 핵 앤 슬래쉬’와는 전혀 다른 게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별도의 로컬라이징이 필요하다.

 

게임성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인터페이스나 노출되는 툴팁에 대한 전반적인 수정이 절실한 것이다. 즉 ‘일단 시작하지마자 기본 장비 차고 마을 밖에서 토끼 잡는 듯한 캐주얼한 느낌의 스타트’가 필요하다.

 

전투도 어렵지만, 처음 대륙으로 넘어왔을 때는 <에버퀘스트>처럼 방대한 마을의 넓이에 막막함을 느낄 수도 있다.

 

 

◆ 한국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결론을 말하자면 개발사인 터바인은 <애쉬론즈 콜> 시리즈를 통해 쓴맛 단맛 다 보며 MMORPG의 개발과 서비스 노하우를 쌓은 회사다. <D&D온라인> 역시 신선함과 ‘컬쳐쇼크’에 가까운 게임성으로 인해 흥미로운 게임으로 우리들의 곁에 다가왔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성공 여부는 MMORPG로서의 목적성과 컨텐츠의 한계라는 단점을 '얼마나 빨리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D&D온라인>은 한국 유저들이 즐기는 PvP가 아닌 PvE를 중시한다. <WOW> 등의 게임에서 PvE의 재미를 충실히 전달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WOW>의 PvE와 <D&D온라인>의 PvE는 목적성에서 서로 큰 차이를 보인다.

 

PVE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왜 우버몹을 힘들여서 잡을까? 그것은 그에 합당한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경험치, 혹은 아이템을 통한 ‘캐릭터의 성장’말이다.

 

또한, ‘왜 캐릭터를 성장시켜야 할까?’라는 플레이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있다. 싱글플레이에서야 ‘엔딩’을 보기 위해서 강해지겠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강해지고자 하는 이유는 ‘다른 유저보다 강해지기 위해서’가 정답일 것이다.

 

확장팩 <D&D온라인: 데몬센드>에서는 PvP요소를 많이 추가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공성전, 종족전, 렐름전과 같은 식의 싸워야되는 궁극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레나에서의 듀얼 수준에 그치고 있는 <D&D온라인>의 PvP는 원초적인 목적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하겠다. 당신은 높은 레벨과 강력한 아이템으로 무장해서, 아레나에서 싸우는 것으로는 만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길드원들과의 커뮤니티와 함께 던전을 클리어하는 재미를 느끼겠다!’라고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다. 한정된 컨텐츠에 의해 결국 반복적인 인던 클리어로 인한 지루함은 2월에 출시된 북미에서도 일찌감치 지적된 단점이기 때문이다.

 

물론 터바인은 이러한 단점들을 북미 서비스 당시에 이미 파악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북미 서버를 통해 업데이트되는 최신 컨텐츠들은 내용과 양적인 면에서, 이러한 단점들을 극복하려는 터바인측의 강한 의지를 느끼게 한다.

 

지속적인 업데이트 및 확장팩 출시를 통한 터바인의 노력이 렛츠게임을 통해 적절한 한글화로 국내에 전해진다면 <D&D온라인>은 한국에서 오래도록 기억되는 게임이 될 것이다. 단점과 위기요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빠르게 대처하는 것,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MMORPG 성공의 열쇠다.

 

점프, 사다리타기, 매달리기, 함정피하기, 퍼즐 풀기 등 모험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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