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게임인가 그저 업데이트일 뿐인가’의 해석차이로 게임위와 문제를 빚긴 했으나 필자의 관점에서 보는 <불타는 성전>은 지금까지 업데이트되었던 WoW의 여러 요소들을 종합, 정리해서 만들어낸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이자 게임이다. 기존의 상식은 그저 ‘참조’ 밖에 되지 않는다. /리뷰어 곰씨
<불타는 성전>에 추가된 새로운 지역 '아웃랜드' 지도
어쨌든 프리뷰가 아니라 ‘리뷰’인 이상, 여기서 구구절절 새로운 요소에 대한 소개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아무래도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 새로운 요소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대판 평가를 함께 곁들여보도록 하겠다.
새로운 세상, 아웃랜드
오크와 드레나이의 고향이자 제 2차 전쟁 때 철저히 파괴되어버린 드레노어는 이제 우주공간에 갈갈이 찢긴 몇 개의 땅덩어리가 도는 ‘아웃랜드’가 되어버렸지만, 그곳에도 오크와 드레나이 그리고 <WoW> 세계의 영원한 악역, 불타는 군단은 그들만의 삶(?)을 살아나가고 있었다. 한편 이곳에는 새로운 아웃랜드의 주인이 된 일리단이 살고 있었으니…. 그 배경 스토리는 간략하게(?) 말해서 다음과 같다.
우리에게 ‘데몬헌터’로 잘 알려진 일리단 스톰레이지는 과거 불타는 군단의 창시자이자 모든 악의 원흉, 살게라스를 아제로스(현재 WoW의 세상)로 끌어들이려던 아즈샤라 여왕 시절부터 나이트엘프 일족에게 버림받은 존재다. 그는 자신이 짝사랑하던 엘룬의 여사제이자 자신의 형인 나이트엘프의 대드루이드 말퓨리온 스톰레이지의 연인인 티란데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악한 마법의 힘을 그대로 끌고 오려다가 일족의 배신자로 낙인 찍혀 만 년 동안 어둠 속에 감금되어버린다. 이후 <워크래프트 3>에서 아제로스를 침공한 살게라스의 심복 중 하나인 아키몬드를 봉인하는 일을 맡기 위해 어둠속에서 풀려나지만, 힘을 얻기 위해 얻은 굴단의 해골에서 사악한 힘을 받아 악마로 변해버리고 이후 역시 살게라스의 오른팔, 킬제덴의 심복이 되어버린다.
아서스에게 깃발 꼽고 캐삭빵을 펼쳤으나 져버린 일리단.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아웃랜드로 도망친다.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에서 일리단은 킬제덴의 명령을 받아 리치왕의 새로운 육신이 되기 위해 노스랜드의 프로즌 쓰론(얼어붙은 왕좌)을 찾아 나선 아서스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 그 이유는 스컬지를 컨트롤하는 리치왕은 사실 오크 주술사 네쥴을 이용해서 킬제덴이 직접 만들어낸 악의 존재였으나, 점점 불타는 군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결국 일리단은 패배하고, 아웃랜드로 도망치듯 떠나버린다. 이 과정에서 나가의 여왕인 바쉬와 블러드엘프의 수장 켈타스 선스트라이더는 일리단을 따라서 아웃랜드로 함께 떠나며, 일리단은 아웃랜드의 군주로 군림하고 있던 마그테리돈을 비롯한 아웃랜드의 거의 모든 세력을 휘어잡고 위세를 떨치게 된다. 프로모션 및 확장팩 오프닝 영상에서 ‘너흰 아직 준비가 안됐다’라고 부르짖는 그의 진의는, 이렇게 험악한 아웃랜드에 우리 플레이어들이 ‘감히’ 어딜 오느냐고 외치는 이야기인 것이다.
모든 것은 다시 시작된다.
작년, 발매되기도 전에 쇼킹한 화제를 몇 번 불러 모은 확장팩의 신종족은 드레나이와 블러드 엘프, 그리고 이 신종족에 추가되는 직업으로 호드에 성기사, 얼라이언스에 주술사가 생긴 것. 이와 같은 구도는 기존의 <WoW> 상식을 확 깨버리는 것이라서 반발이 많았으나, 지금은 성공적인 시도로 생각된다.
예쁜 캐릭터를 좋아하는 게이머들의 성향상 언제나 수적 우위에 있는 얼라이언스와의 인구 비례를 조금이나마 맞춰보겠다는 의도로 들어간 블러드 엘프는 지금까지 고질적인 문제였던 인구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의지였기에 무리한 스토리 라인에도 불구하고 드레나이를 얼라이언스에, 블러드 엘프를 호드에 준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WoW> 인구 조사 사이트의 통계를 보면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인구 비율이 많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특정 서버의 지나친 인구 불균형은 아직 해결되진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이후 자세히 논해보도록 하다.
어쨌든, 대규모의 공격대 활동에 더 최적화된 보조 힐러 겸 버퍼 클래스인 성기사를 호드에, 5인 파티 위주의 뛰어난 버프 시스템인 ‘토템’을 갖고 있는 주술사를 얼라이언스에 준 블리자드의 의도도 사실 십분 이해할 하다. 오리지널 시절, 주술사와 성기사의 직업간 밸런스를 각 직업의 특색을 유지한 상태로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것은 이미 <WoW>를 즐기는 게이머들 사이에 인정되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각 진영에 새로 추가된 주술사와 성기사 덕에 유저들도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공격대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블리자드의 던전 디자이너들도 한시름 놓았을 것이다. 어느 쪽은 호드에, 어느 쪽은 얼라이언스에 유리할지 골머리를 싸맬 필요가 없을 테니 말이다. 그 반면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자존심을 서로 상대 진영에 내줘야하니 말이다.
미모의 블러드 엘프 추가는 인구비율 문제에 얼마나 도움을 줄 것인가?
라이트 유저와 헤비 유저, 그 ‘아주 잘’ 보이는 갈등
한편 <WoW> 유저들 사이에 가장 큰 갈등은 이른바 ‘헤비 유저’와 ‘라이트 유저’간의 격차였다. 사실 <WoW>에서 말하는 라이트 유저란 다른 게임처럼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적은 사람’이 아니다. 단지 ‘공격대에 끼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 말인 것이다.
<WoW>는 단지 오래 플레이를 했다고 해서 좋은 아이템, 레벨을 보장받는 게임이 아니며, 공격대 던전에서 최강의 아이템을 얻거나 명예 아이템을 얻음으로 자신의 캐릭터가 강해지는(여기에 훌륭한 컨트롤까지 추가되어야 진짜 강해지겠지만) 게임이지만, 공격대 던전은 많은 시간과 ‘정기적인’ 시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일주일에 4번 벌어지는 공격대에 참여해서 최종 컨텐츠인 낙스라마스까지 즐기는가 하면, 하루에 6~7시간씩 매일매일 접속해서 <WoW>를 즐김에도 불구하고 낄만한 공격대가 없어서(시간이 안 맞거나 직업 비율 상) 어쩔 수 없이 라이트하게 즐길 수밖에 없던 상황이 많았다.
새로운 공격대 던전이 등장할수록 비공격대원와 공격대에 속해있는 유저 간의 장비의 격차가 벌어지고, 컨트롤의 차이도 무시해버릴 정도로 <WoW>가 ‘한방 게임’이 되어버리던 와중에 등장한 확장팩 ‘불타는 성전’은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최대한 해소하고자 노력했다.
우선, 아웃랜드에서 등장하는 아이템들은 지금까지의 상식을 넘어서는 아이템들뿐이다. 우선, 가장 약한 보상이라고 해도 20인 던전인 줄구룹이나 안퀴라즈 폐허의 수준을 넘어서며, 60레벨 초반대의 던전에서는 화산 심장부나 검은 날개 둥지에서 등장하는 아이템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주는 것들이 등장하곤 한다. 레벨 70에 달할 때쯤이면 그때 얻는 퀘스트 보상이나 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들은 최종 공격대 던전인 ‘낙스라마스’에서 나오는 아이템과 거의 동급의 아이템들이 등장한다.
이런 아이템의 ‘인플레이션’에 더불어, 거의 모든 아이템에 체력 능력치가 높게 붙을 뿐 아니라 레벨업 시에도 체력이 크게 상승해 PVP시에 상승된 레벨과 장비로 인한 ‘한방 게임’이 벌어지지 않도록 배려한 것도 이번 확장팩 아이템 디자인의 핵심이다.
이와 더불어 공격대 던전의 인원 제한을 기존의 20~40인에서 10인~25인으로 줄여버림으로 보다 많은 팀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런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레벨 67 제한의 ‘녹템’과 레벨 60 제한의 ‘보라템’은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카라잔은 10인 던전으로 많은 시험적인 시도가 묻어있는 던전이다. 사진은 거저먹기성 이벤트라는 체스 이벤트(딱 두 번 만에 클리어!).
월드 오브 평판크래프트?
확장팩 클로즈베타테스트 당시에 유저들의 걱정은 이번에도 수많은 ‘평판’이 등장했다는 것이었다. 평판은 어떤 진영이 유저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를 나타나는 수치로, 오리지널에서는 평판 = 끝없는 무한 노가다가 연상될 정도로 올리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확장팩에는 추가된 평판을 주는 진영만 해도 거의 10여개가 넘어서며, 모두 평판에 따라서 고급 아이템을 준다는 정보는 기존의 평판 노가다에 질려버린 유저들에게 겁을 주기에 충분했다. 확장팩에도 ‘월드 오브 평판크래프트’는 계속된다는 이야기에 실망한 유저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겁먹을 것 없다. 이번의 평판 시스템은 특정 행동을 했을 때 과거보다 평판을 주는 양이 많아져 그렇게 올리기 힘들지 않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상황이다. 우선 아웃랜드에 위치한 각 던전에는 ‘영웅 모드’라는 것이 있어서 기존보다 훨씬 어려운 고난이도의 모험을 제공하는데, 이 영웅 모드 던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4개 진영의 평판을 매우 우호 이상으로 올려야만 한다. 그러나 매우 우호 급으로 올리는 기간이 상상외로 오래 걸리지 않는다. 물론 확고한 동맹 급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이른바 ‘노가다’가 꽤 요구된다고는 하지만, 어떤 진영과 확고한 동맹을 맺었을 경우의 보상은 던전에서는 쉽게 얻기 어려운 고급 아이템들이라서 ‘노가다’의 가치가 있다고나 할까?
한편 기존의 평판도 거의 2배 이상 평판을 주는 양이 많아져서 새롭게 캐릭터를 키우는 유저라면 퀘스트만 열심히 해도 과거보다 훨씬 빨리 많은 진영들에 대해 우호관계를 쌓기 쉬워졌다.
늘어난 평판만큼, 평판을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파티의 재구성
이번에 추가된 총 15개의 5인 인스턴스 던전과 1개의 10인 던전, 그리고 현재까지 4개가 있는 25인 던전은 지금까지의 상식을 재활용하면서도 다양한 패턴의 숙제를 게이머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우선 70레벨이 되기 전까지의 던전들은 기존 공격대 던전에서 보여주었던 다양한 패턴을 게이머들에게 선보인다. ‘시야를 이용한 방어’를 알려준 화염아귀, 절친한 아군이 나를 죽일 수도 있는 ‘폭탄’을 공격 패턴에 적용한(?) 밸라스트라즈와 남작 게돈, ‘상호간의 적정 거리 유지’를 가르쳐주었던 안퀴라스 사원의 쑨 등의 패턴등이 5인 던전에도 그대로 응용되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70레벨 던전들은 그 이상을 뛰어넘는다. 공격대 던전에서도 선보이지 않았던 다양한 패턴으로 게이머들을 농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현재 최고 난이도로 평가받는 알카트라즈 최종 보스는 안퀴라즈 사원 첫 번째 보스인 예언자 스케람의 축소판으로 탱킹-힐링의 패턴보다는 전원이 각개전투를 한다는 기분으로 싸워나가야 하는 보스다. 이처럼 과거의 탱커, 힐러, 딜러 체제를 확실하게 유지하면서 전투를 하는 패턴은 이제 그저 ‘기본’일 뿐, 그 이상의 도전을 요구하는 게 현재 확장팩의 던전들이다.
그 대신, 기존 아제로스 지역의 던전들은 한번 클리어하는 데 오랜 시간을 소유했으나, 아웃랜드에 추가된 던전들은 모두 대폭 짧고 길이 일직선이며, 보스도 최소 둘에서 최대 다섯 정도로 적은 편. 지나치게 복잡한 길로 인해 과잉 디자인의 대표적인 예인 검은 바위 첨탑 같은 던전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리더를 맡았을 때 ‘길을 몰라서 못 하겠다’는 것도 이젠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던전들이 끝까지 클리어했을 때 나갈 수 있는 출구를 준비해두어 쉽게 반복플레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심지어, 보스가 12개 존재하는 현재 가장 복잡한 10인 던전인 카라잔 조차 거의 일직선의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워크래프트> 시대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검은 늪’ 인스턴스 던전. 던전이라곤 하지만 필드의 축소판이다.
기존에 공격대활동을 하지 않았던 유저들에게는 졸개한테도 방심할 수 없는 현재의 아웃랜드 던전들이 다소 어렵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으며, 실제로 현재 많은 이들이 실력이 확실한 사람과 함께가 아니라면 던전에 가지 않을 정도의 반응을 보여주고 있으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아닌가? 클로즈베타테스트 당시 60레벨 던전, 검은바위 첨탑이나 스트라솔름이 처음 나왔을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곧 게이머들은 이런 다양한 공략 패턴에 익숙해지리라.
생긴 것은 라그나로스 재활용품이지만, 한명이라도 붙어있지 않으면 일정 시간마다 2천 대미지 이상을 아군 전원에게 주는 아둠의 미궁 최종 보스 ‘울림’. 반대로 붙어있으면 일정 시간마다 근접한 사람의 체력을 80~90% 깎아버리는 기술을 사용한다.
여기에 기존 공격대 던전의 난이도도 훨씬 뛰어넘는 무지막지한 어려움을 보여주는 영웅 모드도 있는데, 영웅 모드에서는 일반 몬스터도 방심하고 볼 수 없는 강력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으며 보스 패턴도 새롭게 디자인되어있어 게이머들에게 도전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과거와 달리 비단 공격대 던전이 아니더라도 도전해볼 만한 적들과 싸울 수 있다는 것은 확장팩에서 새롭게 바뀐 것 중의 중요한 점이다.
<WoW>는 역시 퀘스트?!
이번 확장팩에 준비된 퀘스트는 약 1천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세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아제로스 대륙의 퀘스트가 초기에 약 1,500개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확장팩의 퀘스트는 좁은 지역에 비해 많은 편. 퀘스트는 과거처럼 어떤 몬스터를 몇 마리 잡거나 수집하라는 간단한 것도 있지만, 새로운 방식의 퀘스트도 다수 준비되어있다. 나는 탈 것을 타고 폭탄을 투척하라는 퀘스트가 특이한 목적을 가진 퀘스트들 중에 하나다.
여기에 더해서 <워크래프트>의 스토리를 꿰뚫고 있는 유저라면 즐거움을 줄 여러 요소들도 다수 있다. 예를 들면 <워크래프트 II: 어둠의 문 너머에서(Beyond the Dark Portal)>에서 어둠의 문을 닫고 장렬히 산화한 것으로 알려졌던 얼라이언스의 영웅들(대표적으로 카드가나 트롤베인 등)이 아웃랜드에 생존하고 있었다는 점이나, 그롬 헬스크림의 아들, 가로쉬 헬스크림이 이끄는 마그하르 오크에 자신의 친할머니인 대모 게야를 만나러 가는 호드 대족장 스랄의 이야기, 자신의 동족인 모크나탈 마을로 아버지를 찾아간 렉사르, 일리단을 쫓다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 마이에브 섀도우송 등은 물론,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스랄의 던홀드 탈출을 돕는 던전에서는 현재 <WoW>에 등장하는 NPC들의 어린 시절을 구경할 수도 있으며, 오크가 처음 아제로스로 진입하게 된 계기가 된 메디브의 어둠의 문 개봉(?)을 구경할 수도 있다.
이런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 유저들이라면 확실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아웃랜드에서의 퀘스트들이다.
그룰의 둥지앞에서 아군을 도와 전투를 벌이는 렉사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나는 탈 것
기존의 아제로스 대륙은 사실 구멍투성이의 대륙이다. 이 지역 저 지역을 중간에 텅텅 빈 것이 있어도 그걸 메우지 않고 그대로 연결해두었으며, 고정된 코스로만 이동하는 그리핀이나 와이번을 타고 있을 때 내려다볼 수 있는 지역만 빈 공간을 채워놓은 것이다(그래서 유저들이 코스 추가를 원해도 맘대로 바꿀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웃랜드는 기획 단계부터 완전히 완성된 하나의 땅덩어리다. 이런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유저가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는 ‘나는 탈 것’이 추가된 것은 확장팩의 즐거움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비록 나는 탈 것의 가격은 최소 900골드(느린 것), 최대 6천 골드(빠른 것)까지 드는지라 쉽게 범접하기 힘든 가격이지만 아웃랜드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전반적으로 상승된 것을 고려하면 과거 1천 골드 말이 처음 나왔을 때 구입에 드는 시간과 비슷한 수준, 아니 그보다 쉬울 것으로 예상된다(약 2천 골드가 자산이었던 필자도 레벨업하는 도중에 얻는 돈을 이용해서 6천 골드 탈 것을 구입하는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여기서 자랑 한번 해보자.
필드 PVP의 부활?
이번 아웃랜드에는 총 4가지의 지역에서 이른바 ‘필드 PVP’ 전장을 만들어두었다. 지옥불 반도와 장가르 습지대는 ‘거점 점령’에 PVP에서 얻는 징표를 아이템으로 교환하는, 아주 일반적인 지금까지의 PVP(동부역병지대의 기존 필드 PVP)를 필드로 옮겨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테로카르 숲의 ‘아킨둔’ 지역과 나그란드의 ‘할라아’ 지역을 놓고 싸우는 필드 PVP는 플레이어가 체감할 수 있는 본격적인 이권이 걸려있는, 진정한 필드 PVP라 할 수 있다.
지옥불 반도의 경우에는 60레벨 대에 수행할 수 있는 퀘스트가 걸려있기에 서버에 따라서는 직접 싸우기보다는 사이좋게 깃발을 나눠먹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 받을 수 있는 보상도 들이는 시간에 비해서는 약한 60레벨대 초반의 보상품이기 때문에 더욱 시들한 편.
하지만 60레벨대 중후반에 널리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얻을 뿐만 아니라 쉽게 구하기 힘든 보석을 구할 수 있는 아킨둔 지역, 그리고 아이템은 물론 퀘스트를 하기 위해 다니는 길까지 걸려있는 할라아 지역의 PVP는 그 양상이 다르다. 양쪽 진영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파란색 얼라이언스 마크가 떠있는 할라아 지역. 이 지역을 점령하면 퀘스트 동선이 짧아져서 편하지만, 저주서버에서는 감히 점령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테로카르 숲 PVP는 해골무덤의 5개의 거점을 점령하면 6시간동안 아킨둔 지역의 4개 던전에서 보스들이 ‘유령조각’이라는 보상품을 드랍한다. 이것을 모으면 고급 아이템과 보석 등을 얻을 수 있어서 경쟁이 치열하다. 한편 할라아 지역은 ‘공중전’, 아니 폭격의 요소를 집어넣어 경비병을 ‘폭격’으로 제거하고 점령하는 독특한 모습의 전투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까진 매우 재미있는 요소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인구 비례가 맞는 서버에서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일 뿐이다. 한쪽 진영의 인구가 많은(특히 얼라이언스 측의 인구가 많은 곳이 대다수) 곳에서는 할라아는 그냥 원래 인구가 많은 진영 땅인 줄 알고, 아킨둔을 점령하면 어떤 이득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PVE에 ‘더’ 집중된 컨텐츠
사실, 어떤 게임이든 신지역이 등장하면 구 지역의 인구는 확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런 관계로 이제 아제로스 대륙은 대부분 썰렁한 상태다. 뭐, 새로운 컨텐츠를 오픈했으니 과거의 그곳은 그냥 이제 추억속에 묻어버려도 무방하겠지만 많은 이들이 뜻을 모아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존의 공격대 던전’도 버리는 것이냐는 것이다.
이미 확장팩에서의 컨텐츠만으로도 즐길 거리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앞으로 신규 이용자들은 가보지도 못할 화산심장부나 검은날개 둥지, 안퀴라즈 사원, 낙스라마스의 추억은 앞으로는 기억 속에서 영원히 잊혀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확장팩 등장 직전까지 이른바 아무나 모아서 가는 ‘막공’이 활발했던 화산심장부나 검은날개 둥지는 나은 편이지만, 보다 수준 높은 공략법이 요구된 안퀴라즈 사원과 낙스라마스는 전체 <WoW> 유저 중 소수의 인구만이 즐긴 채로 역사 속에 묻혀지게 되는 것이다.
확장팩에는 25인 공격대 컨텐츠로 그룰의 둥지, 불뱀제단, 마그테리돈의 둥지, 폭풍우 요새, 하이잘 산이 준비되어있다고 한다. 마지막 보스인 일리단이 등장할 ‘검은 사원’을 언제쯤 공개할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아제로스의 공격대 던전이 버려진 것을 생각하면, 과연 풍부하게 준비된 현재의 모든 공격대 컨텐츠를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체험할 수 있을지는 의심되는 바다.
사실, 국내에서도 공격대는 이미 보편화되어 공격대 컨텐츠를 즐기고 있는 <WoW> 유저들이 그렇지 않은 유저들보다 많아 보이지만, 오로지 PVE(Player VS Environment)로만 달려가고 있는 <WoW>를 보면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게임의 컨텐츠가 PVE에 집중되는 이 문제는 사실 되짚어보면, 많은 유저들이 원하는 필드 PVP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다수의 서버 인구 비율이 맞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산해진 호드의 수도 오그리마. 이제는 아웃랜드 말고는 다른 즐길 거리가 없어진 것인가?
여전히 불안한 인구비율 문제
앞서 언급한 대표적인 2가지 문제점은 모두 인구비율과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블리자드 측은 인구 비율을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몇 번의 서버 이전 안을 내놓았었으나, 몇몇 서버들이 이 개선안의 실패 때문에 이른바 ‘저주서버’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다. 현재 몇몇 서버는 확장팩 이전의 인구 이동의 결과로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과거 인구비율이 그럭저럭 맞는 괜찮은 서버였다가 이주 정책의 실패로 저주 서버가 되어버린 몇몇 서버(레인과 메디브가 대표적이다)는 개선될 기미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
그래도 게임 시스템 내에서의 인구 비율에 대한 문제는 이번 확장팩을 계기로 한시름 놓았다. 블러드 엘프의 추가로 인한 호드의 외모에 대한 불만, 그리고 주술사와 성기사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운영이다. 버림받은 서버의 인구 비율을 조정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파행적인 몇몇 서버의 문제로 인해 <WoW> 유저들은 실망하게 될 것이며, 비율이 잘 맞는다는 이유로 인해 인기가 높은 몇몇 서버의 대기자는 갈수록 늘어가게 될 것이다. 이 상황을 끊기 위해서는 뭔가 획기적인 운영 안이나 게임 시스템 상에서의 보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해외 서버가 인구 비율이 비교적 잘 맞는다는 이유에서인지, 현재까지는 손을 놓아버린 상태다.
앞으로 <WoW>의 보다 창창한 앞날을 위해서는 유저들이 인구 비율에 신경 쓰지 않고 즐기고 싶은 것을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며, 이는 저주 서버에 적극적으로 찾아가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노력(희생?)이 아니라 블리자드의 노력에 달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