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대작으로 남아있던 <클로저스>가 지난 12월 23일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유저들의 평은 확실하게 나뉩니다. 충분히 재미있다는 유저가 있는 반면 ‘최악의 게임’이라는 평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유저도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게임, 취향을 타도 ‘너무’ 타거든요.
개발팀에서 목표로 한 타겟층의 유저가 개발팀의 의도를 이해하고 플레이하면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던전앤파이터>를 비롯한 기존 횡스크롤 MORPG를 생각하고 접근하면 갑갑한 느낌을 받기 십상입니다. 게임의 재미에만 신경 쓴 나머지 유저가 어떻게 하면 이를 편히 받아들일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부족했던 탓인데요.
표준어는 아니지만 ‘까탈스럽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릴 듯합니다. 장인정신만큼이나 고집도 살아있는 게임 <클로저스>를 디스이즈게임에서 평가했습니다. /(나이 33살에 제이♡김유정을 밀고 있는)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화면 가득 쏟아지는 숫자의 향연. ‘치고 받는’ 액션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액션게임은 각각 ‘내세우는 액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던전앤파이터>에서는 각성스킬을 이용한 순간적인 화력을, <마비노기 영웅전>에서는 전투 내내 이어지는 쉴 새 없는 공방전을 통해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클로저스>는 연속공격을 통한 타격감과 스킬을 쏟아 붓는 재미를 주력으로 내세웠습니다.
<클로저스>의 개발목표 중 하나는 초당 80프레임에 달하는 정교한 타격판정과 초고속전투입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이동속도가 빠르고, 모션도 매우 부드러운 만큼 전투가 시원시원하게 진행됩니다. 여기에 거의 모든 스킬을 ‘다단히트’로 만들어서 화면 가득 쏟아지는 이펙트와 대미지 숫자로 타격감을 강조했죠.
빠르게 오가는 공방 속에서 스킬 하나하나를 사용할 때마다 이펙트와 다단히트의 사운드, 대미지 표시가 우르르 떠오르는 과정에서 ‘묘한 희열’을 느낄 수 있습니다. <클로저스>만의 독특한 타격감인데요.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면 나무 막대로 ‘딱’하고 벽을 때릴 때와 철조망처럼 요철이 심한 벽을 ‘따다닥’거리며 긁고 지나갈 때의 차이를 떠올리면 됩니다. 아무래도 후자의 손맛(?)이 더 짜릿하죠.
일반공격을 통해서 MP를 수급할 수 있기 때문에 스킬을 한층 시원시원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사실 <클로저스>에서는 공격의 90%가 스킬이라고 해도 될 만큼 대미지의 차이도 심합니다. 일반공격은 그저 스킬 사용 전에 적을 몰아 붙이거나 MP를 채우는 역할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일단 화면에 수 백 개의 숫자가 동시에 날리는 경험은 흔하지 않습니다. 비록 그것이 화면을 가릴 지라도 말이죠.
전투 방식에도 차이가 있는데요. 얼핏 보기에는 <던전앤파이터>와 비슷하지만 <클로저스>가 추구하는 액션은 조금 다릅니다. 슈퍼아머의 개념을 적극 활용해서 ‘어느 정도 맞으며 공격을 퍼붓는 재미’를 추구했죠.
가능하면 맞지 않는 게 좋은 건 사실이지만 ‘꼭’ 모든 공격을 전부 피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플레이어 역시 적의 공격을 맞으면서 대응이 가능한 슈퍼아머 계통의 스킬이 많고, 이를 반영하듯 HP물약도 상점에서 판매하고 있죠. 솔직히 말해 4지역을 넘어가면 쏟아지는 적들 덕분에 모든 공격을 피한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워집니다.
다른 MORPG에 비해 많이 맞는 만큼 아이템의 비중도 큰 편이죠. 2~3지역부터는 아예 강화수치에 따라 전투 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초반부터 강화와 튜닝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주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고요.
사실 액션 MORPG의 대부분이 후반부의 밸런스 문제로 많은 고충을 겪는데요. 점점 어려운 조작을 요구하게 되는 액션에 비해, 아이템과 능력치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서 후반 밸런스를 조금 더 쉽게 조절하려는 개발사의 의도로 보입니다.
다만 슈퍼아머가 워낙 흔하고, 판정도 좋지 않다 보니 플레이어의 공격이 지나가던 몬스터 A에게 막히는 경우도 자주 있고, MORPG에서는 보기 드문 물약을 물처럼 마시며 싸우는 플레이를 하게 될 때도 있죠. 다른 MORPG를 플레이하던 유저라면 게임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갑갑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액션게임에 적당한 약빨(?)과 템빨(?)을 섞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덕분에 상당히 초반부터 아이템을 제작하고, 강화하게 됩니다.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이는 이후 다른 문제로 이어집니다.
‘뉴타입’은 다르더라. 손을 확실하게 타는 조작
아이템과 능력치의 비중이 높은 것과는 별개로 조작은 확실히 손을 탑니다. 전투도, 모션도, 반응속도도 빠른 탓에 조작에 따른 실력차이도 큰 편이죠. 일반적인 평타 캔슬부터 스킬을 이용한 후딜레이 삭제, 공중평타를 이용한 피격모션보정(?) 등 액션게임에 필요한 어지간한 요소도 다 들어있습니다.
극단적으로 이세하의 경우에는 ‘스킬을 사용해서 몬스터를 치고 지나간 후, 대시 점프 평타 2회를 넣은 후에 착지와 동시에 후딜레이를 캔슬하고, 다시 상대를 띄워 공중콤보를 넣는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판정은 굉장히 정밀한 반면 어느 정도의 ‘보정’을 넣어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속기를 이어 갈 수 있죠. ‘이 정도면 되겠다’ 싶은 연속기는 거의 다 됩니다.
스킬 레벨을 올리면 해당 스킬의 응용범위가 넓어지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클로저스>에서는 스킬 레벨에 따라 최대 3개의 스킬 큐브를 장착할 수 있는데요. 스킬에 따라 추가타를 넣거나 공중발동이 가능한 식으로 변화가 생깁니다. 공중과 지상의 모션은 물론 판정도 다 달라서 스킬 레벨을 어떻게 분배하느냐가 액션을 좌우하기도 하죠.
예를 들어 이세하의 결전기 폭령검은 기본적으로 지상에서 적을 난타하는 스킬이지만, 마스터 스킬 큐브를 장착하면 대신 공중에서 적에게 2연속 공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공중콤보의 마무리 기술로 사용하거나 보스의 빈틈이 넉넉하지 않을 경우 빠르게 치고 빠질 수 있죠. 마찬가지로 질주는 어드밴스 스킬 큐브를 장착한 이후에는 추가타를 눌러 적의 뒤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추가타를 누르면 스킬의 성격 회피 혹은 뒤잡기 기술로 바뀌는 셈이죠.
기본공격을 캔슬하는 건 물론이고, 공중콤보나 백어택의 대미지를 높이는 옵션처럼 콤보나 특정 플레이에 최적화된 아이템 옵션도 있습니다. 초고속액션을 내세운 만큼 입력에 대한 반응도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연습량이 늘어날수록 눈에 띄게 강해지는 캐릭터를 볼 수 있습니다.
취향은 타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과 이야기
개인적으로 게임의 스토리를 볼 때 판단하는 기준은 ‘얼마나 많은 NPC가 기억에 남아 있느냐’입니다. 좋은 이야기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좋은 인물이 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인데요. 그런 점에서 <클로저스>의 NPC는 확실히 기억에 남습니다.
이세하, 이슬비, 제이, 서유리 등은 캐릭터와 송은이와 김유정 등의 주요 NPC는 물론, 채민우와 소영 등 특정지역에서만 등장하는 NPC까지도 확실한 개성을 갖고 있죠.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만큼 자세한 언급은 삼가겠지만 반전도 적당하고, 생각만큼 유치하지도 않습니다. ‘이능물’에 대한 거부감이 극심한 유저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충분히 흥미를 가질만한 이야기입니다.
스토리와 캐릭터성에 대한 정성도 굉장한데요. 일단 캐릭터마다 메인 퀘스트의 대화가 ‘전부’ 달라지고, 깨알 같은 패러디나 개그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클로저 요원인 제이로 플레이할 때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주지시켜주는 NPC들을 볼 수 있죠. 이세하로 플레이할 때는 설정상 최강의 클로저 요원이었던 어머니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딱딱하지 않은 구어체로 문장을 풀어나가고, 캐릭터와 NPC 사이에 설정된 관계를 오고 가며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다 보니 스토리에도 자연스럽게 집중됩니다. 그냥 주인공의 시점에서 쓴 판타지 소설 하나를 가볍게 읽는 느낌이에요.
캐릭터에 따른 이야기 내용의 차이도 심해서, 서브 캐릭터로 플레이를 할 때도 퀘스트 대화를 전부 읽을 수준입니다. 실제로 제이가 업데이트된 지난 9일 이후에는 제이의 퀘스트 대화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물이 수두룩하게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덕심’도 확실하죠.
스토리를 게임으로 끌어안는 방식도 좋은데요. 후반부로 갈수록 ‘자연스럽게 다음 던전에 갈 이유’를 만들어줍니다. 연출을 위한 싱글플레이 던전도 자주 활용하면서 ‘반복의 지루함’을 ‘스토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최대한 막아냈습니다.
퀄리티가 다소 낮은 게 아쉽지만 컷신의 분량도 상당하고 이야기의 ‘끝’을 확실히 맺는 구조도 마음에 듭니다. 소위 말하는 서브컬쳐에 관심이 없더라도 (아주 약간의 유치함만 견딘다면) 충분히 재미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솔로플레이 비중이 높다 보니 사실 그냥 이야기를 따라가는 콘솔게임을 하는 기분도 들 정도에요.
개발사의 의도에 맞춰 즐겨야 하는 불편함
칭찬은 충분히 했으니 이제 단점을 이야기해봅시다. <클로저스>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의 부재’입니다. <클로저스>에는 개발자의 의도가 강하게 녹아있는 콘텐츠가 많은데요. 이에 대한 마땅한 설명이 없다 보니 유저 입장에서는 그저 ‘고집’ 혹은 ‘불편’으로 다가오기 십상입니다.
대표적인 콘텐츠가 큐브입니다. 큐브는 각 캐릭터의 2차 승급(전직)을 위해 꼭 거쳐가야 하는 던전으로 이세하, 이슬비, 제이, 서유리 등 인공지능 캐릭터가 2인 1조씩 4번 등장합니다. 이후에는 해당 캐릭터의 2차 승급 캐릭터와 다른 2명의 캐릭터가 팀을 이뤄 보스로 등장하죠.
등장하는 적들이 일반 스킬은 물론 공중콤보, 결전기까지 다 퍼붓는 만큼 쉽게 클리어할 수 없는데요. 전직을 위해서는 이 큐브를 40번 돌아야 합니다. 엘리트코스를 이용 중인 유저는 2일을, 그게 아니라면 3일을 꼬박 전직 퀘스트에만 투자해야 하는 셈이죠. 네. 실제로 큐브는 유저들 사이에서도 가루가 되도록 욕을 얻어 먹고 있습니다.
다만 40번을 모두 클리어하고 일반 던전, 혹은 PVP에 가보면 이 정도로 강요한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됩니다. 큐브를 40번, 그것도 플레이어와 스킬이 똑같고 각종 탈출기로 무장한 적들과 싸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중 콤보나 적을 묶어 놓고 때리는 전투에 익숙해지게 되고, 그전까지는 크게 사용할 일이 없던 긴급회피나 강제캔슬도 매우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죠.
전직과정 자체가 일종의 플레이어의 성장을 겸하는 셈인데요. 다른 캐릭터의 주요 스킬도 파악하게 되다 보니 이후의 PVP에서도 자연스럽게 플레이가 이어집니다.
물론 이건 큐브를 깨고 나서 달라진 자신의 컨트롤을 ‘천천히 되짚어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느끼는 감정입니다. 실제로 40번의 플레이를 하는 도중에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내뱉을 수 있는 가장 과격한 단어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됩니다.
퀘스트가 끊기는 구간도 마찬가지입니다. <클로저스>에서 성능이 가장 좋은 지역제작 아이템은 사실 해당지역을 끝까지 도는 것만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도록 설계돼있습니다. 그래서 해당지역의 메인퀘스트가 끝나고 나면 2~3 레벨의 ‘빈 구간’이 생기죠. 이 사이에 레벨 업을 겸해서 재료아이템을 얻고, 해당지역을 떠나기 전에 1개 정도의 제작아이템을 만들면 적당히 커버가 됩니다.
이를 반영하듯 지역제작 아이템은 모두 해당지역의 최종레벨에 맞춰져 있고, 베리하드 난이도부터는 던전별 경험치 차이도 거의 없습니다. 편하게 ‘파밍’을 하라는 나딕게임즈의 배려(?)입니다. 다만 어떤 설명도 없이 퀘스트가 툭하고 끝나버리니 유저들은 자연스레 최종던전 만을 반복하거나 다른 레벨 업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갑자기 목적성이 사라지는 셈이죠.
앞서 소개한 물약을 마시며 싸우는 상황을 의도한 전투나, 오픈 초반에 논란이 됐던 유니온메달 시스템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콘텐츠마다 개발사에서 내세운 확실한 이유와 목적이 있지만 그것을 유저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죠.
굳이 게임 내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로딩창에 ‘퀘스트가 떨어지면 지역 제작 아이템에 도전해보세요’라고 적어주거나, 홈페이지에서 2차 승급이 그렇게나 어려운 이유와 그 가치 등을 설명해주기만 해도 반감이 한층 줄어들었을 겁니다. <클로저스>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퀘스트가 끊겼으니 이제 다음지역을 가기 위해 부족한 제작 아이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유저는 극히 드물 겁니다.
부족한 득템의 재미, 쓰는 것만 쓰는 제작 아이템
제작 아이템과 랜덤박스에 의존한 콘텐츠도 양날의 검입니다. <클로저스>에서는 제작아이템의 성능이 유난히 뛰어납니다. 각 지역에서 만들 수 있는 웨폰코어와 실드는 다음 지역까지 사용하기에 충분하고, 특수 재료를 요구하는 ‘지역제작’ 아이템은 퀘스트나 던전 보상으로 얻는 아이템과는 수준을 달리합니다.
여기에 일부 제작아이템에는 고유한 보너스 옵션까지 붙다 보니 최고레벨까지 ‘제작’만으로도 모든 아이템을 커버하고 남을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3지역에서 만들 수 있는 ‘심플앤스트롱’은 아예 졸업아이템으로 꼽힐 정도죠.
문제는 그만큼 ‘득템의 재미’가 반감된다는 겁니다. 솔직히 말해 3지역 이후에는 어떤 아이템을 줍든 옵션조차 확인하지 않고 상점으로 보내거나 분해하기 일수입니다. 지역마다 필요한 것은 2~3개의 엘리트 아이템뿐이고, 그나마도 이 아이템들을 얻으면 당장 로또라도 사야 할 것 같은 낮은 드롭률을 자랑하죠.
이렇게 얻어도 남는 건 없습니다. 던전 보상을 이렇게 무관심하게 지켜 본 게임은 <클로저스>가 처음입니다.
남은 득템은 재료 수집과 방어전 보상인 랜덤박스를 통한 뽑기뿐인데, 재료 수집은 2~3번씩 돌아야 하나가 나올까 말까하는 아이템을 20~30개씩 모아야 하고, 랜덤박스는 30분 가까이 플레이하는 긴급방어전을 3번 돌아야 겨우 1개를 맞출 수 있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유저가 꼭 필요한 제작아이템만 맞추고 다음 지역으로 넘어갑니다. 최고 레벨 이후에도 마찬가지 플레이를 하거나 그냥 다른 캐릭터를 키우게 되고요. 제작 아이템 위주로 콘텐츠를 진행할 것이라면 좀 더 쉽게 많은 종류의 아이템을 만들 수 있어야 했고, 던전에서 무언가 얻는 재미를 주려면 일반 아이템의 능력을 끌어 올리고 드랍률도 높였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셈입니다. 레벨 확장과 더불어서 일단은 아이템의 ‘폭’과 ‘획득방식’을 넓힐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오히려 코스튬이 나올 확률은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스크린샷은 헤카톤케일을 처치하면 얻을 수 있는 뿔입니다.
너무나도 좁은 인벤토리. ‘전투를 제외한’ 세심함의 부족
게임의 마무리도 깔끔하지 못합니다. 일단 서버 안정성은 둘째 치더라도 화면이 전환되거나 NPC간의 연출을 보는 사이에 캐릭터가 하염없이 맞고 있거나, 해상도에 따라 인터페이스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고, 툴팁이 화면을 넘어가서 확인이 불가능한 등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나오지 않을 문제들이 산적해있습니다.
좁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인벤토리도 그 중 하나인데요. 거의 모든 던전에 ‘고유한 제작 재료’를 배치하고, 물약도 워낙 다양한 종류를 단계별로 나눠 둔 탓에 게임 내내 부족한 인벤토리와 전쟁을 치르게 됩니다. 정리를 조금만 게을리하면 확장을 모두 마쳐도 인벤토리 부족에 시달릴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차원종보다 인벤토리가 더 무섭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죠.
자동매칭은 좋지만 ‘잠수유저’에 대한 대응이 아예 불가능한 파티 구조나 아이템 레벨을 무색하게 하는 일부 아이템의 무식한 옵션, 제대로 갱신이 되지 않는 파티찾기 창 등도 ‘뒷마무리를 아쉽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가벼움과 무거움의 애매한 경계, 승부는 엔드콘텐츠의 완성도
지금의 <클로저스>는 가볍게 즐기기에는 무거운 콘텐츠를, 진지하게 즐기기에는 가벼운 캐릭터와 시스템을 지닌 애매한 위치의 게임입니다. 겉보기에는 화려하고 시원시원하지만, 실제 플레이에서는 갑갑하거나 불편한 요소들이 많죠.
콘텐츠의 완급에도 문제가 있어서, 각 지역마다 뜨는 긴급방어전은 끝없이 밀려오는 높은 체력을 적들을 처치하다 보면 진이 다 빠질 수준입니다. 스토리에 대한 호기심과 화려한 액션으로 단점들을 최대한 가리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만 일부 텍스트를 놓쳤다고 대화를 처음부터 다시 읽게 만들고, 캐릭터의 뒷배경을 찾아서까지 읽게 만드는 ‘흡입력’ 하나는 확실합니다. 눈요기가 되는 초고속 전투도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클로저스>만의 장점이죠. 서문에서 ‘취향을 확실하게 타는 게임’이라고 밝힌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결국 <클로저스>의 흥행은 캐릭터성과 화려함이라는 무기가 먹히는 사이에 얼마나 ‘시스템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지가 관건이 될 듯합니다. <던전앤파이터>처럼 아이템 하나를 얻으면 강해지는 게 눈에 보이는 ‘득템의 재미’를 내세울 수도 있고, 고난도 레이드를 극복해나가는 ‘도전의 재미’를 줄 수도 있겠죠.
<클로저스>의 PVP가 그 중 한 축을 맡아줬어야 했지만 밸런스와 접근성이 아직 많이 부족한 관계로 이번 리뷰에서는 아예 제외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 부분은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PVP도 할 말이 많습니다. :)
지금 상태로도 ‘마니아 유저’를 노리기에는 부족함이 없겠지만 그 이상을 바라보려면 유저가 <클로저스>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재미가 보다 명확해져야 합니다. 지금은 스토리와 캐릭터성을 제외하면 앞으로 어떤 재미를 더 보여주고 싶은 지, 크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물론 기대를 할 요소는 많습니다. <클로저스>는 시스템에서도 다양한 도전을 했는데요. 각 지역의 보너스 던전은 디펜스부터 서바이벌, 미궁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횡스크롤 MORPG의 단조로운 진행을 피해보려는 시도인데요.
여기에 옵션을 일일이 바꿀 수 있는 아이템 튜닝이나, 피로도와 상관없이 시간마다 열리는 긴급방어전, 코스튬 업그레이드 등 유저가 ‘파고들 수 있는 여지’도 많이 넣어놨죠. 적절한 보상과 동기부여만 가능하다면 활용할 소재는 많다는 뜻입니다. OBT 이전부터 개발한 5지역과 엔드콘텐츠 업데이트에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입니다.
개인적으로 <클로저스>는 아직 충분한 미래를 보여주지 못한 ‘미완성 게임’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번 리뷰에서는 점수를 매기지 않겠습니다. <클로저스>가 마니아에 집중한 게임을 넘어서서 MORPG의 한 축이 될 수 있을 지, 아니면 그대로 마니아게임으로만 남을 지는 앞으로의 업데이트를 지켜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