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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체험기] 여자는 많은데 썸은 없어요! 캐주얼 타자게임 ‘썸타자’

겉모습은 타자게임 실상은 옷갈아 입히기 게임?

송예원(꼼신) 2015-04-15 12:21:52


 

“어디서 타는 냄새 안나요? 우리… 썸타는 냄새요”

 

썸.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사람과의 애매한 관계를 지칭하는 신조어 입니다. 벚꽃 흩날리는 화사한 4월, 봄바람 탓인지 ‘썸’이라는 글자만 봐도 가슴이 울렁이는 기분이 드는데요, 구글 플레이 스토어 인기 1위에 ‘썸타자’고 손짓하는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중소 개발사 타이거게임즈의 신작 <썸타자>입니다.

 

아이콘에 ‘타자게임’이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연애 애플리케이션으로 착각하기 딱 좋은 이 게임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썸타자>를 직접 플레이해봤습니다. / (벚꽃 구경 못해 좀 서글픈)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 “톡 좀 날려 봤니?” 스마트폰 타이핑 실력을 겨룬다!


태어나 지금까지 가장 열심히 했던 게임을 꼽으라면 개인적으로는 ‘한메타자연습’ 속 <베네치아>를 고를 겁니다. 90년대 말 드라마 여주인공이 컴퓨터 앞에서 우아하게 타자치는 모습에 반해 하루에 너덧 시간씩 ‘나날이’, ‘망아지’를 쳐 대곤 했거든요. 한번 죽으면 1단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지루함도 있었지만, 반복에서 오는 학습효과 덕에 나날이 타자 실력이 늘어나는 (것 같은) 쾌감이 있었죠.  

 

<썸타자>의 기본 방식은 그 시절 <베네치아>를 떠오르게 합니다. 이름 그대로(?) 타자 실력을 겨루는 게임인데요, 주어진 시간 내 최대한 많은 단어를 쳐내는 사람이 승리하는 방식입니다. <베네치아>가 본인 기록과의 경쟁이었다면 <썸타자>는 다른 유저와 실시간 대전을 펼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요. 

  

추억의 타자게임 <베네치아>

<썸타자>에서 단어는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나뉜 블록 형태가 아래서 위로 등장하는데요, 이 때 같은 색의 블록이 만나면 하나로 합쳐져 아이템 블록이 형성됩니다. 글자를 멈추거나 사라지게 하는 ‘노란 글씨’ 처럼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 특수 블록이 되는 거죠. 오타를 입력하면 단어가 검은색으로 바뀌면서 아이템 생성 능력을 잃게 됩니다. 

 

아이템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지만, 승패를 좌우하는 건 결국 플레이어의 정확한 타이핑 실력입니다. 필자에게 스마트폰으로 타자를 친다는 거 기본적으로 하루에 (거짓말 안 보태고) 수천 개의 메시지를 주고 받는 만큼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요, 

 

제한된 시간 내 최대한 많은 타자를 쳐야 한다는 목표의식과 상대방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공방의 긴장감이 더 해져 나름 지루하지 않은 한판 한판을 즐기게 되더라고요. 눈 내리듯 쏟아지는 단어를 빠른 손놀림으로 제거해 나가던 <베네치아>의 재미와 흡사했죠.  

 


 

 

■ 종이인형 놀이의 추억? 백화점 쇼핑의 재미? 입히고 벗기고 스타일샵


이렇게 보면 타자게임이 전부인 것 같아 보이지만, <썸타자>의 핵심 재미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꾸미기’와 ‘소셜’입니다. 

 

게임 진행 방식뿐만 아니라 그래픽 디자인에서도 추억을 떠오르게 합니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배경을 꾸미고 아바타에 옷을 입혀 주고. 참 익숙한 패턴이죠? 게임 방식에서 <베네치아>를 떠올렸다면, 인터페이스는 ‘미니홈피’를 생각나게 하더라고요. 

 

배경은 가구를 배치한다든지 벽지를 고르는 등 디테일한 커스터마이징은 불가능하지만, 캐릭터는 헤어부터 상의·하의·신발·액세서리까지 등 총 7가지 부분으로 꾸밀 수 있습니다. 그 뿐인가요. 눈썹 모양이나 얼굴형 등 성형도 가능합니다. 구입한 의상이나 액세서리에 염색도 가능하죠.

 

최근 출시된 RPG를 살펴보면 캐릭터의 의상이나 액세서리는 전투에 도움이 되는 여러 옵션이 붙기 마련인데요, <썸타자>에서 이들의 기능은 단 하나 그저 ‘꾸미기’가 전부입니다. 더 비싸고 화려한 옷을 입는다고 해서 게임에 큰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 오로지 플레이어의 자기만족을 위해 존재할 뿐이죠. 

 


 

<썸타자>는 결과에 대한 만족감 보다 구매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티셔츠 한 장을 구매할 때에도 두 세시간 씩 쇼핑을 즐기는 여자들의 심리를 반영한 거죠. 

 

펫이나 아이템, 다이아(캐시)를 구입할 수 있는 상점 외에도 ‘스타일샵’이라는 별도의 공간이 존재합니다. 이곳에서는 아바타를 꾸밀 수 있는 뷰티 콘텐츠를 모아 판매하고 있어요. 굳이 구매하지 않고도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간단한 터치만으로도 착용하고 벗을 수 있습니다. 백화점에 있는 탈의실처럼요.

 

해당 콘텐츠가 게임에서 고득점을 하거나 레벨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든 말든 중요한 게 아닙니다. 캐릭터가 예쁘게 변신하기까지 이 옷, 저 옷, 이 구두, 저 구두를 벗고 착용하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마치 여자라면 어릴 적 꼭 한번쯤 즐겼던 종이인형 놀이처럼 말이죠. 

 

기본적으로 아바타 아이템은 게임머니를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레벨이 올라갈 수록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이 늘어나는데요, 만약 해금 레벨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게임 캐시로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가격은 만만치 않아요. 셔츠 하나가 100다이아(11,000원)부터 시작하거든요. 

 

결국 원하는 뷰티 콘텐츠를 쉽게(혹은 무과금으로) 얻기 위해서는 손가락에 불이 나도록 타자를 쳐야 합니다. 게임의 목적이 고득점, 고레벨이 아닌 ‘예쁜 옷’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레벨이 올라갈 수록 게임머니로 구매할 수 있는 뷰티 콘텐츠가 늘어난다. 팝업 광고 대부분 역시 뷰티 콘텐츠로, 주요 비즈니스 모델임을 확인할 수 있다.  


 

■ “‘썸타자’면서!” 커플에게는 굿! 솔로에게는 글쎄… 아쉬운 소셜시스템


새 옷, 새 구두를 장만하면 외출을 하고 싶은 게 또 여자의 심리 아니겠어요? 동성친구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과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일 거에요. <썸타자>는 이 중 두 번째 심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름에서도 눈치 채셨겠지만 이 게임 곳곳에서 ‘썸’을 강조합니다. 

 

네, 모두가 알고 있는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그 썸이 맞습니다. ‘본격 연애 권장 게임’이랄까요.<썸타자>에는 커플 시스템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귄 날짜에 따라 게임머니를 준다든지, 함께 게임을 하면 코인 획득량을 5% 늘려 주거나 펫 능력치를 3% 올려 주죠. 

 

현실 커플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냐고요? 다른 유저와 매칭이 되면 채팅을 가능하게 해 솔로에게 커플을 만들 기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방명록과 같은 ‘담벼락’을 통해 자신의 프로필을 열어 관심을 보인 다른 유저들의 리스트를 보여 주기도 하죠. 

 


 

이름부터 ‘썸’을 내걸고 있지만, 사실 게임에서 만든 커플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우선 카카오 계정을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성별부터 나이, 지역까지 모두 유저가 임의로 설정이 가능하거든요. 상대의 프로필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없죠.

 

굳이 커플을 만들지 않더라도 게임을 즐기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점도 한 몫 합니다. 현재 게임 내에서 상위 랭커들을 살펴봐도 대부분이 솔로(...)입니다. 커플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거죠. 

 

빠르고 간편함을 추구하는 모바일게임 내에서 채팅 시스템에 대한 낯섦도 장벽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일주일 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채팅으로 말을 걸어온 사람은 딱 1명이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도 무시당하기 일쑤였습니다.  

 

말 걸어 줘서 고마워요. (...)

  

 

■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캐주얼게임 ‘썸타자’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은 액션을 강조한 RPG가 대세를 이루어 왔습니다. 매출 순위 상위권에 있는 캐주얼게임은 출시된 지 1년이 넘는 구작 뿐 신작들은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하고 하나 둘 사라져 갔습니다. 이 가운데 <썸타자>는 주류에서 벗어나 겉이나 속이나 ‘여성 유저’를 타깃으로 내놓은 게임입니다.

 

어렵지 않은 조작과 게임의 규칙, 아기자기한 그래픽, 꾸미기 중심의 콘텐츠까지 여성 유저들의 입맛을 고르게 맞추고 있죠. 개발사 타이거게임즈는 전체 유저 중 70%가 여성이라고 밝혔는데요, 스트레스 없이 가벼운 킬링타임용에 대한 니즈가 있던 여성으로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미니홈피 미니미 좀 만져 본, 종이인형 놀이에 대한 소소한 추억이 있는 여성 유저에게 권하고 싶네요.

 

다만, 이성과의 ‘썸’을 노린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프로필에 공개된 성별이 진짜인지 확인 할 수도 없을 뿐더러, 용기 내어 말을 걸어도 고요 속의 외침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크. 인터넷 쇼핑몰의 바로 구매와 같이 지름 신을 불러오는 친구 의상 구매하기 

 

그는 끝까지 답을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