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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블리즈컨 2014] 부담이 없어도 긴장감은 있다! 오버워치 해봤더니

블리자드의 신작 FPS 오버워치 체험기

김승현(다미롱) 2014-11-08 20:37:53
블리자드가 블리즈컨 2014에서 17년 만에 신규 IP를 공개했습니다. 팀 대전 FPS 게임 <오버워치>가 그 주인공입니다.

현장에서 소식을 들은 이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하나는 블리자드답지 않은(?) 화사한 그래픽, 그리고 다른 하나는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라는 아픈 기억이 있는 블리자드가 신규 IP로 FPS 게임을 들고 나왔다는 점이죠.

이러한 의문에 대해 블리자드는 그동안 자신들이 추구해온 팀워크에 대한 애정, 그리고 이를 통해 구현한 캐주얼한 슈팅이라는 무기를 어필했습니다. 과연 블리자드의 팀 대전 FPS 게임에 대한 도전은 성공적이었을까요? 블리즈컨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 보았습니다. /애너하임(미국)=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오버워치>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화사하다’입니다. 그동안 어둡고 무게감 있는 그래픽을 선보였던 블리자드 작품과 달리, <오버워치>는 밝고 선명한 원색 계통의 색감을 보여줍니다.

특히 게임 속 캐릭터나 구조물은 이러한 색과 함께 마치 유화를 연상시키는 짙은 농도로 칠해져 있어 유독 눈에 잘 들어옵니다. 명랑만화처럼 그려진 캐릭터가 이렇게 선명하게 칠해져 있으니 마치 피규어가 뛰어 노는 것 같더군요.

더군다나 <오버워치>의 각종 효과는 대부분 빛을 기반으로 묘사됩니다. 윈스턴이나 라인하르트와 같은 '돌격' 캐릭터의 보호막은 붉고 푸른 형광색으로 그려지고, 독특한 특수효과로 아군을 보조하는 '지원' 캐릭터들의 기술은 은은한 빛무리로 묘사됩니다. 옅게 깔린 각종 빛 효과 위로 만화 같은 캐릭터라 통통 뛰어다니는 모습만 보면 절로 ‘캐주얼 슈팅’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더군요.



이러한 그래픽에 따라가기라도 하듯 게임 방식도 단순합니다. 조작은 1인칭 액션게임에서 흔히 그러는 것처럼 W·A·S·D 4개 버튼으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마우스로 시점이나 슈팅을 조작합니다. 여기에 시프트 버튼이나 E 버튼 등으로 스킬을 쓰는 것이 전부죠. 

FPS 게임 특유의 진입 장벽인 ‘사격 정확도’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한방 한방이 강한 일부 원거리 캐릭터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캐릭터는 고유 스킬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죠. 일부 캐릭터는 아예 탄막을 마구 뿌리는 게 승리에 도움이 되기도 했고요. 캐주얼한 그래픽처럼 캐주얼한 첫 인상이었습니다.


공격 한번, 방어 한번. 경기 승패 없는 점령전


<오버워치>는 6:6 팀 대전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입니다. 여타 FPS 게임처럼 서로의 사살 횟수를 겨루는 '데스매치' 모드 같은 것은 없습니다. 오로지 점령전을 기반으로 한 맵만 존재하죠. 독특하게도 <오버워치>의 한 경기는 2개 세트로 진행됩니다. 1:1 무승부가 된 경기에 굳이 승패를 나누지 않겠다는 의미죠.

게임을 시작하면 양팀은 공격팀과 방어팀으로 나뉩니다. 공격팀은 제한 시간 내에 거점을 점령해 유지하거나 특정 오브젝트를 목표 지점까지 호위해야 합니다. 반대로 방어팀은 특정 시간 동안 상대의 목적을 방해하면 되죠. 이렇게 한 세트가 끝나면 다음 경기에서는 서로 공격과 방어 역할을 나눠 다시 한 번 게임을 합니다.



이러한 게임 방식을 모두 점령전이라고 표현한 까닭은 공격팀과 방어팀의 준비과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양팀에게는 1분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양팀 모두 이 사이 자유롭게 영웅을 바꿀 수 있죠. 방어팀은 여기에 한가지 더 이득이 주어집니다. 상대보다 먼저 맵에 나아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죠.

십중팔구는 상대가 확보해야 할 거점이나 오브젝트 주변에 진을 치기 마련이고, 자연히 공격팀의 목적도 방어팀의 포진을 무너트리는데 초점이 맞춰집니다. 공격 입장에서는 상대의 포진을 꿰뚫기 위해 자연히 팀의 조합을 고민하고, 방어팀은 이에 맞서 보다 효율적으로 상대의 공격을 받아낼 포진이나 조합을 고민하게 되더군요.




명확한 특성, 극명한 상성. 캐릭터가 곧 전략이다


이러한 고민의 대부분은 결국 캐릭터 조합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오버워치>의 전투가 대부분 고정된 거점이나 일정하게 움직이는 오브젝트를 중심으로 벌어지기 때문이죠. 전투가 일어나는 전장이 한정적이기에 결국 어떻게 팀을 구성하고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이번 블리즈컨에서는 총 12개 캐릭터가 공개되었습니다. 각 캐릭터는 공격, 방어, 돌격, 지원의 4개 역할군에 속해 있죠. 캐릭터는 달라도 역할군마다 운영 자체는 대동소이합니다. 일부 역할군은 이 때문에 상대와 극복하기 힘든 상성관계를 만들기도 하죠.

예를 들어 공격 계열 캐릭터는 높은 화력과 낮은 방어력, 그리고 빠른 이동을 자랑하는 암살자형 캐릭터입니다. 순간이동으로 시네마틱 영상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트레이서가 대표적이죠.

하지만 이러한 공격 계열 캐릭터는 돌격 계열 캐릭터에게 맥을 쓰지 못합니다. 돌격 계열 캐릭터는 모두 원거리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어수단과 순식간에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이동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비록 돌격 계열 캐릭터의 공격력이 약하다지만, 가뜩이나 체력이 낮은 공격 계열 캐릭터에게 큰 의미는 없습니다.


내 공격은 상대 보호막에 막히고, 상대 공격은 그대로 날아오고 ㅠ_ㅠ

공격 계열 캐릭터가 힘을 쓸 수 있는 것은 방어 계열 캐릭터를 상대할 때죠. 방어 계열 캐릭터는 제자리에서 공격할 때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시즈탱크’같은 캐릭터입니다. 이런 이들에게 신출귀몰하는 공격 계열 캐릭터는 사신과 다를 바 없죠. 이러한 상성 관계는 캐릭터들의 낮은 생명력 때문에 더욱 부각됩니다. 조금만 빈틈을 보여도 끝장이거든요.

캐릭터 역할이 명확하다 보니 게임을 몰라도 캐릭터를 고르기 어렵지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방어 팀에서 방어 계열 캐릭터만 모두 골라 거점 앞에 진을 치고 있으면 공격팀 입장에서는 굉장히 난감합니다. 실제로 이것은 이번 블리즈컨에서 심심치 않게 나왔던 전략입니다. 로봇 바스티온이 포탑모드를 취한 채 거점 무더기로 진을 쳐 진입 자체를 봉쇄하는 전략이었습니다. 상대 입장에서는 ‘혐짤’이 따로 없죠.

물론 이 전략은 한번 죽고 난 후 다음 부활에서 대거 공격 계열 캐릭터를 고른 상대에게 곧바로 파훼되었습니다. 이에 방어팀은 다시 한번 돌격 계열을 고르며 카운터를 시도했죠. 명확한 역할과 상성 그대로 전략이 된 셈입니다.




FPS판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오브젝트를 둘러싼 끊임없는 한타


이렇게 점령전이라는 콘셉트와 캐릭터 간 상성이 결합되니 재미있는 양상이 나타납니다. 끊임없는 한타가 바로 그것이죠.

원래 FPS 자체가 교전이 자주 일어나는 장르지만 <오버워치>의 교전은 국지전이 아니라 총력전에 가깝습니다. 서로의 승리조건 자체가 거점(혹은 오브젝트)를 점령하느냐 마느냐로 결정되기 때문에 이를 사이에 두고 계속 싸움이 벌어지거든요. 더군다나 <오버워치>에서는 거점 점령 시간이 1분 내외로 긴 대신 점령 포인트가 초기화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공격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상대의 상성 캐릭터를 보내 점령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고, 반대로 방어 입장에서는 꾸역꾸역 거점에 병력을 보내 어떻게 해서든지 이를 막으려 합니다. 자연히 ‘한타가 계속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물론 이 한타라는 것이 단순히 좁은 골목에서 서로의 화력을 쏟아 붓는 ‘맞짱’(?)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좁은 공간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돌격과 방어 계열, 반대로 게릴라에 능한 공격 계열, 1.5선에서 아군을 돕는 지원 계열 등 서로의 무대가 다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맵을 흔들며 상대의 허점을 드러내려 하죠.

여기에 극명한 상성 관계 때문에 전투의 흥망도 빠르게 결정 납니다. 죽으면 빨리 다른 캐릭터 조합을 생각하고, 살아남으면 자리를 옮겨 상대가 준비한 카운터의 카운터를 준비합니다.

거점을 기반으로 벌어지는 끊임없는 싸움, 끊임없이 상대의 카운터를 생각하게 하는 디자인까지.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본질 자체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전장 디자인이 떠오르더군요. 아마 빨리 죽고 죽일 수 있는 암살자 캐릭터로만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을 플레이한다면 딱 이런 느낌일 것 같습니다.




부담없는 접근성, 끝없는 고민의 절묘한 조화


그렇다면 이렇게 끊임없이 전투가 지속되면 쉽게 질리거나 피로해지진 않을까요? 플레이 수가 많지 않아 질리는 것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경기(=2세트)에 느껴지는 피로도는 크지 않았습니다. 짧은 게임 시간 덕이죠.

<오버워치>의 게임 시간은 한 세트 당 10분을 넘지 않습니다. 방어팀이 지켜야 할 시간이 10분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보통 이 시간의 반 정도 되는 4 ~ 5분 내외로 한 세트가 끝나게 됩니다. 앞서 말했던 극명한 상성관계 때문입니다.

물론 이 말은 곧 4 ~ 5분 안에 어떤 유저는 수십 번 사망을 경험한다는 말과 같죠. 그렇다면 사망으로 인한 짜증이나 불쾌함은 어떨까요? 개인적으로는 크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 점령 위주의 게임 디자인, 그리고 ‘킬캠’의 존재 덕분이었죠.

<오버워치>는 기본적으로 점령을 하거나 막는 게임입니다. 적을 죽이는 것은 이 과정을 보다 원활히 하기 위함이죠. 때문에 어떤 때는 적에게 총알 한 방도 맞추지 못하고 오래 살아남은 캐릭터가 한 번에 2 ~ 3킬을 하고 순식간에 산화한 캐릭터보다 더 효율적일 때도 있습니다. 위협사격을 통해 끊임없이 적의 접근을 막았다면 말이죠. 

이런 것이 눈에 들어오니 어떻게 적을 죽일지 보다는 어떻게 적을 괴롭힐지(?)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되더군요. 더군다나 <오버워치>는 캐릭터 특성 상 실수하거나 상성을 만나면 순식간에 죽지만, 온전히 자기 역할을 하면 또 좀비처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고요.


죽을 때 내가 어떻게 죽었는지 보여주는 ‘킬캠의 존재도 죽음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는 요소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죽음을 잘 받아들이게 만들었죠. 상대가 만약 나로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유형의 캐릭터였다면? 그냥 재수가 없었음을 인정하고 마음 편히 다음 캐릭터를 고르게 되더군요. 캐릭터의 상성 관계를 알고 있다면요.

만약 상대와의 머리 싸움이나 손가락 싸움(?)에서 졌다면? 그렇다면 겸허히(?) 승복하거나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게 되죠. 킬캠은 상대 시점에서 내가 보이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도 고스란히 보이거든요.

결론을 말하자면 <오버워치>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면서도 긴장감이 있는 독특한 FPS 게임이었습니다. 전장이나 캐릭터 디자인 자체가 간명하다 보니 접근성은 나무랄 데 없었습니다. 시연 버전에 모드 설명이나 조작법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었음에도 2번 시연(=2경기 4세트 플레이) 만으로 대부분의 것을 알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극명히 갈리는 캐릭터 간 상성, 이것이 만드는 빠른 전투, 그리고 그로 인한 빠른 전략 전환(=캐릭터 조합 교체)라는 요소는 쉬운 디자인 위에서도 플레이 내내 머리를 쉬지 않게 하더군요. 특히 <오버워치>의 전투는 아차하면 순식간에 죽기 때문에 더더욱 긴장을 놓을 수 없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