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들의 미소녀 취향을 커버하겠다는 게임, 수많은 미소녀보다 미소년 아멜이 더 화제가 됐던 게임 <미소녀결사단: Midnight in City>(이하 미소녀결사단: MIC>이 출시된 지 2주일이 지났다.
출시된 게임은 제목이 주는 카드배틀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게임이었다. 카드배틀의 구조를 띄긴 했지만 이를 과할 정도로 단순화시켰고 오히려 그 자리 위에 실시간 대규모 PVP와 커뮤니티성을 더하려 했다. 과연 <미소녀결사단: MIC>의 이런 시도는 성공적이었을까? 게임을 즐기며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적어 보았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퀘스트가 왜이래? 당혹스러웠던 첫인상
<미소녀결사단: MIC>는 기본적으로 카드배틀이라는 틀 위에 실시간 집단 PVP를 얹은 게임이다. 유저는 PVE에서 계정 경험치와 재화를 얻어 성장하고 정기적으로 열리는 전쟁에서는 이렇게 성장시킨 덱으로 추가보상을 얻을 수 있다.
게임이 주요 특징으로 내세웠던 ‘미소녀’들은 튜토리얼부터 유저를 맞았다. 튜토리얼에서 등장하는 마술사 콘셉트의 도우미는 물론이고, 이후에도 ‘메카소녀’나 ‘악마’, ‘수인’ 등 다양한 속성(?)의 미소녀가 등장해 눈을 즐겁게 했다. 제목처럼 미소녀 하나는 정말 차고 넘친다.
구성이 이렇다고 하더라도 임무라는 콘텐츠의 중요성이 떨어지진 않는다. 계정 레벨을 올리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콘텐츠, 좋은 리더카드를 얻기 위한 가장 빠른 길 등 임무를 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허나 콘텐츠 자체에 노력이나 고민이라는 요소가 빠져버리니 재미를 느끼긴커녕 맥이 빠져버릴 지경이다.
상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중 그나마 결투가 카드배틀같은 방식을 보여주긴 하지만, 결투할 때마다 피같은 골드가 소모되는 것이 문제.
■ 커뮤니티와 대화가 만드는 의외의 재미, 전쟁
멍하니 임무를 하다 보니 화면 하단에 구역 전쟁 시간이라는 알림이 표시됐다. 전쟁은 <미소녀결사단: MIC>가 핵심 콘텐츠로 밀고 있는 대규모 집단 PVP의 명칭이다.
이 중 구역 전쟁은 <미소녀결사단: MIC>의 모든 유저가 참여할 수 있는 전쟁이다. 구역 전쟁은 1시간에 1번씩 개최되기 때문에 이런 류의 대규모 PVP 콘텐츠치고는 의외로 자주 참여할 수 있었다.
전쟁에 참여하자 임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카드배틀의 모습이 보였다. 무엇보다 이전까지는 쓸모를 느끼지 못했던 덱이 드디어 쓰이기 시작했다. 각 덱은 구성 종족이나 스킬 등에 따라 전투력과 상성이 바뀌기 때문에 덱을 최적화시키는 고민도 시작됐다.
예를 들어 전쟁 참여 전에는 리더 카드의 종족이나 스킬에 시너지를 받을 수 있도록 멤버들을 구성해야 한다. 리더와 멤버의 종족이 같으면 체력과 공격력에 버프받는 것을 고려해 종족 덱을 만들거나, 멤버카드의 등급이나 스탯을 조건으로 하는 리더 카드의 패시브 스킬을 고려해 특화덱을 짜는 식이다.
전쟁이 시작되면 적의 구성을 보고 상대에게 보다 유리한 덱을 골라 참전해야 한다. 덱 선택은 전쟁 시작은 물론, 참전한 덱이 전투불능이 될 때 마다 주어지기 때문에 이 선택지는 매번 다른 환경, 다른 결과물을 낳았다.
가로세로 3×2칸으로 구성된 전장도 고민을 더하는 요소다. <미소녀결사단: MIC>의 전장은 유저들이 3×2칸의 전장에서 실시간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힘싸움을 하는 개념이다. 적의 취약한 점을 밀고 아군의 약점을 방어한다는 기본적인 전술 외에도, 진형을 밀면 공격 대기시간이 생긴다는 것을 역이용해 일부러 라인을 당기거나 미는 등의 전략도 가능하다.
이러한 전략이 실시간으로 벌어지다 보니, 전장 위에 위치한 채팅창은 언제 어떤 라인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식의 갑론을박이 매번 일어났다. 때로는 의견이 일치해 멋들어지게 적을 밀어붙이기도 했고, 반대로 적의 공격에 손도 못쓰고 당하기도 했다. 오토 탐색 게임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임무'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전쟁 자체의 시스템은 단순했지만, 채팅과 커뮤니티 덕에 그럴싸한 그림이 그려졌다.
길드전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결사 전쟁’은 이러한 전쟁 콘텐츠의 백미다. 잘 알지도 못하는 수백 명이 목소리를 내는 구역 전쟁과 달리, 평소 알던 이들끼리 함께 싸운 덕에 합도 잘 맞춰지고 전략의 깊이도 깊었다. 최소 백 단위 유저가 참여하는 구역 전쟁과 달리, 결사 전쟁은 참여 인원이 적고 한정되기 때문에 상대의 주력 덱과 부활 시간 등을 고려해 공세를 조절하는 등의 보다 심도있는 전략도 가능했다.
전쟁 덕에 채팅창을 알게 되자 단조롭기만 했던 임무도 조금은 달라 보였다. 여전히 임무 자체는 단조로웠지만, 임무 진행도를 알려주는 막대 위에 채팅창이 있다 보니 자동 탐색을 누른 뒤 채팅을 읽는 재미도 나쁘진 않았다. 실제로 일부 유저들은 이 때문에 게임을 일컬어 미소녀 월페이퍼가 있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평하기도 할 정도였다.
■ 그런데 키우면, 이기면 뭐가 좋죠?
허나 채팅이 준 이 감칠맛은 오래가지 못했다. 전쟁에 이겨도, 카드를 성장시켜도, 좋고 예쁜 카드를 얻더라도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이 날로 작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미소녀결사단: MIC>의 구조와도 관련 있다. 일단 유저가 가장 많은 시간 함께하는 PVE 콘텐츠(임무)가 덱의 구성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컸다. 게임의 메인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전쟁'은 다른 의미에서 성취감을 낮췄다.
전쟁은 최소 수십 명의 유저가 함께하다보니 개개인의 스펙보다는 집단의 수, 혹은 팀 단위의 일사 분란한 움직임이 더 중요한 콘텐츠다. 그 덕에 전쟁의 진입장벽을 낮출 순 있었지만, 최상위권에서 순위다툼을 하는 유저가 아닌 이상 좋은 카드를 얻어 달라지는 점은 크게 체감되지 않았다. 카드배틀 RPG인데도 좋은 카드, 혹은 고레벨 카드에 대한 욕구를 느끼기 힘든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전쟁 자체의 재미가 깎이는 것은 아니다. 허나 3×2칸의 전장이 만드는 변화는 한계가 있었고, 승리의 짜릿함도 매번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게임에 투자한 시간이 많아질수록 승리가 나에게 무엇을 주느냐에 더 관심이 가게 되었다.
승리해도 좋은 카드를 얻을 확률이 높은 것도 아니고 계정이나 덱의 성장에 크게 도움되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중간 순위 유저였던 나에겐 그랬다. 기를 쓰고 좋은 카드를 육성해도 체감되는 것이 크지 않고, 설사 그로 인해 좋은 성적을 거뒀더라도 보상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러자 전쟁 또한 즐거움이나 기대감보다는 점점 타성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미소녀 캐릭터를 내세웠음에도 정작 캐릭터가 부각되지 않았던 것도 성취감을 낮추는 요인이다. 일단 멤버 카드의 가치부터 카드 자체의 전투력보다는 추후 스킬 부여로 얻을 수 있는 ‘스킬’의 비중이 컸다. 스킬 부여는 랜덤이기 때문에, 좋은 카드를 얻더라도 ‘스킬 작업’이라는 난관이 하나 더 있는 셈이다. 자연히 카드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이 떨어졌다.
종합하자면 2주일 간 체험한 <미소녀결사단: MIC>는 카드배틀이라기 보다는 SNG에 가까운 게임이었다. 카드배틀 게임 중에서도 유별날 정도로 단순한 구조도 구조지만, 애초에 게임 자체가 다른 이들과 소통을 해야만 제대로 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구조기 때문이다.
허나 이러한 커뮤니티 요소가 게임 콘텐츠에 감칠맛을 더하는 양념이 될 순 있었어도, 게임의 맛을 결정하는 주재료가 되진 못했다. 오히려 너무도 간결한 구조, 그리고 매력적이지 않은 보상이 나중에는 커뮤니티의 감칠맛마저 앗아간 느낌이다.
그래도 하나 다행인 것은 <미소녀결사단: MIC>가 아직 모든 것을 선보이지 않은 것이다. 일단 PVE 부문 최고 콘텐츠인 레이드는 아직 등장도 하지 않았고, 개발사에서도 조금씩 유저들의 아쉬움에 대해 답하기 시작했다. 부디 꾸준한 개선으로 추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출시했을 때는 보다 나은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