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게임빌이 오랜만에 RPG를 선보였습니다. 퍼즐과 액션이 만난 <던전링크>가 그 주인공이죠. ‘게임빌’이라는 이름 덕분인지 론칭되자 마자 구글과 애플 피쳐드에 오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기대와 달리 약 1달이 지난 지금의 성적은 초라하기만 합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 인기 순위 10위 권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매출 순위는 82위, 13일 현재는 100위 권 밖으로 밀려나 있는 실정이죠. 일본이나 북미 지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고요.
퍼즐을 활용한 <던전링크>의 전투 방식은 첫인상에서는 신선함을 주었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신선함은 사라지고 답답함이 남았습니다. 단조로운 진행방식과 무료한 성장방식의 장벽이 높았거든요. 게임을 끝까지 끌어 가는 뒷심이 부족했죠. <던전링크>를 플레이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 잇고 또 잇고, 고민이 필요한 퍼즐 RPG
<던전링크> 전투의 근간은 한 붓 그리기 퍼즐에 있습니다.
던전에 입장하면 플레이어는 체스판 위에 놓인 말처럼 각자 블록을 차지하고 있는 몬스터와 자신의 캐릭터들을 만나게 됩니다. 각 캐릭터에는 빨강, 파랑, 보라, 초록 등 고유색이 주어지는데요, 판 위에는 각 고유 색의 블록이 두 개씩 놓여있습니다. 이를 이어 주면 캐릭터가 이동하면서 몬스터를 공격하죠.
더이상 이을 캐릭터가 없어져 새로운 판이 등장하기 전까지 한번 지나간 블록을 다시 지나갈 수 없습니다. 다만 이동을 마친 캐릭터 옆에 다른 캐릭터가 붙어 있을 때는 이어 줄 수 있는데요, 이 때 공격력이 향상됩니다. 더불어 모든 블록을 밟으면 ‘퍼펙트 어택’이 발동해 추가 데미지가 들어가고요. 결국 플레이어는 한 붓 그리기 퍼즐게임을 즐기는 듯한 전투를 즐기게 되는 거죠.
물론 모든 전투가 한 붓 그리기로 진행되는 건 아닙니다. 몬스터나 캐릭터의 위치는 랜덤하게 배치돼 종종 이어지지 않을 때도 있거든요. 이 때는 모든 블록을 지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며 전략적인 이동이 필요하고요. 퍼펙트를 달성할 때는 2체인이냐, 3체인이냐에 따라서도 추가 데미지가 발동합니다.
진행 방식만 두고 봤을 때 기존 퍼즐과 ‘쌈박하게’ 차별점이 있느냐, 그건 아니에요. 후반 콘텐츠인 레이드를 제외하고 시간 제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동에 버프나 디버프를 주는 요소도 없어서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캐릭터를 이어 줄 수 있는지, 모든 블록을 한 번에 없앨 수는 없는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기본적인 퍼즐의 재미를 느낄 수 있죠.
여기에 나름대로(?) 화려한 연출의 액션이 더해져서 ‘퍼펙트’를 만들어 내는 쾌감이 올라갑니다. 각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몬스터를 통과할 때 데미지를 주지만, 특성에 따라 추가 공격도 있거든요. 공격패턴은 몬스터 근처에 위치할 때 공격하는 근접형과 세로 또는 가로 전체에 데미지를 입히는 광역형 2가지로 나뉘는데, 모든 블록은 훑고 갈 때마다 몬스터를 쓸어버리는 시원시원한 맛이 있죠.
참고로 광역형은 등급이 오를 수록 공격력만 향상되는 반면, 근접형의 경우 공격력은 물론 데미지 범위까지 확장됩니다. 예를 들어 전사형 ‘도적’의 경우 1성은 몬스터를 통과했을 때만 공격하지만 3성은 이동할 때 상하좌우 4방향에 위치한 몬스터까지 데미지를 입힙니다. ‘기사 카멜롯’은 등급에 따라 4방향에서 최대 8방향까지 공격력이 뻗고요. 캐릭터가 성장할 수록 화려한 연출이 등장해 보는 맛을 더해줍니다.
■ 퍼즐의 재미는 어디에? 의미없는 반복을 요구하는 무료한 성장 시스템
<던전링크>는 내가 뽑은 3성 캐릭터를 끝까지 키우면 5성,6성까지 성장할 수 있고, 심지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재미있느냐 없느냐인데, 후반으로 갈 수록 재미보다는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더라고요.
첫 번째 이유는 맵의 한계가 주는 단조로움 때문입니다. 스테이지에 따라 깔리는 블록은 4x4부터 4x5, 5x5,최대 6x6까지 있고, 몬스터와 캐릭터의 위치는 랜덤하지만, 5지역만 넘어가도 다양함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결국 난이도는 몬스터의 체력으로 올라가고, 플레이어는 매번 같은 퍼즐을 풀어야만 하죠.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인 퍼즐의 재미가 사라지는 겁니다.
일반 던전(왼쪽)과 시련의 탑. 시련의 탑은 필드 밖에 몬스터가 위치해 공격성향에 따른 전략적 파티구성이 필요하지만, 퍼즐을 풀어내는 방식은 달라지지 않는다.
서로 다른 스테이지가 똑같은 것도 모자라, 성장에서는 같은 스테이지를 반복 플레이하는 이른바 ‘노가다’까지 해야 합니다.
<던전링크>의 성장에는 크게 레벨업, 합성, 진화, 강화 4가지가 있습니다. 합성은 만렙인 30레벨/+5강에 오른 동일한 두 영웅을 합쳐 랜덤한 다음 등급 캐릭터를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진화는 만렙 캐릭터에 특정 재료를 갈아 넣어 다음 등급이 되는 것을, 강화는 모든 캐릭터를 갈아 넣어 추가 옵션을 올려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 남은 레벨업이요? 레벨은 무조건 전투 보상으로 제공되는 경험치로만 올릴 수 있습니다. 최근 모바일게임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 합성으로 인한 레벨업이라든지, 경험치 물약 같은 건 없습니다. 결국 만렙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조건 ‘노가다’가 필요한 거죠. 모든 지역에서 반복 플레이에 대한 보상을 캐시로 제공하는 것을 보면 ‘노가다’는 개발사의 의도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10연속 뽑기가 500다이아임을 감안하면 반복 플레이 보상도 적지 않습니다.
새로운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를 시작하는 일, PC게임이었다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미 <몬스터 길들이기>류 모바일 RPG를 경험하고 익숙해진 유저로서 <던전링크>의 성장 방식은 답답하고 불필요한 과정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마치 외국에 있는 친구와 e메일을 주고받다가 아날로그 편지를 쓰는 느낌이랄까요? 아날로그 편지도 나름대로 의미겠죠. 하지만 굳이 편지지를 사다가, 손편지를 쓰고, 우표를 붙여서, 해외에 부치고, 받는 데까지 한 달을 기다릴 필요는 없잖아요.
물론 5지역 이후부터는 자동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자동을 돌리면 빠른 성장이야 가능하겠다만, 게임의 핵심이었던 ‘퍼즐의 재미’는 더이상 느낄 수 없게 되는 거죠. 직접 조작하지 않는 퍼즐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결국 뻔한 자동전투 기반의 모바일 RPG와 다를 게 없더라고요.
4성을 뽑으면 6성까지 키울 수 있지만, 그 길은 지루하고 험난하기만 하다.