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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화려함 속의 허전함. 파천일검2 리뷰

안정빈(한낮) 2007-01-16 14:46:39

참신함과 익숙함. 온라인게임에 있어서 이 두 가지 항목이란 마치 양날의 칼과도 같은 존재다. 실제로 나름대로 튼튼한 시스템을 갖춘 게임이 독창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만으로 ‘뻔할 뻔자’ 취급을 받으며 유저들의 눈길조차 끌지 못한 채 사라져간 예가 있는 반면, 지나치게 참신함만을 추구한 게임이 미처 제대로 된 시스템을 알리기도 전에 ‘복잡한 게임’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사라져버린 웃지 못 할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파천일검 2>는 이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스템적인 면에서는 기존의 친숙함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수묵화를 이용한 독특한 그래픽기법을 통해 유저들의 눈길을 끄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오픈베타테스트가 보름째를 넘어가는 지금, 개성 있는 그래픽과 친숙한 시스템으로 무장한 <파천일검 2>의 현주소를 짚어봤다/디스이즈게임 필진 한낮


 

일석이조. 개성과 분위기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그래픽

 

작년 한 해 베타테스트 등을 통해 유저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온라인게임이 몇 개나 되는지 아는가?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수없이 많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수많은 게임 중 유저들의 호기심을 자극 설치와 실행에까지 이르게 하는 게임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유저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게임의 특징이 없기 때문이다. 비슷비슷한 게임이 지천에 널렸는데 굳이 또 다시 새로운 ‘비슷해 보이는 게임‘을 찾아 해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일단 그래픽부터 튀지 않으면 관심조차 끌 수 없다!

 

그러나 <파천일검 2>는 이 같은 수많은 게임들 속에서 수묵화 방식이라는 독특한 그래픽기법을 사용, 여타의 온라인게임과는 확실하게 차별되는 그래픽을 보여줌으로써 유저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또한 이 수묵화기법은 단순히 유저들의 눈길을 끄는데 그치지 않고 ‘무협’이라는 <파천일검 2>의 컨셉과 어우러지면서 하나의 완벽한 ‘동양적인 세계관’를 그려내고 있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화려한 색감과 진한 먹선을 강조한 나무나 바위 등의 오브젝트들 덕분에 마치 잘 만든 한편의 수묵화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한 인상을 받았을 정도다.

 

인터페이스만 가리면 뭐가 무슨 게임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는 판박이 같은 MMORPG가 판치는 요즘 <파천일검 2>는 그 그래픽만으로도 다른 게임과 <파천일검 2>를 구분 지을 수 있는 확실한 개성을 한 가지 갖고 있는 셈이다.

 

너 그 게임 왜 하냐?’ 라는 질문에 ‘그래픽이 독특하잖아’ 라는 답변을 해줄 수 있다.

 

, 개성과 독창성이라는 면을 제외하고 본다면 <파천일검 2>의 그래픽에는 아직 많은 문제점이 남아 있다. 우선 지나치게 화려한 색상을 사용한데다가 각 오브젝트의 외곽선이 분명하게 나눠져 있지 않은 탓에 화면이 매우 산만했으며 던전을 제외한 전 맵을 빼곡하게 나무로 뒤덮어 놓은 까닭에 시야를 확보하는 일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인터페이스 역시 글자와 칸의 크기가 맞지 않는 등 다소 조악한 모습을 보였으며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이 전혀 지원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이 화면에 몬스터가 숨어있다! 찾을 수 있겠는가?

 

개성적인 그래픽을 추구한 것은 좋지만 조금만 더 유저의 입장을 고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루한 전투와 의미 없는 파티플레이

 

그래픽에 너무 많은 개성을 담아낸 탓일까? <파천일검 2>의 전투는 지나칠 정도로 평범하고 또한 지루하다.

 

우선 게임의 기본이 되는 몬스터 사냥의 경우 기존의 게임들이 보여줬던 핵&슬래쉬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데다가 몬스터의 인공지능이 매우 단순한 까닭에 레벨에 상관없이 자동공격 -> 2, 3가지 스킬의 반복 사용 -> 운기조식으로 체력을 채우는 동일한 패턴만을 한없이 반복하게 된다.

 

그리고 저레벨 몬스터의 경험치 효율이 지나치게 좋은 탓에 대부분의 유저가 위험도 없고 보상도 좋은 최저하한선(유저 - 5 레벨)의 몬스터들을 주로 사냥하게 되며 이는 곧 게임의 지루함으로 이어진다.

 

&슬래쉬의 사냥방식이야 그렇다 쳐도 낮은 레벨의 몬스터를 반복해서 잡는 편이

효율이 더 좋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이 같은 저레벨 몬스터 위주의 사냥방식 때문에 파티플레이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파천일검 2>에서의 파티는 단순히 보너스 경험치만을 위해 인근의 유저가 모여 게임을 진행하는 것뿐, 어디에서도 협동과 팀워크는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는 파티만 맺어놓은 채 각자 솔로잉으로 몬스터를 잡는 일이 더 많을 정도다.

 

물론 각종 퀘스트나 일정 숫자의 몬스터를 잡으면 랜덤으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행운패 등 이 같은 지루함을 다소 무마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스템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몬스터 인공지능과 저레벨 몬스터를 위주로 한 단순한 사냥방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

 

퀘스트 역시 대부분 메인스토리조차 없는 일회성 심부름에 그치고 있다.

 

 

동기부여가 부족한 전쟁

 

그리고 <파천일검 2>에서 주요 테마로 내세우는 종족간의 전쟁 역시 아직까지는 그 동기부여나 보상 등의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파천일검 2>의 모든 유저는 게임을 시작할 때 용족과 호족 중 한 가지를 택하게 되는데 이렇게 한 종족을 고르고 나면 다른 종족과는 대화를 할 수 없음은 물론 서로 상대종족을 봤을 때 특정한 몬스터의 모습으로만 보이는 등 본격적인 종족간의 전투를 위해 다양한 장치가 마련돼 있다.

 

아예 이렇게 보인다.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각 종족마다 서로 다른 맵을 사용하게 된다. 고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전쟁은커녕 타 종족을 구경할 일조차 없다는 이야기.

 

물론 각 맵마다 마련된 혈투진이라는 던전을 통해 PVP를 즐길 수 있지만 이 혈투진 자체가 ‘가기 매우 귀찮은 위치’에 있는데다가 PVP에서 이겼을 때의 보상 역시 크게 매력적이지는 못하다. (현재 상대종족을 잡으면 나오는 혼으로 잠시 동안 경험치 보너스를 얻을 수 있으며 역시 같은 방법으로 나오는 발톱을 10개 모아 제련 성공확률을 약간 높일 수 있다)

 

반면 전투에서 패한 유저는 마을로 강제송환 되며 내상 외상은 물론 아이템 내구도에까지 큰 피해를 입는 등 만만치 않은 손해를 보게 된다. 때문에 현재 <파천일검 2>에서는 직접적인 전쟁은 물론 변변찮은 소규모 국지전조차 구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서로 만나도 피해가는 경우가 많다. 혹은 각 혈투진의 상한선에 딱 맞는 레벨의 유저가 와서 힘자랑을 하거나...

 

원활한 전쟁을 위한다면 최소한 두 종족이 같이 쓰는 공용맵을 주거나 혈투진에서 패배했을 경우 해당 맵 입구에서 시작되는 등 혈투진 자체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금의 전쟁은 단지 ‘심심한 유저들’의 기분전환용 유흥거리일 뿐 결코 <파천일검 2>의 주요 컨텐츠로 자리 잡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야할 것이다.

 

 

평범함 속의 개성, 미니게임

 

그렇다고 <파천일검 2>의 모든 컨텐츠들이 단점으로 가득한 것만은 아니다. <파천일검 2>의 곳곳을 조금만 살펴보면 의외로 유저들의 흥미를 돋울만한 독특한 즐길 거리들이 마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각종 점술을 통한 다양한 효과와 낚시, 그리고 오목 등의 미니게임들이다.

 

<파천일검 2>에서는 실제 시간으로 하루에 한 번씩 일정금액을 내고 각각 금전과 사냥, 행운, 그리고 건강에 대한 점괘를 뽑아볼 수 있는데 이 점괘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그날의 게임 플레이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복불복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은 유저들이 ‘의무적으로’ 이용하는 사냥운의 경우 그날의 점괘에 따라 경험치 두 배 보너스를 받는 시간이 적게는 한 시간 반에서부터 많게는 네 시간까지 늘어나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금전운에서는 그날 얻는 금의 총량을, 행운에서는 행운패를 돌리기 위해 잡아야하는 몬스터의 횟수를, 건강운에서는 보너스로 받는 스탯의 양을 정할 수 있다.

 

물론 점괘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이 모든 것은 ‘랜덤’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즉석복권이라도 긁는 듯 한 작은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십자키를 이용한 낚시와 다른 유저와 함께 할 수 있는 오목 등의 간단한 미니게임 역시 가끔씩 기분전환 삼아 즐길만한 독특한 컨텐츠들이다.

 

, 매번 똑같은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 역시 오래 즐길 거리는 못 된다. -_-;

 

 

새로운 시도만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며

 

수묵화기법을 이용한 독특한 그래픽과 두 종족으로 나뉘어 벌이는 전쟁, 그리고 행운패와 점괘 등 참신한 시도까지, <파천일검 2>는 분명 유저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그래픽과 독특한 시도들로 유저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것은 처음 며칠에 불과하다. 그 후에는 오로지 순수한 게임의 재미와 목적성만으로 유저들의 발길을 붙잡아둬야 하는데 지금의 <파천일검 2>에는 정작 그러한 것들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몬스터 사냥은 단순하기 이를 데 없으며 기대하던 전쟁 역시 20분 동안 혈투진을 돌아다녀도 사람하나 만날 수 없을 정도로 버려졌다. 게다가 개인상점과 20레벨까지만 사용하는 탈 것을 배우는데 스킬포인트를 소비해야 하고, 일반 대화가 맵 전체에 들리는 등 조금만 유저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쉽게 피해갈 수 있는 불편함 들도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

 

개인상점을 여는데 들어가는 스킬포인트 덕분에 장사를 위해서는 따로 부캐릭터를 키워야 한다.

 

물론 새로운 시도는 좋다. 그러나 <파천일검 2>는 그 이전에 자신의 토대가 될 수 있는 기본적인 컨텐츠부터 확실히 다져놓을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그 후에라도 늦지 않는다.

 

오픈베타테스트 기간 동안 유저들의 의견을 확실히 수렴하고 보다 확실한 게임의 컨셉을 살리지 않는다면 <파천일검 2>는 단지 특이한 그래픽을 가진 게임, 그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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