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고백부터 하자면 필자는 꽤 중증의 메카닉 마니아입니다. <프론트미션> <아머드코어> <타이탄폴> 등 다소 현실적인 메카닉부터 <그렌라간> <가오가이거> <G건담> 등 열혈로봇까지 기름 냄새 좀 나는 콘텐츠라면 사족을 못쓰죠.
그런 필자에게 <프로젝트 혼>은 오랜만에 피를 끓게 만드는 타이틀이었습니다. 화려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영상은 물론이고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투박한 메카닉 디자인, 우울하기 짝이 없는 디스토피어 세계관, 게임 구현을 염두에 둔 와이어 액션, 대책 없이 질러 놓은 것 같은 거대 로봇 전투까지 메카닉 게임에 기대하는 요소들을 거의 전부 보여줬습니다.
4DX로 감상한 <프로젝트 혼>의 미래, 영상 자체에 대한 감상은 물론 예상되는 시스템까지 모두 정리해봤습니다. 철저한 ‘덕심’으로 쓰는 기사인 만큼 냉철한 판단력보다는 앞으로의 전망에만 집중했습니다. 이점 양해해 주세요. /(데스크에 욕먹으면서 새벽 2시에 꿋꿋이 이 기사를 쓰고 있는)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프로젝트 혼>의 시대는 2054년 한정된 자원을 두고 아메리카 대륙연합과 아시아 대륙연합 사이에 핵전쟁이 벌어진 지 25년 후입니다. 쿠바에서 촉발된 3차 세계대전은 3일만에 세상을 방사능으로 뒤덮으며 끝났고, 이후 20여년간 얼마 남지 않은 안전지대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계속됩니다.
그리고 2079년 인간은 자신을 대신해 싸워줄 로봇 <프로젝트 혼>을 개발해내죠. 그것도 25년전 전쟁에서 죽은 병사들의 뇌를 메카닉에 이식하는 방법으로요. 초창기 <프론트미션> 시리즈의 암울한 배경이 연상되는 설정입니다.
영상은 쿠바에서 발사되는 핵미사일을 막으러 가는 병사들을 비춰주며 시작됩니다. 싱글플레이 로 추측되는 부분인데요. 대부분의 전쟁영화가 그렇듯 병사들의 수다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죠. ‘어떤 포즈로 떨어지는 게 좋을까’라고 고민하는 메카닉 병사에게 ‘그럼 주둥이부터 떨어지면 되겠네’라고 답하는 등 블랙조크로 가득 찬 수다가 오가던 사이 수송기는 시가지에서 날아오는 폭격에 맞아 떨어지고 본격적인 플레이 영상이 시작됩니다.
눈에 띄는 점은 수송기를 잃고 떨어지던 메카닉 한 대가 다른 메카닉에 와이어를 걸쳐 살아남는 장면인데요. 이런 와이어 연출은 이후 영상에서도 계속 등장합니다.
포탄이 빗발치는 전장. 묵직하고 투박한 전투
본격적인 플레이가 시작되고 화면에는 적 부대가 등장합니다. 적은 메카닉 이외에도 인간 보병과 탱크 등의 기갑차량들로 구성돼있는데요. 일단 메카닉 시점에서 바라보는 만큼 인간은 눈에 잘 띄지도 않습니다. 다만 포탄을 화면 가득 쏘아주는 역할을 맡고 있죠.
수송기에서 내려오자마자 앞에 있는 탱크를 뜯어서 적에게 집어 던지는 과격한 액션이 시작됩니다. 탱크는 육중한 메카닉의 주먹 몇 번에 종잇장처럼 구겨지고, 포탑을 뜯어낸 주인공은 이를 던져 적 부대의 다른 차량을 날려버립니다.
영상이 보여주는 <프로젝트 혼>의 전투는 매우 사실적입니다. 화면을 가득 가릴 만큼 피탄 효과도 확실하고, 주변에는 언제나 파편이 널려있습니다. 가로수는 메카닉에 스치기만 해도 쓰러지고, 지나가다 밟은 소화전에서는 물이 치솟습니다.
인간형이라는 점만 제외한다면 메카닉도 투박하기 이를 데 없죠. 머리에 총을 달거나 관절구조를 바꾸는 등 디자인보다는 기능에만 초점을 맞춘 디자인입니다. 이처럼 세련미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묵직하고 투박한’ 전투가 영상 내내 이어집니다.
탱크를 집어 던지고, 지프를 방패로 쓰고. 사물을 이용한 전투
주변 사물을 이용한 전투도 인상적입니다. <프로젝트 혼>의 영상에서는 ‘주변의 사물’을 이용한 액션이 자주 등장합니다. 탱크는 파괴 후에 집어 던져 무기로 활용할 수 있고, 적의 포화가 심할 때는 옆에 있는 지프를 와이어로 끌어 당겨서 방패처럼 활용합니다.
적도 마찬가지인데요. 가까이에 붙은 적을 붙잡아서 일격에 끝을 내거나, 와이어를 이용해서 멀리 있는 적을 끌어당겨 일격에 날려 버리기도 합니다. 헬기에 와이어를 쏴서 붙잡은 후에 힘겨루기(?)를 통해 바닥에 메다꽂는 장면도 볼 수 있죠.
심지어 헬기가 마음대로 당겨지지 않자, 남은 한 손으로 기관총을 난사한 뒤에 다시 집어 당깁니다. 헬기가 바닥에 메다 꽂힐 때 ‘대어를 낚았다’는 환호성이 울러 퍼지죠.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적의 와이어에 걸린 주인공을 다른 메카닉이 기체로 와이어를 끊으며 구출하는 장면인데요. 어디까지 구현할 수 있을 지 관심이 갑니다.
솔로플레이의 끝. 그리고......
전투가 한창일 때 핵미사일 한 기가 하늘로 발사됩니다. 남은 미사일을 막기 위해 부대가 돌입하지만 이내 나타난 적의 초거대 전차에 막혀 부대가 전멸하죠. ‘영웅’이라 불리던 주인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장에서 가장 나쁜 건 죽거나 부상을 입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죽었는데 나 혼자 살아남는 것이다. 계속 살아남은 나에게 사람들은 영웅이란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오늘은 운이 좋은 것 같다”
죽어가는 주인공의 독백이 끝난 후 본격적인 멀티플레이 영상이 이어집니다. <프로젝트 혼>의 플레이 요소를 더 확실히 볼 수 있는 영상입니다.
변신부터 파츠조합까지. 각양각색의 메카닉
멀티플레이는 <아머드코어>를 연상시키는 오퍼레이터의 브리핑에서 시작됩니다. 차이나타운에 방사능 중화기지를 만들고 주둔지로 활용하려는 적과 싸워야 하죠. 멀티플레이에서는 각종 메카닉의 특징을 보다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데요.
양손에 런처만 든 중형 로봇부터, 기동성을 중시한 역관절 로봇, 비행모드와 바이크모드로 변신이 가능한 로봇 등이 연이어 등장합니다. 팔을 길게 늘려서 집중사격을 가하거나, 비행상태에서 적을 공격하는 등 메카닉의 장점을 활용한 부분적인 혹은 완전한 변신 장면들도 연이어 등장하죠.
기동성을 중시한 기체는 건물 벽면을 타고 달리고, 중형 로봇은 거대한 방패로 총알을 막아내며 적에게 접근합니다. 로봇마다 워낙 확실한 특징을 가진 만큼 중형과 기동형, 변신형 등 몇 개의 카테고리가 나뉘어 있고, 그 속에서 일부 파츠를 커스터마이징 하는 방식으로 추정됩니다.
메카닉에 탑승하는 메카닉! 초거대 메카닉의 육박전!
전투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폐공장에 위치하던 적이 하늘에서 지원부대를 부릅니다. 마크가 표시된 지점에는 가슴부위가 비어있는 거대한 로봇이 낙하하는데요. 상대방 로봇이 와이어를 이용해서 거대 로봇에 탑승합니다. <타이탄폴>이 연상되는 장면입니다. 다만 여기는 로봇이 로봇을 탄다는 점이 다를 뿐이죠.
거대 메카닉은 화력 자체가 다릅니다. 등에 위치한 수직미사일로 지상에 폭격을 가하고, 주먹질 한 번에 공장 이곳 저곳이 뜯겨 나가죠. 결국 아군도 거대 메카닉을 불렀습니다. 녹색 낙하지점에 색상이 다른 거대 메카닉이 등장하고 거대 메카닉 간의 치열한 육박전이 시작됩니다.
주먹이 수 차례 오간 후, 동시에 주먹을 부딪히며 힘겨루기(?) 상태에 들어가죠. 당장이라도 버튼을 연타하고 싶은 박력입니다. 스파크가 이리저리 튀고, 주변에서는 적과 아군의 지원사격이 이어집니다.
힘겨루기에서 승리한 거대 메카닉은 다른 기체를 뜯어내고, 안에 타고 있던 적은 잽싸게 대피합니다. 그 순간 옆에 있던 컨테이너를 들어서 그대로 적을 내려치죠. 화끈한 폭발과 잔해 속에서 영상은 막을 내립니다.
모바일 커맨더모드도 지원! 멀티플랫폼 예고
영상의 마지막에는 <프로젝트 혼>의 플랫폼이 등장합니다. 아이패드 버전에서는 별도의 플레이가 가능하고, 아이폰 버전에서는 3인칭으로 전략맵을 확인하며 각종 보급품을 나눠줄 수 있습니다. 일종의 커맨더모드입니다. 실제로 <프로젝트 혼>은 멀티플랫폼으로 출시될 예정이죠. 물론 기기에 따라 할 수 있는 역할에는 제한이 생깁니다.
영상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겠지만 <프로젝트 혼>의 영상에는 메카닉 마니아들의 심금을 울릴 만한 다양한 요소들이 모두 녹아있습니다. <프론트미션>의 세계관에 (초창기) <아머드코어>의 현실적인 전투, <타이탄폴>의 거대 메카닉의 로망을 섞은 느낌인데요.
실제 게임은 차치하더라도 ‘이런 메카닉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만큼은 팍팍 전해지는 영상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의지를 얼마나 개발로 이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죠.
<프로젝트 혼>의 4DX 영상은 지스타 기간 동안 벡스코 이외에도 청담 CGV와 센텀시티 CGV에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메카닉 마니아라고 자청하는 유저라면 한번쯤 꼭 들러보시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