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지의 제왕>의 세계적인 흥행으로 촉발된 판타지의 대중화는 <나니아 연대기> <에라곤> 등으로 이어지면서 그 기세를 더하고 있다. 그리고 판타지는 CRPG(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의 역사에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과거 싱글플레이 스토리가 강조됐던 RPG는 이제 유저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MMORPG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판타지의 정수가 ‘내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모닥불 피워놓고 듣는 흥미로운 전설 속 이야기’에 있다고 볼 때, 패키지 RPG에서 느꼈던 정취는 요즘 MMORPG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무한한 자유도와 이야기를 풀어낸 <엘더스크롤 4: 오블리비언>의 흥행 성공(해외에서의 이야기이긴 하지만)은 아직도 ‘웰메이드 패키지 RPG’가 통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 <발더스 게이트>와 <네버윈터 나이츠>로 탁월한 RPG 재단실력을 인정받은 바이오웨어의 신작 <드래곤 에이지>가 개발되고 있다. RPG 명가(名家)의 차세대 판타지를 만나보자. /디스이즈게임
■ 프리 프로덕션만 4년 걸린 오리지널 판타지
따지고 보면 바이오웨어를 RPG 명가로 만들어준 <발더스 게이트>와 <네버윈터 나이츠>는 모두 ‘던전 앤 드래곤’ 세계관의 라이선스로 탄생했다. 그래서일까, 바이오웨어에게 <드래곤 에이지>는 ‘오리지널 세계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바이오웨어는 앞선 RPG를 통해 게이머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어떤 세계관이 적합한지, 또 단순히 대사만 많은 것이 아니라 ‘진짜 이야기’가 흘러가야 한다는 것을, 이를테면 좀 더 깊이 있고, 조금 더 암울하고, 더욱 복합적인 캐릭터를 원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드래곤 에이지>의 세계관과 시스템을 바닥부터 꼼꼼하게 창조했다. 5명의 개발자들이 장장 4년간 세계와 시스템을 구축했다. 4년이란 시간 동안 그들은 오로지 세계를 창조하고 역사를 써내려가는 작업에 집중했다. 어떠한 프로그래밍이나 레벨 디자인 작업도 없었다.
이렇게 공을 들인 이유는 간단하다. 게이머들이 <드래곤 에이지>에 투자하는 시간에 비례하는 보상(재미)을 지불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다음 대사나 행동을 계산해 제시하기 보다는 게이머가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 하는 것이 옳은 지’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바이오웨어의 개발진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게이머가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할지 느끼기를 원해요.” 적어도 그들은 RPG이 가져야 할 장르의 미덕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들에겐 최신 기술력과 예술적인 감각이 있다.
■ 용과 마법이 지배하는 ‘페렐덴 왕국’
4년 동안 바이오웨어가 만든 세계의 이름은 ‘페렐덴 왕국’(Ferelden Kingdom)이다. 이 왕국에는 고대의 숲과 매력적인 도시, 그리고 비밀스런 지역들이 존재한다. 게이머는 사악한 마법의 힘에 맞서기 위해 버려진 ‘마법사의 탑’을 찾아가야 한다. 그 곳에서 드워프의 왕국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발견하게 되고, 이야기는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
<드래곤 에이지>는 영화같은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다. 게이머가 NPC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가에 따라 전체 세계관이 변하고, 향후 발생할 이벤트에도 영향을 끼친다. 바이오웨어는 스스로 <드래곤 에이지>를 ‘블록버스터 판타지 롤플레잉 게임’이라고 소개한다. 이것은 이 게임이 <엘더스크롤> 시리즈와는 또 다른, ‘판타지 영화’의 감성을 갖고 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 파티 중심의 사실적인 전투
이 게임의 이름은 ‘황금 시대’(Golden Age)도 아닌 ‘드래곤 에이지’(Dragon Age)다. 당연히 용도 게임 속 몬스터로 등장하는데, 바이오웨어의 개발진은 ‘좀 더 사실적이고 솔직한 판타지 세계’를 추구한다.
용과 싸우게 될 경우, 파티 구성원들이 각자 임무를 나눠 누군가는 용의 시선을 끌고, 누군가는 마법으로 용을 교란시키며, 그 사이 또 다른 파티원은 용의 등에 올라타 단단한 비늘을 뚫고 칼을 꽂아야 한다. 이런 일사불란한 파티 중심의 전투가 <드래곤 에이지>의 목표다.
게이머는 단순한 동료, 우정을 나눌 친구, 또는 로맨스가 펼쳐질 이성 NPC와 함께 파티를 구성할 수 있다. 최대 3명까지 NPC를 포함시킬 수 있는데, 합류한 동료들은 저 마다 이야기와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파티원들은 게임이 진행되면서 자신의 속에 내재된 갈등을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그리고 <드래곤 에이지>에서는 칼이 적 캐릭터의 폴리곤을 뚫고 베거나, 지나가지 않는다. 물리법칙이 강조된 가운데 폴리곤의 질량과 외형이 존중되는 환경에서 진행되는 전투는 게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 유저가 직접 만들어가는 ‘이야기들’
<드래곤 에이지>에는 다양한 종족이 등장하며 ‘전사’ ‘로그’ ‘마법사’의 세 가지 직업이 있다. 게이머가 어떤 종족의 무슨 직업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근원’(Origin)이 결정되며 이것은 게임의 초반 시작과 전체적인 흐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비록 초반의 종족별 오리지널 퀘스트가 끝나고 ‘메인 플롯’에 접어들면 전개는 비슷해지지만, 종족의 근원은 게임 전반에 걸쳐 깊숙하게 영향을 미친다.
여러 가지 서브 퀘스트들과 종족과 직업에 따라 복잡하고 정교하게 나눠진 능력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버윈터 나이츠>에서 극찬을 받았던 ‘게임 편집 툴’ 제공도 <드래곤 에이지>에서 더욱 강력해진다.
바이오웨어는 ‘유저가 개발진이 사용한 도구(tool)를 통해 자신만의 <드래곤 에이지> 속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 아래 개발을 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발매 시기도, 퍼블리셔도 결정되지 않은 <드래곤 에이지>. 바이오웨어의 내공이 응집된 명작으로 탄생할지 함께 기다려보자.
게임명: <드래곤 에이지>(Dragon Age)
개발사: 바이오웨어(Bioware)
유통사: 미정
플랫폼: PC (패키지게임)
장 르: 롤플레잉 게임
개발중인 게임 스크린샷 1.
개발중인 게임 스크린샷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