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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장점도 단점도 명확했다! 패키지게임 개발사의 한계를 보여준 ‘창세기전4’

창세기전4, 1차 CBT에서 보여준 장점과 단점은?

안정빈(한낮) 2015-04-20 10:25:46

<창세기전4>가 1차 CBT를 진행했다. 반응은 냉랭하다. 10년도 전에 나왔어야 할 구닥다리 게임부터, 추억팔이 온라인, 소프트맥스다운 게임(?) 등등 온갖 악평을 듣고 있다. 공식적인 개발기간만 5년에 달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처참한 첫인상이다.

 

필자가 <창세기전4>의 1차 CBT에서 느낀 것 역시 MMORPG를 처음 만드는 ‘콘솔&패키지게임 개발사의 한계’였다. 다만 단점만은 아니다. <창세기전4>는 콘솔&패키지게임 개발사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장점과 (충분히 예상됐던) 최악의 단점을 함께 갖고 있었다. 단순히 그래픽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기에는 아까울 만큼 드러나지 않는 장점도 있었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끔찍한 단점도 있다.

 

그래서 <창세기전4>는 특별히 2종류의 체험기를 준비했다. 디스이즈게임의 직접적인 평가에 앞서서 <창세기전4> 1차 CBT의 전반적인 모습을 살펴보자. 이후 게임에 대한 기자들의 다양한 평가는 아래기사로 확인하자.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관련기사: [집중평가] 당신의 추억은 안녕하셨나요? 창세기전4 CBT


 


 

<창세기전4>는 온라인게임보다는 콘솔게임의 스토리 진행에 온라인게임의 퀘스트를 덧붙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게임은 메인 퀘스트를 따라 이야기가 펼쳐지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서브 퀘스트와 아르카나 퀘스트를 수행하며 레벨을 올리고, 장비와 아르카나를 모을 수 있다.

 

<창세기전4>의 메인 퀘스트는 철저하게 스토리 위주로 흘러간다. 퀘스트마다 최소 2~3번씩 커다란 화면에 일러스트를 띄운 NPC의 대화가 이어지고, 음성도 거의 100% 지원한다. 주요 장면에서는 여지없이 컷신이 등장한다.

 

여기에 아르카나 퀘스트로 각양각색의 추가 스토리도 즐길 수 있다. 아르카나 퀘스트는 말 그대로 특정 아르카나들을 모을 때마다 추가되는 퀘스트다. 주로 인스턴스던전인 시공의 균열에서 진행되며 퀘스트에 아르카나 퀘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아르카나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아르카나의 확보는 곧 파티의 강화로 이어진다.

 

메인 퀘스트를 통해 스토리를 즐기고, 아르카나 퀘스트와 시공의 균열로 아르카나 ‘파밍’과 소소한 뒷이야기를 즐기는 게 <창세기전4>의 기본 플레이 방식이다. 참고로 혼자서 5명의 캐릭터를 운영하는 군진시스템 덕분에 <창세기전4>의 전투는 대부분 솔로플레이로 진행된다. 혼자서 고즈넉하게 스토리를 보기도 매끄러운 방식이다.

 


아르카나를 모아서 다시 아르카나를 얻고, 스토리를 본 이후에 또 아르카나 퀘스트를 얻고...

 

대화창 연출은 끝내준다. 일러스트와 배경과 성우가 딱딱 맞아 떨어진다.

 

 

■ 그래픽은 둘째치고 보는 맛은 살아있는 진행

 

<창세기전4>는 초반 파트너의 선택에 따라 컷신과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초반 유황동굴에서 켈베로스를 만난 노엘은 그리마를 소환하다 퇴각하지만, 이안은 시라노와 메디치가 나타나 켈베로스를 대신 처치해주는 컷신을 볼 수 있다. 사실상 2개의 스토리라인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셈이다.

 

스토리의 완성도도 높다. <창세기전>시리즈를 기억하는 유저라면 친숙할 NPC는 물론, 해당 시리즈를 묘하게 패러디한 연출이나, 역사에 따라 조금씩 왜곡돼가는 이야기도 잘 살렸다. 인물 관계에 따른 호칭이나 말투의 변화는 물론이고, 파트너 선택에 따라 같은 대화라도 조금씩 이야기가 달라진다.

 

메인 퀘스트에서는 파트너와 세계관에 얽힌 굵직한 이야기를, 아르카나 퀘스트에서는 메인 혹은 조연급 캐릭터들의 뒷이야기나 소소한 일상을 구경할 수 있다 보니 읽을 거리도 차고 넘친다. 자연스럽게 다음 퀘스트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떡밥도 훌륭하고, 시간과 공간이동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도 매끄럽다.

 

<창세기전>시리즈를 모르는 유저에게는 어떻게 다가올 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리즈를 안다는 전제 하에서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이야기’다. <창세기전4>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콘솔게임을 경험해 본 개발사의 힘이다.

 

정체를 감춘 그 분의 참전! 스토리에서는 컷신이 정말 쉴 새 없이 나온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갈 조연들에게도 각각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넣었다 

 

 

■ 혼자서 한 파티를 활용하는 군진 전투의 쾌감

 

<창세기전4>의 전투는 군진시스템을 택했다. <창세기전4>에서는 최대 5명의 캐릭터(아르카나)를 군진에 배치할 수 있다. 혼자서 5명의 캐릭터를 조작하는 셈이다. 당연히 적도 ‘다수’로 나온다. 일단 조작에 대해서는 뒤에 따로 이야기를 하고 여기서는 군진시스템만 다루겠다.

 

아르카나는 희귀도에 따라 커먼, 언커먼, 레어, 에픽, 레전드로 나뉜다. 당연히 등급이 높을수록 능력치도 높고, 사용하는 스킬도 강력하다. 메디치나 이자벨, 로카르노 등 비중이 높은 캐릭터일수록 등급도 높다. 각 아르카나는 일반기술과 특수기 2종류의 스킬을 갖고 있다.

 

아르카나 자체의 능력치가 크게 다르고, 진형을 통해 다양한 ‘군진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아르카나를 어떻게 조합할 지 고민하는 재미가 있다. 탱커형 아르카나와 딜러, 힐러형 아르카나를 이용해서 보편적인 파티를 운영할 수도 있고, 광역공격에 집중한 아르카나와 스턴이 가능한 아르카나로 순간적인 ‘폭딜파티’를 운영할 수도 있다.

 


진형에 따라 공격력이 10% 이상 오르거나 화염 내성이 생기거나 한다. 후반에는 연환기라는 일종의 초필살기도 획득 가능

 

예를 들어 필자가 주로 사용한 조합은 광역스턴을 가진 탱커형 주인공과, 강력한 한방기를 갖고 있는 벤조일, 탱킹과 1인 스턴이 가능한 로카르노, 적에게 침묵을 거는 밀레, 힐러인 아네모네의 조합이다.

 

적이 다수일 경우 주인공의 광역스턴을 최대한 유지하며 벤조일의 화력을 이용해 1명씩 처치를 한다. 이후 적이 1명만 남으면 밀레의 침묵으로 스킬 사용을 꾸준히 막아주며, 로카르노가 기절로 탱킹을 이어받는 식이다.

 

기본적으로 다수의 캐릭터를 동시에 운영해야 하고, 스킬의 조합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자신이 미리 구성한 대로 전투가 흘러갈 때는 마치 전략시뮬레이션의 승리처럼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조합에서 꼭 필요한 아르카나를 확인하고, 이를 파밍하는 것조차 즐거움이 된다. 아래는 레어급 이상의 아르카나를 조합한  이후의 플레이 영상이다.

 


광역스턴과 개인스턴, 침묵, 전체 회복을 이용한 최대한 덜 맞는 플레이다.
 
상황에 따른 대응도 적절하게 필요한 편. 조작이 조금만 더 좋았어도...

 

 

■ 군진시스템의 재미를 느끼려면 레어 아르카나 정도는 있어야죠?

 

다만 이런 군진시스템의 재미를 느끼려면 최소한 레어 등급 이상의 아르카나가 필요하다. 커먼과 언커먼 등급의 아르카나는 대부분 ‘거기서 거기인 스킬 구성’을 갖고 있는 데다가, 능력치가 워낙 낮아서 독특한 구성을 시도하기조차 어렵다. 단순히 조금이라도 능력치가 높은 아르카나를 파티에 넣고, 갈아 끼우는 수준의 플레이를 반복하게 된다.

 

아르카나를 파밍하는 시공의 균열 던전도 ‘회피율을 감소시켜야만 공격이 들어간다’거나 ‘마법공격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등 특정 아르카나를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아르카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초반에는 그저 ‘제약만 가득 걸린 던전’으로만 보일 뿐이다.

 

덕분에 <창세기전4>에서는 아르카나가 충분하지 못 한 초반의 전투와 적어도 레어 등급 이상의 아르카나를 2~3명 이상 확보한 후반의 전투가 ‘같은 게임이 맞나 싶을 만큼’ 큰 차이가 느껴진다. <스타크래프트>로 따지자면 해병과 의무병만 사용할 수 있는 유저와 모든 유닛을 다 사용할 수 있는 유저 정도의 경험의 차이다.

 

스킬의 전략과 타이밍이 워낙 중요하다 보니 MMORPG치고는 전투의 피로도도 지나치게 높다. 생각해보라. 하루에 수 백, 수 천 번의 전투를 반복하는 게임에서 매 전투마다 5명의 캐릭터를 이용해 적에게 침묵을 걸고, 스턴을 유지하고, 타이밍에 맞춰 힐을 하며, 회피율을 낮춘다. 상황에 따라 타겟도 꾸준히 바꿔줘야 한다. <창세기전4>의 첫인상이 안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거(?) 하나 먹고 나면 게임이 달라진다. 진짜다. 내 옆의 홀리스 기자가 그랬다.

  

스킬 돌리랴, 장판 피하랴, 보스 공격보랴. 정신 없음의 끝을 보여주는 전투

 

 

■ 과유불급. 지나치게 많은 것을 담은 조작

 

소프트맥스의 MMROGP 경험부족은 이런 군진전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창세기전4>의 이동은 철저히 ‘주인공’에 초점을 맞췄다. WASD로 캐릭터를 이동시키면 주변의 아르카나들이 자동으로 오와 열을 맞춰 이동하는 방식이다.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4>의 개발초기부터 혼자서 5명의 캐릭터를 이동시키는 방식을 고민했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주인공 중심의 이동방식을 택했다. 덕분에 <창세기전4>의 일반 필드에서는 군진이라는 점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이동이 가능하다.

 

다만 하나의 캐릭터에 집중한 이동과 시점이 ‘다수의 캐릭터를 조작해야 하는’ 전투까지 이어지는 게 문제다. 전투는 5명이 진행하지만 시점은 어디까지나 주인공에만 맞춰져 있다. 이 밖의 캐릭터를 직접 이동시키고 싶다면 ALT버튼과 숫자키를 누른 뒤 해당지점을 마우스로 클릭해야 한다. 키보드 중심의 조작이 갑자기 마우스 조작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시야도 애매해서 주인공에 초점을 맞추면 전체적인 전황파악이 어렵고, 시야를 멀리 놓고 나면 적이나 주인공의 움직임을 확실히 파악하기 어렵다. 여기에 우클릭으로 시야를 돌리는 순간 주인공의 모든 행동은 정지되며, 원하는 적을 집중공격하려면 일일이 Z버튼을 눌러줘야 한다.

 

캐릭터만 이동할 때의 조작은 괜찮다. 

 

스킬의 쿨타임도 짧다. 주인공과 아르카나의 스킬은 대부분 4~10초 내외이며, 사기를 사용하는 특수기도 15초 내외의 쿨타임을 갖고 있다. 쿨타임에 맞춰서 스킬만 쓰더라도 1~2초에 한 번씩 버튼을 눌러줘야 한다.

 

그런데 <창세기전4>는 이상한 부분에서 사실적인 탓에 공격이나 스킬 모션 중에는 다른 행동의 입력이 불가능하다. 미리 버튼을 눌러 놓는 선입력도 없다. 자동공격이 보통 1~2초에 한 번씩 이어지니 그 사이에 버튼을 연타해야만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중반 이후에는 자신의 전방에 강력한 스턴 공격을 날리거나, 캐릭터를 일일이 이동시켜 피해야 하는 장판 피하기 방식의 공격도 등장한다. 

 

정리하자면 매초마다 스킬을 ‘연타해서’ 발동하면서 ALT 숫자키와 마우스 클릭으로 특정캐릭터를 이동시켜 적의 공격을 피하고, 사기를 관리해 상황에 맞는 특수기를 넣고, 힐과 물약으로 체력을 관리하며 도망가는 적을 피하거나 스킬을 끊어줘야 하는 셈이다. 이 정도면 진심으로 ‘프로게이머’를 데려다 앉혀놓고 싶은 수준이다. 

 

주인공 위주의 이동을 택해놓고 굳이 모든 캐릭터의 스킬 사용과 이동을 요구하는 전투방식은 쉽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스턴이나 침묵, 아군보호 등 전략적인 스킬이 대부분 특수기에만 맞춰져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일반기술은 자동으로 사용하고 플레이어는 숫자키로 원하는 캐릭터만 골라서 직접 조작하는 방식을 택했어도 충분했다.

 

정 모든 캐릭터를 조작하게 만들고 싶었다면 차라리 전투와 동시에 시점이 바뀌면서 전략시뮬레이션 방식의 조작을 택하거나, 별도의 지역에서 전투를 진행하는 ‘인카운트’ 방식을 택했어도 됐다. 지금의 <창세기전4> 전투는 모든 조작이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일단 조작을 넣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오히려 하나하나가 불편한 ‘과유불급’의 모양새다.

 

뒤에서 누가 뭘 하는 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보스한테 애들은 떼어 놓아야 하고, 손가락은 점점 꼬여간다.

이 정도만 시야를 밀어놔도 누가 뭘 하는 지도 모른다. 그런데 주인공 중심의 이동이라니.

 

■ IP가 가진 훌륭한 떡밥. 이를 산화시키는 문제들

 

캐릭터(아르카나)의 수집을 주요 콘텐츠로 내세웠으면서도 정작 아르카나의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도 아쉽다. 일단 캐릭터를 매우 작게만 보는 전투방식을 택했고, 그나마도 급박한 전투 탓에 천천히 캐릭터의 모션을 감상할 여유도 없다. 소위 말하는 ‘뭉개져 보이는 찰흙 텍스쳐’도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아르카나의 합성이나 성장은 아직 구현되지 않았지만, 등급에 따른 차이가 너무 확실하다 보니 아르카나도 취향보다는 성능만 보고 사용하게 된다. 스토리를 통해서 캐릭터의 매력을 맛볼 수는 있지만 정작 ‘내 아르카나’가 되는 순간 캐릭터의 매력은 사라지고 능력치만 남는 미묘한 구조다.

 

참담한 수준의 인터페이스나 신경을 덜 쓴 티를 노골적으로 내는 서브 퀘스트도 1차 CBT에서 보여준 단점이다. 적의 체력은 화면 최상단에, 아군의 체력은 화면 최하단에 표시되는 바람에 한 눈에 전황을 파악하기 어렵고, 전투의 핵심인 각종 디버프는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작게 표시된다.

 

문제: 여기서 적의 디버프 표시와 아군의 버프 및 디버프 표시를 각각 찾아보시오.

 

 좁은 화면에 무성의하게 표시되는 서브 퀘스트의 텍스트나, 마우스를 오버하고 SHIFT버튼을 눌러야만 확인할 수 있는 장비 비교, 자신을 중심으로 발동되는 데도 스킬을 쓸 때마다 일일이 확인해줘야 하는 광역스킬의 범위 등은 <창세기전4>가 편의성에서 얼마나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창세기전4>에 대한 기자들의 자세한 평가는 아래의 기사를 참고하자.

 


관련기사: [집중평가] 당신의 추억은 안녕하셨나요? 창세기전4 CBT


 


<창세기전4>에서 가장 출세한(?) 인물. 원작의 인물들이 크로노너츠가 되며 겪는 고민이나 문제도 다루고 있다. 스토리에서는 아무튼 치밀하다.

 

오랜만에 환골탈태해서 돌아왔지만 여전히 지나가던 몬스터 취급을 받는 이루스

  

일러스트와 실제 모델링의 괴리감. 양쪽 모두 같은 이자벨이다.



사실 복장만 보면 굉장히 섬세하게 만들어져 있다. 평소에 볼 일이 없고, 캐릭터의 특색을 나타내지 못해서 문제지. 그리고 에픽 등급은 가야 비로소 저런 복장이 나온다.



일부러 실루엣으로 표시하는 캐릭터도 있다. 떡밥도 충실한 편. 2차 CBT는 순전히 뒷이야기 보고 싶어서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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