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잇딴 국내 서비스 실패로 그 기세가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 최근 일본 온라인게임들은 한층 발전된 게임성으로 한국 시장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지난 17일 1차 테스트를 실시한 <에밀크로니클 온라인> 역시 이런 게임 중 하나다.
<에밀크로니클>은 이미 일본에서 상용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게임이다. 그만큼 '완성된 게임성'과 '한글버전'이라는 장점으로 1차 클베부터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만나본 <에밀크로니클>의 첫 인상은 ‘약간의 신선함’과 ‘많은 아쉬움’이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한낮
■ 깔끔한 그래픽. 완벽한 커스터마이징
이미 기사를 통해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에밀크로니클>의 공동 개발사 중 한 곳이 바로 '디지캐럿', '갤럭시엔젤'로 유명한 브로콜리다. <에밀크로니클> 역시 이런 브로콜리의 주특기가 십분 발휘되어 화면 가득 넘치는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이런 캐릭터의 귀여움을 살리기 위한 커스터마이징도 헤어스타일이나 얼굴 모양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던전 한복판에 들어가야 구할 수 있는 메이드복(…)까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충실하게 구현되어 있다.
건물이나 나무 등의 배경마저 군더더기를 없애고 간략화시킴으로써 ‘깔끔함과 아기자기함’을 강조하는데 성공했다. 인터페이스도 각종 창들의 크기와 투명도, 위치 등을 유저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근데 왜 메이드복을 던전 한 구석에서 파는지는… 의문이다 .
그래픽이야 개인별 취향이 존재하는 만큼 섣불리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10대 초·중반, 여성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을만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정작 귀여움과 아기자기함에만 치중하다보니 게임의 기본적인 타격감과 스킬 이펙트 등이 지나칠 정도로 부실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게다가 애당초 게임의 시점을 45도 이상 올릴 수 없게 만든 탓에 시야를 확보하는 일도 매우 어려웠다.
SAGA(에밀크로니클의 대규모 패치단위) 3 이후의 지역부터는 하늘을 볼 수 있지만, 그전까지는 정말 답답하다.
■ 다양화된 제작과 채집. 무엇이든 만든다
그래픽과 함께 <에밀크로니클>만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셀 수 없이 다양한 제작과 채집, 그리고 마리오네트를 활용한 독특한 시스템들이다.
채집과 제작은 몬스터 사냥과 더불어 <에밀크로니클>의 '2대 컨텐츠'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실제로 플레이 도중 얻는 아이템 중 90%이상이 제작과 채집 등을 위한 재료일 만큼 게임 컨텐츠의 대부분이 이 ‘채집·제작 시스템’에 집중돼있다.
필드에서 보이는 건 다 때려라!
제작은 주로 마을에 있는 각종 NPC들을 통해 이루어지며 간단한 포션 등의 소모품부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는 무기나 방어구까지 <에밀크로니클>을 플레이하는 내내 계속 활용하게 된다.
물론 파머, 레인저 등 채집·제작에 특화된 직업을 갖는다면 NPC를 거치지 않고도 직접 더 높은 수준의 아이템을 제작할 수도 있다. 또한 이렇게 만든 아이템 중 ‘마리오네트’를 사용하면 독특한 변신효과를 사용할 수 있어 로그아웃을 해도 개인상점을 지키거나 다양한 아이템들을 수집해오게 만들 수 있다.
정말 ‘못 만드는 게 없다’.
그러나 이런 제작·채집 관련 도움말이 지나치게 부족한 탓에 각종 팬사이트를 활용하기 전에는 원활한 플레이를 할 수 없다는 불편한 점이 있었다. 최소한 기본적인 소모품들의 레시피를 공개하고 아이템들을 합성하기 이전에 무엇이 나올지 정도는 알려주는 친절함(?)이 필요할 것이다.
■ 아쉬움이 남는 빙의 시스템
반면 독특하기는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컨텐츠도 있다. 바로 <에밀크로니클>의 대표 장점으로 소개됐던 빙의시스템과 횟수 제한이 있는 퀘스트들이다.
먼저 '빙의'란 플레이어가 자신의, 혹은 상대방의 장비에 깃드는 것으로 빙의 상태가 된 유저는 스킬과 아이템 사용 이외의 조작을 할 수 없게 된다. 대신 파트너 유저가 사냥에 성공할 때마다 일정 경험치를 나눠받게 된다.
빙의는 한 번에 세 명까지 가능하다. 고로 4인 합체시스템!
이러한 빙의는 혼자서 잡기 힘든 몬스터를 쉽게 처치하게 해주며, 보다 융통성있는 파티플레이를 가능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체력이 좋은 소드맨의 몸에 힐링 스킬을 사용하는 바테스와 막강한 화력지원이 가능한 위저드가 빙의할 경우 소드맨의 맷집으로 몬스터의 공격을 이겨내며 빠진 HP를 바테스의 힐로 커버하고 위저드의 화력으로 몬스터를 녹이는 식의 전략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굳이 위의 조합이 아니라도 3위저드 + 1펜서나 머천트 + 소드맨 등 상황과 여건에 맞춰 다양하게 응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려운 퀘스트 역시 편하게 할 수 있다. 화면의 빨간색 칸이 빙의된 아이템 표시.
하지만 빙의한 유저는 전체경험치의 1/10만 얻을 수 있고 아이템의 소유권한이 사라지는 등 워낙 많은 패널티가 존재하는 까닭에 실제로 크게 활용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게다가 빙의 자체가 로그아웃 이후에도 유지되다보니 정작 전략적인 파티플레이보다는 게임종료 전에 다른 캐릭터에 빙의해 ‘보너스 경험치만을 노리는’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으로 악용될 여지가 다분하다.
짧은 1차 클베 기간 동안에도 보너스 경험치만을 노리며 빙의를 부탁하는 유저가 상당히 많았다.
■ 퀘스트의 목적은 오직 레벨 업?
퀘스트 역시 위의 빙의시스템과 마찬가지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에밀크로니클>의 퀘스트는 중개소의 역할을 하는 까페를 통해 원하는 의뢰를 선택하는 방식이 많다. 전직이나 입장허가 등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모든 퀘스트는 무제한 반복이 가능하며, 난이도에 따라 제한시간과 보상 등이 결정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횟수가 제한돼있다는 점이다. <에밀크로니클> 1차 클베에서 하루에 도전할 수 있었던 퀘스트의 횟수는 단 3번 뿐. 모두 쓰고 나면 꼬박 24시간을 기다려야 새로운 3개의 퀘스트 카운트를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제한된 횟수 내에서 최고의 효율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대다수의 유저가 ‘보상이 좋고 난이도가 낮은’ 특정 퀘스트만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대부분의 퀘스트가 마땅한 시나리오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 <에밀크로니클>의 퀘스트는 단순한 ‘레벨 업 도우미’ 이상의 존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무조건 기회는 3번뿐! 참고로 1차 클베에선 이를 15회로 임시 조정해 놓았다.
■ 풍성한 컨텐츠, 하지만 실속은 부족했다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마리오네트, 빙의 등의 다양한 시스템, 그리고 게임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제작·채집과 수많은 애완동물까지. <에밀크로니클>의 컨텐츠는 최근 등장한 그 어떤 온라인게임보다도 풍성하고 다양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컨텐츠의 ‘양’에 불과할 뿐, 정작 유저들에게 강한 목적 의식을 불어넣어줄만한 구심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랑으로 내세우던 빙의와 마리오네트는 특수한 상황, 혹은 가끔씩 재미로만 쓰일 뿐 게임의 전반적인 진행스타일 바꾸기에는 부족했으며 제작과 채집 역시 일정 이상의 레벨을 올리면 누구나 똑같아지기 때문에 굳이 ‘파고들만한 게임의 목적’은 되지 못했다.
다양한 밑반찬을 내오긴 했지만 정작 메인 요리가 빠진 느낌이랄까? 많은 컨텐츠를 구현해 놨지만 결국 <에밀크로니클>만의 개성을 살리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제작만해서 특별히 뭐가 되는 것도 아니다보니 레벨업밖에 할 게 없다.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지나칠 정도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필자 역시 퀘스트에 필요한 아이템을 구할 방법조차 모르거나 귀한 합성·퀘스트 재료를 용도를 몰라 팔아버려서 낭패를 겪은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물론 <에밀크로니클>은 이제 막 국내에서 첫 번째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실시한 것 뿐이며, 일본 서버에서는 이런 ‘목적성’을 심어주기 위해 유저간 PvP인 '기사단훈련' 등의 시스템을 추가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일단 다양한 컨텐츠를 갖추고 있는 만큼 국내실정에 맞춰 손볼 수 있다면 <에밀크로니클>은 여태까지 ‘귀여운 캐릭터에만 의존해왔던’ 대다수의 캐주얼게임들을 위협하는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번 테스트에서는 보다 <에밀크로니클>만의 ‘개성’을 살리고 확실한 목적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게임으로 업그레이드 되기를 기대한다.
양은 충분한데, 개성은 부족하다. 일반·직업 레벨과 스탯 가중치 등 몇몇 부분에서는 오죽하면 '라그나로크 3D버전'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