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라그나로크2>의 세 번째 클로즈베타테스트가 종료됐다. 그 동안 두 번의 테스트도 이런저런 장단점을 드러내먼서 진행된 바 있다. 그래서 3차 테스트를 더욱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작의 명성, 혹은 그라비티라는 네임벨류에 지나치게 기대를 건 탓일까? 여전히 귀여운 그래픽과 칸노요코의 저력을 보여주는 뛰어난 배경음악에도 불구하고 <라그나로크2>의 베타테스트는 다소의 허전함만을 남겨둔 채 막을 내리고 말았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한낮
◆ 보는 맛의 강조. 더욱 늘어난 이모션!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개인의 취향을 따지지 않더라도 <라그나로크2>의 그래픽은 충분히 ‘귀엽고 깔끔하다’. 특히 세 번의 테스트 동안 지속적으로 추가된 다양한 감정표현들과 대화에 따른 동작, 염색 시스템 등은 <라그나로크2>가 얼마나 ‘보는 즐거움’에 주력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요소들이다.
깔끔하고 귀엽다. 이 두 가지 항목만 놓고 본다면 매우 만족!
게다가 이제는 더 이상 말해봤자 입만 아플 칸노요코의 배경음악 역시 다소 산만하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완벽할 정도로 게임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으며, 새로 추가된 장식용 아이템들 역시 '라그나로크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하고, 또한 엽기적인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물론 어정쩡한 신체비율로 인해 캐릭터의 움직임이 다소 부자연스럽고 전투가 워낙 빠르고 산만한 탓에 캐릭터의 공격여부를 확실히 알 수 없다는 단점도 있었지만, 이 역시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한 수준이라 큰 문제로 생각되진 않았다.
정말, 볼거리에 한해서는 큰 불만이 없다.
◆ 새로운 지역과 보다 뚜렷해진 플레이방식
기존 1, 2차 클로즈 베타 때 선보였던 컨텐츠들도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우선 스팀펑크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새로운 마을 코그니토와 그 주변 지역들이 추가됐다. 코그니토는 이전의 호드미메스나 프론테라와는 전혀 다른 다소 세기말적인 마을로 등장인물의 대화나 퀘스트에서도 어딘지 ‘암담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향후 다양한 운송 수단으로 활용될(듯 한) 지하철역 등의 구조물도 확인할 수 있었다.
코그니토, 정말 세기말적인 동네다.
그리고 지난 테스트에서 호평을 받았던 직업시스템 역시 특수한 옵션이 붙은 방어구의 공개와 함께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지면서 보다 개성적 있고 창의성 넘치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예를 들어 필자의 경우 이번 3차 클로즈 베타테스트에서 시프 클래스의 질주스킬과 퀘스트를 수행하면 얻을 수 있는 인첸트 전용 이동속도 증가신발을 조합, 말도 안 되는 속도로 필드를 누비는 인첸트 클래스를 골라서 다녔다.
이밖에도 시프 클래스와 조합해 보다 공격에 치중한 소드맨이라든가 각종 공격스킬과 자체적인 버프를 통해 물리적인 타격을 극대화하는 인첸트 등 조금만 머리를 굴린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조합들을 찾아낼 수도 있다.
몇몇 스킬을 제외하고는 모두 섞을 수 있다.
전직도 자유롭다.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 더 이상의 버그는 없다! 안정적인 서버환경
지난 2차 테스트까지 유저들을 계속해서 괴롭혀 오던 갖가지 버그들도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특히 지난 2차 테스트에서 ‘그림자로크’라는 악명을 심어줬던 캐릭터와 몬스터의 로딩지연 현상은 거의 완벽할 정도로 해결된 상태였다.
그동안 불편을 초래했던 맵 로딩 역시 다소나마 빨라졌으며 테스트 인원에 비해 서버 환경도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더 이상 치명적인 버그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단, 아직까지 몬스터와 캐릭터의 위치가 맞지 않는 소위 ‘위치 랙’이라 불리는 현상이 다소 남아있었다는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새로 추가된 방어구의 경우 옵션이 적용되지 않는 등 자잘한 버그들도 아직까지 눈에 띄었다.
워낙 전투 속도가 빠른 게임인 만큼 사소한 위치 버그에도 순식간에 전멸을 당할 수도 있으니 신속한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 레벨 업으로 시작해서 노가다로 끝나는 플레이
그러나 정작 <라그나로크2>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부족한 컨텐츠’와 ‘부실한 목적성’이다.
현재 <라그나로크2>에서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냥과 퀘스트를 통한 레벨업뿐이다. 그나마도 고레벨 컨텐츠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탓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루한 반복 사냥만을 계속하게 된다.
그렇다고 레벨을 올려봐야 얻는 것은 보다 ‘예쁜 장비와 무기들’. 그게 전부다.
게다가 테스트가 이어지면서 진행된 업데이트는 물론 게임의 초점도 대부분 ‘새로운 장식용 아이템’과 ‘염색약’ ‘캐릭터의 감정표현’ 등 주로 꾸미기나 뽐내기에 활용되는 보조적인 것들에만 맞춰져 있었다.
지금 상태로서는 과연 무엇이 <라그나로크2>만의 특징이고 개성인지, 그리고 <라그나로크2>가 대체 뭘 하자는 게임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횟수의 제한이 없는 전직과 다양한 스킬을 섞을 수 있는 스페셜리티, 무기의 외형과 성능을 결정짓는 오오제와 알터스톤 등 나름대로 참신한 시도를 하긴 했으나 이를 ‘새로운 컨텐츠’라고 부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다소 특이한 시스템으로 사냥만을 반복하는 게임. 현재는 이 정도에 그친다.
◆ 게임을 하는 ‘이유’를 보여라!
다양한 퀘스트와 참신한 전직, 무기강화시스템. 분명 두 번째 클로즈 베타테스트까지 <라그나로크2>의 모습은 그럭저럭 합격점이었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에서 추가된 고레벨 컨텐츠와 다양한 업데이트 항목들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것들뿐이었다.
기껏 마련한 퀘스트와 사냥은 오로지 레벨을 올려 보다 예쁜 무기와 장식품을 얻기 위해서만 활용됐으며, 전직과 무기강화 역시 처음에만 신기해서 몇 번 만져볼 뿐, 지속적으로 눈길을 끌 수 있는 요소들은 아니었다.
컨텐츠가 정말 너무 쉽게 동이 난다!
게다가 아이템의 밸런스와 능력치를 맞추지 않은 채 아바타 꾸미기만을 강조하는 시스템은 <라그나로크2>가 별다른 노력 없이 전작의 장점에 너무나 묻어가려 한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아직 오픈 베타테스트가 시작되지 않은 만큼 섣부른 판단은 이를 수도 있다. 그리고 필자 역시 그라비티라는 네임벨류가 가진 저력이 여기에서 그칠 거라고도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단 시스템의 참신함과 외적인 조건은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는 셈이니 오픈 베타테스트가 실시된 후부터는 보다 확실한 ‘<라그나로크2>만의 컨텐츠’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