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까말까’란?] 하루가 멀다고 홍수처럼 쏟아져나오는 모바일게임 중 어떤 게임을 골라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지 고민되는가? 다양한 성향의 디스이즈게임 기자들이 직접 신작을 플레이해보고 내린 ‘돌직구’ 평가를 보고 결정해보자. ‘게임을 할까, 말까? 유료 구매를 할까, 말까?’ 말이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일본에서만 누적 다운로드 2,000만 건을 기록한 TCG <마지몬>(Magic Monster)이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확산성 밀리언아서>와 <바하무트: 배틀 오브 레전드>보다 먼저 나왔던 TCG는 과연 지금 이 시점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개발: NHN재팬·dango | 유통: NHN엔터테인먼트| 출시일: 2013년 7월 25일 | 다운로드: 구글, 애플
■ <마지몬>은 어떤 게임?
TCG(Trading Card Game): TCG라고 하지만 사실 ‘카드’는 등장하지 않는다.(요즘에는 흔한 미소녀도 없다) 몬스터를 임의로(랜덤) ‘뽑고’ 일본 도시를 ‘탐험’하며 전투를 벌이는 시스템은 TCG와 같지만, 카드가 아닌 몬스터를 활용하는 점은 비주얼에서부터 <포켓몬스터>를 연상시킨다.
냄비에서 만들고 전자레인지에서 강화하는 ‘몬스터’: 탐험을 통해 ‘악마의 뼈’, ‘악마의 귀’ 등의 재료를 모으면 그것들을 냄비에 넣고 몬스터를 만든다. 강화는 전자레인지에서 이루어진다. 몬스터는 불, 물, 번개, 흙, 바람의 다섯 가지 속성으로 나뉘며 싸우기, 난동, 저격 등의 ‘물리 스킬’과 화염, 스타폴, 악마의 계약과 같은 ‘마법 스킬’을 사용해 전투를 펼친다. 아래 영상으로 직접 보자.
■ TIG 기자들의 막나가는 ‘돌직구’ 평가
안드로이드, 옵티머스 뷰 유저, 한국판 19 레벨
주체할 수 없는 결제력을 자제할 필요성을 자신도 잘 알기에, 진짜 할 만한 게임을 만났을 때 비로소 그의 지갑은 수줍은 속살을 드러낸다고 전해진다. 게임 자체는 정말 다양하게 하지만, 실제로 재미있게 ‘즐기는’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다.
“배달이 늦은 일품요리”
일단 게임성 면에서는 흠잡을 만한 부분이 드물다. 기본적인 유저 인터페이스(UI)부터 설정이나 스토리텔링과 같은 흥미 요소까지 모두 갖췄다. 단점은 단 하나, 이제서야 한국에 나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단점이 여러 의미로 무겁다. <마지몬>의 최초 출시일은 2011년이니, 무려 2년 전의 게임이 한국에 출시된 것이다. 일본에서 충분히 검증받고 한국에 넘어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기간이 너무 긴 나머지 <마지몬>으로 하여금 한국에서 ‘원조 TCG’ 마케팅을 표방하게 한 것은 아닐까.
게임은 상당히 재미있다. 분명, <마지몬>을 1년만 먼저 접했더라면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을 듯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확산성 밀리언아서>가 먼저 나왔다. 아이폰 4가 이미 대중화된 시장에 아이폰 3G가 출시된 느낌이랄까.
<마지몬>이 출시된 2011년과 현재인 2013년, 유저들의 평균 눈높이가 달라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이 게임을 한 번쯤 해볼 만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재미’보다는 ‘의의’와 ‘가치’에 있다고 본다. 미소녀 일변도의 요즘 TCG와 달리 아기자기한 몬스터들이 등장해 싸우는 것은 단지 ‘취향’ 영역일 뿐이니 패스.
단고는 이 게임을 계속 할까, 말까? 그리고 제 점수는요!
안 한다. 무려 2년 전의 뛰어난 게임이 가져다주는 ‘의의’는 이미 충분히 느꼈고, 여기서 더 재미를 찾자니 요즘은 쟁쟁한 다른 게임이 많다.
60점. 순수한 게임성에 80점, 2년의 공백에 -20점이다.
패널 댓글(Pannel Comment)
버징가: 2011년에는 ‘뉴 메타’였지만, 2013년에는 여러 TCG 중 하나.
꼼신: 오리지널도 좋지만, 장르의 유행을 선도했던 혁신성을 바탕으로 후발 게임들을 앞지르는 추가 콘텐츠가 없다는 게 아쉽다.
탐험하고, 재료 찾아서 몬스터(혹은 미소녀 카드)를 만들어 육성하고, 배틀하고.
iOS 6, 아이폰 5 유저. 한국판 20 레벨<밀리언아서>에서 무결제로 ‘끝’을 보자마자 이 장르에 흥미가 ‘급격히’ 떨어졌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요정 출현 알람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남들에게 뒤처지는 특유의 시스템이 현실 생활을 옭아맸기 때문이다. 원조를 자처하는 <마지몬>은 떠난 버징가의 마음을 미워도 다시 한 번 붙잡을 수 있을까?
“살색 가득한 2013년 TCG 바닥에, 응답하라 다마고치?”
탐색에서 보이는 배경은 도트로 찍은 듯하고, 8비트 시절이 연상되는 기계음이 섞인 흥겨운 BGM도 들려온다. 외향은 전체적으로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풍’인 반면, 동시대에 등장한 TCG들이 웹게임을 기반에 둔 UI라면, <마지몬>은 굉장히 현대적인(?) UI 구조. 이 정도면 썩 괜찮은 신구 조화다.
‘큐티·섹시·쁘띠’한 몬스터들을 냄비로 소환하고, 전자레인지로 합성한다는 통통 튀는 발상과, 풍부한 콘텐츠와 소셜 요소는 이 게임의 정체성. 또한, 출시된 지 오래된 게임답게 게임을 할수록 풍부하게 펼쳐지는 몬스터 육성/진화/스킬에 관련된 파고들기 요소는 왜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는지 이해하게 해준다.
그러나 반대로 얘기하면 이 게임의 콘텐츠 대부분은 이 게임을 필두로 등장한 <밀리언아서> 등에서 즐겨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역으로 한국 시장에는 늦게 진출한 이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은 적다. 이해하기 쉽게 비교하자면 <WoW>에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뒤 그 원조인 <DAoC>과 <에버퀘스트>를 즐기는 느낌이랄까? 아리따운 미소녀가 몽실몽실한 몬스터로 바뀌었을 뿐.
버징가는 이 게임을 계속 할까, 말까? 그리고 제 점수는요!
안 한다. 오랜만에 등장한, 먹을 만한 ‘원조 할매 국밥집’ 같은 게임. 하지만 버징가는 이미 자극적인 조미료가 첨가된 ‘미소녀 국밥’의 매력에 길들여져 있다. “이제 미소녀 TCG는 지겨워!”라고 외치고 있지만, 사실 본심은 “이제 색다른 재미가 있는 미소녀 TCG가 필요해!”다.
60점. 독특한 발상, 참신한 배경 설정에 +30점, 시대를 앞서 간(?) UI에 +20점, 풍부한 콘텐츠에 +30점. 그러나 한국 시장에의 늦은 출시로 게임의 신선한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없어 -20점.
패널 댓글(Pannel Comment)
단고: 게임 자체의 고평가에 대해서는 정말 이견이 없다. 머리 속에서 달력을 지운다면 지금이라도 충분히 해볼 만한 게임.
꼼신: 내가 아는 원조 국밥집은 화학조미료(일명 MSG)가 빠진 담백한 맛으로 먹는다. 그래서 잘 안 간다. 우리는 이미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졌다.(…)
냄비에서 몬스터를 낳다니?! 이건 좀 신선했다.
iOS, 아이폰 4S 유저, 한국판 18 레벨
<확산성 밀리언아서>로 TCG를 배웠다. 친구들과 함께 요정을 때려잡는 재미에 보름 정도 푹 빠졌었지만, 반복되는 탐험과 단순한 전투 시스템에 질려서 그만뒀다. 조작 없이 쳐다보기만 하는 게임은 오래 못하는 취향을 이때 깨달았다. ‘원조’를 내세우며 나온 TCG는 뭐가 다를까?
“포켓몬스터로 즐기는 머드게임? 그래서 시간 낭비는 없다.”
냄비와 전자레인지에서 몬스터를 낳고 기른다는 발상이 재미있었다. 그런데 시각적으로 즐길 만한 요소는 이게 전부다. 배틀할 때 사용하는 스킬은 한 번만 보여준다. 친구와의 배틀은 결과로만 알 수 있다. 처음에는 게임의 진행속도가 빠르고, 쓸데없이 소모되는 시간이 없어서 좋았다.
그런데 배틀 결과를 보여주는 ‘로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직접 본 공격은 한 번씩 밖에 없는데 몬스터 5마리를 기준으로 턴이 26번을 돌았다. 로그를 보지 않으면 몬스터가 어떤 스킬을 사용하는지 그리고 어떤 몬스터에게 더 큰 대미지를 입히는지 알 수 없다.
배틀 시간이 짧아서 좋았는데, 결과적으로 로그를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면서 플레이 시간이 길어졌다. 과거 머드게임을 어떤 재미로 했었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기분이다. 또 10레벨도 안 됐는데 획득한 몬스터가 스킬을 습득하는 트레이닝에 6시간이나 걸린다는 건 너무 가혹하다.
원조 TCG라고 해서 후발 게임보다 단순한 걸 기대했는데, 각 몬스터의 속성과 스킬을 익히고 전략을 세우는 과정이 훨씬 복잡미묘했다. 초보자가 쉽게 배우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꼼신은 이 게임을 계속 할까, 말까? 그리고 제 점수는요!
안 한다. 이미 TCG에 흥미를 잃었던 유저라면 더 공부하고 머리를 써야만 하는 이 게임으로 돌아오긴 힘들지 않을까 싶다. 기존 TCG의 단점을 보완한 게임들이 줄줄이 나오는 이 시점에서 ‘원조’가 갖는 강점이 무엇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50점. 알찬 콘텐츠와 독특한 발상에 +60점, 지하철에서 당당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깜찍한 몬스터에 +10점, ‘학습’을 해야 하는 복잡성에 -10점, 로그의 길이에 -5점, 통화 중 게임이 끊겨서 -5점.
패널 댓글(Pannel Comment)
버징가: 원조 TCG <마지몬>보다 몬스터 배틀게임의 원조인 <포켓몬스터> 신작이 더 당기는 이 현실.
단고: 한국 론칭을 겨냥해 보다 신선한 상품처럼 보일 만한 포장재가 없었던 걸까.
어쩐지 레벨업이 너무 쉽더라니…. 내 몬스터의 속성과 스킬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