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과 운명, 그리고 감성이라는 독특한 소재들을 내세우며 유저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던 <모나토 에스프리>가 지난 2월 2일부터 본격적인 오픈 베타테스트를 실시했다.
<모나토 에스프리>는 <RYL>의 개발사 가마소프트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제작한 게임인만큼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을까? 오픈 후 2주일 동안 필자가 접한 <모나토 에스프리>의 모습은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한낮
■ (장점) 화려한 그래픽의 조화
일단 <모나토 에스프리>에서 칭찬하고 넘어갈 것이 딱 두 가지가 있다. 바로 화려한 그래픽과 짜임새 있는 퀘스트다.
최근에는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온라인게임의 전체적인 그래픽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긴 했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고 남을 정도로 <모나토 에스프리>의 그래픽은 확실히 뛰어나다.
그래픽은 수준급.
특히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몬스터는 물론 화려한 스킬의 이펙트나 맵 이동시 나오는 연출, NPC와의 대화에서 나오는 수려한 일러스트 등은 <모나토 에스프리>가 그래픽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요소들이다.
게다가 위의 요소들이 조금의 위화감도 없이 자연스럽게 섞여있기 때문에 화려하면서도 어수선하지 않은, ‘바람직한 그래픽’을 경험할 수 있다.
화려하면서도 깔끔한 <모나토 에스프리>의 비주얼.
하지만 그래픽의 품질이 뛰어난 반면 기본적인 그래픽 관련 옵션을 제공하지 않는 탓에 지나칠 정도로 높은 사양을 요구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게다가 최적화까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권장사양을 웃도는 컴퓨터로도 쾌적한 플레이를 즐기기 어려웠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 CPU 3.0GHz, 1G RAM, GeForce 6600GT의 사양에서 스크린샷 캡쳐프로그램 하나만을 켜둔 채 플레이했지만 둘 이상의 광역마법이 겹쳐질 경우 상당한 프레임 저하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화려하고 뛰어난 품질의 그래픽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오픈 베타테스트를 실시하는 만큼 다수의 유저들을 위한 그래픽 옵션 배려정도는 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비교대상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중간사양으로 돌리는 <WOW>와 프레임이 똑같다.-_-;
■ (장점) 쉴 새 없는 쏟아지는 퀘스트
끊임없이 이어지는 퀘스트도 <모나토 에스프리>의 장점 중 하나다. 그것도 다른 게임처럼 별 내용도 없는 것을 억지로 짜 맞춘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NPC들의 이야기들을 잘 버무려 놓았다. 동시에 게임의 가이드 역할도 겸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퀘스트만 차분히 따라가도 <모나토 에스프리>의 세계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퀘스트 아이템의 드랍률이 지나치게 낮아서 수집 퀘스트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고, 난이도와 보상이 맞지 않아 몇몇 퀘스트들이 고사되는 등 고쳐야할 점도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일단 이 같은 퀘스트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므로 세밀한 부분들은 쉽게 수정할 수 있어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부분이다.
톡톡 튀는 NPC들의 대화 역시 일품. 다분히 10대 취향이 강한 내용들이다.
■ (단점) 부족한 컨텐츠와 무의미한 사냥
하지만 아쉽게도 <모나토 에스프리>는 그래픽과 다양한 퀘스트라는 두 가지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우선 게임의 컨텐츠 자체가 지나치게 적다. 현재 <모나토 에스프리>에서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캐릭터의 성장뿐이다. 물론 많은 퀘스트와 아이템 조합, 강화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지만 이 역시 원활한 레벨 업을 돕기 위한 시스템일 뿐, 정작 지루한 레벨 업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그 어떤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몬스터 사냥으로 시작해 몬스터 사냥으로 끝난다.
그렇다고 이 레벨 업 과정이 재미있느냐? 그 역시 아니다. 화려한 그래픽 덕분에 볼거리야 많지만 그것도 잠시, 몬스터의 체력은 높은데 플레이어의 공격 속도는 현저히 느리기 때문에 사냥을 하면서 계속 답답한 느낌을 받게 된다.
게다가 게임머니의 드랍률이 낮아서 지속적인 사냥을 위해서는 경험치도 주지 않는 몬스터를 잡거나 현재 이벤트로 진행 중인 모 교복사의 초반 퀘스트를 반복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레벨을 올려도 플레이어를 기다리는 것은 스킬 포인트는 그대로 둔 채 레벨 1부터 다시 게임을 시작하는 '환생'뿐이다.
레벨 1부터 받는 퀘스트지만 물약 값을 벌기 위해 레벨 30이 넘어도 반복하게 된다.
■ (단점) 목적을 잃은 인연 찾기와 운명
<모나토 에스프리>에서 최고의 장점으로 내세웠던 인연 찾기와 타로점을 통한 운명 역시 유저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게임에서는 하루에 한 번씩 타로점을 쳐서 그날의 사냥과 거래, 인연 등에 관한 운세를 볼 수 있는데 효과 자체도 미비한데다가 아직 적용조차 되지 않는 항목이 너무나 많다.
게다가 컨텐츠라고는 사냥밖에 없는 게임에서 운세에 따라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넌센스인 면도 크다. 결국 현재 유저들에게 운세란 그날의 보너스 경험치와 돈을 정해주는 존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마이너스 경험치가 나오면 오히려 짜증이 나기 때문에 아예 운세 자체를 보지 않는 유저도 상당수 된다.
인연 찾기 역시 무용지물이긴 마찬가지. 애당초 인연 찾기 자체가 레벨과 직업 등에 상관 없이 캐릭터 생성 시 입력한 혈액형과 별자리에 따라 나오기 때문에 몇 번을 입력해도 언제나 똑같은 사람만 인연으로 나온다. 설혹 인연을 찾아 파티를 맺어도 얻는 것은 미약한 이동속도 증가 효과, 그리고 파티장의 운세를 똑같이 적용받는 것 정도다.
그렇다고 인연끼리 특별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지금의 인연 찾기란 다른 게임에서 수없이 보여줬던 파티 찾기 시스템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온전한 파티 찾기 시스템이라도 하나 더 만들어두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인연 찾기의 존재 이유 자체를 모르겠다. 단순히 파티 찾기 시스템에 혈액형과 별자리를 넣은 것과 뭐가 다른가?
■ (총평) 화려한 외모만큼 내실도 다지길…
화려한 그래픽과 톡톡 튀는 게임 시스템, 게임의 수명을 손쉽게 늘리는 환생 등의 반복 컨텐츠와 관리하기 편한 '짠손 경제'까지. <모나토 에스프리>는 최근 온라인게임들의 부정적인 단면을 모두 모아놓은 느낌이다.
이번 리뷰에서 적은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사냥 도중 몬스터가 갑자기 공격불능이 되거나 체력이 100% 차고 사라지는 등 게임을 진행할 의욕들 꺾는 버그들도 있었으며, 아이템의 종류가 워낙 적고 인챈트한 아이템은 거래 자체가 불가능한 탓에 유저간의 거래와 커뮤니티가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등 본문에서 적지 않은 숱한 단점들도 있었다.
어지간한 버그는 이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길 정도다.
물론 단점만 있다는 것은 아니다. 뛰어난 그래픽의 퀄리티와 운명과 인연 등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은 <모나토 에스프리>가 목표로 삼는 10대 초, 중반의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그렇게 몰려든 유저들이 오랫동안 <모나토 에스프리>에 붙어 있을지, 그것은 의문이다.
화려한 그래픽과 독특한 시스템도 좋지만 유저들이 진정으로 바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먼저 생각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의 <모나토 에스프리>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닌 풍성한 내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