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출판되는 신규 한글 TRPG 시스템 <던전월드>. TIG의 TRPG 마니아들이 광분(?)하는 가운데 한 사람이 제안했습니다. “규칙도 공개돼 있는데 한번 직접 해보면 어떨까?” 순식간에 TRPG 마니아와 게이머, 그리고 일반인(?)으로 이루어진 <던전월드> 체험단이 결성됐습니다.
과연 TIG 멤버들의 경험한 <던전월드>의 이야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 캐릭터 생성과 세계관 설정 장면부터 보시죠.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참여멤버
DM: 도서출판 초여명 김성일 편집장
듀란: 사업실 박인호 (TIG 닉네임 듀란군)
한낮: 편집국 안정빈 (TIG 닉네임 한낮)
다미롱: 편집국 김승현 (TIG 닉네임 다미롱)
루키아: 편집국 송예원 (TIG 닉네임 꼼신)
■ 과… 과연 이 파티로 시나리오를 끝마칠 수 있을까?
DM: TRPG를 하려면 자기가 연기할 캐릭터가 있어야겠죠?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과 캐릭터를 만들어 보세요. 캐릭터 시트(캐릭터에 대한 정보를 담은 문서. 일종의 상태창 + 인벤토리 + 스킬)에서 원하는 이름과 외모, 능력치 등을 고르면 됩니다. 이름까지 시트에 있는 것을 고를 필요는 없지만, 역시 갑자기 이름을 만드는 건 힘들겠죠?
다미롱: 쓰던 닉네임이 있으니 마법사 ‘다미롱’으로 하겠습니다. 외모는 마법사답게(?) 뾰족모자에 괴상한 로브를 선택할게요.
DM: 역시 마법사는 뾰족모자죠! 능력치도 설정해 주세요. 시트에 써진 숫자를 배분하면 됩니다.
다미롱: 아, 주사위를 굴리는 게 아닌가요? 일단 마법사니 지능을 최고치인 16으로 설정하고, 나머진 지혜 15, 근력 13 이런 순으로 하죠.
Memo: 캐릭터를 만들 때 능력치 설정을 위해 주사위를 굴리거나 포인트를 배분하는 다른 TRPG와 달리, <던전월드>는 시트에 차등 제시된 숫자를 능력치에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능력치 외에도 외모나 이름도 선택지 내에서 고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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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란: 저도 닉네임(듀란군)을 이용해 도적 ‘듀란’으로 설정할게요. 도적답게 외모는 범죄자의 눈, 눌러 쓴 후드, 검은 옷 정도로. 수상쩍은 외모지만 매력이 높아서 상관없습니다! 교섭은 도적의 교양이니까요.(훗)
다미롱: 아무리 매력이 높아도 그렇지, 저런 수상쩍은 차림새라면 있던 매력도 달아나겠는데요?
한낮: 대세(?)를 따라 저도 닉네임으로 하겠습니다. 음유시인 ‘한낮’이고요, 싸구려 옷과 풍성한 몸매가 특징이에요. 풍성한 몸매의 엘프는 기분 나쁘니 종족은 인간으로 하죠.
루키아: 닉네임(꼼신)으로 성기사 이름을 정하면 이상하겠네요. 기본 이름 중 하나인 ‘루키아’로 할게요. 능력치는 성기사니까 매력과 체력에 중점을 두고, 외모는 하얀 갑옷과 화려한 성표, 그리고 마른 몸매가 포인트예요.
DM: 성표는 어떻게 생겼죠?
루키아: 음…. 훈장과 비슷한 모양인데 금과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어요.
다미롱: 부와 재물의 신? (일동: 웃음)
루키아: 정의와 질서의 신입니다!
한낮: 그래. 원래 세상은 돈이 정의인 법이지.
다미롱: …그나저나 무슨 파티 구성이 마법사보다 힘이 약한 성기사에, 병약한 중년 도적. 거기다 음유시인의 악기는 ‘한 번도 연주하지 않은 바이올린’이야?
듀란: 멋진 파티가 되겠구나. 벌써부터 ‘망팟’의 기운이 느껴지는데?(웃음)
DM: 굳이 온라인게임처럼 짜임새 있는 직업을 구성할 필요는 없죠. 즐거운 플레이를 위해 DM이 있는거니까요. 물론 주사위 운이 없다면 힘들겠지만.(웃음)
■ 신에게 계시를 받았어요, 그 남작은 나쁜 X이라고!
DM: 일부 직업은 전용 액션을 골라야 할 거에요. 예를 들어 성기사는 자신이 플레이 중 추구할 목표를 설정할 수 있죠. 루키아가 하나 골라보세요.
루키아: 음…. ‘만인의 적 XX를 죽인다’를 선택할게요.
DM: 그게 누구죠?
듀란: 한낮.(웃음)
한낮: 잠깐, TRPG가 무슨 마피아게임이 돼버리잖아. 이상한 심리 서스펜스 만들지 맙시다.
루키아: 그럼 죽이기 쉬운 게 누굴까요?
한낮: …우리 저 친구와 같이 다니는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DM: (웃음을 참으며) 적당한 NPC를 하나 만드세요. 보통 대마왕 XX나 사이비 교주 YY, 악덕영주 ZZ 등이 적당하죠.
루키아: 아, 그런 것이었군요. 악덕영주로 할게요.
DM: 좋아요. 그럼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볼까요? 왼쪽에 있는 듀란부터.
듀란: 도적 듀란입니다. 검은 옷에 눌러쓴 후드라는 굉장히 범죄자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고요. 추가로 나이가 많아 체력과 근력이 저질입니다. 중년 병약 도적이랄까요?(웃음)
DM: 딱 봐도 몸을 숨기려는 의상이군요. 혹시 쫓기고 있나요?
듀란: (잠시 생각하다가) 영주의 기밀서류를 훔쳐서 쫓기고 있어요. 거기에 도망치는 와중에 도적길드의 표식을 흘려 길드도 저를 살릴까, 버릴까 고민 중이죠.
DM: 이렇게 도적길드의 존재가 확인됐군요. (루키아를 바라보며) 참, 그러고 보니 일행 중에 마침 한 악덕영주와 등진 사람이 있었죠? 아무래도 같은 사람 같네요.(웃음) 그나저나 이 영주는 평소 무슨 짓을 했길래 이렇게 악연이 많죠?
루키아: 음…. 임의로 ‘폭스 남작’이라고 할게요. 그는 자신의 배만 불리는 사람이에요. 백성들을 괴롭히면서, 뒤로는 무기를 수집하는 등 수상한 낌세를 보이고 있죠. 전쟁이라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요.
DM: 일이 그렇게 된 것이었군요! 그럼 루키아는 어떻게 이 사람에 대해 알게 되었나요? 성기사니까 혹시 계시라도 받았어요?
루키아: 그렇죠. 신의 계시를 받은 거죠. 전 성기사니까요! 폭스 남작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명백한 계시를 받았답니다.
다미롱: 잠깐, 그런 불확실한 증거만으로 사람을 죽이겠다고?
한낮: 콘셉트가 정해졌네. 루키아는 광신도야, 광신도. 삐쩍 마른 몸매부터가 왠지 고행을 한 느낌이잖아.(웃음)
DM: 대충 시나리오가 그려지는데요? 다음은 다미롱이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Memo: 대부분의 TRPG는 마스터가 대략적인 세계과 시나리오를 미리 만들고, 이에 따라 게임이 진행됩니다. 하지만 <던전월드>에서는 유저들이 정한 설정에 따라 세계가 구성됩니다. 이야기의 진행도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관을 따라가죠. |
다미롱: 예, 마법사 다미롱입니다. 뾰족모자에 로브라는 전형적인 마법사 복장을 하고 있어요. 어느 날 마법재료인 루비를 도둑맞아 이를 찾기 위해, 혹은 대체할 만한 물건을 구하기 위해 여행 중이죠.
듀란: 난 훔치지 않았어. (일동: 웃음)
DM: 다른 마법재료라면 어떤 거죠? 혹시 그것을 찾기 위해 취한 조치가 있나요?
다미롱: 한 생물의 심장인데, 이를 찾기 위해 도적길드에 의뢰를 넣어 놓은 상태예요. 생김새는 머리에 뿔이 나 있고, 무지갯빛 비늘과 날개가 달렸어요. 아, 비늘 달리고 입에서 불을 뿜는 유명한 몬스터는 아닙니다.(웃음) 크기는 대충 성인 남성의 팔뚝만하고 기괴한 소리로 울죠.
DM: 좋아요. 마지막으로 한낮.
한낮: 인간 음유시인 한낮이고요, 이 동네에 오게 된 이유는… 떠돌아다니는 남작에 대한 소문을 듣고 돈 좀 될 것 같아 끼어들었어요. 원래 개발현장 주변에는 ‘떴다방’ 같은 게 있잖아요.
■ 우정과 신뢰? 오해와 의심이 점철된 인연
DM: 만인의 적(?) 폭스 남작의 등장으로 대략적인 시나리오가 나왔네요. 그럼 캐릭터 간의 관계를 설정해 볼까요? 처음에는 다들 아는 사이로 시작해요. 그런데 각기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모이지는 않았겠죠. 아직 폭스 남작과 연이 없는 다미롱이 먼저 해주세요.
Memo: <던전월드>의 ‘인연’은 캐릭터와 캐릭터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단적으로 나타내는 문장입니다. <던전월드>에서는 자신과 인연이 있는 이를 도울 때 더 좋은 판정을 얻을 수 있고, 만약 캐릭터 간 인연이 해결된다면 추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죠. 각 직업에 따른 인연의 유형(?)은 캐릭터 시트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
다미롱: ‘예언하건데 듀란은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와 ‘듀란은 내게 중요한 비밀을 감추고 있다’를 선택할게요.
DM: 듀란은 어떻게 알게 된 거죠? 평소 안면이 있었거나 누군가의 소개? 아니면 마법사답게 점을 쳐서?
다미롱: 음…. 도적길드에 희귀생물 탐색 의뢰를 넣었잖아요. 길드에서 답신이 왔어요. 비슷한 생물이 남작의 성에서 발견됐다고. 그래서 잠입경험이 있는 듀란을 소개받은 거죠. 그때 촉(?)이 온 거예요. 이 사람 앞으로 뭔가 할 것 같아! 거기다 왠지 수상해!
듀란: 헉, 들켰다. 인연 하나 만들죠. ‘다미롱에게서 무언가를 훔쳤다’로요. 사실 루비를 훔친 사람은 나였어. (일동: 웃음)
DM: 그런데 듀란은 길드에서도 살릴까 죽일까 의견이 엇갈리는 인물이잖아요. 길드는 왜 다미롱에게 그를 소개해줬죠?
다미롱: 참~ 그랬죠. 그럼 이렇게 하죠. 길드 내에 파벌이 있어 듀란을 살리려는 쪽이 저를 그에게 붙인 거예요. 마법사는 판타지에서 나름 고급 인력이니.
DM: 뭔가 시나리오에 음모를 추가해도 될 것 같은데요. 자, 그럼 루키아의 인연은 어떻죠?
루키아: ‘다미롱은 나와 함께 싸운 전우로, 그는 신뢰할 만한 사람이다.’ 둘이 함께 고블린 토벌전에 참여한 것으로 할게요.
다미롱: 악, 광신도랑 엮여버렸네요. 인연 ‘루키아는 세상에 대해 너무 모른다. 내가 가르쳐야겠다’를 추가합니다.
DM: 어떤 이유에서죠?
다미롱: 함께 싸우다가 루키아의 광신도 성향을 알아차린 거죠. 세상에 ‘계시’라는 불확실한 이유 하나로 사람을 죽이겠다니 얼마나 위험해요! 제가 논리와 이성이라는 것을 가르치겠습니다.
한낮: 그러다 너까지 전염(?)되는 수가 있어. 원래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사이비 전도사야!
DM: 소년물 같은 우정과 열혈의 시나리오를 바랐는데 이 파티에서는 다른 모양이 나올 것 같네요.
도적 듀란 (성향 중립) 근력 09 민첩 16 체력 08 지능 13 지혜 12 매력 15 외모 - 범죄자의 눈, 눌러 쓴 후드, 검은 옷, 마른 몸매. 목적 - 폭스 남작과 도적길드의 추적으로부터 살아남는다. 특이사항 - 세뇌용 독약 ‘황금근’ 3회분 보유.
음유시인 한낮 (성향 혼돈) 근력 09 민첩 12 체력 08 지능 13 지혜 15 매력 16 외모 - 즐거워 보이는 눈, 야성적인 머리, 싸구려 옷, 풍성한 몸매. 목적 - 폭스 남작의 일을 잘 마무리한다, 듀란과 함께 크게 한 건 한다.
마법사 다미롱 (성향 중립) 근력 13 민첩 12 체력 08 지능 16 지혜 15 매력 09 외모 - 무언가에 홀린 듯한 눈, 뾰족 모자, 괴상하게 생긴 로브, 통통한 몸매. 목적 - 도난 당한 마법재료나, 혹은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찾는다. 특이사항 - 0레벨 주문 ‘빛’, 1레벨 주문 ‘투명화’와 ‘공포유발’ 암기 ※ 사용가능한 0레벨 주문이 더 있었으나, 플레이에서 쓰이지 않아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성기사 루키아 (성향 질서) 근력 08 민첩 09 체력 15 지능 12 지혜 13 매력 16 외모 - 선량한 눈, 다듬은 머리, 화려한 성표, 마른 몸매. 목적 - 악덕영주 폭스 남작을 처치한다. 특이사항 - 신성한 임무 ‘악덕영주를 죽인다’를 수행하는 동안엔 ‘날붙이 무기’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는다. - 신성한 임무 ‘악덕영주를 죽인다’를 수행하는 동안엔 ‘악한 이를 살려두는 것’을 금지한다. |
■ 다음 화 예고
초보 모험가들에게 시작된 가혹한 시련
“주인장과 협상해 성의 비밀통로를 알아내겠습니다! …잠깐, 주사위 값이 5인데?”
“아오~ 첫 판정부터 대실패야?”
일행을 뒤쫓는 수상한 그림자
“한낮의 안내로 골목길에 접어듭니다. 일행의 앞을 뭔가 부자연스러운 벽이 가로막고 있네요.”
“한낮에게 항의부터 합니다. ‘이봐, 이거 똑바로 온 것 맞아?’”
“그 순간 머리 위에서 꺼림칙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고개를 드니 담장 위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 셋이 일행을 지켜보고 있어요!”
주사위 신의 은총은 일행을 외면하고
“…또 5가 나왔네요.”
“쓰레기더미에 발이 걸렸군요. 듀란과 부딪힌 쓰레기더미가 퍽 하고 쓰러지고, 그 안에서 고양이 세 마리와 수십 마리의 바퀴벌레가 튀어나옵니다. 수상한 눈빛이 골목 그림자 속에서 그 난리통을 지켜보고 있네요.”
드디어 깨닫기 시작한 <던전월드>의 무시무시한(?) 비밀!
(무시무시하게 웃으며) “아뇨.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은 것만이 아니에요. 이렇게 대실패 판정이 나오면 이야기의 결정권은 마스터에게 넘어옵니다. 그러면 어떤 전개가 좋을까요~?”
과연 일행은 무사히 폭스 남작의 성에 도착할 수 있을까?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