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 애프터(after)란?] 매주 많게는 10개의 게임을 평가하는 TIG 천생연분에서 ‘좀 더 알고 싶은 게임’을 골라 진득한 데이트 시간을 가져보는 코너입니다. 천생연분 애프터에서는 천생연분에서 미처 못 다한 이야기나, 첫인상에서의 드러나지 않았던 의외의 모습들을 찾아나갈 예정입니다.
오늘의 애프터 상대는 30일 천생연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윈드러너2 for Kakao>(이하 윈드러너2)입니다. 좋았던 첫인상과는 다르게 이 게임, 만나면 만날수록 많은 단점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다른 게임’이라고 불러도 될 과감한 변화. 참신한 시도
<윈드러너2>는 과감한 도전이 눈에 띄는 후속작입니다. 위메이드와 개발사인 링크투모로우는 <윈드러너>의 후속작을 위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 결과 <윈드러너2>는 전작의 느낌을 주면서도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했습니다.
일단 <윈드러너2>는 전작의 무한 런닝이 아닌 스테이지 클리어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각 스테이지에는 100개의 별이 있고, 스테이지의 끝까지 죽지 않고 달리면서 이 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하죠. 단순히 달리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스테이지의 구성도 입체적으로 변했고, 각종 장애물을 피하며, 로프를 타고, 벽을 오르고, 장치를 움직이는 다수의 액션이 추가됐습니다. 사실상 런게임보다는 <소닉>이나 <마리오> <레이맨> 등의 액션게임에 더 가까운 수준입니다.
덕분에 정해진 패턴의 스테이지를 하나씩 클리어해나가는 기존의 <윈드러너>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죠. 반면 조작은 터치 하나로 끝나고, 클로이를 비롯한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귀여운 배경, 더 귀여운 몬스터들도 여전합니다.
<윈드러너>의 후속작이라는 건 보면 바로 알 수 있지만, <윈드러너>와는 전혀 다른 재미를 주는 ‘후속작다운 후속작’입니다. 유명 IP(지적재산권)의 게임들이 주로 전작의 게임성을 유지하면서 약간씩 확장해나가거나, 검증된 시스템을 가져오는 것과 비교하면 ‘신선함’에서는 확실히 인정을 받고도 남습니다.
앞서 TIG의 '천생연분'에서도 이런 시스템 덕분에 좋은 첫인상을 받으며 후한 점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순발력이나 센스가 아닌 ‘개발자의 의도’에 따라 달리는 런게임
<윈드러너2>의 첫인상은 신선합니다. 하지만 게임을 조금만 플레이해보면 이내 갑갑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맵을 자유롭게 달리면서 함정을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게 아니라 정해진 장치에 맞춰, 정해진 액션만을 취해야만 하는 탓인데요.
<윈드러너2>의
스테이지 설계에는 아예 선택지가 없습니다. 별을 얻기 위해 어려운 길을 택해서 모험을 감수하거나, 적을 하나라도 더 밟아 점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거나, 이 구간은
너무 어려우니 안정적으로 낭떠러지만 피해가거나 등의 선택이 원천적으로 차단돼있습니다. 개발자가 정해준 길을 따라가며 타이밍에 맞춰 정해진 액션만을 취해야 하죠.
힌트도 너무 적습니다. 예를 들어 앞서 설명한 9 스테이지에서 2개씩 날아오는 불덩이의 해결책은 첫 번째 불덩이에서
점프를 조금 빨리 뛰고 2단 점프를 뛰지 않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13 스테이지에서는 마지막에 동시에 등장하는 불덩이와 몬스터를 한 박자 쉬고 뛰어야 넘어갈 수 있습니다. 15 스테이지에서는 로프가 2번 왕복한 후 다음 로프로 건너뛰어야
합니다.
그냥 뛰면 죽습니다. 2번 쉬고 뛰면 타이밍이 딱 맞습니다. 속도가 빨라서 감각으로 알아내기는 쉽지 않죠.
모두 화면만 봐서는 공략법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은 함정들입니다. 이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도 (개발자가 정해놓은) 딱 1가지 방법뿐이죠. 결국 유저는 그 방법을 반복을 통해서 찾거나, 다른 유저의 공략을 통해 습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테이지 내내 개발자의 의도대로만 플레이해야 하다 보니 스테이지 클리어 이외에는 특별한 재미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했다는 건 이미 자신의 플레이가 개발자의 의도와 일치했다는 거고, 이후 더 많은 별을 모아 스테이지의 점수를 높이려면 샛길이나 새로운 공략법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더 정확한
타이밍을 연습해야 할 뿐이니까요.
사실 대부분의 런게임이나 스테이지 액션게임에서 개발자의 설계 방향을 읽고 이에 맞춰 대응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장입니다. 하지만 <윈드러너2>는 그 경우가 조금 심합니다. 일단 선택지가 없고, 자동으로 달리는 원버튼 게임이다 보니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른다’ 이외의 행동도 필요 없죠.
조금 더 부정적으로 보자면 순발력이나 센스가 아닌 ‘개발자의 의도를
맞추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래서야
런게임보다는 순발력과 암기력 테스트에 가깝습니다.
스테이지 9부터 시작된 고난. 너무 빠르게 시작되는 어려움
그나마 쉽게 클리어할 수 있다면 과거 피처폰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놈>시리즈처럼 경쾌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윈드러너2>는 타이밍을 ‘즐기기’에는 너무나 어렵고 판정도 짭니다. 어려움에는 ‘자비’가 없습니다.
스테이지에서 플레이어에게 허용된 하트는 딱 1개뿐. 바꿔 말하면 약 1분 내외의 스테이지에서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그 즉시 게임오버를 보게 됩니다. 판정도 매우 짜서 몬스터에 발 끝이라도 스치거나 장애물에 머리카락이라도 닿으면 그 즉시 게임오버를 보게 되죠. 1분 내외의 스테이지에서 단 한 번도 실수하면 안 되는 구조입니다.
그나마 어려움이 뒤늦게 시작되면 낫겠지만 <윈드러너2>의 고비는 게임 시작 후 10분 내외가 지난 9 스테이지부터 시작됩니다. 2개가 연달아 날아오는 불덩이에서 대부분의
유저가 몇 번씩 죽음을 경험하게 되죠. 빨라도 너무 빠릅니다.
실력이 부족한 유저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우회로도 없습니다. 하트를
추가로 구입할 수는 있지만 스테이지 한 번을 깨도 들어오는 골드는 200골드 남짓, 하트는 한 번 추가하는데 900골드가 소모됩니다. 4~5번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겨우 새로운 스테이지에 하트를 1개
덧붙여서 도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 번 실패하면 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해야 하고요.
캐릭터를 구입하거나 아바타를 갈아입어도 능력치가 오르진 않습니다. 다른 게임들처럼 시간을 들여 레벨을 올리거나 좋은 아이템을 장착해서 특정 구간을 극복하는 것도 불가능하죠. 지속적으로 게임을 반복하면 언젠가는 실력이 늘겠지만, 충전시간이 있는 도전기회 때문에 이조차도 쉽지 않습니다.
3~4번의 반복 후 감을 잡을만하면 신발이 떨어지고, 한참이 지난 후 다시 처음부터 도전해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스테이지를 강제로 스킵할 방법도 없어서 순발력이 안 따라서 못 깨는 구간은 그저 될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합니다. 도저히 대중적이라고는 볼 수 없는 선택입니다.
부실한 검증이 부른 참사. 어려움은 있지만 ‘친절함’은 없었다
런게임에서는 거의 필수인 ‘반복이나 성장의 재미’도 느끼기 어렵습니다. 초반부터 고난도의 장벽에 부딪히다 보니 끝까지(혹은 그 근처라도) 플레이한 유저를 찾아보기 어렵고, 한 번 스테이지에서 막히고 나면 더는 플레이할 이유가 사라지죠.
성장도 없습니다. 유저의 성장은 남겠지만 매 스테이지마다 다른 액션이
등장하고, 순발력과 개발자의 의도파악에만 집중하다 보니 자신의 실력이 나아지는 걸 느끼기도 어렵습니다. 모든 스테이지에서 별을 100개를 모으겠다가 그나마 <윈드러너2>에 남은 유일한 반복요소인 셈입니다.
하나씩 놓고 보면 <윈드러너2>의
기획의도는 참 좋습니다. 전작의 시스템을 단순히 이어받는 데서 벗어나 변화를 시도했고, 캐시아이템에 의존하지 않는 순수한 실력을 강조했고, 원버튼이라는
단순한 조작을 내세웠고, 카카오톡의 소셜기능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친구의 스테이지 결과를 보는 재미도, 다음 챕터로 넘어가려면 친구의 도움이나 별이 필요한 점도 나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려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의 <윈드러너2>는 높은 난이도와 선택의 여지를 없앤 플레이
방식이 앞서 말한 모든 장점을 오히려 독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위메이드에서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략이 어려운 스테이지의 전체 플레이 영상을 직접 올리고 있습니다만, 이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최소한
하트의 개수나 반복 플레이로 어려운 스테이지를 극복할 수 있는 성장 요소 정도는 빠르게 추가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윈드러너2>는
신선한 첫인상과 달리 만나면 만날수록 단점이 보이는 아쉬운 게임으로 남았습니다. 다만 확실한 자신만의
장점은 가진 만큼 이를 더욱 가다듬어서 다음에는 좀 더 매력적인 게임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스테이지의 다양한 장치 자체에 대한 아이디어는 신선하고 좋습니다. 그냥 묻히기에는 아까운 요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