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게임즈의 야심 찬 신작 <레이븐>이 지난 지난 23일 3일간의 사전테스트를 끝마쳤습니다. <레이븐>은 출시 전부터 묵직한 액션과 손맛, 화려한 연출, 빼어난 그래픽 등으로 많은 관심을 받은 모바일 액션게임입니다. 이미 사전등록 유저만 25만명을 넘어섰고, 항간에서는 ‘넷마블표 블레이드’라는 이름으로까지 불리고 있죠.
넷마블게임즈에서도 네이버와 함께 출시 전부터 대규모 마케팅을 계획하고,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전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CBT에서 직접 체험한 <레이븐>은 예상과 조금 달랐습니다. 액션의 비중은 예상보다 확 줄어들었고, 그 대신 콘텐츠의 볼륨과 성장의 재미를 채워넣었죠.
재미는 있지만 재미의 ‘방향’이 크게 달라졌다고나 할까요? 예상과는 다른 점이 너무 많아서 놀랐던 의외의 신작 <레이븐>을 디스이즈게임에서 체험했습니다. 먼저 플레이 영상부터 확인하시죠.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액션으로 보기에는 한참 부족한 전투
<레이븐>은 첫 공개부터 ‘액션’으로 많은 화제가 된 게임입니다. 영상으로도 느껴지는 묵직한 액션과 (당시로는) 뛰어난 그래픽,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연출은 모바일게임의 액션에도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죠. 하지만 실제 CBT에서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는데요. 일단 액션의 비중이 영상으로 볼 때보다 크게 낮아졌습니다.
묵직해 보이던 액션은 가벼워졌고, 타격/피격 모션은 줄어들었고, 전투는 때리고 피하는 게 아니라 적의 공격을 그대로 맞으며 싸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회피를 위한 구르기 버튼이 있지만 일반 몬스터의 예고동작이 거의 없고, 모션도 빨라서 공격 도중에는 적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아무리 조작을 잘해도 많은 공격을 맞는 방식이죠.
보스몬스터의 공격을 스킬로 쳐내서 기절을 시키거나 타이밍에 맞춰 굴러서 적의 공격을 피할 수도 있지만 익숙해지면 딱히 액션이라 부르기도 애매할 만큼 쉽습니다. 심지어 보스 몬스터의 공격패턴도 정해져 있어요. 정해진 횟수의 일반공격 이후에 스킬을 쓰는 방식이죠.
반면 캐릭터의 능력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일단 맞으면서 싸우는 전투가 전제가 되다 보니 방어력이나 공격력이 조금만 높아도 전투를 몇 배는 쉽게 진행할 수 있죠. 능력치가 받쳐주지 않으면 클리어가 불가능하고 일정 능력치가 넘는 순간 전투가 한 없이 쉬워집니다. 전형적인 ‘능력치 기반’의 전투입니다.
최소한 <블레이드> 수준의 액션게임을 기대한 유저라면 실망할 부분인데요. 그냥 <몬스터 길들이기>에 ‘적당한 액션과 연출이 가미된 전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픽의 차이가 있지만 플레이하는 느낌 자체는 <블레이드>보다는 <몬스터 길들이기>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래는 최초공개 당시의 영상입니다. 편집이 많이 들어간 만큼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지만, 게임의 방향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레이븐>에서 ‘정점’을 찍은 넷마블 RPG의 재미
그렇다고 <레이븐>이 아무런 목적도 없이 액션의 비중만 줄인 건 아닙니다. 줄어든 액션만큼 넷마블게임즈의 특기인 ‘성장’과 ‘콘텐츠의 다양화’에 집중했죠.
<레이븐>에는 일반 던전인 ‘탐험’과 레벨에 따른 스토리모드인 ‘왕궁’, 탐험 과정에서 랜덤하게 등장하는 ‘레이드’, 장비 강화를 위한 보석 습득이 가능한 ‘요일던전’, 유저간의 PVP인 ‘결투장’ 등 어지간한 모바일 RPG의 콘텐츠가 모두 등장합니다.
탐험에서는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고, 레이드에서 희귀 아이템을 구하고, 요일던전과 왕궁에서 얻는 강화제를 이용해서 보다 높은 등급의 아이템으로 바꿔나가는 등 콘텐츠의 분업도 철저하죠. 각 콘텐츠가 이리저리 엮여있고, 부족한 부분이 보일 때쯤 해당 부분을 메워줄 수 있는 콘텐츠가 ‘딱’ 맞춰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초반에는 탐험에서 일반장비를 얻어 생활하고, 에피소드 하나를 마무리 지을 때쯤 레이드를 통해 한 단계 좋은 장비를 얻습니다. 레이드를 마치면 다시 왕궁에서 아이템을 얻을 차례가 다가오죠. 하나를 깨고 나면 다른 하나가 어느새 끝이 보이는, 그래서 단기적인 목표에 계속 도전하게 되는 방식입니다.
던전이 능력치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레벨이 오르거나 아이템이 바뀔 때마다 캐릭터의 성장도 눈에 띕니다. 단순히 성장만을 놓고 본다면 지금까지의 넷마블 게임 중 가장 짜임새가 좋습니다. ‘이 걸 왜하고 있지?’라는 의문이 들면서도 무럭무럭 자라나는 캐릭터를 보면 계속 플레이하게 되는 묘한 상황입니다.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전투와 인터페이스
다소 부족한 액션도 성장만 놓고 봤을 때는 오히려 장점이 됩니다. 일단 자동사냥이 원활합니다. 터놓고 말해서 <레이븐>의 조작은 액션게임하기에 좋은 구조는 아닙니다. 캐릭터를 조작하는 가상패드는 고정돼있고, 시야는 조금만 떨어져도 적을 분별하지 못할 만큼 좁습니다. 가까운 적을 무조건 타겟팅 해주는 공격방식도 원활한 조작에는 오히려 방해가 되죠.
하지만 자동전투를 놓고 보면 상황이 크게 다릅니다. <레이븐>을 자세히 보면 우측하단에 대부분의 단축키가 몰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자동전투를 켜고 나면 오른손만으로도 원하는 타이밍에 쉽게 전투에 개입할 수 있죠.
일반공격과 스킬공격이 모두 자동으로 적을 조준하고, 구르기는 앞의 몬스터를 아예 통과해서 피해버리고, 보스의 공격은 타이밍만 맞추면 막아낼 수 있기 때문에 (능력치만 된다면) 그냥 자동전투를 켜놓고 조작하는 편이 더 쉬울 정도입니다. 아예 인터페이스 배치부터 ‘이동을 자동으로 맡기는 플레이’를 적극 고려한 기분이에요.
액션을 기대한 유저라면 실망이 더 커지겠지만, 편의성에서는 월등하게 뛰어납니다. 타이밍에 맞춰서 버튼을 누른다로 ‘화려한 전투’를 즐길 수 있으니까요. 개발사에서도 ‘이 정도가 모바일게임 액션의 한계다’라고 생각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
부담스러운 액션보다는 안정적인 성장을 선택한 <레이븐>
모바일에서 액션게임은 양날의 검입니다. <블레이드>와 <크리티카 모바일> 같은 좋은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의 액션게임이 조작과 난이도 조절 등의 한계에 부딪혀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죠. 후반으로 갈수록 너무 어려워져도 곤란하고, 반대로 너무 쉬워도 재미가 없고, 유저 간의 컨트롤 차이에 따라 콘텐츠의 효율이 천차만별로 나뉘는 등 고려해야 할 점도 수두룩한데요.
넷마블게임즈도 <레이븐>에서 비슷한 고민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화려한 액션 대신 넷마블게임즈가 정말 잘 알고 있는 ‘안정적인 길’을 택했죠. 사실 각종 마케팅이나 크로스 프로모션을 통해 유저들의 관심을 어떻게든 끌어 모을 수 있는 넷마블게임즈라면 굳이 액션에 무게를 두고 모험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조작에서 곧바로 재미를 느끼는 만큼 초반부터 유저들의 관심을 끌기 좋다’라는 액션게임의 장점도 넷마블게임즈로서는 희석되죠. 오히려 조작의 비중을 낮춰서 진입장벽을 허물고, 유저가 진득하게 붙잡을 수 있는 성장과 콘텐츠의 순환에 집중한다는 선택이 나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연출 위주의 전투는 스토리모드에서 거의 그대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탐험이나 레이드에 비해 비중이 낮다는 게 단점이지만요.
그만큼 <레이븐>이 보여주는 성장과정의 재미는 정말 좋습니다. <몬스터 길들이기>와 <세븐나이츠>를 통해 습득한 넷마블게임즈의 노하우가 잔뜩 묻어 있고, <블레이드>나 <영웅>, <크리티카 모바일> 등의 콘텐츠도 적극 참고했습니다. 유저가 지루하지 않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거치며 성장을 돕고, 무언가가를 계속 달성하는 단기적인 재미를 줍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유저들이 기대하던 ‘묵직한 액션게임으로서의’ <레이븐>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오히려 <몬스터 길들이기>나 <세븐나이츠> 같은 다른 넷마블게임즈의 미드코어 RPG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재미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레이븐>의 사전테스트는 최근 모바일게임 중에도 눈에 띌 만큼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그 재미가 액션이 아닌 캐릭터의 성장에 온다는 점은 알아둬야 할 듯합니다. 사전테스트를 재미있게 플레이하면서도 정작 액션에서 재미를 느낀 적은 손에 꼽히거든요.
23일 사전테스트를 마친 <레이븐>은 이후 유저 피드백을 반영해서 3월 이후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예정보다 조금은 늦춰진 일정인데요. 액션보다는 성장에 집중한 <레이븐>의 선택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업적부터 보상은 쏟아줍니다. CBT의 특징인지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