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프리뷰/리뷰

8년만의 반가운 귀환,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

전작의 전략성에 동부전선 특유의 환경을 더해

전승목(아퀼리페르) 2013-07-19 19:40:15

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하는 실시간 전략(RTS) 게임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이하 COH 2)가 지난 6월 말에 발매되었습니다. 1편으로부터 무려 8년 여만의 귀환이지만, 게임은 전작에서 보여준 시리즈 특유의 게임성과 분위기를 잘 계승해서 출시 이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온갖 다양한 유닛들을 활용해 전략을 짜는 재미가 여전하고, 2차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중화기 및 전차들이 맞붙을 때의 박력은 이 분야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의 가슴을 뛰게 만듭니다. 2차세계대전에 관심이 많고, 또 RTS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한 번쯤 즐겨봐도 후회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 진격해도 죽고 후퇴해도 죽는 붉은 군대의 이야기


<COH 2>는 독일군이 불가침 조약을 깨고 소련을 기습 공격해 개시된 독소전쟁(1941~1945)을 무대로 삼고 있습니다. 독일 진영은 500만 명이, 소련군은 1060만 명이 전사했고 소련 민간인 1400만명에서 1700만 명이 피해를 받은 끔찍한 전쟁이었죠. 

배경이 되는 시대 자체가 잔혹한지라 캠페인 모드는 비장하기 짝이 없습니다. 스토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소련군 장교들이 인명보다 명령을 우선시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승리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병사들을 사지로 내몰고, 심지어 명령을 완수하다 보니 적진에 고립돼 버린 병사들을 버리기까지 하죠. 

병사 목숨이 파리 목숨.

스토리뿐만 아니라 게임 속에서도 소련군의 암울한 현실이 반영돼 있습니다. 사상자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임무가 미션으로 주어지는 것은 기본입니다. 극단적인 예로는 보병만으로 독일 티거 전차를 저지하라는 미션을 들 수 있겠네요. 

덤으로 캠페인 모드의 미션에는 “지시 없이 철수하는 병사를 즉결 처분한다”는 스탈린의 ‘작전명령 227호’도 구현돼 있습니다. 작전명령 227호가 활성화돼 있을 때 유닛에게 후퇴 명령을 내리면, 베이스에 서있는 정치장교가 유닛들을 몰살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작전명령 227호가 비활성화돼 있을 때만 유닛을 후퇴시키고 재정비하면 사상자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소련군이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사실, 앞으로 가면 독일군에게 죽고 뒤로 가면 정치장교에게 죽는 판국을 실감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T-34 전차 여러 대가 달려들어 겨우 잡을만한 티거 전차를 맨몸으로 맞서라고...?


■ 역할 분담과 상성이 뚜렷한 유닛으로 수많은 전술을 쏟아낸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COH 2>에 등장하는 유닛들은 서로간의 역할분담과 상성이 뚜렷합니다.등장 유닛들을 살펴보면 크게 보병 분대와 장갑차, 전차로 나눌 수 있고, 각 계열 안에도 다양한 병과가 마련돼 있는데 이들은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에 놓여있습니다. 기관총 분대는 보병을 저지하는 데에 탁월하지만 스나이퍼에게 취약한 식입니다. 

다만 상성이 절대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가령 유닛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다른 병과와 조합하면 얼마든지 상성 관계를 허물 수 있습니다. 

또 보병과 장갑차, 혹은 전차가 싸울 때도 장갑차나 전차가 언제나 이긴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대전차 라이플과 대전차 수류탄을 갖춘 보병이라면 장갑차를 잡아낼 수 있고, 지뢰와 대전차포를 활용해 전차를 막아낼 수도 있으니까요. 

 

기관총 사수가 보병을 제압하는 모습.

 

진영은 소련군과 독일군 둘 뿐이지만, 어떤 지휘관을 선택하냐에 따라 운용 방식과 사용 가능한 고급 유닛이 달라집니다. 

가령 소련군의 ‘근위 기갑 협조 전술’을 선택하면 상대거점과 전차에게 타격을 입히는 120mm 중박격포, T-34/76보다 강한 T-34/85 전차를 생산해 포격전과 전차전을 수행하기 한결 편해집니다. 

한편 ‘근위 소총 대전차 전술’을 선택하면 보병 중 하나인 ‘징집병’의 능력이 강화됩니다. 서브머신건을 장비해 근접전 능력이 향상되는 등, 보병 전투를 수행하기 유리해지죠.

한 마디로 승패를 가르는 변수가 많습니다. 다소 머리 아프고 복잡해 보인다는 단점은 있지만 수많은 전술을 궁리하는 재미, 상성과 유닛 조합을 이용해 강한 적을 막아내고 굳건한 방어를 뚫는 쾌감이 큽니다. 다소 복잡하더라도 전략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구미가 당길만한 게임이죠. 

선택한 지휘관에 따라 보병전, 포격전, 전차전, 방어전에 특화할 수 있습니다.

 
■ 사각지대에서 기습하고, 전차를 빼앗는다? 

<COH 2>는 이번 작품에서 ‘트루 사이트’, 유닛 성장, 강화된 장비 노획 시스템, 눈보라와 얼음 등 추가된 전략 요소가 다량 준비되어있습니다. 

‘트루 사이트’ 기능이란 전투 안개를 걷어냈다고 해도 은폐물, 연막탄, 눈보라 등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덕분에 시야 안에 아무 것도 없다고 안심하는 순간, 기습 공격을 받을 수도 있기에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물론 이를 이용해 역으로 공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유닛의 성장은 적을 많이 잡은 유닛이 총 3단계까지 숙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말합니다. 숙련단계를 높일수록 유닛이 강해지고 추가 스킬도 생겨납니다. 방어력과 공격력도 높아지기 때문에, 숙련도 3단계까지 발전하도록 유닛을 최대한 오래 살리는 전략을 택하는 게 유리합니다.

안개가 걷혀있다 해도 안심하긴 이릅니다. 어디서 적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요.

노획할 수 있는 장비 종류도 많아졌습니다. 전작은 기관총, 박격포와 같은 보병용 중화기만 노획할 수 있었는데, <COH 2>는 차량, 전차까지 노획할 수 있습니다. 적 차량을 공격하다 보면 가끔 완파되지 않고 승무원만 빠져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경우에 노획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양 진영 모두 빼앗기면 눈물 나는 장비가 하나씩 있다는 점입니다. 독일군은 소련군에게 4호 전차를 빼앗겼을 때 성가신 상황에 처하죠. 비싼 장비라서 큰 물자 손실을 보는데다 중형전차가 약하다는 소련군의 약점이 보완되거든요. 

반면 소련군이 120mm 중박격포를 독일군에게 빼앗긴다면 난감한 처지에 빠집니다. 120mm 중박격포는 독일의 4호 전차에게도 타격을 주는 물건입니다. 그 포탄이 4호 전차보다 방어력이 떨어지는 소련 전차에 날아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하죠. 

이제 이 전차는 제 겁니다. 

겨울맵에 몰아치는 눈보라도 큰 변수로 작용합니다. 눈보라가 몰아칠 때는 보병의 체온이 점점 떨어지는데, 그냥 그대로 놔두면 보병들이 줄줄이 얼어죽는 사태로 이어집니다. 눈보라가 지나갈 때까지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장거리 행군을 지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면 보병 대신 차량과 전차를 주력으로 사용하든가요. 

이런 눈보라를 잘 이용하면, 눈보라가 몰아치기 전에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영토를 최대한 점령해 상대를 빈곤한 처지로 몰아간다는 식으로 전황을 유리하게 굳힐 수도 있습니다. 

사소하긴 하지만 빙판을 이용한 전략도 쓸 수 있습니다. 빙판 위에 서있는 적 전차에 포격을 가하면 얼음이 깨지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적 전차가 깨진 빙판 아래로 가라앉게 됩니다. 빙판 아래로 빠지면 남은 내구도에 상관없이 파괴되기에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눈물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다양한 요소들의 추가로 <COH 2>에서는 동부 전선에 어울리는 전략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덕분에 몰입감도 높아졌고, 전작보다 기습하는 재미를 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눈보라로부터 보병들을 보호하려면 모닥불을 피워둬야 합니다. 

포탄 한 발로 전차가 가라앉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 물량의 소련군, 양질(?)의 독일군

소련군과 독일군의 개성도 뚜렷합니다. 일단 소련은 보병의 물량이 돋보입니다. 엔지니어만 제외하고 독일군보다 분대원 수가 많거든요. 징집병은 분대원이 6명, 기관총 분대도 6명, 저격수는 2명입니다. 반면 독일군의 척탄병은 분대원이 4명, 기관총 분대는 3명, 저격수는 1명입니다. 

머릿수가 많은 덕분에 소련 보병은 독일군 보병보다 질긴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실제로 독일군 기관총 분대는 화염병을 맞으면 1~2명만 남는 반면, 소련 기관총 분대는 수류탄을 맞아도 4~5명이 시퍼렇게 살아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초반에 보병 대 보병으로 정면대결을 하면 독일군이 손해를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덤으로 게릴라 전술에도 능합니다. 독일군과 달리 소련군은 보병을 탑승시킬 수 있으면서 값싸고 빠른 차량을 갖추고 있는데요. 농담 아니고 화염방사기 든 엔지니어를 태운 차량으로 독일군 거점 곳곳을 찔러주면 불장난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불 지르고 잽싸게 도망가기. 독일군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독일군은 강력한 전차를 강점으로 내세웁니다. 4호 전차, 기동력 좋은 '판터'를 주력으로 삼는 독일의 전차들은 소련군보다 상대적으로 성능이 우수합니다. 

여기에 지휘관 스킬로 뽑을 수 있는 엘리펀트 중구축 전차는 문자 그대로 괴물 같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소련 구축전차 SU-85 전차, 특수전차 IS-2라면 몰라도, 그냥저냥인 전차와 대전차포 포격에는 흠집도 안 나는 방어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자원을 탈탈 털어야 뽑을 수 있긴 하지만, 화력과 맷집만큼은 끝내주는 엘리펀트. 

다만 어느 쪽이 플레이하기 편한지 따진다면, 소련 쪽이 좀 더 편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초반 보병 전투를 하는 데에도 유리하고, 빠른 차량을 이용해 독일군의 물자 보급을 방해하기 쉽거든요. 

또한 저가형 전차에서는 소련의 SU-76이 독일의 3호 돌격포보다 긴 사거리, 우수한 화력을 보입니다. 소련의 구축 전차 SU-85는 지휘관 스킬과 상관없이 양산할 수 있는 데에 반해, SU-85를 확실하게 이길만한 독일 전차는 지휘관 스킬로 뽑아야 한다는 점도 있고요.

만약 독일군을 선택한다면 확실한 질적 우세를 확보하는 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어중간한 질을 내세워서 이길만큼 소련군이 호락호락하지도 않고, 독일군이 항상 질에서 앞선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왼쪽부터 SU-76과 SU-85. 동급 독일군 유닛으로 제압하기 쉽지 않습니다.



■ 아쉬움이 남는 유저 인터페이스(UI)와 지휘관 시스템

전작의 특징을 잘 살려내고 새로운 전략 요소를 넣었다는 점은 호평할 만합니다. 여기에 장엄한 OST와 사실적인 효과음, 추위에 떠는 보병들의 세밀한 움직임 등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도 있죠. 

단, 유저 인터페이스가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유닛을 클릭했을 화면 하단 가운데에는 유닛에 대한 설명만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최대 분대원은 몇 명인지, 그중에서 몇 명이나 당했는지, 차량은 어떤 부품이 파손될 위기에 처했는지 정작 필요한 정보는 없고 밀리터리 지식만 쌓게 되더군요. 

유닛 설명보다는 전투에 필요한 정보가 적혔으면 하는 공간.

지휘관 시스템도 전작보다 선택폭이 줄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전작은 세 개의 지휘관 스킬 테크트리가 주어지고 한 테크트리에만 집요하게 투자하든 골고루 투자하든 유저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무조건 지휘관 하나를 고르고, 그 지휘관의 스킬만 배울 수 있습니다. 자유도가 줄어든 셈이죠. 

한편 추가결제를 유도하는 DLC를 싫어하는 유저라면 <COH 2>의 지휘관 시스템에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몇몇 지휘관은 따로 구매해야만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COH 2>는 미묘하게 전작보다 전차 조작이 좀 더 어려워진 감이 있습니다. 워낙 움직임을 정교하게 재현해서 그런지 선회를 시도하면 감속, 방향전환, 가속의 단계를 정직하게 거쳐갑니다. 그만큼 전차 움직임이 둔해진 셈이지요. 플레이어가 얼마나 현실성을 중시하냐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랭크업으로 얻을 수 있는 지휘관도 있지만, DLC로 구매해야만 하는 지휘관도 있습니다.


■ RTS와 밀리터리 마니아에게 강력히 추천 

정리해서 말하자면, <COH 2>는 8년의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게임이었습니다. 특성이 분명한 유닛을 이용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는 전작의 특성을 잘 살렸고, 새로운 요소도 잘 섞었으니까요. 

특히 동부전선에 어울리는 환경을 재현했다는 점, 트루사이트를 이용해 기습 전략을 용이하게 했다는 점, 노획할 수 있는 장비가 다양해졌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독일군과 소련 정부의 명령 사이에서 죽어가는 붉은 군대의 비극을 살린 스토리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렇다고 게임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휘관 스킬의 선택폭이 줄어들었다는 점, 현재 토너먼트에서 소련군이 강세를 보여 밸런스 논란이 일어난다는 점, 그외 문제점도 찾아보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2차세계대전을 잘 재현했다는 점, 전략성이 돋보인다는 장점을 차치하고 문제점만 지적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게임입니다. 

까다롭다 해도 전략성이 강한 RTS를 선호하는 플레이어, 밀리터리 마니아라면 플레이해보고 나서 비판하고 후회해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