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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리뷰] 페이퍼맨 - 절반은 합격, 나머지는?

Machine 2007-06-25 10:59:10

<페이퍼맨>의 오픈베타테스트가 지난 14일부터 시작됐다. <페이퍼맨>은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통해 전세계에서 인정받은 '정통 FPS'의 게임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다만 싸우는 주체가 ‘인간’이 아니라 ‘종이인형’이라는 점이 다른 FPS와의 차이점. 종이인형들의 전쟁, <페이퍼맨>의 오픈베타 풍경을 살펴보았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Machine


 

정통장르는 “기본”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페이퍼맨>의 겉모습은 일단 종이인형들의 총싸움이지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정통 FPS의 느낌이 강하다. 돌격소총과 저격총의 구분, 주무기/보조무기/근접무기/투척무기로 나뉜 무기 체계, 무기의 무게에 따른 이동속도의 변화 등 일반적인 FPS의 규칙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페이퍼맨>은 정통FPS에 들어가야 하는 거의 모든 요소들을 멋지게 소화해냈다. 다른 게임들과 가져온 요소들은 같으나, 오픈베타테스트 단계라는 점을 감안할 때 꽤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확실히 캐릭터는 종이쪼가리다. 하지만 캐릭터 폴리곤을 포기하고 얻은 것이 너무나 많다.

 

그 완성도를 말해주는 첫 번째가 쾌적한 게임환경이다. 전체적인 그래픽의 퀄리티와 로딩시간에 비해 프레임이 터무니 없이 높게 유지된다(적어도 언제나 30프레임 이상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는 직관적인 밸런싱이다. 종이의 특성을 제외한 모든 요소들이 무척 평범하게 이루어져 있지만 그 완성도가 뛰어나다. 세 번째로는 뛰어난 손맛이다. 흡사 <하프라이프>의 총기 반동과 사운드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총에 맞으면 구멍이 숭숭 뚫린다. 사실 딱히 총이 아니더라도 뚫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나의 장르가 ‘메이저’가 된다는 것은 그 게임성이 확실하게 인정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미 '메이저' 장르로 인정받고 있는 정통 FPS를, 이처럼 밀도 있게 구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리트가 되지 않을까? 필자는 PC에서 이렇게까지 직관적이면서 쾌적하게 플레이 할 수 있는 FPS를 한 번도 본 일이 없다.

 

 

사람에 따라 호오가 갈리는 그래픽 스타일

 

<페이퍼맨>의 맵은 약간 원색이 많이 들어갔지만 깔끔하고 무난한 그래픽 스타일이다. 무기와 이펙트도 큰 문제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캐릭터 디자인의 경우 취향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일본풍 그림체에 가까운 귀여운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정통 FPS라는 게임성에 일본풍 그림체의 종이 캐릭터를 붙여놓으니, 뭔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캐릭터 디자인에서는 일본 게임들의 냄새가 많이 난다.

 

하지만 총기의 반동이나 사운드, 이펙트들은 충분히 실감나게 표현된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상해 보이지 않도록 잘 조화가 되어 있다. 또한 총에 맞으면 종이에 구멍이 뚫리고 표정도 변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흔적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들 보다는 최적화가 무척 잘된 3D그래픽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AUG소총을 사용해 저격모드 상태에서 기관총을 아무리 쏴대도 프레임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으며, 서버랙 현상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평소 모습과 총을 맞을 때의 표정이 다르다. 사실 총 반동 때문에 실제 게임에선 거의 구분할 수 없지만….

 

귀여운 그래픽과 함께 <페이퍼맨>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요소는 음성이다. 보통 FPS 게임에서는 수류탄 투척시 ‘전방 수류탄!’이나 ‘Fire in the hole!’같은 음성이 흘러나왔지만 <페이퍼맨>에서는 ‘도망쳐~ 폭탄이다~’ 라는 귀여운 음성이 나온다. 단축키로 빠른 채팅을 할 수 있는 퀵 보이스 채팅에서도 마찬가지로 전혀 전쟁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

 

 

종이인형들은 바람에 약하다!?

 

글의 서두에서 밝힌 대로 <페이퍼맨>은 정통 FPS의 게임성을 충실히 가져온 게임이다. 하지만 다른 FPS 게임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종이인형들만의 특성을 살린 요소들도 들어있다. 그 중에서 가장 특이한 것이 투척무기 공격속성 중에 적을 띄우는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 수류탄은 적을 약간 띄우지만, 아예 데미지를 주지 않고 적을 띄우는 용도로만 사용되는 수류탄도 존재한다.

 

Air Bomb을 맞으면 정처없이 떠올라서 격렬하게 뱅글뱅글 돈다.

 

공중에 뜬 상태에서는 크로스헤어(십자 조준점)가 크게 벌어져서 총을 쏴도 거의 맞출 수가 없다. 또한 공중에 뜬 채로 잠시동안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적의 좋은 표적이 된다. 하지만 Air Bomb은 실질적인 대미지를 주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높은 위치에 올라가서 적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퀘이크>시리즈의 로켓점프와 비슷한 원리다. 한편, 종이인형을 태워버리는 수류탄도 있다. 자체 대미지는 별로 크지 않지만 플래쉬뱅과 달리 적의 시야만을 가리기 때문에 난전상황에서는 큰 도움을 준다.

 

 

Fire Bomb에 맞은 모습. 정지화면이기 때문에 잘 보이지만, 실제로는 화염이 빠르게 일렁여서 적이 제대로 분간되지 않는다.

 

또한 종이인형이기 때문에 측면에서는 거의 대미지를 입지 않는다. 그래서 저격수가 돌격 소총수에게서 도망칠 때 적에게서 시야를 90도로 돌리고 게걸음으로 도망가는 수법도 존재한다. 반면에 저격수들은 적이 서 있는 각도에 따라 맞추기 힘들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경우엔 헤드샷 밖에 답이 없다.

 

하지만 실제로 적과의 대치 상황에서는 서로를 맞추려고 마우스를 움직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정면을 보여주게 된다. 따라서 측면이 얇다는 점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너무 가득 채운 그림

 

<페이퍼맨>은 오픈베타테스트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하지만 바꾸어 이야기 하자면 정통적인 FPS의 게임성을 그대로 가져온 탓에 무언가 변화를 주기 힘든, 이른바 ‘가득찬 그림’이 되어버렸다고도 말할 수 있다. 프레임 속에 가득 채워버린 그림에는 뭔가 새로운 요소를 집어넣을 수가 없다.

 

종이인형은 결국 종이조각이 되어 산화한다.

 

아마도 <페이퍼맨>은 앞으로 아바타상품/무기/맵/기타 일반적인 부분유료화 정책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완성된 게임성에 새로운 요소를 넣으려는 시도는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FPS의 장르적 한계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정통FPS는 지금까지도 많이 있어 왔고, <페이퍼맨>은 그 게임성을 거의 완성도만 높여서 내 놓은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핵심적인 부분에서 새로운 것이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이 다른가’이다.

 
이미 '종이 캐릭터'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채택한 상태에서, 굳이 정통 FPS 게임의 틀을 따라갈 필요가 있을까? 굳이 귀여운 그래픽으로 <아바>나 <투워>와 같은 정통 FPS와 경쟁할 필요가 있을까?

 

'정통과 새로움, 어떤 것이 좋은가'라는 문제는 적어도 컨텐츠 산업에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지금의 <페이퍼맨>은 전체적인 게임의 컨셉과 실제 게임의 구현이 뭔가 뒤틀려 나온듯한 느낌이다. 제일 처음 발표될 때의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으로선 절반의 성공이라는 표현밖에 쓸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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